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해운대에선제15회부산국제영화제가개막되었다.
레드카펫을밟는국내외스타들과감독들을직접보려는사람들로5000여객석은
물론,개막식장인수영만요트경기장일대가사람들로가득찼다.
정말화려하기그지없는행사인것이다.
부산국제영화제는매년가을부산에서개최되는영화제로서1996년9월13일에
시작되었다.
이영화제는세계7대영화제중하나이며아시아를대표하는영화제이기도하다.
첫해인1996년에는31개국169편의영화가상영되었으며
14회인작년에는70개국355편이상영되었고,
15회인금년은67개국306편의영화가상영될예정이다.
그규모만으로도국제영화제로서손색이없을정도다.
제15회인금년도의‘개막작’은,
중국의장이머우감독의‘산사나무아래’가선정되었으며이영화의야외상영을
시작으로15일까지9일간의일정이진행될것이다.
10대후반야만적인‘문화혁명’을겪은장감독은1960년대의순수한남녀의사랑을
그리고싶어이작품을만들었다고했다.
이제장이머우감독의수사(修辭:아름답게꾸미고듣기좋으라고하는말)을들어
보자.
‘내가처음부산에왔던1999년부터한국영화는급속히발전했다.
그러면서부산영화제도맞물려서발전해왔다.
현재부산영화제가아시아최고,최대의영화제가된것은한국영화의발전과잘
맞물려있기때문이라고생각한다.‘
부산영화제자체가발전한것은사실이다.
처음의30여개국에서70여개국으로참가국이늘어난것이단적인예가될수있다.
그러나장감독의수사처럼이영화제의발전과한국영화의발전이맞물려있다는
지적은맞는말이아니다.
행사는행사일뿐,현실은현실인것이다.
‘칸’에서전도연은여우주연상을받았지만‘밀양’은아무상도받지못했다.
작품성을인정받지못한것이다.
바로그런차이가존재하는게지금의한국영화다.
한국영화의현주소는아주간단하게수치로설명할수있다.
2009년에제작된한국영화는모두138편이다.
그런데이중손익분기점을넘긴영화는단지16편뿐이다.
비율로따지면13.6%만이익을남겼고86%가제작후투자원금을건지지못했으니
엄청난손실인셈이다.
손익분기점(損益分岐點)은,
매상고와총비용이똑같아지는점이다.
말하자면투자비용을회수할수있는최저기준인셈이다.
매상고가이점을넘으면그때부터이익이발생하게된다.
138편의영화를만들었는데그규모에관계없이손익분기점을넘긴영화가16편뿐
이라는것은나머지가시장에서의상품가치를인정받지못했다는뜻이다.
관객이외면한것이다.
86%의영화가투자원금도건지지못하고손해를본셈이다.
다른하나는수익률의수준이현저히낮은점이다.
‘바이엑스트엔터타인먼트’는수익률이높은투자펀드임에도불구하고5년동안
100억원을투자해서104억4000만원의매상고를올렸다.
수익률자체가4.4%에그치고있는것이다.
그런데도손익분기점도넘기지못하는영화들이계속만들어지는것은영화산업이
‘흥행업’이기때문이며그안에는사행성(射行性)이있기때문이라고봐야한다.
한국영화가안고있는또하나의약점은,
극장개봉이외의DVD판권이나해외판권등에서올릴수있는수익이거의없다는
점이다.
영화수입의90%이상이‘극장관객수익’뿐인것이다.
‘아바타’의경우,그수익의가장큰부분은극장외의각종판권인사실이이를
잘설명해주고있다.
하나의영화가‘상품가치’가없다는것은결코국내에서만적용되는문제는아니다.
영화의상품성은시장점유율과도직결된다.
2006년도의한국영화시장점유율은63.8%로절정에이르렀었다.
그것이지금은42.4%로떨어졌으며이는2000년대들어최악의흥행실적으로기록
됐다.
반대로미국영화의시장점유율은50.5%로2009년보다6.7%포인트증가하고있다.
영화시장도시장인이상그민감한시장에서살아남는길은좋은상품-좋은영화를
만드는길밖에달리왕도가없다.
아무리시설에투자하고좋은그릇을써도음식맛이없으면그식당은문을닫게된다.
그러나골목안에있어도‘맛’만있으면사람들이줄을서는게시장원리다.
참으로놀라운것은영화제작자들만이간단한경제원리를모르고있다는점이다.
한해에138편의영화가만들어지고,
그중16편,즉13.6%만이손익분기점을넘긴다는것은한국영화가깊은병에걸려
있다는충분한증거가된다.
크게볼때,
모든영화에는하나의영화를기획하고만드는제작사가있다.
돈을투자하는투자사와극장에영화를공급하는배급사가함께이런기획사를만드는
것이다.
기획사는,대본-시나리오,감독,배우들을섭외해서인력구성을마친다.
다음이이를근거로투자사,투자자를모집하게된다.
돈이확보되면제작에들어가며영화가만들어지고배급사가그영화를극장에공급
한다.
영화가극장에서상영되고관객이들게되며매출이발생한다.
영화상영이끝나고2-3개월이지난후,매출을정산,계약조건에따라극장,배급사,
제작자,투자자가이를나누게된다.
지적하고싶은것은이런시스템과메카니즘에종사하고있는사람들의‘전문성’
문제다.
80%가넘는,‘망하는영화’를계속만들어내는게이들이기때문이다.
여기에는반드시구조적인문제가있을것이다.
나홍진감독의‘추격자’이후,
같은반열에세울수있는영화가김광식감독의데뷔작‘내깡패같은애인’이다.
나는이영화의‘비교우위’를상대적으로확인하기위해박쥐,잘알지도못하면서,
과속스캔들을어이서봤다.
추격자와내깡패같은애인이차지하는우위는똑같이두가지다.
콘텐츠(content)와캐릭터(character)가그것이다.
한국영화에서가장부족한것도결국은이두가지다.
‘내깡패같은애인’은제목과홍보에서코미디영화처럼비쳤지만사실은가슴이
찡한무게있는드라마다.
다시보고싶은영화이기도하다.
나홍진과김광식의공통점은콘텐츠,즉대본-시나리오를직접쓴점이다.
영화는화려한영상과놀라운음향으로극장안을채우지만그건단지‘수단’일
뿐이다.
거기에실리는이야기-콘텐츠-내용이없으면그건속빈강정이되고만다.
상품이안되는것이다.
흑백영화에도‘불멸의명화’가있는게그때문이다.
‘하이눈’이그런영화다.
영화제작자들이수십억씩주고‘인기있는배우’를확보하는동안찬밥신세의대본
작가들은드라마쪽으로가고말았다.
영화에서가장중요한중심축이영화계를떠난것이다.
그게비극의시작이었다.
‘내깡패같은애인’에서는,
박중훈이오동철을연기하지않았고,
정유미가한세진을연기하지않았다.
먼저박중훈은오동철이가되었고,정유미는한세진이되었다.
그게김광식의연출력인것이다.
캐릭터에서성공한것이다.
정말드문케이스다.
모든영화는,결정적으로대본-시나리오에의해그우열이결정된다.
결국관객이원하는것은‘좋은이야기’인것이다.
그이야기를쓰는전문작가와역량있는감독의확보야말로영화의생사가걸리는
문제다.
배우는그다음,다음이다.
충무로의그늘은‘이야기꾼들’이떠났기때문이다.
김광식은단지8억원으로그런영화를만들었다.
박중훈과정유미는김광식의손에서전혀딴배우가된것이다.
지난해대형투자사6-7곳이투자한돈은전부3188억원,대부분이개물에
타먹고말았다.
콘텐츠와캐릭터를소홀히했기때문이다.
사실은그게‘흥행업’이가지는근본적인약점이기도하다.
빈약한뿌리를그대로둔채대박과요행수를바라보는한이악순환은멈추지
않을것이다.
한국영화의내일이근심스러운이유도거기에있다.
‘홍보를아무리잘해도딱일주일이고결국은관객들이보고나서소문을내는게
가장중요하다.
이제관객들은영화를‘한국영화’와‘외화’로구분하지않는다.
‘재미있는영화’와‘재미없는영화’라고표현한다.
그래서국내외에서다통하는영화소재-콘텐츠-재미있는이야기를찾는게앞으
로의과제다.
그것이야말로세계가시장이되는길로가는‘틈’을발견하는것이기때문이다.‘
1999년‘주유소습격사건’을만들었던영화제작자김미희씨의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