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100년이지난1990년,
이위대한화가의조국네델란드는‘고호서거100주년’을기념하기위해
전대미문의전시회를기획했다.
고호의작품을소장하고있는전세계의애호가들과접촉,100주년기념전시회에
그그림들을출품하도록설득한것이다.
그게얼마나어려운일인지는긴설명이필요없을것이다.
1990년4월에서7월까지4개월에걸쳐암스텔담에서열리는이기획전은시작
단계에서부터전세계미술애호가들을흥분시켰다.
수백점의고호의원화가한곳에모여전시된다는것은정말꿈같은얘기이기
때문이다.
네델란드정부는이전시회에보다많은사람들이공평하게참가할수있기를원했다.
그리하여각국정부에입장권배정수요를파악할수있는자료를요청했다.
전시회개최가정식으로발표된후,
우리부부는입장권을구입하기위해요로에문의해봤다.
그대답은실로놀라운것이었다.
‘신청자체를하지않았다’는것이다.
그러니한국에배정된입장권은아예없는것이다.
우리는그때처음으로,노골적으로미개한군사정권을경멸했다.
우리부부는깊은의논끝에놓칠수없는이기회를잡기위해모험을감행하기로했다.
그래서일단빠리로갔다.
그곳에서라면최소한입장권두장은구할수있을것으로생각해서다.
그러나,빠리는빠리대로입장권이모자랐기때문에우리차례는없었다.
절망감으로귀국을준비하고있을때빠리에거주하는한지인으로부터낭보가왔다.
암스텔담에거주하는친구에게간곡히부탁,입장권두장을수배했으니즉시
떠나라는것이었다.
지성이면감천은정말이었다.
암스텔담고호미술관에서의이전시회는전세계에서오는수많은관람자들때문에
입장날자와시간이정해져있었다.
우리의입장권은바로다음날오후에배정된것이었다.
서두르지않을수없었다.
우리부부는새벽에드골공항으로나가암스텔담행에어프랑스에탑승했다.
일출이시작되었을때지면이낮아곳곳에생긴물웅덩이는햇빛에반사되어
다이아몬드처럼빛났다.
네델란드하늘에들어선것이다.
전시장은3층부터시작,아래층으로내려오면서그림을보도록되어있었다.
입구에들어서자바로눈앞에‘감자먹는사람들’이걸려있었다.
그원화를직접보는순간,나도모르게눈물이나왔다.
우리부부는2시간의관람시간을아끼기위해출구에서만나기로하고헤어졌다.
각자선호하는그림이달랐기때문이다.
그런데,아무리찾아다녀도내가그렇게보고싶어하는‘붓꽃’그림이없었다.
붓꽃의다른그림은있는데내가찾는그림은없었다.
수백점의고호의원화를한곳에서본다는것은틀림없는행운이었다.
나는‘까마귀가있는보리밭’과‘해바라기’앞에서오래동안서있었다.
늦은시간,
빠리로돌아오는밤비행기안에서도‘붓꽃’을보지못한아쉬움은떨칠수가
없었다.
택시를타고호텔로가는도중,
어두운밤,조명으로더욱밝고아름답게보이는몽마르트의‘싸끄레께’도
내마음을달래주지는못했다.
그렇게섭섭했다.
나중에들은얘기는이렇다.
그‘붓꽃’은어떤일본인갑부가구입해갔는데절대밖으로내보내지않는것은
물론,유언장에자기가죽으면그그림을관에넣으라고쓴후,공증까지받아
놨다는것이다.
그림뿐아니라모든예술작품은비록그것이개인의소장품이라해도
‘인류의공동유산’이다.
소유는하되,관리만할뿐보다많은사람들이볼수있게전시하는게그런이유다.
반대로,
그것을자기의관에넣으라는유언은,또그런행동은극단적으로잘못된‘이기주의’
일뿐이다.
돈이잘못쓰여지는경우가그런것이다.
같은돈이라도도덕적기준에서잘못쓰여지면악이된다.
고호의붓꽃그림이관속에들어간다면영원히사라지는것이다.
그보다더한악이달리또있겠는가.
2004년,
뉴욕의경매장에서는파블로피카소의‘파이프를든소년’이1억410만불에
팔렸다.
시사주간지타임은이기록이오래동안깨지지않을것이라고전망했다.
그러나2010년2월,
런던의소더비경매장에서알베르트자코메티(스위스)의청동조각상‘걷는사람’이
경매8분만에1억430만불에팔려이기록을깼다.
우리돈1천203억원을내고낙찰받은구입자는브라질출신으로런던에살고있는
여성갑부릴리사프라(72)였다.
2009년5월.
이탈리아마라델로에서열린장동차경매에서,
페라리의명차1957년형‘250테스라로사’가900만유로에낙찰됐다.
고물차한대값이우리돈으로152억원인것이다.
2009년10월,
홍콩의콘두잇로드아파트68층의A형이4억3900만홍콩달러에팔렸다.
우리돈으로657억원이되는이아파트에는누가살것인가.
2009년9월,
서울의갤러리아백화점에서는,
명품브랜드‘발망’의청바지하나가598만원에팔렸다.
과연누가그것을입고있을까.
2009년10월.
서울소공동의롯데호텔로비에서는한병에3억원짜리
‘윈저다이아몬드주빌리’고공개됐다.
700ml,40도의,50년숙성된원액을사용한이위스키는
제조원가6만파운드,관세와통관비용으로2억2천이되었고,
영업,관리비용,이윤이붙어3억원이됐다고한다.
한방울에2만원짜리위스키인것이다.
분명히이비싼위스키도마시는사람이있을것이다.
지금까지살펴본몇가지사례의공통점은,
국내외에관계없이엄청난돈이오직‘개인’을위해쓰여졌다는사실이다.
돈은,자기돈이니까마음대로쓸수있는건아니다.
큰돈일수록더욱그렇다.
거기에는역사적으로대단히엄격한‘도덕적잣대’가있다.
자기만을위해그큰돈을쓰는것은그정신이‘썪었기’때문이다.
모두가나누어함께향유할수있는것을‘독점’한다는것은그래서범죄이며
악이다.
정말부자는다른사람들을위해돈을쓸줄하는사람들이다.
또그래야한다.
경부고속도로와포스코는한국을경제대국으로일으켜세운두기둥이다.
모두가박정희의작품이다.
그큰회사안에는아주특이한자회사가있다.
직원127명이전부장애인이며포스코내의작업복세탁과문서수발을전담하고있다.
장애인은동정의대상이아니다.
그들에게‘일’을준다는것은동등한대우를의미한다.
국내정신지체장애인15만9천800명중직업을가진사람은전부해서6%.
포스코와같은기업이늘어나야한다.
장애인은약자들이다.
그불리한조건을가진자들을떠안는것이문명이다.
‘한미파슨즈’는설계에서부터공사까지해주는건설컨설팅회사다.
임직원400명의이회사는입사할때,
매달넷째토요일에출근하고,급여의1%를회사에적립하겠다는약속을해야한다.
연간매출1000억원정도의이회사는,
지난13년동안100곳이넘는사회복지시설을건축,설비,토목,조경팀으로나누어
보수해주고있다.
매달평균30곳을보수하는공사비는직원들이낸돈과회사가그두배를적립한
돈으로충당한다.
물론모든작업은전부임직원들이직접한다.
경기도시흥의무의탁노인,장애인시설인‘베다니의집’은이회사가11년째
시설보수를해주고있는곳이다.
이게쉬운일일까.
그런데도한국파슨즈의임직원들은지금도그일을계속하고있다.
요구르트,생수를전세계에판매하고있는프랑스의세계적인식품회사
다논(danone)은세계최빈국의하나인방글라데시에서도‘샤크티도이’라는
요구르트를생산한다.
다논은이사업을빈민구제운동을하는그라민은행과4년째공동운영하고있다.
현지에서현지인이생산한우유를원료로쓰고,
현지인을채용,교육시킨후제품을생산하며,
현지공장에서그곳주민에게달걀보다싼100원에공급한다.
다논은수입과관계없이그곳에공장을지어헌납했으며최첨단제조기술을
무료로제공,영양실조에맞서빈민들에게영양음료를제공하고있는것이다.
덴마크의‘베스트가드프랑센’은유명한정수기회사다.
이회사는엄청난연구개발비를들여물에섞여있는세균을거의모두걸러내는
첨단기술의정수빨대를개발했다.
세균이득실거리는물을마시고죽어가는아프리카빈민들을위해만든제품이다.
선진국자선단체들은개당5-6달러에이를구입,아프리카에보내고있다.
빌게이츠는세계제일의부자다.
아프리카의‘말라리아’를퇴치하기위해벌이고있는사업은이미잘알려져있다.
지금그는,
빈민들에게소액대출을해주는국제컨소시엄에2000만불을투자하고있으며,
아프리카기업인과저소득층에게대출해주고있는독일계금융회사에도
2000만불을투자했다.
한편아프리카에병원침대를만들어공급하는벤처회사의주식을800만불의
투자펀드를만들어사들였다.
쉽게말해게이츠는아프리카등빈민지역에서‘영리사업’을하는회사들에게
투자하고있는것이다.
단순히돈으로자선을베푸는것이아니라시스템,그구조에서빈민들에게
이익이되는일들을살려내는투자인것이다.
포스코도,한미파슨즈도,
프랑스의다논과덴마크의베스트가드프랑센,
그리고빌게이츠의공통점은자기가가진것으로없는자들을돕는다는것이다.
그렇게할이유도없고,
그렇게하지않았다고비난받는것도아니다.
그런데도그들은왜그런일을자진해서하고있는것일까.
‘위대한정신’때문이다.
다른사람들을위해희생하고봉사하는것은인간만의특징이다.
동,식물의세계에는없는현상이다.
인간이,정신적인존재이며도덕적인능력을가지고있기때문이다.
‘썩은정신’과‘위대한정신’은그근본에서전혀다르다.
값과가치의차이가그것이다.
한번이라도내것을내어남에게봉사해본사람은그게무엇인지알게된다.
그기쁨과보람이어떤것인지알게된다.
그래서그일을계속할수있는것이다.
그건‘위대한정신’의영역이기때문이다.
프랑스의브리오슈빵,지름이10센티,
안에는100원짜리동전크기의송로버섯이4조각,
2센티두께의푸아그라,
호주산최고급와규200그람으로만든쇠고기패티,
뤼에르치즈,
옆에는토마토,양파,아스파라가스두줄로굽고,
그위에랍스터를새우처럼말아얹었다.
새싹샐러드에8센티크기의송이버섯도함께나온다.
송로버섯을다져넣은마요네즈,
송로버섯와인소스
토마토살사소스중입맛대로얹어먹으면된다.
10개의반달감자튀김조각이덤으로나온다.
개당18만원짜리햄버거의내용물들이다.
서울광장동한호텔의레스토랑에서팔고있는이햄버거는그곳카지노에
드나드는사람들이주로사먹는메뉴다.
‘카지노’가어떤곳인가.
누가거기에드나드는가.
그리고그안에서무슨일이벌어지고있는가.
18만원짜리햄버거를사먹을수있는사람들이그안에있는것이다.
더불어함께살고있는,타인의존재를모르는,제정신이아닌사람들이있는곳이
카지노다.
카지노는어떤경우에도우리들의‘일상’은아니다.
그정신이썪지않고서야어떻게한개에18만원하는햄버거를먹을수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