북한 시나리오.
김대중은북한을‘노다지’라고했다.
그러나지금북한을노다지라고말하는사람은아무도없다.
우리에게북한은언제나‘뜨거운감자’일뿐이며지금그감자는점점더
뜨거워지고있다.
지리적으로붙어있는북한이계속뜨거워진다는것은인접한우리가화상을입을수도
있다는당위때문에결코남의일이아니다.
놀라운것은,
감자는점점더뜨거워지고있는데그걸염려하는사람들이없다는점이다.
북한문제에관한한거개의남한국민들은오불관(吾不關)이다.
나와는상관이없다는태도들이다.
그러나애써외면해도북한은바로옆에있으며그곳에서발생할수있는사태는
그게어떤것이든우리에게는직접적인재앙이될수있다는사실을알아야한다.
특히근자의북한사정은전과는아주다른양상으로전개되고있으며그복잡한
속내를알수없기때문에경계심을늦출수가없다.
과거동구권이붕괴될때의믿을수없었던그속도를생각하면더그렇다.

최근의북한사정을제대로살펴볼수있는계기는작년연말의화폐개혁이다.
완전실패로끝난화폐개혁은이불량국가의체제가약체임을충분히증명했다.
100대1로화폐를개혁하면서신권과교환할수있는구권의한도를국가가
정한것이그첫번째악수다.
교환액수의제한은그이상의돈을가지고있는사람들의‘사유재산’을
빼앗는것이나마찬가지다.
사실그점을노렸을수도있다.
‘인민의저항’이나타난것은북한사회로서는주목할만한사태다.
화폐개혁의목적은‘시장’을통해형성된새로운계층-자본주의적중산계층에
대한압박을통해체제도전적인세력을말살하려는측면이강하다.
아무리1인독재의전체주의국가라해도‘사유재산’의박탈은저항을불러올수
밖에없다.
교환액수를조금씩높이고완전히금지했던외화사용을허용한것은이저항이
생각보다심각했다는증거다.
과거와같은‘완전철권통치’가먹혀들지않은것이다.
그자체가이미놀라운변화다.

두번째악수는,
화폐개혁의기준을100대1로하면서근로자들의월급은그대로지급한,도저히
경제적으로납득할수없는조치를취한점이다.
근로자의월급이갑자기100배올랐고,이는그대로물가의폭등으로이어졌다.
실제로화폐개혁100여일만에쌀값이60-70배폭등했고그마저도유통물량이
부족한상태다.
시장이폐쇄되고시장세력이철퇴를맞으면서그나마의여타물자유통도끊어졌다.
가장시급한것이식량문제,
그렇지않아도절대량이부족한식량이유통되지않다보니분위기가험악해
질수밖에없다.
식량문제로보안원(경찰)에대드는인민이나타나기시작했고,
먹지못해직장에나오지못하는사람들이늘어나자북한당국은‘시장’을다시
허용했다.
사실,배급제가사라진사회주의국가는그자체가허상이다.
그나마그동안북한주민을먹여살린것은시장과개인텃밭이었다는게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은식량의20%가절대부족이다.
밖에서들어가지않는한북한자체의힘으로는먹는문제를해결할수가없다.
전혀어떤방법도없다.
그게중국과다른점이기도하다.
등소평은먹는문제하나만은확실하게해결했다.

우리는물론,서방국가들이가지고있는대북한관(對北韓觀)에서가장큰약점은
우리의기준과사고방식으로김정일을평가하고있는점이다.
대표적인국제코미디가‘6자회담’이다.
김정일에게있어핵(核)은무엇인가.
그것은김정일자체이며,북한자체다.
세계최빈국가이며불량국가인북한이서방세계의관심을끌고있는유일한이유는
핵때문이다.
김정일에게핵이없으면그누구도그를거들떠보지도않을것이다.
그핵을,김정일은놓을수가없는것이다.
그게없어지면‘무존재’가되기때문이다.
6자회담을백년해봐도결론이있을수가없는게그때문이다.
김정일의핵은,
절대로포기해서는안되는마지막운명의카드인셈이다.
순진한서방세계바보들이‘6자회담’을통해뭔가얻어내려고하는것은자기들
기준과사고방식으로김정일의핵을생각하고있기때문이다.
그래서비극적코미디가바로그게임이다.
김정일은절대로핵을포기하지않는다.
아니포기하지못한다.

지난1월,
김정일은‘인민에게흰쌀밥에고깃국을먹여야한다는수령님(김일성)의유훈을
관철하지못하고있다.‘고말했다.
노동신문의9일자보도다.
이는북한경제-전체주의계획경제의실패를스스로인정한것이다.
1946년이후해마다‘쌀밥과고깃국’얘기를해왔지만60년이넘게이약속은
지켜지지못했다.
쌀밥은고사하고강냉이도모자라서평양에서까지아사자가나오는판이다.
‘김일성수령의유훈을관철하지못해김정일위원장이가슴아파한다’는이
보도는,
김정일의체제가경제난에대해상당한책임이있다는,전같으면상상도할수
없는사건이다.
이는북한체제가전같지않다는징후일수있다.
내부갈등과통제력의약화없이이런보도는나올수없기때문이다.
절대자인김정일의약점은어떤경우에도말해지면안되는터부였다.
뇌졸중으로쓰러진이후그의권력장악력이약화되었다는작은신호가될수있다.

1875년‘고타강령비판’에서,
마르크스는‘능력에따라일하고노동에따라분배받는사회’를낮은단계의
‘공산주의’로,
‘능력에따라일하고필요에따라분배받는사회’를높은단계의공산주의로구분
했다.
1917년볼세비키혁명후,
‘국가와혁명’을집필한레닌은,
‘낮은단계의공산주의’를‘사회주의’라고정의함으로서공산주의와사회주의를
분리했다.
한편공산주의는‘프롤레타리아’독재의과정을거치게되는데이과도기가
‘사회주의’라는것이다.
물론이사회주의는소련의몰락으로그막을내리고말았다.
반인간적이념이었기때문이다.
2009년9월28일,
김정일은‘공산주의는파악이안된다.사회주의는내가제대로한번해보겠다.’
고말했다.(민주조선)
그러면서북한의새헌법은‘공화국은주체사상,선군사상을지도적지침으로
삼는다‘는조항(3조)으로바뀌었다.
공산주의-사회주의-선군사상은김정일이가지고있는정치적이념수준과안목의
치졸함을그대로드러내는대목이아닐수없다.
선국정치(先軍政治)라는괴물은세계어느곳에도없는해괴한체제이기때문이다.
말하자면선군정치는김정일식사회주의인것이다.

김일성이사망했을때김정일은52세였다.
1974년후계자로지명된후20여년에걸쳐당,군,내각을장악해나갔으며김일성
사망당시에는명실상부한북한의실권자였다.
공산주의국가에서의‘왕조세습’은그자체가악이다.
그래도그때는현실적으로김정일의권력은확고한것이었고,김주석의사망에도
불구하고체제는흔들리지않았다.
지금북한의큰위험요인하나는포스트김정일의문제다.
아직27세밖에안된,그어느부분도완전히장악하지못한김정일의3남김정은은
‘불안한세습’을기다리는알려지지않은존재다.
겹치는경제난과궁핍,아사자까지나오는식량부족문제는체제를위협하는
가장큰불안요인이다.
게다가지금은북한주민들도외부세계,특히남한의사정에대해많이알고있다.
화폐개혁실패후인민들에게밀리고있는김정일의체제가그증거다.
이불안요인은그들뿐아니라우리들에게도큰짐이될수있다.
북한체제의하드랜딩은고스란히우리가떠안아야하는짐이되기때문이다.

북한의앞날은어떤것일까.
사실,대답은이미나와있다.
그대로라면,어떤변화도없이지금처럼나간다면붕괴될수밖에없다.
시기와관계없이그건불을보듯뻔한일이다.
주민을먹여살리지못하는체제의끝은이미동구권이증명한바있다.
지금의북한은스스로식량문제를해결할능력이없으며생필품은생산시설의
황폐화로최악의수준이다.
가장위험한사태는,
권력의안정적인이양없이김정일이갑자기죽는경우다.
뇌졸중으로쓰러졌던68세의노구가김정일이다.
그의갑작스러운공백은충분히권력투쟁으로이어질수있으며쿠데타와역쿠데타로
이어질수도있다.
김정일이라는절대자의죽음은주민들의소요와봉기로이어질수도있다.
이때의대량탈출은중국이가장우려하는사태이며우리에게도똑같이닥칠수있는
해일같은사건이된다.
다른하나의위험요소는,
비록재래식무기로무장한인민군이라해도내부의위기를밖으로돌리기위한
‘전쟁’도감행될수있다.
그전쟁은그들의파멸이자우리의재앙이되는것이다.

중국은,
자기들의국경에미국의‘힘’이닿는것을극도로꺼린다.
가능하다면신속히친중국적인‘괴뢰정권’을세우려할것이다.
그리고그건가장확실한통일방해공작이된다.
일본은처음부터한국의통일을원하지않고있다.
버거운경쟁자가나타나기때문이다.
러시아는그어느쪽이든자기들의‘지분’을확실하게챙기려할것이다.
결국,
또다시통일이외세에의해타율적으로훼방되는사태를피하기위해서는
미국이라는큰지렛대를사용하지않을수없다.
달리방법이없기때문이다.
우리들은이점을정직하게시인해야한다.
우리가우리국토의문제를스스로해결할수없는것은역사적인숙제였다.
6.25전쟁당시,
중공군의개입이없었더라면,
맥아더장군의주장대로그때중국을폭격했었다면우리는이미통일된나라에
살고있을것이다.
중국은그때나지금이나이문제의핵심에있다.
중국과의외교적관계가지금처럼중요한때도별로없었을것이다.

우리중에는,
통일을열망하는사람들도있고(대부분이고향이북쪽인실향민들이다.),
통일에큰관심을가지지않는사람들도있다.
상당수는‘통일할필요가없다.’고생각하기도한다.
그러나,
이러한우리들의여러가지생각과는무관하게북한의붕괴시나리오는진행되고
있으며그결과는아무도피하지못하는구체적이고직접적인것이다.
오불관(吾不關)으로통할수있는문제가아니다.
북한은우리가쥐고있는‘뜨거운감자’같은현실이다.
이제는북한문제-통일문제에대해모두가눈앞에닥친일로받아들이고생각을
정리해야한다.
그누구도피할수없는거대한파도인것이다.
대비하지않으면,착실하게준비하지않으면아주크게당할수도있다.
지금까지우리가이루어놓은모든결과들이그바닥부터흔들릴수도있다.
오늘도북한은우리들의‘뜨거운감자’다.
쥐고있을수도,그렇다고던져버릴수도없는우리들의뗄수없는일부분이다.
그게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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