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평방킬로의넓이에1천만이넘는인구가살고있는세계적인거대도시다.
지금모스크바를여행하는사람들은이도시가불과21년전엔‘유령의도시’였다는
사실을믿기어려울것이다.
1917년‘볼세비키혁명’으로시작된‘공산소련’은74년간의무서운전체주의를통해
직,간접으로2억의인간을희생시킨후1991년에붕괴됐다.
1991년말,보수파의쿠데타가발생,이를무력화시킨‘옐친’은보다급진적인개혁을
단행하게되었으며공산주의에대한포기와‘공산당’해체를통해‘소비에트유니언-
SovietUnion-소련‘은붕괴되었고,
1992년1월탱크로점령했던위성국가중발트3국을제외한12개의독립공화국이
느슨한‘독립국가연합-CIS’를형성함으로서’악의제국‘소련은지구상에서사라졌다.
그역사적인격변기였던1991년의5월,
소련이붕괴되기몇달전나는‘레닌그라드’를거쳐모스크바에갔으며여러날그곳에
체재했었다.
가장충격적이었던것은‘황폐화된도시’의처참한모습이었다.
그건정말‘유령의도시’였다.
가난과남루로뒤덮인그거대한도시엔문을연가게가단하나도없었다.
차를타고하루종일돌아다녀도물한모금사먹을데가없었다.
부다페스트도그렇지는않았다.
가끔사람들이길게늘어선줄을발견하고가까이가서알아보면담배나립스틱을
사기위한줄이었고,
내가투숙한호텔가까이에있는간선도로한곳은하루종일,매일사람들이뱀이
또아리를튼것같은줄에서서몇알의감자를사고있었다.
그줄은전혀줄어들지않았으며점점그길이를더해갔다.
호텔옆에있는쓰레기통에는어린아이들이모여들어쓰레기를뒤져뭔가를찾아
먹고있었다.
호텔을나설때물과간식을준비하지않으면아무데서도구할수가없었다.
공산종주국의수도모스크바는그렇게‘사회주의’의몰락을숨기지못한채드러
내고있었으며그건그때그현장을보지않은사람은결코믿을수없는‘사실’이
었다.
그런면에서그참담한역사의현장을직접목격한것은개인적으로행운이기도했다.
어느날저녁,
나는공산당청년회관에‘모이세프발레단’의공연을보러갔었다.
‘탱고’한가지로두시간동안다양한프로그램을보여준모이세프의실력과수준에는
그저탄성이나올뿐이었다.
정말슬라브문화에완전히압도당한밤이었다.
모이세프는서울에도다녀간바있다.
그청년회관에들어서는순간숨이막힐정도로담배연기가자욱했다.
지금의북한도마찬가지지만모든공산국가의흡연과음주수준은서방국가들이
따라갈수없는정도다.
담배와술이‘타는속’을진정시키는거의유일한수단이기때문이라고했다.
입장료는우리돈으로채1000원이안됐다.
공산국가들은사람들의불만을잠재우는방편으로‘공연관람료’를아주싸게책정
한다고했으며국내선항공요금도놀랄정도로쌌다.
관객대부분이젊은이들이었고정말순박한사람들이었다.
내가꺼내권한‘말보로’는순식간에동이났다.
그들은내가‘남한사람’이라는사실에대단히놀랬다.
그때,
그차량들이청년회관마당으로들어오기시작했다.
모스크바거리에서거의볼수없는검은색의대형리무진들이었으며정차한문을
운전수가열자‘이방인’들이밖으로나왔다.
그들은정말형색이좋았고,
가장비싼옷과장신구로치장했으며,
지금막런던이나파리에서도착한유럽의부자들같았다.
그들이바로‘공산귀족-노멘클라투라’였다.
나는바로내눈앞에서움직이고있는그들을똑바로살펴볼수있었으며거개의
시민이굶주리고있는이도시에전혀‘다른계층’이존재한다는사실을그현장
에서확인할수있었다.
그들은주위를의식하지않았으며오히려온갖시선을무시했고,경호원의안내를
받으며‘로열석’으로가서자리를잡았다.
결국사회주의는‘프롤레타리아의독재’가아니라‘노멘클라투라의독재’였다.
계층을부정하고인민모두의평등을외쳤던‘혁명’이또다른‘계층’을만들어낸
아이러니한현장이바로그곳이었다.
노멘클라투라는모든공산국가에존재했던‘특수권력계층’이다.
노멘클라투라-nomenklatura는,
라틴어에서파생된러시아어로서‘리스트-명단-명부’라는뜻이다.
특권을가지는공산당간부는물론,그러한관료조직자체에까지쓰이는용어이기도
하다.
특히노멘클라투라는혁명이아닌권력의유지와입신출세를지향하는보수체질의
직업적관리층이며체제파엘리트들이기도하다.
노멘클라투라는세습은아니지만,
그러한지위에오르기위해받아야하는고등교육이소련내지배층자녀들에게돌아가기
쉽게되어있기때문에이리스트에쉽게오를수있으며사실상귀족같은신분이되어
소련체제를지탱하는구조를이루게된다.
노멘클라투라가되기위해서는당기관의지도적간부의추천을받고당간부회의에
의한임명절차를밟아야한다.
일단노멘클라투라가되면좋은자리와높은소득이보장되고온갖특권외에도‘다챠’
라고불리는별장은물론노후에는‘고액연금의수령자’가된다.
모스크바에는이들만이용할수있는‘큰가게’가있는데,
거기에는없는물건이없다고한다.
과거소련에는이런노멘클라투라가약75만명이있었으며(공산당원의약4.4%)
그가족까지합치면300만명에이르렀다고한다.
지금러시아총리인,전대통령‘푸틴’도노멘클라투라출신이다.
소련이러시아로전환되는혼란에서도이들은온갖이득을챙겨거부가됐다.
북한의노멘클라투라는‘김일성일가’가그핵심이다.
그리고친,인척과노동당고위관료와그가족이여기에해당되며그숫자는20-25만
명으로추산된다.
말하자면25만이2.400만을‘볼모’로잡고‘공산귀족’의생활을하는것이다.
인민들이먹을게없어굶어죽어도노멘클라투라는이를개의치않는게공산국가의
특징이다.
그들은부족한것없이,그사회에서는최고의대우를받으면서‘체제-일당독재-개인
독재‘를보위하기만하면된다.
중국의경우개혁,개방이가능했던것은대만과화교자본이있었기때문이다.
말하자면특권계층의‘탈출구’가있었던것이다.
북한에는그것이없다.
그들은죽는날까지‘수령체제’를지켜야자기들도살수있기때문에,
또무엇이잘못되었는지를알지만다른선택이없기때문에체제수호자가되는것이다.
모든독재자는‘노멘클라투라’가필요하며그들을유지해나가기위해비용을집중
투자하게된다.
김정일이한꺼번에백대가넘는‘벤츠’를사가는게그런이유다.
그만큼인민들에게돌아갈몫은없어지는것이며이악순환은그체제가붕괴될때
까지계속된다.
달리는자전거가서면쓰러지는원리와같다.
적십자회담에나온북측대표는,
정부기관의대표가아닌남한적십자사실무자에게‘쌀50만톤과비료40만톤’을
달라고했다.
남측적십자사는‘그건정부차원의문제’임을들어거절했다.
북한에쌀을주는문제는언제나양면성을가질수밖에없다.
굶고있는동포들을위해쌀을보내야한다는당위론은그원칙에서는옳은말이다.
어찌쌀뿐이겠는가.
가장큰문제는,
그쌀이동포들에게전달되지않는다는데있다.
2만이넘는탈북자들은한결같이그동안남쪽이보낸쌀을받아본일이없다고증언
하고있다.
그쌀이군부대와노멘클라투라에게우선적으로배정되는건그쪽시스템에서는
지극히자연스러운일이다.
우리는이점을깨달아야한다.
다른한가지문제는,
보내는쌀의배급실태를모니터링할수없다는점이다.
내정간섭을내세우는것도문제지만물리적으로불가능하다.
심지어남측이보는앞에서는배급하고그후에전부환수한일까지있지않은가.
따라서우리가인도적인입장에서보내는쌀이동포들에게는전달되지않는다고
보는것이현실적이다.
또하나의문제는,
우리의쌀이북한의굶주림을근본적으로해결할수없다는한계성이다.
만성적으로수요의20%이상이부족한북한의국가적인식량문제를우리가해결
할수는없다.
그건어디까지나북한스스로가해결해야할문제다.
지금북한의‘정상적인경제체계’는오래전에붕괴됐다.
생산과재생산이죽어버린사회는그무엇으로도구제할수가없다.
그야말로밑빠진독에물붓기다.
‘자본주의시장경제’아니고는살아나는방법이없다.
북한과국경을마주하고있는중국이무엇으로일어났는가.
지금중국은자본주의국가보다더자본주의적이다.
공산당일당독재체제가언제까지갈수있을지도장담할수없다.
경제가발전하면‘민주주의’가따라오는게역사의현실이다.
지금의북한체제는경제적측면만가지고말한다면반드시망하게돼있다.
정상적인경제가존재하지않는곳이북한이다.
북한의암시장에서‘남한제품’은감추어두고단골에게만파는‘특수상품’이다.
그들도,비로서남쪽과자기들을비교할수있는‘단서’를손에쥐게된것이다.
이일이화약고의뇌관이된다는것은북한당국이더잘알고있다.
‘지금북한에식량을주면남아있는우리들의아들,딸세대가잠깐연명하는
효과는있겠지만그보다는북한지배층을더욱살찌우고주민의가난을연장시켜
그들의지배를영속화하는결과를가져올것이다.
따라서지금의아들,딸세대가굶어죽는한이있더라도김정일체제가계속돼
손자세대까지굶어죽는것은막아야한다.‘
탈북자들이하는말이다.
대북지원은궁극적으로북한주민의삶과생존과는무관하다는얘기이며그건
‘김왕조’를지원하는것이된다는경고다.
사회학자들에의하면,
하나의사회가가난하면할수록저항의지가약화되고권력을상대할수있는힘을
조직하기가어렵다고한다.
우선먹는문제에급급하다보면다른여력이없다는것이다.
김정일의통치수단의하나가‘가난의유지’인것은이미다알고있는사실이다.
백만단위의인민이굶어죽어도눈하나까딱하지않는게김정일이다.
중요한것은‘자기일족-김씨왕조와호위세력’이지인민은아니기때문이다.
노멘클라투라만살려내면체제는유지되는것이고세습도가능해지는것이다.
우리에게있어북한문제는처음부터이율배반적(二律背反的)이다.
이율배반은,서로모순,대립하여양립하지않는두명제가동등한타당성을가지고
주장되는것이다.
합리적이지도,논리적이지도못하다.
그것은,지배계층인노멘클라투라와동포를나누어생각해야하는속성때문이다.
동포를생각하면쌀이아니라속옷까지도벗어줄수있지만그것을노멘클라투라와
군대가차지하기때문에보낼수가없다.
그들이요구하는것을준다는것은그체제를유지시키는것이나마찬가지다.
‘햇볕정책’이쏟아부은막대한돈이‘핵’이되어돌아온게대표적인케이스다.
그리고이악순환은결코고쳐지지않는다.
김정일은생존을위해그손에서핵을놓을수없기때문이다.
북한동포들을살려내는근본적인길은무엇일까.
그건북한정권-체제의붕괴다.
그들을도와주면안되는이유는이렇게분명하다.
‘인도적지원’은정상국가에만해당되는용어다.
북한집단은‘불량국가’,그이상의‘악’이다.
어떻게명색이사회주의국가에서권력의3대세습이가능한가.
이제그들도망하는길로들어서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