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素描.
근자우리나라종교들은거칠어지고,난폭하며,폭력적이기까지하다.
사제가사제를향해시정잡배같은거친말을마구뱉어내고일부나이든좌파의
‘원로’들은그것을나무라기보다두둔하고부추기기까지한다.
정부가자기들이원하는만큼의행사예산을주지않는다고종교가정권을위협하고
자기들영내의출입을막는,전대미문의일이대낮에벌어지고있는판국이다.
‘성(聖)이썪으면그악취는더심하다’는말은사실이다.
본래종교에는없는이런사악한속성이나타나는것은결국종교라는보이는
‘조직’도사람이운영하기때문이며그사람들이사악하고부족하기때문이다.
미사-예배와시위-집회도구분못하는수준미달의사제들이구현하겠다는
‘정의’는어떤것이며,
한문실력이달려자기들의경전도제대로읽지못하는‘승려’들의수행은또어떤
것인가.

김수환추기경과법정이떠난빈자리가이렇게클줄은몰랐다.
종교지도자의‘몫’이어떤것인지새삼절실하게깨닫게된다.
오래간만에심란한마음으로법정이남긴들을다시읽었다.
그중에이런대목이있다.
‘토인비는,
현대문명의위기는기술문명이토끼처럼뛰어가는데비해정신문명이거북이걸음
으로그뒤를쫓고있는데있다.‘고말했다.
법정은우리들이안고있는‘정서의불균형’을지적하면서그것이온갖문제와혼란과
갈등의깊은원인임을말씀하고있는것이다.
결국이불균형이종교까지도삼켰으며그심각한폐해가지금처럼막가는모습으로
나타나고있다.
법정의처방은뜻밖에간결하다.
삶의속도,가정의평화,사고력에대한통제력을회복하기위해서는TV시청시간을
대폭줄이라고한다.
TV를끄고인생을켜라고한다.
우리가그것에빼앗겼던것을회복하지않으면안된다는것이다.

다음은쓰레기같은‘정보’를피하고선별을잘해야하며그선별을위해올곧은판단
력이있어야함을강조하고있다.
판단력은곧‘지식’‘이며’실력‘이다.
평소에‘공부’하지않으면가질수없는조건이다.
‘때로는휴대폰-IT기기들을놓고다녀라.‘
본래의‘자기’로돌아가는시간의필요성을역설하고있다.
지금우리들은너무나그기기들에몰입해있고어떤면에선‘노예’가된상태다.
그속박과제한을극복하라는충고다.
마지막대목은정말법정다운주장이다.
‘광고에저항하라’
광고는근본,속임수이며소비자에대한선동이다.
빛에대해서만말하지그늘은절대언급도안하는게광고다.
거기에현혹되지말라는것이다.
결국이말씀들은‘균형’을잃지말라는가르침이기도하다.
표층에서만살고심층에는가보지도못한부족한인간들이‘자리’를차지하고앉아
온갖‘불균형’을양산하고있는게지금의우리사회이며종교라면지나친말일까.

5만개가넘는현대사회의직종중에는‘속기사’라는직업도있다.
20년차의‘국회속기사’인백순정씨가이런말을했다.
‘수기(手記)속기사의경우,
최고의속기사가되기위해서는속기를연습한갱지(更紙-주로신문지,시험지따위
로쓰이는보통종이)가자신의키만큼쌓여야한다.‘
‘노력’의정도를물량과수치로설명한것이다.
연습한갱지가키만큼쌓인다는것은피나는,각고의노력없이최고는될수없다는
얘기다.
지금우리들이살고있는세상은모든것이‘빨리,빨리’변하고있고사람들은그게
제일인줄알고있다.
그래서‘노력’의의미가퇴색하고있다.
그러나,그어떤경우에도‘노력’없이는최고도,성공도없는게세상의이치다.
노력은과정이며음지에서의고독하고힘든작업이다.
그래서모두가피한다.
그러면서도‘명예와부’는갈구하는잘못된이중성이우리사회에팽배해있다.

이웃일본이과학분야에서모두15명의노벨상수상자를내는동안한국은단한명도
없다는것은무엇을의미하는것일까.
돈과공작으로사온‘평화상’은이미잊혀진지오랜‘치욕’일뿐이다.
과학분야에서노벨상을받을수있는수준은그바탕에연습한갱지가키만큼
쌓이는‘노력’이있었다는얘기다.
우리의가장큰약점은모든분야에서기초에약한것이다.
기초과학이홀대받고,기초과학분야에일생을걸겠다는사람이없다.
그건,사회분위기가그렇기때문이다.
우수한두뇌들이당장‘돈’이되는분야로만몰리는것도같은맥락이다.
지금까지우리가외국에지불하고있는‘기술로얄티’는엄청난금액이며이대로
간다면더늘어날것이다.
힘들게돈벌어남의좋은일시키고있는셈이다.
백약이무효인‘한,일무역불균형’이그대표적인사례다.
기초과학없이선진국은요원하다.
세계의일류국가,선진국은하나같이모든분야의‘기초’가탄탄한나라들이다.
이제는우리의공동체-국가가‘기초학문’을위해인센티브를마련할때가됐다.
그게진정한‘공적자금의투입’이기도하다.

며칠전,
저녁식사후아내와함께TV로전문음악프로그램을시청했다.
정명훈이지휘하는서울시향과눈부신신예신현수의협연이었다.
연주곡은차이콥스키의D장조바이올린협주곡.
아내도나도한결같이좋아하는곡이다.
2악장이연주되고있을때,
바이올린과풀륫의아름다운화음을듣고있던아내가말했다.
‘아,정말아름다워,놀라운화음이야,
꼭물감을썪는것같아.‘
사실,절묘한표현이었다.
화가가서로다른물감을섞어색을낼때의희열을,바이올린과풀륫의화음으로
설명하고있는것이다.
모두가‘전문가의경지’가아니겠는가.
40년가까이그림을그리고있는아내가이제야색을섞는것을좀알것같다는얘기를
한다.
전문가가되는데는10년이걸리지만어떤경지에이르는데는평생이걸린다는얘기는
맞는말이다.
악기의경우도결국연습량이모든것을얘기하게된다.

좀거북한얘기이긴하지만,
그렇다고어떤특정인을지목해서하는얘기도아니지만,
교향악단의경우,어떤한사람때문에연주실력과는관계없이그‘이미지’가
망가지는경우가있다.
소도둑놈같이생긴얼굴과모습을가진사람이섬세한목관을연주하는것은정말
어울리지않는다.
금방부엌에서나온것같은,전혀어울리지않는여자가풀륫을불고있는것도마찬
가지다.
불도저운전을했으면딱좋을사람이지휘봉을잡고서있는모습도봐주기어렵다.
사람과직업은,사실어느정도는어울려야한다.
본인의잘못도아니고,본인이책임질일도아니지만연주단체스스로를위해서도
이런인물들은기피해야한다.
베를린에있는‘도이치필’에는완전히새까만흑인여자비올리스트가있다.
흑인이심포니오케스트라에있는일도드물지만,그흑인연주자는,어떤‘기품’이
느껴졌다.
보통의실력으로는그자리에앉지도못했을것이다.

내가이스라엘을처음여행한것이1980년대초였다.
네게브지역을여행하다사막한가운데서있는휴게소에들렸다.
화장실은깨끗했고소변기는수세식이었다.
이사막한가운데있는수세식변기에서정말물이나올까.
특히이스라엘은물이귀한나라다.
소변을본후약간은긴장된마음으로버튼을눌렀다.
쏴-하고물이흐르는것이아닌가.
이스라엘의‘힘’을느낄수있었다.
카이로공항의그불결하고악취나는활장실이오버랩되면서3억의아랍바다에
떠있는작은섬이스라엘이생존할수있는이유를알것같았다.
국경을사이에둔양쪽의풍경도아주다르다.
이집트쪽이황량하고,거칠고,매말랐다면이스라엘쪽은세련되고,엄격하지만
합리적이다.
한쪽막사주변은모래뿐이지만,다른쪽은현대식간이건물에아름다운꽃이만발한
화단까지있다.
한세기이상차이나는이서로다름이아랍과이스라엘의현주소이기도하다.

벤예후다거리는예루살렘의다운타운이다.
특히밤에는시끌벅적하기까지한지역이다.
그곳엔노천카페가많고테이블에는몇사람씩같이앉아맥주도마시고식사도한다.
양해를구한후한테이블에앉았다.
두명은보통복장이고,한명은군복에M-16을어깨에거꾸로멘,아주젊은여자들
이었다.
나는여자군인에게여러가지질문을했고,
이제19살의당찬이여군은시원시원하게대답했다.
‘나는이스라엘의현역군인이며,
이스라엘에서는누구나고등학교를졸업하면의무적으로입대한다.
지금내가가지고있는총은M-16이며실탄이장전돼있고허리에는예비탄창도
차고있다.
우리가늘총을가지고다니는것은‘테러’때문이다.
이스라엘에는전선이따로없으며모든곳에서아랍의테러가일어날수있다.
때문에나는어느곳에서나즉각대테러작전을수행해야하며그렇게할수있는
충분한훈련도받았다.‘
그날카로운눈빛과단호한태도,그리고충분한훈련에서오는자신감,저럴로
느껴지는애국심이오늘의이스라엘을지키는힘이라는점을절실하게느낄수
있었다.
그리고그게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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