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간.
한인간의‘인생-人生’은,
어쩔수없이‘마지막공간’에서규정된다.
규정(規定)은,어떤일이하나의움직일수없는모습으로고정되는것을뜻한다.
인생의과정에서어떤계층이나신분이었든,마지막공간은‘최종현실’이며아무도
그것을피하지못한다.
마지막공간은그래서결산(決算)된형태이기도하다.
무엇을어떻게하고살았든마지막공간은그모든것들의총화(總和)이기때문이다.
마지막공간의모습은글자그대로천차만별하다.
그서로다름은전혀어떤연계도가질수없을정도로독특하고독립적이다.
다른하나는,시간적으로규정된최후의공간은변화되기가어렵다는점이다.
그공간은인생의막장이기때문에개인은이미그것을변화시킬수있는능력을
가지지못한다.
마지막공간이한인간-인생에서중요해지는이유가바로거기에있다.

이세상에늙지않는사람은하나도없다.
그래서은퇴-노후는무차별하며그무엇으로도막을수없는,천천히오지만멈추지
않는시간의발걸음이기도하다.
1950년대의위생과공중보건의개선은,
처음으로한국인의편균수명을50세로끌어올렸다.
그이전까지의평균수명은40세였다.
1980년대의진단및치료기술의발전은65세의기대수명을가능하게했으며
1985년대의인공장기이식의술은68세로,
1990년대의호르몬요법은71세로,
2000년대의유전자치료법은76세로,
그리고2010년인현재는80세로그기대수명이늘어났다.
이대로라면2030년대에는130세의기대수명이가능하다는예측이상당한
과학적근거를가지고말해지고있다.
말하자면대부분의한국인은2030년,그러니까불과20여년후에는100세이상의
수명으로살게된다는얘기다.
평균60세를은퇴시기로봐도40여년을‘마지막공간’에서살아야한다는의미다.
생각해보면놀라운기간이다.
인생의반이현역이었다면나머지반은노후생활이되는것이다.

사정이이러하기때문에이제는‘노후’문제에대해전통적인기준으로생각하면
안되는시점에와있다고봐야한다.
내가살아야하는기간이늘어난만큼준비도거기에맞춰야한다.
이는이시대가요구하는‘현실적요청’이기도하다.
여기에서경험자들이남긴하나의경구를경청해보자.
‘노후준비는그것을준비할수있는능력이있을때해야한다.’가그것이다.
준비할수없을때,현실적인힘과능력이없을때는‘마지막공간’의개선이불가능
하다는경고라고할수있다.
역설적인것은,
준비할수있을때준비하지않는사람들이준비하는사람들보다더많다는사실이다.
젊을수록노후는남의일인줄안다.
자기는늙지않을것처럼사는어리석은사람들은나중에‘가혹한공간’을만날수
밖에없다.
그때가슴을쳐봐야아무소용도없다.
이미‘버스’는떠났기때문이다.
되돌릴수없는것중하나가바로사람의‘나이’다.
세월은일방향(一方向)이기때문이다.
천하의진시황도50을채우지못하고죽지않았는가.

하루종일공원벤치에우두커니앉아있는노인들이많다.
그리고무료급식으로끼니를해결한다.
종점에서종점까지전철에앉아있는인생도많다.
임대료가싼한평도안되는,짐승의우리같은쪽방에노구(老軀)를눕히는인생도
있고,
종일노인정에죽치고앉아10원짜리화투치고,텔레비전보고,잡담하다부녀회에서
끓여주는국수로끼니를때우는인생도있다.
아픈몸으로손주를업어주며자식집에얹혀사는고달픈인생도있고,심한경우
친척집에서찬밥처럼사는노인들도있다.
모두가‘자기공간’이없기때문에시간에서도,삶의질에서도독립적이지못한,
참담한노후를앓고있는인생들이다.
이유는여러가지고그내막에는사정도많겠지만그렇게된일차적인책임은
본인이져야한다.
‘마지막공간’을준비하지못한것은전적으로본인의문제이기때문이다.
그누구를탓해서도안되며어떤핑계로도면책될수있는일이아닌것이다.
사실상당수의노인들은자기가착실하게준비한‘마지막공간’에서안락하고
의미있는일상을살고있다.

거의대부분의사람들은‘은퇴-노후’하면가장먼저‘돈’을생각한다.
그건틀림없는사실이다.
30-40년을살기위해서는돈은필수불가결한조건이된다.
그러나사람이나이들면그렇게큰돈이필요한것은아니다.
기본적인것들이거의갖추어진상태에서은퇴하기때문에큰돈이나목돈이
들어갈일은거의없다.
내경우가장큰지출은도서비다.
남에게손내밀지않을정도면충분하다.
제일좋은방법이월정액으로지급되는‘연금’이다.
지금은연금상품도다양하다.
부동산은그관리를노인이감당하기가어렵다.
자칫애물단지가될수있기때문에가급적피해야한다.
충분한연금의확보를위해서는계획적으로저축에철저해야한다.
현재은퇴-노후생활하는구세대들의공통된아킬레스건은자녀교육과혼사
때문에저축을하지못했다는사정이다.
앞으로,이문제에대해서는자녀들앞에서미리부터분명한선을그어야한다.
자식들을위해모든것을크게희생한부모일수록대부분용도폐기된다.
쓸모가없어졌기때문이다.
‘내가너를어떻게길렀는데’는전혀통하지않는다.
학교를졸업하면즉시독립하라고요구해야자식도,부모도제대로살아갈수있다.

실제로노후생활을해보면,
돈보다더중요한것이있다는것을알게된다.
그게‘건강’이다.
약을,정말한보따리씩안고약방을나서는노인들이많다.
노인들의70%이상이지병(持病)이있다는통계가있는데그건사실일것이다.
주변을살펴봐도어딘가한두군데아픈노인들은쉽게발견할수있다.
사람은몸이아프면,
삶이즐겁지않고,매사에의욕이없어진다.
그래서돈이아무리많아도의미가없다.
특히불치병이더그렇다.
‘건강’도준비해야한다.
몸이아직젊고튼튼할때부터준비해야한다.
그게꾸준한건강관리다.
병이생긴다음은‘치료’지관리는아니다.
자기에게가장알맞은운동을찾아꾸준히계속하는것,그이상의준비는없다.
가장쉽고,돈도들지않고,효과가뛰어난운동이‘걷기’다.
나는수십년간의체험으로걷기운동에대한확신을가지고있다.
지금도일주일에평균6일5키로를한시간에걷는다.
70대중반의나이지만성인병도지병도없다.
물론복용하는약도없다.
모두가걷기운동의효과인것이다.

돈과건강에서건전하다면,
공간과시간에서독립적일수있고자유할수있다.
특히‘자기공간’의확보는노후생활의질을좌우하는결정적조건이된다.
이제마지막조건에대해서얘기해보자.
최고령의독립유공자인구익균옹은지금103세다.
일상생활에서가장고통스러운것이무엇인가하는질문에대해,
‘고독한것이다.
취미가없으니사는게재미가없다.
그래서외로운것이가장고통스럽다.‘
‘마지막공간’이확보됐다고그것으로만사해결일까.
절대로아니다.
리모콘을들고소파에파묻히면그것으로인생은끝난셈이다.
오직‘늙기’만하는일상이남아있을뿐이다.
심신이퇴화하고그끝이치매다.
한가정을풍지박산내는병이치매다.
어찌치매뿐이겠는가.
리모콘과소파는인간의정신과몸을좀먹는가장무서운적이라는사실을
알아야한다.
그래서우리집엔각자의안락의자는있어도소파는없다.
우리부부는텔레비전도안본다.
정신적으로오염되지않기위해서다.

평균100세까지산다면,
남은문제는무엇을하며살것인가가된다.
그래서‘일’이있어야한다.
단지생존하는차원의‘식물인간’이되면안된다.
수십년을그렇게살수는없는일이다.
그래서‘취미와일’도준비해야한다.
오히려더철저히준비해야한다.
현역에서떠나죽을때까지심취할수있는‘분야’를선택하고준비해야한다.
그게무엇이든,남을해롭게하는것이아니라면상관이없다.
자기가좋아하는것,잘하는것,크게즐기는일을선택하고준비해야한다.
어떤의미에서노후생활은더규칙적이어야한다.
우리의인체는언제나‘리듬’이아주중요하다.
하루24시간을유용하게,짜임새있게쓸수있어야심신의건강을도모할수있다.
섭생,운동,수면시간등이대표적인것들이다.
그리고‘일’에는반드시머리를쓰는것이포함되어야한다.
정신작업은몸도젊어지게한다.
육체보다는머리를쓰는직업에종사하는사람들의평균수명이더긴이유가
그것이다.
몸은늙어도정신이젊으면그스타일에서젊게살수있다.

‘마지막공간’의대표적인형태는아무래도‘서재-書齋’일것이다.
영어권에서는‘study’라고부른다.
서재라는공간은한인간이‘정신적존재’임을말해주는문화-문명의공간이다.
서재는가치의공간이지값의공간은아니다.
글자그대로책이가득한방이다.
남녀불문,노후에자기의서재를가지고있는분들은그인생을성공적으로마감하고
있다고말할수있다.
서재라는공간은크기와관계없이돈만으로는만들어지지않는다.
손때가묻은경륜만이만들수있는최고지성의공간이서재다.
고등교육은받았지만,경제적인여유도있지만서재가없는사람들이뜻밖에많다.
값비싼보석으로몸치장은했지만자기책상도없는‘비게’들은얼마든지있다.
평소내가가장부러워하는게제대로된서대다.
극히드물지만그런서재에들어서면감탄과함께많은것을배우게된다.
그풍요로운삶의모습에서나스스로의부족함을발견한다.
서재는인간이갖출수있는‘최고의공간’인것이다.

나는내서재에앉아만족하고,감사하고,행복해한다.
내가살아온인생의궤적들이고스란히남아나를에워싸고있으며과거를반추하게
해준다.
삼면의바다를누비고다녔든낚시장비들이가득차있는낚시장,
30년이넘게음악을들려주는성능좋은고물오디오세트.
수천곡의음악을들려주는손때묻은음반들,
수만장의스터디카드가들어있는기록의창고,카드분류보관함.
엄선하고엄선한400여편의영화DVD.
그리고벽하나를천정까지채운손때묻은책들,
나는지금도정기구독분과신간을년간100권정도구입,읽고있다.
책을읽고,영화를보고,음악을들을때마다나를가장편하게해주는안락의자.
폴란드제품인이안락의자는인체공학에의한디자인때문에오래앉아있어도
전혀불편하지가않다.
여기에반해우리나라제품은겉보기는화려해도대부분앉아보면불편하다.
노후생활에서안락의자는신중히선택해야하는중요한가구의하나이며상당한
투자를해야한다.
아무도자기의‘마지막공간’을피하지못한다.
그래서그것은미리미리,준비할수있을때준비해야하는‘절대공간’인것이다.
무엇보다우선공간에서독립적이고자유로와야시간과삶의질에서도독립적일수
있다.
그게건전하게,건강하게,행복하게오래사는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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