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는 음악상자.
우리집을방문하는분들은대개가비슷한얘기를한다.
‘이댁엔TV가없네.’
우리집에거실이없기때문이다.
거실은아내의아뜰리에로변했고따라서소파도TV도없다.
TV가자리잡고있어야할위치에는벽전체를채운서가에천정까지책이차있고
소파가있어야할자리에는아내의컴퓨터세트와그림소도구,그리고책상이자리
잡고있다.
우리집엔안방도따로없다.
거실전체를아내가쓰는대신안방은내서재가되었다.
작은방두개중하나는함께쓰는침실이고다른하나는아내가자기방으로쓰고있다.
사실,아내는TV를거의시청하지않는다.
그림그리는시간,사람들에게그림을지도하는시간,그리고영문소설과영문서적을
읽고번역하는시간만으로도절대적으로시간이모자라기때문이다.
영어에대한아내의애착은그림다음으로크다.
내가손님들에게지상파3사(KBS,MBC,SBS)를전혀시청하지않는다고하면
한결같이하는말이있다.
‘그럼TV는전혀안보는군요.’
나는대답대신그냥웃고만다.
지상파3사가곧TV라고생각하는사람들에게무슨설명을할수있겠는가.
그건그냥‘선택’의문제일뿐이다.
자기의선택만알고타인의선택에대해모르면그런질문을할수밖에없다.

우리집에도분명히,성능이아주좋은TV가있다.
그것도내서재에서가장좋은위치에자리잡고있으며거의매일,때로는몇시간씩
시청하기도한다.
TV를‘바보상자’라고부르는데그건사실이다.
프로그램의질이떨어지면서더그렇다.
그러나내게있어TV는‘음악상자’다.
특히지금처럼은퇴후의노후생활에서TV는없어서는안되는필수적인도구이기도
하다.
내가시청하는프로그램은크게세가지다.
축구,야구,그리고가장많이시청하는게음악프로그램들이다.
축구의경우는A매치가기준이고,프리미어리그,프리메라리가,세리예A가기준이다.
야구의경우는MLB에서뉴욕양키스와보스톤래드삭스가기준이다.
주어진시간안에서최고의경기만보기위해서다.
음악의경우는스카이라이프차넬의129번ArteTV와128번의UnitelClassica가
기준이된다.
대개의경우129번차넬에고정되어있을때가많다.
음악프로의내용이다양하고좋기때문이다.

128번의UnitelClassica는,
독일의HD클래식방송사인UnitelClassica사의재전송방송으로이탈리아,
스페인에이어한국이세번째재전송국으로지정되었다고한다.
아시아시장을염두에둔포석일것이다.
프로의대부분이재방송들이지만특히유럽의유수한연주단체와연주자들의
격조높은음악을시청할수있는귀중한차넬이다.
한편129번의ArteTV는,
1987년(주)사운드랩으로출발,
2002년스카이라이프와공급계약을체결했으며,
2008년공연예슐허브’Arte’를오픈,HD제작시스템을도입했다.
2009년3월24시간HD방송을개시했고,4월에는HDSNG로공연중계의
HD방송을송출하기시작했다.
국악시간을포함,종일클래식음악을방송하고있으며국내거의모든연주단체와
연주자들의음악회를녹화방송,생방송중계로송출하고있다.
나는이두음악방송사의프로를시청하기위해같은규격에서기십만원이나차이
나는fullHD(초고화질)TV를구입하기도했다.
한편,시청하는모든프로는반드시전날인터넷으로검색,선택한다.
나역시시간이빠듯하기때문이다.

서재의안락의자에편히앉아온갖음악프로들을초고화질의TV로시청한다는것은
현대인이누리는‘기술적혜택’이라고생각한다.
개인의독주든,몇사람이함께하는실내악이든,그리고대규모의관현악단에
이르기까지우리나라음악계의일반적인발전은눈부실정도다.
전문음악인의숫자도급속히늘었고,
연주레파토리의폭도아주다양해졌다.
웬만한지방자치단체에는거의관현악단이있을정도로저변도넓어졌다.
모두가바람직스러운현상이아닐수없다.
거기에이들에게‘연주기회와무대’를제공하는음악전문차넬까지생겼으니
음악을사랑하는사람으로서이보다더큰행복이따로없다.
그리고나는개인적으로다른이들이쉽게누릴수없는프리미엄이있다.
규모가큰심포니오케스트라의경우그일반적인악기편성은,
현악기군,목관악기군,금관악기군,그리고타악기군이기본이다.
필요에따라건반악기가추가되는경우도있다.
그런데나는이악기군의기본악기들을배웠고연주한경험이있기때문에
같은곡이나연주라도‘감각적’으로더깊이감상할수있다.
악기들의속성과연주수준을가늠할수있기때문이다.
지금도목관클라리넷과첼로를가지고있으며매일아침100여분정도연습하고
있다.
그래서TV는내게있어‘음악상자’인것이다.

세기의명지휘자는‘헤르베르트폰캬라얀’이다.
여기에는이의가없다.
그런데나는그를‘장님지휘자’라고부른다.
오케스트라를지휘하는내내눈을감고자기세계에빠져있는모습은단원들과의
‘눈으로나누는중요한교감’이결여되어있기때문이다.
우리가배출한세계적인지휘자정명훈은다르다.
눈을감고지휘할때도있지만그는시선으로,눈빛으로연주자들과교감한다.
지휘자의얼굴표정과눈빛은지휘봉이상의기능이있는것이음악의세계다.
엊그제(7월22일).
서울시향은스메타나의‘나의조국’전곡을예술의전당에서연주했다.
객원지휘를맡은,프라하필하모닉의상임지휘자‘야쿠프흐루샤’는1시간20분의
긴곡(6곡)을전부암보로지휘했다.
풍부한표정,날카로운눈빛,그리고자신감이넘치는지휘로서울시향이가지고
있는그이상의연주기량을뽑아냈다.
어떤지휘자는목석같은무표정이고,
다른지휘자는기계적으로박자만맞추기도하고,심한경우의자에앉아서지휘
할때도있다.
몸이불편할수도있지만그럴때는지휘를그만둬야한다.
가장곤혹스러운경우는그생김새가음악과전혀어룰리지않는지휘자를볼때다.
본인의책임을아니겠지만음악은음악에걸맞는모습도요구하고있는게사실이다.

GustavoDudamel.
약관29세의베네주엘라의지휘자인두다멜은타의추종을불허하는카리스마가
있다.
클라우디오아바도는그를‘다음세대최고의지휘자’로지목한바있으며,
사이먼래틀도그를후원하고있다.
2009년9월LA필하모닉의음악감독-지휘자로취임했으며그라마폰에서음반을
내고있다.
UnitelClassica차넬을통해본두다멜과그가지휘하는
SimonBolivarYouthOrchestraofVenezuela의연주는경이로운것이었다.
우선악단규모가놀라웠다.
더블베이스가8대(서울시향도8대)
첼로가12대(서울시향10대)인바,
일반적으로규모가큰관현악단이라해도더블베이스6대,첼로8대가평균이다.
놀라운것은목관악기군의편성,
오보에가4대,바순이4대,
목관클라리넷,풀륫,후렌치혼이각6대,튜바가2대.
보통의경우목관은각2대씩,그리고튜바는하나다.
다른현악기들도일반편성의두배였다.
같은베토벤의3번교향곡인데전혀다른음악으로들리정도의질감이었으며
단원들의연주실력도대단했다.
그리고놀라운것은두다멜의지휘였다.
그는악보없이암보로지휘했으며표정,눈빛,몸짓하나하나가단원들과긴밀히
교감하는영감의차원이었다.
정말놀라운지휘였다.

우리나라젊은지휘자중,
소리얼심포니오케스트라의지휘자성기선이두다멜과비슷한점이많다.
그의차이콥스키교향곡5번지휘는모든면에서단원들의실력을최고의경지까지
끌어내는놀라운수준이다.
암보,자신감,표정과눈빛으로연주단원들과교감하는수준도천부적이었다.
앞으로기대할만한케이스라고생각한다.
8월에개봉될영화‘기적의오케스타라엘시스테마-ElSistema’는
구스타보두다멜이출연하는다큐멘터리로,음악의힘이변화시킨수십만명의
삶의이야기다.
엘시스테마는베네주엘라청소년오케스트라,음악센터,음악워크숍의연합으로
베르린필의에릭슨루이스,그리고두다멜도이기관이배출한유명인들이다.
두다멜이지휘한‘ElFiesta’음반도그라마폰에서제작,우리나라에도들어와
있다.
영화가감독의작품이라면음악연주는지휘자의작품이다.
우리에게서도계속정명훈과같은세계적인지휘자가배출돼야한다.
젊은연주자들의기량을보면이런기대도전혀지나친것은아니다.

내가현역이었을때우리부부는참으로많은음악회에다녔으며은퇴후의노후
생활에서는TV를통해더많은연주회와접하고있다.
그때나지금이나음악회에는변하지않는법칙이한가지있다.
무대의상과연주자의기량은반비례하는게그것이다.
내,외국인을막론하고실력이뛰어난연주자들은그무대의상이검소하고수수하다.
뮤지션은오직‘연주’로만말하기때문이다.
실력이부족한연주자의경우,
대개는상대적경쟁에서보다는부패한연줄로무대에서게되는데자기의부족을
감추려는방어심리때문에극도로화려한무대의상을걸치게된다.
여성성악가의경우작부(酌婦-술집에서손님을접대하며술을따라주는여자)수준
에도못미치는,차마눈뜨고봐줄수없는경우도있다.
물론그연주는‘음정’자체가불안한,수준미달이대부분이다.
무대의상이화려하기로는‘국악’을따를게없다.
정말그들은대단하다.
외화내빈(外華內貧-화려한겉치레와빈곤한속내)의국민성탓도있을것이다.
지나치게화려한무대의상은옷과사람이조화되지못해보기에민망할정도다.
음악이연주되는무대에서는의상이아니라연주실력으로말하면된다.
또그런풍토가돼야한다.

우리나라는아직상대적으로합창음악이미진한편이다.
기악연주에비해합창음악회도많지않다.
그런데때때로합창연주회에서대단히민망한장면을보게된다.
연주프로그램중아이들이등장하는경우가그것이다.
그아이들은정말노래를잘부른다.
문제는,어린아이에게어른의무대의상을만들어입히고어른의화장을시킨점이다.
어린아이다운모습그대로라면얼마나잘어울리고아름답겠는가.
그런데그사랑스러운애들은온데간데없고횟됫박을뒤집어씌워작은낮도깨비를
만들어무대에세우는것이다.
그뒤에‘골빈당에미들’이있기때문이다.
정말이점만은반드시개선돼야한다.
아이들을아이들대로그냥놔두면된다.
다른하나는,
무대의상과나이의관계다.
나이많은여성성악가가축늘어진살을다드러낸무대의상을입었을때의꼴불견은
정말목불인견이다.
왜들그렇게자기를모르는것일까.
적당히가리는것이다드러내는것보다은근미가있다는것을모르기때문이다.
명색이현역음대교수도마찬가지다.
세상모든일은겉과속이어울릴때가가장아름답지않은가.

우리가TV를시청하는자세는크게두가지다.
‘종속적’인경우와‘주도적’인경우가그것이다.
종속관계(從屬關係)는상위개념에하위개념이종속-딸리어붙는경우이고,
주도적(主導的)이라함은남을이끌고지도하는처지,능력을이르는말이다.
엄격한의미에서우리나라에는글자그대로의공영방송은없다.
BBC와비교하면대답은절로나온다.
모두가‘시청율’에의해좌우되는‘상업방송’이고따라서프로그램에국민계도적인
내용과교육적인것은들어설자리가없다.
KBS1TV는독자적이기보다상업방송들과경쟁하는수준에서벗어나지못하고있다.
그러면서시청료를강제징수하는것은국민을우롱하는처사가아닐수없다.
막장드라마의비도덕적이고퇴폐적인내용에대해이를비판하지못하거나비판
하면서도외면하지못한다면그건이미중독성종속관계다.
이건좋다나쁘다의얘기가아니다.
주도적인시청은반드시프로그램의사전검색이라는과정이있어야한다.
내가시청할프로를인터넷으로미리검색,주도적으로선택하는것이다.
이제는전문방송차넬이늘고있고,방송내용도상업방송들을능가하는것이늘어나는
추세다.
정말바람직한현상이다.
매일,내가원하는음악을가장좋은기술적환경에서시청할수있다는것은정말
커다란행운이아닐수없다.
그래서늘감사하고있다.
음악은언제나‘영혼이거니는뜰’이기때문이다.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