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환상곡.
‘검은고양이든흰고양이든쥐만잘잡으면된다.’
이한마디가오늘의중국을만들었다고해도결코지나친얘기는아니다.
쓰촨성(四川省)의객가족(客家族)출신인뎡사오핑(鄧小平)은오늘의중국을만든
시발점이다.
1918년프랑스로유학,1921-24년빠리에서공산주의운동에참여했으며그후
모스크바의중산(中山)대학에서수학하고귀국한후광시(廣西)에서공산당의
지하운동에종사했다.
1981년정치적탄압에서재기,실권을장악한후실용주의노선에입각하여
기업과농민의이윤보장,지방분권적경제운영,엘리트양성,외국인의중국투자
허용등과감한개방,개혁조치들을단행오늘의중국이이룩한경제발전의주춧돌을
놓았다.
같은공산주의독재체제라해도중국과북한이다른것은결국지도자의서로다른
안목과수준때문이다.
이후중국은공산주의일당독재의전체주의체제와자본주의시장경제가함께있는
세계유일의기형국가형태로그경제규모에서일본을제치는강대국이되고있다.
G2라는단어가만들어진배경이그러하며지금중국은‘먹는문제’하나만은완전히
해결하고있다.

중국의일부해안지대를둘러본사람들은하나같이중국이곧미국을따라잡을것이라고
호들갑을떤다.
사실크게발전하고있는해안의일부지역만본다면그런생각을하는것도무리는
아니다.
중국사람들은죽을때까지아무리애써도이루지못하는일이세가지가있다고한다.
자기나라를전부여행해보지못하는것.
그만큼중국은큰땅이다.
자기나라음식을다맛보지못하는것.
자기나라말을다배우지못하는것.
중국은엄청나게많은방언이있다.
그래서해안지대만보고중국을말하면안된다.
‘중국에는없는물건이없다.
단지,서로멀리떨어져있을뿐이다.‘
이격언은중국의크기를말하고있는것이다.
중국인이일찍부터장사에능한것은넓은땅의서로다른상품을교환해야하는필요
에서생긴기질인것이다.
중국전체를볼때일부해안지역의발전은사실미미할뿐이다.
엄청난넓이의땅과모래처럼많은사람들이‘해안지대의발전’과는무관하게
살고있다.
중국당국이서부개발을위해엄청난투자를계속하고있는것도‘내륙’의개발과
발전이없이는선진국이될수없다는사실을알기때문이다.

나는개인적으로중국을여행할때하나의원칙을정하고떠난다.
‘도시-농촌(시골)-오지를함께둘러볼것’이그것이다.
오지(奧地)는해안이나도시에서멀리떨어져있는,내륙깊숙이있는땅이다.
산간오지(山間奧地-깊은산속의매우구석진곳)가그뜻이다.
예를들어중국과비교되는미국에는농촌-시골은있어도오지는없다.
거개의선진국이그렇고우리도마찬가지다.
중국에서오지에들어가기위해서는도시에서버스로12시간이상,상태가아주
나쁜비포장도로를가야한다.
중국의오지에는19세기가그대로있다.
21세기를살고있는한국의보통사람인나도,
그들이차려주는음식은먹을수가없다.
비위생적이라거나맛이없다는차원이아니라전세기의전혀다른음식이기
때문에접근이안되는것이다.
그건전혀딴세계의음식이다.
풀기라고는하나도없는,푸르딩딩한쌀밥과쪄놓은땅콩만몇술뜨다말게된다.
그런데도그들은그음식이진수성찬이다.
중국의오지가미국의시골수준이되는데얼마나시간이걸릴까.
원자바오총리는100년이걸릴것이라고했지만내가보기에100년으론불가능
하다.
미국이나다른선진국의시골을알기때문에하는얘기다.
중국에오지가남아있는한중국은선진국이될수없다.

위그루자치구수도인‘우루무치’에서타클라칸사막주변분지에있는‘투루판-
吐魯番‘까지는버스를이용했다.
불완전연소된디젤의역한연기가계속차안으로밀려들어와손수건으로코와입을
막고있어야했다.
고창고성(高昌古城)의유명관광지를가지고있는투루판의기차역,그화장실은
칸막이가없었다.
엉치를드러내고앉아서로가멀뚱멀뚱쳐다보면서볼일을봐야했다.
정말이해가되지않는일이었다.
투루판에서깐수성서부의‘돈황-敦煌’까지는야간침대차를이용했다.
칸막이도없는그침대열차의복도는‘야만’그자체였다.
그아수라의고통은지금도소름이끼칠정도다.
유명한‘돈황석굴-敦煌石窟’을구경한후시안(西安)으로가기위해돈황공항으로
갔다.
시골의기차역같은건물이었고,비행스케쥴은전광판이아니라다낡아빠진
흑판에사람이백묵으로쓰고있었으며,타고갈비행기는시간이됐는데도도착도
안했다.
왜늦는지,얼마를기다려야하는지전혀,아무런어나우스먼트도없었고,사람들은
무표정하게죽치고앉아기다리고있었다.
뭔가를기다리는데서는그누구도중국인들의끈기를따라가지못한다.
출발시간보다1시간이지난후비행기가도착,곧탑승수속을할줄알았는데종내
무소식이다.
1시간여를기다리다지나가는직원을붙들고물어봤다.
서투른영어의대답은,‘비행기엔진이과열돼서식혀야되는데시간이얼마나
걸릴지는모르겠다‘는것이다.
결국비행기는예정보다3시간늦게이륙했고,곧어두워졌다.
그런데예정된시간보다빨리착륙준비를하는게아닌가.
비행기가착륙한곳은시안이아니라‘난주’였다.
태우고갈손님이있어서내렸다는것이다.
아무데서나길가다손을드는손님을태우는시골버스와하나도다를게없었다.

어느나라나오지의사정은비슷하다.
(인도가조금더하다.)
그러나첨단교통수단인비행기를움직이는메카니즘에서,그게아무리국내선
이라해도중국은아직멀고도멀었다.
구소련시절의일류신기도그렇지는않았다.
중국의발전과오지는극명한대립을보여주고있다.
그넓은오지가하드웨어에서도시와비슷해지기까지얼마나많은시간이걸릴지는
사실아무도모른다.
19세기가21세기로갑자기건너뛸수는없기때문이다.
중국에대해제대로된얘기를하려면도시와농촌,그리고오지를모두둘러봐야
한다.
너무낙후돼있고,너무넓고,너무복잡해서갈피를잡을수없는곳이중국이다.
그넓은땅의한면만보고중국을말한다는것은위험하기까지한일이다.

대사(大事-큰일-관혼상제같은)를치러보면그집안을알수있다는말이있다.
이재찬은이병철의친손자다.
이병철이누군가.
그런데그손자가아파트에서투신자살했고,빈소도없이가족들만의손으로장지를
향했다.
세상은이건희와그집안을다시봤을것이다.
먼저사람있고돈도있는법.
어떻게자기아버지의손자,친조카를그렇게보낼수있는가.
그걸사람의도리라고할수있는가.
46명의젊은이가산화한천안함사건이터졌을때,
우리는,우리에게중국이무엇인지를똑똑히봤다.
이명박과후진타오의‘동반자관계’는정치적립서비스일뿐‘가재는게편’이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중국은북한의만행을알면서도싸안고돈다.
그동안중국은북한을두번놀라게했다.
1992년김일성부자의강력한반발에도불구하고한국과‘수교’를단행한것이다.
다른하나는1997년노동당비서황장엽이탈출했을때북한의국가적압력에도
불구하고황장엽을북한으로보내지않았다.
그러나천안함사건은그‘속성’에서군사적충돌까지갈수있는‘불씨’였으며
결국중국은‘게편’을든것이다.
그건북한을위해서라기보다중국의‘안마당’이소란스러워지는것을막으려는
중국의이기주의때문이다.
중국은결국중국편일뿐이다.

지금중국은세계1위의수출대국이며,
GDP에서일본을앞질렀다.
현재중국의외환보유고는2조4000억달러로세계최고이며
9월20일현재미국국채의보유만도8467억달러로세계최고다.
세대가교체되면서‘저임금시대’도종말을고했고,이미자본수출국으로돌아
선것은물론,자본재,소비재,내구재에서거대한소비시장으로부상하고있다.
2009년도중국의해외직접투자는565억달러(68조원)로세계5위이며2002년
기준57배로늘어난규모다.
지금중국의해외투자는농업,공업,첨단기술산업등대상을가리지않는다.
중국의신생자동차회사인‘지리자동차’가유서깊은유럽의명차‘볼보’를
인수한게그런케이스다.
중국은49개노선1만3000킬로의고속철건설을위해일본과프랑스로부터
합작을미끼로첨단기술을차근차근빨아들이고있다.
13억인구의46%가1963년기준앞뒤7년사이에태어난베이비붐세대다.
이들의구매력은세계사치품시장의27%를소비하는랭킹2위의소비대국이
됐으며2010-2015년사이베이비붐세대의2세들이결혼적령기가된다.
따라서향우3-5년사이중국에서는소비대폭발이일어날것이다.
한국을비롯한주변국가들이‘특수’를기대하는현실적인이유가그것이다.

누가뭐라해도지금중국은공산당일당독재의전체주의국가이며,
상당기간이구조는변하지않을것이다.
그래서‘중국모델’은학문적연구의대상이되고있기도하다.
사회주의정치철학-공산독재와자본주의시장경제의이이상한공존이어떻게
가능한것인가.
중국공산당이제일두려워하는게내란-內亂이다.
중국의역사는곧내전의역사이며그때마다수많은나라가사라졌었기때문이다.
정보의차단에도불구하고년간수백건의폭동이일어나고있다는사실은이제
다알고있는얘기다.
일부의비난에도불구하고원자바오총리는계속해서‘정치개혁’을주장하고있다.
중국공산당의당면문제가얼마나심각한것인지를반증하는케이스다.
‘현재의정치체제안에는관료주의와권력집중현상,간부급지도자들의종신제
현상과각양각색의특권적현상이존재한다.
세계민주화조류는경제발전방식의변화,부정부패의척결,공정한분배를요구
하고있고중국인민들의민의(民意)도이런방향으로의정치개혁을요구하고있다.‘
정치적인부패,공산당일당독재,관료주의,빈부의격심한격차,노멘클라투라의등장,
모두가옛소련이겪었던내홍(內紅)이지금중국에서진행되고있는것이다.
만리장성의굳게닫힌문이밖에서열린적은없었다.
그게중국이다.

앞으로중국이어떤길로갈지는아무도모른다.
문제는중국이라는실체가우리에게미치는영향이너무크기때문에소홀히
생각할수없다는점이다.
우리가바라는가장바람직한방향은,
중국이우리나대만처럼정치민주화를통해자유민주주의국가가되는것이다.
또는싱가폴처럼소극적인민주화로‘권위주의’를유지하는길이있으며
정치적민주화의거부로장기적인정치불안이계속되는남미의경우가있다.
또하나는어떤돌발사태로구소련처럼갑자기붕괴될수도있다.
현재로서는남미의전철을밟을가능성이가장높아보인다.
서구의수평적민주주의와는달리중국은수직적민주주의채택과그유지에
힘쓸것이기때문이다.
중국을여행해보면‘공안-公安’의힘이막강하다는것을실감할수있다.
사실상의‘경찰국가’인것이다.
우리가중국에대해생각할때가장주의해야할점은‘우리기준’으로중국을
보면안된다는사실이다.
중국은철저히공산당일당독재의‘폭력국가’임을잊으면안된다.
티베트나위구르지역에대한인민해방군의무자비한폭력을보면쉽게이해가
될것이다.

역사적으로조선은중국의그늘을벗어난적이없다.
6.25와중공군의개입이최근의일이다.
그러나대한민국은달라야한다.
광복이후지금까지중국에대한우리의태도는계속시험당하고있다.
김정일의두번의방문에도불구하고중국은파격적인지원을하지않고있다.
이미그자체가큰변화다.
우리와중국의관계에서가장중요한점은우리가북한보다중국에거더절실한
파트너가돼야하는것이다.
우선경제적으로그래야하고다음이문화교류다.
중국에게이익이되는,중국이소중하게생각하는이웃이돼야한다.
한,미동맹이라는지랫대없이이일은이루어지지않는다.
균형의문제이기때문이다.
중국에대한과대평가도,과소평가도모두가금물이다.
있는그대로보고대처하되우리뒤에도힘의‘실체’가있다는것을알게해야한다.
현실적으로‘중국환상곡’은없다.
역사적인냉엄한현실이있을뿐이다.
중국도언제까지나‘불량집단’인북한을껴안고있지는못할것이다.
나라가커지는만큼세계가요구하는‘책임’도따라오기때문이다.

지난6월9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핵무기개발의혹을사고있는이란에대한추가제재결의안을
표결에부쳐찬성12표,반대2표로통과시켰다.
거부권을가진상임이사국으로서중국은당초추가제재에부정적이었다.
그중국이찬성쪽으로돌아선것은이스라엘때문이었다.
이스라엘은고위급대표단을중국에파견,
국제사회가이란의핵무기개발을막지못한다면이스라엘은이란의핵시설을
폭격할것임을밝혔다.
이스라엘은2007년9월북한이지원한시리아의핵시설을폭격한바있다.
원유의11%를이란에서수입하고있는중국으로서는‘에너지의소스’를막겠
다는이위협에굴복,추가제재안에동의할수밖에없었다.
작은나라의큰힘이어떤것인지를알수있는일화다.
우리는전통적으로달걀한줄이10개다.
크고작음에관계없이갯수가가격의단위가되는것이다.
그런데중국시골의장터에가보니달걀을저울에올려놓고무게단위로팔고
있었다.
우리의‘명분’과중국의‘실리’를어떻게조화시킬것인가가결국열쇠가될
것이다.
그래서하루속히중국전문가를길러야하고대우도해야한다.
중국과우리는육지로연결돼있다는사실을한시도잊으면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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