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지 狂.
DavidBogan은그의책‘avoidretirementandstayalive’에서
대단히단호한주장을한다.
‘은퇴와노후생활은다르다’는것이다.
은퇴는회사와같은‘조직’에서떠나는것이지만노후생활은은퇴와관계없이
계속해서영위되는일상,삶이라는것이다.
다른한가지는거의모든사람들은직장에다니는동안회사가정한일정한나이가
되면그곳을떠나‘은퇴’해야한다는세뇌(洗腦)를받는다고한다.
따라서은퇴는‘일상’에서의퇴출이라는부정적개념을가지게되며실제로
은퇴했을때‘자기인생’에서까지은퇴하는함정에빠진다는것이다.
그가주장하는핵심은직장과같은조직을타의에의해떠나게되는은퇴와는달리
그후에도계속되는생활-일상은중단될수없는‘삶’이라는것이다.
왜냐하면은퇴는그자체가인생의‘폐기’가아니기때문이다.
그래서노후생활은은퇴와는전혀다른,또하나의‘생활-일상’이라는주장이다.

‘나이들어은퇴한전형적인사람들은,
안락의자에앉아등을구부정하게굽히고무릎에담요를덮고차를홀짝홀짝
마시면서텔레비전을보고있다.‘
데이빗보건이관찰한이런은퇴자들의공통점은늙어죽기를기다리는것이외에
다른방도가없다는점이다.
사실이런일은우리에게도마찬가지다.
나이들어직장에서은퇴한후텔레비전리모콘을손에들고소파에앉는것이전부
라면인생도은퇴한것이다.
그러나‘하는일’이있으면그건나이와관계없이일상-삶이된다는것이다.
그‘일’은재취업,파트타임취업일수도있지만수입과는관계없는‘자기의일’도
포함된다.
문제는‘일’이있어야한다는것이다.

은퇴후의생활은,
어떤의미에서는더‘일’이필요한시기이기도하다.
단지돈을많이가지고있다해서노후생활의‘삶의질’이보장되는것은아니다.
그건전혀다른문제다.
여기에서중요한것이‘일’의연속성이다.
나이들어갑자기할수있는일은거의없다.
그건학습과정을가질수없기때문이다.
따라서젊었을때,현역에있을때의‘일’들이노후생활의중심이될수밖에없다.
대표적인것이개개인의‘취미생활’이다.
사람에따라천차만별의‘취향’이있지만그건상대적인차이일뿐우,열의문제는
아니며자기가집중하는분야가결국노후생활에서‘기둥’이되는게현실이다.
그건자연스럽고또좋은일이기도하다.
모든사람들은수입과관계없이자기가즐기고좋아하는‘일’을가지고있다.
‘무취미’인사람도있지만다양한분야에다가선전문가급아마추어도많다.
노후생활은그‘일’들을마음껏펼칠수있는기회이기도하다.
은퇴와노후생활이다르다는게그뜻이다.

나도이제는은퇴한후노후생활로접어든지십여년이되었으니이문제에대해
자그마한얘기는할수있을것이다.
나는중학생이었을때부터친구들이나주변에서‘독서광’이라는얘길많이들었다.
광-狂은‘미칠광’자다.
광의사전적의미는(일부명사밑에붙어)열광적인성격,또는그런사람됨을
뜻한다.
야구광,독서광,낚시광따위가그런것이다.
즉,자기가좋아하는일에광적으로집착한다는의미일것이다.
나는어려서부터책을아주좋아했다.
엄친께서는당신이정기구독하시던‘政經’이란월간지를반드시내가책방에가서
사오도록했으며그때마다어린이월간지인‘새벗’을살수있는돈은주셨다.
어려서부터책과책방에접근하는습관을길러주신것이다.
‘가정교욱’은그렇게중요했다.
지금도내가가지고있는물건중가장많은것이책이며제일좋아하는것도책이다.
인터넷으로신간들을검색하고,구매신청과함께인터넷뱅킹으로송금하면집까지
택배로배달해주는편리한시스템을십분활용하고있다.
새책을받아포장을뜯을때의설레임,
새책의무게를손으로느끼고책을쓰다듬을때의그촉감과잉크냄새,
그리고밝고따뜻한조명밑에서안락의자에깊숙이앉아첫페이지를열때의기대감,
페이지를넘겨가면서읽고,배우고,깨닫게되는내용들에대한경이감은사실
놀라운일-작업이아닐수없다.

1450년대,구텐베르그가인쇄한최초의책인‘42행성서’는1987년경매에서
539만달러에팔렸다.
그러나그보다더큰뜻은인쇄술의발달은‘책’을통해비로서많은사람들이
‘지식’을습득할수있는기회가주어진데있을것이다.
15세기에유럽에는이미천만권의책이있었다고한다.
책에는유사이래인류의정신적유산히담겨져있다.
책은위대한스승이자변함없는,언제나옆에있는친구다.
특히나이들어책을읽는다는것은하나의큰축복이자행운이라고할수있다.
인간을인간적으로성장시키는데는독서만한것이없다.
시간과공간을넘어모든것을배울수있는수단이곧책-독서다.
독서는생각보다아주중요한일상의‘일’이다.
돈,시간,노력이집중돼야하기때문이다.
지금도내앞엔읽으려고사놓은책이20여권쌓여있다.
내게이보다더큰재산은달리없다.
그래서나는‘독서광’인것을늘감사한다.

나는지금도때때로‘피아노’를배우지못한것을아쉽게생각할때가있다.
편모슬하의어려운생활에서‘피아노’는생각도할수없는희망사항일뿐이었다.
중학생이었을때,
등,하교길에서전파사가길에내다놓은스피커를통해‘바하의올갠음악’을
들은것은하나의큰계기였다.
그후나는음악을사랑하게됐고6년제중학교에입학하자곧바로브라스밴드에
들어갔다.
슬라이트럼본으로시작,거의모든관악기와리드악기를배웠으며고학년이었을때
악장까지맡았었다.
그때처음으로담당음악선생님의지도로총보를보는법을배웠다.
지금도감사한것은교회성가대의베이스파트에서헨델의‘메시아’와하이든의
‘천지창조’를연주했던일이다.
그런대곡을연주한다는것은개인적으로큰행운이며놀라운경험이었다.
내전문분야는‘바로크음악’이다.
프랑크푸르트근처의‘만하임궁전’에직접가봤을정도다.
특히요한세바스챤바하의음악에대해서는나름대로학문적인공부도계속하고
있다.
내가자랄때의우리세대는가난했고고생도많았다.
그래도나는음악을듣기위해먼곳도마다하지않았으며‘돌채’와‘르네상스’에
앉았던시간을합하면엄청날것이다.
학교를졸업한후직장에다니면서열심히저축,처음으로일제오디오세트를
샀을때의흥분은지금도생생하다.
나는그물건을쓰다듬고또쓰다듬었다.

오늘도이글을쓰기전,
musicaaltaripa의연주로바하의합주협주곡몇곡을들었다.
지금의노후생활에서고전음악을심도있게듣는다는것은아주중요한‘일’이다.
다른하나는,
나는음악을좋아하기때문에악기도아주좋아한다.
아내가생일선물로사준목관클라리넷은폐활량때문에더연주하기가어려웠다.
그래서나이70에현악기인첼로로바꾼것이다.
아마도70에첼로를시작한케이스는거의없을것이다.
나는그렇게악기를좋아한다.
지금은바하의무반주첼로모음곡제1번의5곡인‘메뉴엣’을연습중이다.
약3분정도연주되는48소절을암보하고포지션을익히는데8주가넘게걸렸다.
이제부터‘멜로디’가들리기까지의첩첩산중의연습이기다리고있다.
그래도나는아주즐겁게연습하고있다.
매일아침튜닝하고,스케일연습하고,메뉴엣을연습하는‘음악의일’이더없이
즐겁기때문이다.
친구들이나를‘음악광’이라고해도,그래서나는웃는다.

제임스케머룬의‘아바타’를계속두번봤다.
그리고혼자서말했다.
‘행복해,정말행복해’
아이반호,벤허에이어영화가다음단계로가는작품이SF의‘아바타’다.
이미그의솜씨는‘에이리언2’에서충분히증명된바있다.
나는자타가공인하는‘영화광’이다.
중학교때의흑백무성영화-활동사진에서시작,총천연색의씨네마스코프를거쳐
3D의‘아바타’까지섭렵해온게내영화여정이다.
소설‘개미’로유명한베르나르베르베르의작업실을취재차찾아간기자가
있었다.
그는가면서그작업실엔책으로가득차있을줄알았다.
그러나베르나르의글쓰는작업실엔세개의대형서가에영화DVD로가득차
있었다.
베르나르는매일영화한편씩을본다고본인이직접밝힌바있다.
그가작가로서가장강조하는조건이‘상상력’이다.

영화는다른나라,다른사람들,다른풍경,음식,언어,옷과가구들,교통,경찰,
군인,학교는물론,전혀다른민속까지보여주는상상의세계다.
영화가가지는난픽션의세계는거의무한대다.
유현목의‘오발탄’과‘잉여인간’을통해영화예술을알았다면와일러가보여준
‘벤허’는인간의상상력이어떻게시,공간을뛰어넘을수있는지를알게했다.
아마도로버트와이즈의‘사운드오브뮤직’같은뮤지칼은다시만들어지기
어려울것이다.
‘라스트모히칸’에서의그뛰어난솜씨가‘퍼블릭에너미’에서어떻게녹이
슬었는지를보여주는마이클만을보는것도영화의세계다.
앞으로영화의영상기술은어디까지발전할것인가.
그러나분명한것은영화도결국은‘콘텐츠’다.
그게부족하면기술만으로는그자리를메꾸지못한다.
무슨이야기인가.제일중요한것은풍부한상상력을가진‘인간이야기꾼’이
있어야한다는것이다.
제일중요한것이바로그것이다.
우리영화의가장가슴아픈취약점도바로그것이다.
철학이있는작가와감독이있어야한다.
그리고외모와겉치장에치중하는배우들도더내공을쌓아야한다.
손익분기점을겨우넘기는영화가20%도안되는현실을똑바로볼줄알아야한다.

내서재한쪽구석엔내가직접설계,목수방에서만들어온‘낚시장’이있다.
손때묻은낚시대들,수십개의서로다른릴들,낚시줄과각종바늘,온갖소도구들이
가지런히정리된채낚시장을가득채우고있다.
한때,나는모래사장에서뛰어내리다대를휘두르는던질낚시에서납이달린
채비를80미터까지날리던실력의보유자이기도하다.
파도셋을넘겨야고기가입질을하기때문이다.
남해다도해에서의갯바위찌낚시.
고기가물면스물스물바다속으로끌려들어가는전기찌의난반사가보여주던
그아름다운광경은지금도잊을수가없다.
서해의백령도-덕적도바다에서의우럭잡이배낚시.
엄지손톱크기의‘가마가즈10호’바늘에3키로짜리우럭을건기록도가지고있다.
지금은체력이달려바다낚시는나가지못하고있다.
낚시장을바라보면30여년의긴세월이파노라마처럼지나간다.
사람이보람된‘추억’을가진다는게얼마나소중한것인지를깨닫게된다.
친구들은나를‘낚시광’이라고불렀지만선장들은‘기술자’라고불렀다.
어떤선장보다도고기를잘잡았기때문이다.
그리고그들은나를‘국제신사’라고도불렀다.
어떤경우에도배에쓰레기를남기지않았으며손바닥보다작은물고기는반드시
놓아주었기때문이다.

내게는나만의프리미엄이있다.
그게‘그림’이다.
내서재의마주보는벽엔언제나아내가막그린새그림이걸린다.
화가아내의덕분에이런사치를누리고있다.
비어있는벽은그방의인간이얼마나삭막하게사는지를고발하고있는것이다.
그림보다더정서적인것은없다.
그런면에서나는행복한사람이다.
나는내노후생활에만족하고감사한다.
하는‘일’이많고,그일들을통해계속창조적인삶을살수있기때문이다.
그래서블로그에올리는글을쓰는시간도감사하고행복하다.
글을쓰기위해매일,계속해서강도높게공부하는것도얼마나놀라운일인가.
은퇴와노후생활은전혀다른것이다.
은퇴는물리적으로모두가겪어야하는일이지만노후생활은사람에따라전혀
다른또하나의인생인것이다.
리모콘을들고소파에앉는생활만은단연코거부해야한다.
대신‘자기의일’을해야한다.
우리들의일상-삶에는은퇴가있을수없다.
매일매일이새로운시작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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