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예찬.
예찬(禮讚)은훌륭한것,좋은것,아름다운것을높이고기린다는뜻이다.
삼매(三昧)는Smamdhi라는산스크리트어이며잡념을떠나서한가지대상에만
정신을집중시키는경지로바른지혜를얻고대상을올바르게파악할수있는
수준을의미하기도한다.
따라서독서삼매경(讀書三昧境)은잡념없이오직책을읽는데만골몰하는경지다.
독서라는행위를삼매라는말로수식하는것은책을읽는것이그만큼중요하다는
뜻이기도하다.
독서(讀書)는글자그대로책을읽는것이다.
물론인간만이언어를가지고있고똑책을가지고있다.
그렇다면사람은왜책을읽는것일까.
학교에다니는동안은커리큘럼에따라학과공부에필요한교과서를읽지만그건
어떤의미에선강제된독서이기도하다.
그러나학교의학습과무관한책을스스로선택해서읽는것은참된의미에서독서다.

우리모두는,
정상적인일상을살고있다면하루세끼의식사를한다.
그래야몸-육체가정상적으로유지되고발달-성장할수있으며병에걸리지않고
건강을유지할수있다.
똑같이,동물적조건을모두갖춘인간은‘정신적존재’이기도하다.
따라서육신이음식을요구하듯정신도양식을요구한다.
말하자면책은‘정신의양식’인것이다.
몸을위한음식만섭취하고정신이요구하는양식을멀리한다면발전의균형이
깨진‘기형의인간’이될수밖에없다.
아주일찍부터철학자들은이의미를꿰뚫어봤고그래서지금까지도회자되는
격언을남겼다.
‘인간은교육받지않으면-배우지않으면동물적인존재일뿐이다.’
사실상우리공동체안에는실제로이런사람들이많다.
어린것들에게몹쓸짓을하는‘짐승만도못한놈들’이바로그들이다.
책은정신의양식뿐아니라인간을올바로교육하는첩경이기도하다.
때문에‘독서’는취미일수가없는필수적인정신작업이기도하다.

독서-책을읽는다는것은,
읽을책이있다는것을전제한다.
인간이처음만든책은‘점토판문서-粘土板文書’였다.
점토라는흙은미세한입자를가지고있기때문에물에젖으면흡착성,가소성,
점성이생기며가열하면굳는성질이있어도기,내화물,기와,시멘트등의원료로
쓰이기도한다.
바빌로니아남부지역에는BC3000년경,인류최초의수메르-sumer-문화가있었다.
그들은설형문자-楔形文字-쐐기문자를발명했으며,점토를이겨만든점토판에
갈대의줄기를사용,글자를찍었기때문에쐐기글자라고불린다.
상상력이풍부한어떤수메르사람이강가에남아있는물떼새의발자국을보고
이런글자를만들었을것으로추측하는학자들이많다.
지금까지남아있는다수의점토판은그대부분이상거래의기록들이며계약서들이다.
구약성서의히브리인인‘아브라함’도그가남긴상거래의점토판이확인되면서
우르에살았던실재인물이었음이판명되기도했다.
기록은그렇게중요한것이다.

점토판이후,
가장대표적인종이는나일강가의갈대를쪼개만든‘파피루스’였다.
한편지금까지도남아있어기록의역사를읽게해주는종이가‘양피지’다.
동양에서는대나무를쪼개어엮은후글을써놓은책들도있다.
그러나‘기록’이사람들에게넓게읽히기위해서는책의대랑생산이절실했다.
수도원의제한된필사만으로는그수요를채울수없었다.
1450년경,
독일인인구텐베르크는금속활자를개발,‘42행성서’를인쇄했다.
180부중30부는양가죽이었고(양피지),나머지는종이였다.
양피지‘42행성서’한권을만드는데는320마리의양가죽이필요했다.
1987년한경매에서이양피지성서는539만달러에낙찰됐다.
그러나세계최초의금속활자인쇄본은따로있다.
선(禪)에관한고승들의어록을요약한‘직지심경-直指心經’은고려우왕3년,
1377년에간행됐다.
현존하는세계최초의금속활자본으로공인된불경이기도하다.
구텐베르크의활자보다78년을앞선우리조상들의지혜가그것이다.
이미14세기초에우리는금속활자로책을찍어낸문명국인것이다.

내가군에입대한것이1957년,
그때부대안에는‘공민학교’가있었다.
문맹인군인들에게한글을가르치는영내학교였다.
실제로나는수많은동료사병들의편지를대필해줬고,도착한편지들을대신
읽어주기도했다.
새카만이등병이최고참분대장보다더좋은대우를받은것도편지대필덕분이었다.
내가제대할때,그들은똑같은말을했다.
‘박일병이떠나면이제편지는누가쓸끼여’
지금우리나라는문맹율제로에가까운선진국이다.
120년의역사를가지고있는‘대한기독교서회’는선교사들에의해시작되었으며
그들은모든간행물을반드시한글만사용한다는원칙을세웠다.
한글출판물이대량으로공급되는시대를연것이다.
‘한글성경’.
이책은담안에갇혀있던아녀자들에게한글을공부시킨일등공신이다.
교회마다‘한글공부반’이있었으며성경을읽기위해한글을공부했다.
19세기말,이미한글소설이대량필사되었으며전계층이책을빌려읽은
기록들이남아있다.
빌려주는책-세책-貰冊지이면에남아있는기록을보면한글소설을빌려보기위해
지폐와엽전같은현금은물론,반지,귀걸이와같은장신구류,놋그릇,대접,수저와
같은식생활용품,은족집개나우산,외투등실로다양한물건을저당잡혔음을
알수있다.
당시의세책문화가얼마나깊이뿌리박혔는지를알수있다.
우리선조들은그렇게열심히책을읽었다.

독서의즐거움은읽을책-살책을고를때부터시작된다.
신문등,그리고인터넷검색을통해신간들을일별해보고구입할책을결정하는
과정자체가얼마나즐거운일인가.
지금은출판문화도발달해서참으로다양한분야의수많은책들이발간되고있다.
사람은누구나자기가특히좋아하는분야가있다.
따라서일차적인선택은‘자기취향’이기준이될수밖에없다.
다음이‘필독서’들이다.
대표적인것이‘세계문화사’다.
역사와문화를함께공부할수있는책이문화사류다.
문화사를공부하면사람의폭이넓어지고분별력도높아진다.
지금은경제가정치를앞서는시대다.
경제를쉽게풀어쓴책들도부지기수다.
경제를모르면‘지구촌상황’을이해할수가없게된다.
그리고교양서적들.
다양한분야들을압축하고,쉽게풀이한책들도아주많다.
그내용이거의사전적인수준에가있는저술들도많다.
그래서책의선택은더욱즐거운일이된다.

독서에는,책을읽는요령도아주중요하다.
그게어떤책이든,가장중요한부분은저자의‘서문’이다.
서문만주의깊에읽어도책의절반은읽은셈이다.
서문을주의깊게읽는습관을길러야한다.
다음이책의목차,
독서량이많은사람일수록목차에대한검토가철저하다.
처음부터끝까지읽어야하는책들도있지만이미다른책을읽어알고있는내용이
중첩되는경우도많다.
목차를검토,자기가읽을항목을정하는것도독서요령의한가지다.
모든책은일단읽기로결정했다면‘정독’하는자세가중요하다.
속독은기술이지독서는아니다.
독서는정독을통해그내용을음미하고,그내용에대해스스로생각하는과정이
중요한것이다.
얼마나읽었느냐가아니라무엇을어떻게읽었느냐가관건이다.
그리고중요한부분엔밑줄을긋는습관도길러야한다.
같은문장을여러번반복해읽는것자체가커다란학습이기때문이다.

인간은그육체적나이와관계없이독서-학습을통해‘인간적성장’을이루어
나간다.
책을읽음으로서아는것이많아지고,지식의깊이가생기며,서로다른것들을
비교할수있는안목이생긴다.
책을많이읽는사람은‘교양인’이다.
사람의도리에대한이해가깊고,일상에서그행동거지가신중하고지혜로워진다.
같은사물을봐도그평가에서큰차이를가질수있다.
책은가벼운사람에게무게를실어주며,
아는것없이아는체하는사람에게속내를채워준다.
책은,같은인생이지만그‘삶의질’을높이는힘이있다.
책을많이읽으면전혀상관없어보이는‘정보’들을연결할수있다.
그것은사실대단한기능인것이다.
책은,책을통해얻는것을기준할때가장적은비용으로가장큰이익-효과를
얻을수있는기적같은물건이다.
정말책속에는모든것이다들어있다.
그래서책은‘정신의보물창고’다.
어찌사람으로태어나책을멀리할수있겠는가.

나는오래전,갑자기발발한‘협심증’때문에병원응급실에입원한적이있다.
응급실안에서도또다시격리된방에서온몸에6개의주사바늘을몸에꽂은채
48시간을지낸일이있다.
만약그상태로계속누워있어야했다면결코견뎌내지못했을것이다.
그때나를구해준게책이다.
프레더릭포사이스(FrederickForsyth)의‘단편집’을읽으며시간가는줄모르고
지냈다.
간호사는머리를절레절에저었지만주치의에게허락을받았기때문에막지는
않았다.
그격리실에서책을읽은환자는내가처음이라고했다.
영국켄트주애쉬포드에서1938년에태어난포사이스는오래동안‘로이터’와
‘BBC’에서일한저널리스트다.
그의작품이가지는꼼꼼하고전문적인디테일이그때문이다.
그의대표작은모두가아는‘자칼의날’이다.
최근에발표된‘어벤져’와‘아프간’도한번손데잡으면놓지못하는,최고의
이야기꾼이포사이스다.
책을싫어하는가람이라면무조건포사이스를추천한다.
다음이프랑스의기소르망(GuySorman).
1944년생인그는파리행정대학원출신이다.
그게누구든소르망의글을읽으면‘안목’을높일수있다.
사람의수준이달라지는것이다.
포사이스와소르망,이두사람의책은더묻지말고그냥사면된다.
그들은정말‘보증수표’다.
본래의‘우리말’이어떤것이었는지를알고싶다면정지용의시와이문구의
‘관촌수필’을읽어야한다.
예향호남에남아있는우리의고유한‘습속’을알고싶다면최명희의열권짜리
‘혼불’을읽어야한다.
최명희는이책을쓰고지쳐서죽었다.

휴렛패커드,유니레버,노키아,인켈,BMW등의글로벌기업들에컨설팅을해주고
있는‘마티아스호르크스’는1996년독일의프랑크푸르트에‘미래연구소’를설립
하고메가트렌드및소비자트렌드를연구하고있는미래학자다.
그는,전자책의등장과종이책의미래에대해대단히독특한전망을내고있다.
‘종이책은인간의다양한감각체계와연결된문화상품이기때문에앞으로더증가
한다‘는것이다.
전자책은기능상품이지문화상품은될수없다는얘기다.
책의선택,구매신청과송금,택배로도착,포장을뜯는손으로느끼는책의무게와
냄새,첫페이지를열었을때의기대감,읽으면서느끼는경이로움과즐거움,그리고
서가에꽂아보관하는소유감,
서재에들어섰을때천정높이까지의서가를가득메운책들을보는만족감과자부심,
손때묻은책들을다시꺼내보는효용성,정말책은지극히감각적인인류의유산이다.
그래서나는책을반드시사서읽는다.
그리고소유하고활용한다.
오늘의‘나’는,책이길러낸인간이기도하다.
사람들은나를‘독서광’이라고부른다.
그보다더명예로운별명이달리또있겠는가.
그래서나는‘독서예찬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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