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수금에는남편이,화목토에는아내가일했다.
그런데아내가받아오는돈이남편의두배를넘었다.
똑같은일을하는웨이터,웨이트리스였지만아내쪽이받는팁의액수가더많았던
것이다.
남편쪽이독일어도더능했고,음식과음료를내오는일도더익숙했지만서투른
아내쪽이수입이더많았다.
결국식당주인은김교수를야간경비업무로돌렸다.
밤새혼자책을읽으며매시간순찰하는게자기체질에더잘맞는일이기도했다.
아내에게는손님의마음을읽는능력이있었지만김교수에게는그게없었다.
따라서아내쪽이팁을더많이받는것은당연한결과였던것이다.
말하자면같은일의경쟁력에서아내쪽이더강했다.
그리고그것은수입과직결되는경쟁력이기도했다.
미국의마이클린(MichaelLynn)교수는,
소비자의심리와행동을전문으로연구하는학자다.
그는오래동안뛰어난웨이터(웨이트리스)들의특징을조사한후이를열가지로정리,
발표한일이있다.
1.옷을다르게입어라.옷에악세사리하나만달리해도팁은17%나올라간다.
2.자기이름을소개하라.사람과사람이만난다는사실이중요한것이다.
3.주문을많이받아라.손님은자기가먹은음식의총량에대해팁을주기때문이다.
4.식탁옆에서는무릎을꿇어라.같은높이에서눈을마주치며주문을받아야한다.
5.손님의어깨나팔을살짝건드리는가벼운접촉만으로도팁은두배나올라간다.
6.손님의주문내용을복창해서확인하라.팁은두배나올라간다.
7.신용카드회사의로고가적힌계산서를사용하라.
8.크게웃는표정을지으며이야기하라.
9.좋은날씨에대해이야기하라.
10.손님에게계산서와함께초코렛을선물하라.팁은21%나올라간다.
이상을요약하면,자기가하는일을즐겨야한다는것이다.
누구나즐거운사람을만나면행복해지는것이인지상정이아닌가.
고객-손님을상대하는서비스업종에서웨이터처럼그접촉이직접적인경우에는
더그렇다.
지구촌시대의글로벌경쟁은그기업의제품이무엇이든소비자의마음을잡는것이다.
우리한국이라고예외는아니다.
지금세계시장을석권하고있는우리의제품들도상품의질이우수한것은물론,
소비자의마음을잡는전문적인마케팅이있었기때문이다.
이런판매전략은앞으로도마찬가지다.
오히려경쟁은더치열해질것이며그런경쟁에서살아남기위해서는더전문적인
판매전략과기법,그리고앞서가는업종선택이있어야한다.
매킨지글로벌연구소에따르면지난25년동안고소득선진경제국의GDP성장의
약85%가서비스분야에서비롯된것이라고한다.
서비스산업부문은구두수선공,이미용사,택시운전수에서부터경찰관,교사,의사,
변호사,건축가,회계사,소프트웨어개발자,은행원,통신업자등으로구성된매우
광범위한분야다.
중간소득국의전체일자리중60%이상이이분야이며거의모든새로운일자리도
서비스부문에서창출되고있다.
전체경제에서서비스부문이차지하는비율은미국80%,영국79%,일본73%,독일
72%이며한국은아직58%밖에안된다.
우리가이분야에서발전한소지가그만큼크다는얘기이기도하다.
국제공항협회-ACI는,
165개국의550개공항운영사를회원으로시작된국제기구로서1991년에설립
되었으며스위스제내바에소재하고있다.
설립목적은회원공항의발전과상호간의협력및지원을위주로하며보안,환경,
출입국간소화,기술,안전등공항시설,공항기술,공항운영등에대한실진적인지원을
하고있다.
우리나라는1991년에가입했으며,
지금현재세계181개국의1700여공항이국제공항협회가실시하는‘공항서비스평가’
를받고있다.
인천국제공항이문을연것이2001년,
1990년정부가바다를매립해인천공항을건립하기로했을때시민단체,환경단체들의
반대와비판은대단했었다.
2002년,인천국제공항은국제공항협회평가에서6위였다.
그러나2005년이후인천공항은계속5번을‘세계최고공항상’을받아5연패(連覇)의
신기록을세웠다.
아랍에미리트의두바이공항이세운3연패의기록을깬것이다.
국제공항협회는34개분야에서25만명의항공승객을대상으로면접조사한후그결과를
발표한다.
활주로에서비행기바퀴가처음닿는터치다운존에쌓여있는퇴적물만도한번의
청소에6톤의고무가나온다.
3.75킬로의활주로세곳의라인마크를다시칠하는데7만7천500리터의페인트가
소요된다.
공항건물의외벽유리만7만2천장.(국내최고)
45명이곤돌라에매달려8시간씩작업해도한번닦는데60여일이걸린다.
공항의대청소는2200여명의인력과400여대의장비가투입돼꼬박두달을일해야
된다.
공항내의1200개의자동문과엘리베이터,에스컬레이터,1만여대의수화물
컨베이어사이에낀먼지를털어내는일도전쟁수준이다.
그길이만도88킬로에이른다.
2007년3월에완성된2단계확장공사를통해연간41만의항공편,4.400만의
승객,450만톤의화물을처리할수있는능력을갖추게되었다.
현재62개항공사의항공기가177개도시를연결,취항하고있다.
그러나무엇보다두드러지는경쟁력은출입국심사에소요되는시간이
출국15분40초,입국12분43초로세계에서가장빠르다는데있다.
지난4월15일,
승객322명을태우고인천국제공항을출발,런던의히드로공항을향해비행하던
대한항공의KE907편은아이스란드의환산폭발로히드로공항이폐쇄됐다는긴급
연락을받았다.
글자그대로유럽의모든공항은이화산폭발로공황상태에빠졌고그파급효과는
전세계적인것이었다.
영국인만15만명이유럽대륙에발이묶였다.
KE907편은기수를파리의드골공항으로돌렸지만그곳도이미포화상태,
항로를다시독일의프랑크푸르트공항으로향했다.
서울본사에서긴급대책회의를주재한조양호회장은‘모든승객을안전하게목적지
까지수송하라‘는특명을내렸다.
프랑크푸르트지점은KE907편이공항에도착한지1시간30분후치열한경쟁을
뚫고4개호텔의250개객실을확보했다.
승객전원이호텔방에서편히잠을잘수있었다.
파리,프랑크푸르트,런던의3개저점은비상연락망을구축하고대책을세웠다.
‘버스로도버해협을건너히드로공항까지승객을수송하는’대작전이시작된것이다.
유럽본부는독일의버스회사와심야협의끝에버스6대를확보했으며,
다음날목적지가다른일부승객을제외한270명의승객을버스6대에나누어태우고
독일의바덴바덴-프랑스의칼레-도버해협-런던의히드로공항까지15시간의
육,해수송작전에들어갔다.
유럽지역본부는파리의식사서비스제공회사로부터300명분의샌드위치를긴급히
공급받아바덴바덴과칼레의중간지점고속도로에서승객들에게제공했다.
소설같은얘기다.
선임을선불한페리에는제시간에버스가도착하지못했으며독일의버스회사가
나서서페리의출발시간을늦춰6대의버스가도버해협을건널수있었다.
KE907편의승객들은15시간의환상적인수송작전끝에자정을넘긴시간에히드로
공항에도착,이미확보한택시와호텔을이용할수있었다.
한승객은‘다른항공사였다면승객들이프랑크푸르트에서자기집까지알아서가라고
했을것이다.‘하면서감탄했다.모두가그렇게생각했을것이다.
환상적인서비스였다는전화와편지도이어졌다.
이놀라운기지와순발력,특급수송에필요한재정지출을결심한경영진,이모든일이
대한민국의경쟁력인것이다.
작은일같지만그파장은오래갈것이며대한항공뿐아니라‘코리아’의긍정적인
브랜드와이미지로남는일이기도하다.
비록지금은서비스산업자체가취약한것이사실이지만이런기지와순발력이라면
글로벌경쟁시대에선두주자가되지말라는법도없다.
사실우리에게는그런잠재력이있는것이다.
‘압축성장’도그래서가능했던것이다.
중국남서부에있는운남성(雲南省-윈난성)은,
몽고가중국을점령하고있을때구름남쪽의먼곳이란뜻으로운남성이라불렀다고
한다.
미얀마,베트남과국경을접하고있는인구4천5백만의큰행정구역으로서성도는
곤명(昆明-쿤밍)이다.
인구1천만이넘는곤명은본래타이족(族)의영역이었으나원대(元代)이후중국중앙
정부가관활하고있다.
철강,정밀공작기계,화학비료,방적,전력등의공업이발전해있는곳이기도하다.
년전,곤명을여행했을때,
그곳은개발이한창이던서울처럼도시곳곳에큰토목공사가벌어지고있었다.
처음에는무심히보게되었는데아무래도이상한낌새가느껴졌다.
그건,그토목공사들에투입된중장비의거의전부가우리의‘두산-斗山’제품이었던
것이다.
그건정말놀라운광경이었다.
그먼중국땅에한국의중장비들이그토록많이있다는게믿어지지않았다.
내눈으로보지않고남의말을귀로만들었다면믿지못했을것이다.
그러나그건내가두눈으로본현실이었다.
두산의중국진출은세계최고중장비업체들인캐터필라나고마쓰보다늦었었다.
하지만두산은2000년이후이거대업체들을제치고여러해째중국의굴삭기시장을
장악하고있다.
1997년234대에불과했던굴삭기판매는2009년1만4500대로증가했다.
중국시장‘고객만족도평가’에서7년연속1위를달리고있다.
현재두산공정기계는33만M2의공장에서1600여종업원이연간29기종1만
7500대의굴착기와41기종7000대의지게차를생산하고있다.
이와같은두산의성공에는,
우선시장진입의리스크를감수한채현지업체와의합작대신100%단독투자를한것과
장시간의연속작업을해야하는중장비의특성을고려비핵심고급옵션을없애고
주요부품의내구성을높여‘잔고장없는중국형굴삭기’를공급하는현지화전략이
있었다.
영업조직,관리자도현지인을과감히발탁했고,중국전역에370의영업,A/S망을
갖추고24시간안에서비스를완료하는시스템도다른업체들이미처생각지못했던
전략이었다.
두산의제품다양화전략은중국건설시장의40%를차지하는휠로더시장을공략하기
위해2007년현지업체를인수한후최근연산8000대규모의생산공장도완공했다.
2008년5월,
‘쓰촨(四川)대지진’이발생했을때,중국정부의당면과제는신속한피해복구였다.
고마쓰,히타치같은굴착기업체들은수십대씩의장비를제공하겠다고발표했다.
그러나큰지진으로쓰촨성으로가는길이막혀굴착기가현장에도착하려면
몇주일을기다려야했다.
그러나두산은전혀다른방법으로접근했다.
두산인프라코어중국법인장인김동철씨는쓰촨성지역의대리점들과전화로접촉,
그지역두산굴삭기보유자들에게임대로,인건비,부품대,기름값등모든비용을
지불할것이니지진현장에서복구작업을해달라고부탁했다.
몇시간안에270여대의두산굴삭기가현장에모여들었고피해복구작업현장을보도
하는텔레비전화면에두산굴삭기만보이는것은당연했다.
그파급효과는두말할필요가없을것이다.
중국인들의뇌리에지진현장에서의두산굴삭기는깊이각인된‘인상적인것’이
되었다.
이기지와순발력또한대한민국의경쟁력이다.
인천국제공항의5연패도,대한항공의항공업계를놀라게한대수송작전도,
두산굴삭기의중국점령도모두가우리가해낸놀라운일들이다.
생각해보면놀라운민족임에틀림이없다.
앞으로의대한민국은우리가원하든원하지않든결국은장치산업인제조업에서
서비스와금융부문으로나아갈수밖에없다.
그게세계적인추세이며이미우리의일거리중상당부분이중국으로간것이그
증거다.
전체경제에서서비스부문의비율이58%밖에안된다는것은이분야가발전할수
있는폭이그만큼크다는의미이기도하다.
매킨지가지적하는한국서비스부문의문제점은전문성과생산성의부족이다.
전문성은그게어떤서비스분야든그일에종사하고있는종업원의자기일에
대해전문적인지식을가지는일이다.
우리에게크게부족한점이바로그것이다.
생산성은노동시간당‘생상량’이다.
OECD에따르면한국민간서비스부문생산성은제조업생산성에비해56%수준
이라고한다.
선진국들의경우이두가지부문생산성이거의비슷한것과는대조적인현상이다.
매킨지는한국이과거와같은GDP성장율을유지하려면향후20년동안의
논동생산성증가율이과거20년동안의생산성증가율보다26%이상높아져야
한다고본다.
결코작은수치는아니지만우리의기지와순발력,‘압축성장’을일구어낸실력
이라면불가능한일도아니다.
6.25전쟁의폐허에서오늘의눈부신성장을일구어낸게바로우리들이기때문이다.
대한민국은이미충분한경쟁력을가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