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街) 산책.
모차르트는,
1782년무렵부터생애의마지막10년동안바하와헨델의대위법에의한작곡법에
깊은흥미를느꼈다.
그는바하의‘평균율클라비아곡집’과‘푸가의기법’을공부했으며그것은악기들의
편성과작곡형식의변화를탐구하기에좋은교본들이었다.
모차르트는이렇게익힌작곡기법을활용해장례식에쓰이는미사곡모음인‘레퀴엠
-requiem‘을작곡하기시작했다.
이곡의복잡한구성은그가이곡을쓰기위해혼신의힘을불어넣었으며자신의어두
운면을파고들어곡을써내려갔음을짐작할수있다.
본래이레퀴엠은익명을요구하는의뢰인으로부터적지않은사례비를받은후작곡
하기시작했는데그때모차르트는심신이몹시고통스러운때이기도했다.
1791년12월4일,장티부스로운명하기전날밤모차르트는성악가친구들을침대
곁으로불러레퀴엠의각부분을불러보도록했다고한다.
결국이레퀴엠은모차르트스스로를위한진혼곡(鎭魂曲)이되고말았다.

이곡의미완성부분은그의제자‘쥐스마이어’에의해완성되었으며,
1793년12월14일빈에서초연되었다.
제1부입당송-introtius.
제2부키리에엘레이손-kyrieeleison.
제3부속송-sequenz.
제4부봉헌문-offertorium.
제5부상투스-sanctus.
제6부베네딕투스-benedictus.
제7부아뉴스데이-agnusdei.
제8부콤무니오-communio로구성되었으며총연주시간은60분전후다.
지난해8월3일.
서울대의OB합창단제25회정기연주회는주레파토리로모차르트의이레퀴엠을
불렀다.
150여명의남녀혼성합창단과보이소프라노김태영,그리고‘알테무지크서울’의
세련된반주로원종수가지휘했다.
우선,합창단의연주복,특히여자단원들의복장은상당한수준의디자이너손을
거친것임을첫눈에알수있었으며고상하면서도아름다웠다.
그합창단은겉으로보기에도‘일류’였다.
정말우아하고세련된모습으로무대에서있었으며좋은연주가될것이라는
예감을가지기에충분한분위기였다.
서울대OB합창단의연주실력은발군이었으며,
어떤혼성합창단도따라갈수없는수준이었다.
모차르트의레퀴엠전곡을감명깊게들을수있었던것은그들의실력때문이었다.
그들은정말‘일류’였다.
앵콜은김규환의‘남촌’.
대규모혼성합창단이부르는‘남촌’은전혀딴곡같았다.
나는지금도그들의수준높은연주를기억하고있다.

하이든에의해하나의장르로그자리를구축한교향곡은베토벤에이르러정점에
이르렀다.
리스트는그의9개의교향곡을전부피아노연탄연주곡으로편곡할만큼높이평가
하고사랑했다.
이후슈베르트와슈만을거쳐브람스에이르러서일단종결을보는감이있었다.
그러다가말러(Mahler-1860-1911)에이르러교향곡은다시살아났으며그의
9개의교향곡은더크고웅장한편성으로사람들의심금을울리고있다.
나는개인적으로1번과2번,그리고4번을좋아한다.
특히1번‘거인’은국내외여러연주단체들의연주를통해자주감상한바있다.
지난해7월,
우연히김종덕이지휘하는충남교향악단의‘거인’연주를TV로시청하게됐다.
그들의연주가끝났을때,
나는전혀새로운음악을들은것같은깊은감동을느꼈다.
어떻게지방자치단체의교향악단이말러의‘거인’을그렇게연주할수있는것인가.
이유는하나,
지휘자김종덕의실력이었다.
시골할아버지처럼생긴김종덕은연주시간50분에달하는이곡을전부암보하고
있었으며전심전력으로오케스트라를구사,‘음악’을만들어낸것이다.
그는단원들에게서눈을떼지않았으며자신감넘치는지휘로‘거인’을무대로
끌어냈다.
지휘자에따라같은곡이라도전혀다른음악이되는경우는허다하다.
‘명지휘자’가‘마에스트로’인것이다.
같은해12월.
같은곡을경기필이연주했다.
지휘는유광.
그건말러의거인이아니었다.
유광은처음부터끝까지악보읽기에바빠오케스트라는쳐다보지도못했다.
손은박자맞추는것으로끝났으며‘지휘’가없으니‘음악’이있을리없었다.
그건지휘자로서청중모독이며스스로에게도부끄러운일이다.
전혀준비없이지휘봉을잡는다는것은음악에대한폭력일수있다.

20대의유망피아니스트이진상,손열음,김선욱은김대진이키워낸신예들이다.
2010년교향악축제에서,
이진상은탄탄한실력의부천필과함께베토벤의피아노협주곡제5번‘황제’를
협연했다.
그의연주는훌륭했으며연주자세도진지했다.
그러나손열음과김선우는얘기가달라진다.
두젊은이의공통점은,
대가연(大家然)하는점이다.
특히손열음의연주자세는더그렇다.
대가-大家는한분야에서뛰어난사람이다.
대가연이란그렇지못한사람이뛰어난사람인체하는것이다.
비록그들이국제콩클에서입선했다해도그건독주자로서출발할수있다는인정이지
대가가됐다는뜻은결코아니다.
연주자중에는그태도가눈에거슬리고역겨워서기피하게되는경우도종종있다.
장한나도그중하나다.
이제막전문연주자의길을걷기시작한젊은이들이대가들의연주행태를흉내내면서
대가연하는것은‘인격적’으로부족하기때문이다.
김대진은그들에게건반을두드리는테크닉은가르쳤지만‘겸손과진지함’은가르치지
못했다.
그래서훌륭한성품을타고난이진상이더돋보이는것이다.
강충효를보라,그는줄리아드가스카웃하는수준이지만그의연주자세는언제나겸손
하고진지하다.
어떤연주자라해도먼저는‘사람’이다.
그사람됨이바르지못하다면거기에서어떻게청중을감동시킬수있는‘음악’이
나올수있겠는가.

김선욱은2012년베토벤피아노소나타전곡(32곡)연주를준비하고있다.
기자가‘피아노의신약성서라고하는베토벤의소나타전곡연주에너무빨리도전
하는것이아니냐‘고묻자,
‘빨리부딪쳐보고깨지고싶다’고했으며,
‘좋아하지않는작품은연주하지못한다’고도했다.
한편,
주빈메타가지휘하는비엔나필과쇼팽의피아노협주곡2번을협연한‘랑랑’의
연주가끝났을때청중들은기립박수로화답했으며주빈메타의권유로두번째
앵콜인쇼팽의폴로네이즈가현란한기량으로연주되었을때그들은넋을잃었다.
그랑랑은베토벤에대해이렇게말했다.
‘베토벤의작품은아름다운대성당과같다.
볼때마다새로운것을발견한다.
베토벤의난점은작품을전체적으로조망하는것이어렵다는것이다.
특히느린2악장은음악성이심오하다.
성당의성가대처럼영적이고신비롭다.‘
같은20대의젊은이지만김선욱의교만과랑랑의진지함과겸손은이렇게차이가
난다.
지금대로라면김선욱은끝까지랑랑의‘음악성’을따라가지못할것이다.
겉멋이먼저들면내용은사라지기때문이다.
참으로안타까운일이다.

1996년12월27일,
세종문화회관대강당에서송연음악회를가진서울시립교향악단.
너무오래써서한쪽가죽이찢어진큰북은객석에서보이지않게돌려놓고있었으며
20년이지난팀파니는타점부위가너무닳아정상적으로사용할수없었다.
이교향악단이11년후인2007년도에,
전체연주횟수,전체관객,유료관객과공연수입,예산등5개부문에서KBS교향악단을
제치고전국20개교향악단가운데1위를기록했다.
그후지금까지서울시향은이자리를굳건히지키고있다.
2010년11월현재,
2011년의‘합창’에예매가몰리면서전체페키지와‘합창’이포함된마스터피스
시리즈예약이보름만에마감됐고,다른페키지도11월하순모두판매가끝났다.
2011년의합창과말러의4번,5번도200석정도의잔여분밖에남지않았다.
찢어진북에서1위악단의자리에오르기까지어떤일이일어난것인가.
첫째가2005년6월‘재단법인’으로독립한것이며,
두번째가세계적인지휘자정명훈을예술감독으로영입한일이며,
세번째가전단원에대한오디션을매년실시한것이다.

지휘자정명훈은말한다.
‘서울시향은아직종신계약이없다.
매년오디션을한다.
서구에서는그렇게하지않는다.
그러나서울시향이세계적인오케스트라와비교될수있을때까지다른방법이없다.
오케스트라를세계수준으로올리는건축구나야구실력을높이는것보다훨씬힘든
일이다.
실력있는단원들을찾아내는일은오래걸리고,특히한국에는세계적인수준에
올라가있는금관악기연주자가없다.
지금은외국인을데려오지만한편으로는인재를키워야한다.
오케스트라가발전하려면실력있는단원들,
실력있는지휘자,그리고지원이있어야한다.
오케스트라라는것은한나라음악의대표인데이지원을정치적인문제로생각하면
안된다.‘
지금서울시향은영국최대규모인2011년에든버러페스티벌에정식으로초청받은
상태이며세계적인메이저음반사인‘그라마폰’과3-5년에걸쳐매년2장씩의
음반을내고전세계에배급하는계약체결을앞두고있다.
그러나정명훈이서울시향에올때의약속인오케스트라전용홀은‘한강예술섬’예산이
지난달민주당이주도하는시의회에서전액삭감돼불가능해졌다.
‘오케스트라에게전용홀은악기와마찬가지다.
악이없이어떻게연주할수있는가.‘
민주당의‘야만성과무지’가어떤것인지를드러내는대목이기도하다.

함신익이KBS교향악단상임지휘자로부임한후내가들었던그들의연주는,
멘델스죤의피아노협주곡1번(이진상)
모차르트의교향곡29번.
생상의피아조협주곡2번(소열음)
베를리오즈의환상교향곡.
브르흐의바이올린협주곡1번(장영주)
베토벤교향곡9번합창의4악장.
말러의교향곡1번‘거인’.
프로코피에프의피아노협주곡3번(조이스양)등이다.
그들의연주는악기소리는들리는데‘음악’이없었다.
음악은어디에서나오는가.
기본실력과연습,곡을해석하는지휘에서나오는것이다.
KBS교향악단에선‘법인화’는금기(禁忌)다.
회사측에서‘법인화’를꺼내면단원들은반사적으로반대구호를외치고공연장에서
전단까지돌린다.
노조라는게토안에서오디션도거부하고철밥통을지키고있다.
그러니젊은피가원활히수혈되지못해동맥경화가생기고관료적인운영으로조직
자체가경직된것이다.
6년여의공백기간을거쳐함신익을지휘자로영입하려했을때단원들의반대에
부딪혀5개월을끌기도했다.
언론은그이유가함신익이주류(서울대,연세대)가아니기때문이라고했지만내가
알고있는오케스트라지휘자한분은그의‘캐리어’에문제가있다고했다.
그동안지켜본함신익의지휘는함량미달이었다.
게다가단원따로,지휘자따로인것이한눈에보인다.
아마도함신익은끝까지오케스트라를장악하지못할것이다.
이점정명훈과는극적인대조를보이고있다.
KBS오케스트라의추락은,지금으로서는그끝이보이지않는다.
공영방송의오케스트라로서시청료를납부하는시청자일반에기여하는‘기여도’도
제로상태다.

정명훈은,
우리나라의오케스트라수준이이제겨우일본에접근했다고한다.
세계적인교향악단이,아직은없다는얘기다.
우리음악계는민족성그대로‘외화내빈’이다.
무대에나서는연주자들의복장은숨이넘어가게화려해지고있으며일부여성
성악가들의화장은작부에가까운수준이다.
그러면서도청중에게는‘음정의불안’까지안겨주는정도다.
프로정신없이자기과시에만빠져있기때문이다.
젊은연주자들이대가연하고,
금관악기에세계적인연주자가없고,
오케스트라의전용홀없이,악단의오디션과독립없이세계적인수준은기대할수없다.
음악의소비자인청중에게도일말의책임은있다.
아직도악장과악장사이에서우렁찬박수를쳐대는수준이그것이다.

소팽콩쿠르-ChopinConcours는,
폴란드가낳은세계적인작곡가쇼팽을기리기위해제정된것으로서
벨기에의퀸엘리자베스콩쿠르와러시아의차이콥스키콩쿠르와함께피아노부문
의세계3대콩쿠르의하나다.
1927년제1회가시작된이래5년격년으로열리고있으며지난2010년10월에
제16회가바르샤바에서열렸다.
16회는두가지기록을세웠다.
그하나가25세의러시아여류피아니스트‘율리아나아브제예바-YulianaAvd
eeva’가여성으로첫우승을한것과,
일본의‘야마하’제품인그랜드콘서트피아노플레그십CFX가우승자의연주피아노로
쓰인점이다.
아시아제품으로서는처음이다.
이피아노는2010년5월에첫출시되었으며우리나라에는1월부터수입되고있다.
콩쿠르우승자율리아나는모스크바의국립그네신음악대학출신이며이로서
러시아는같은학교출신인‘릴랴질베르스타인’을잇는여류피아니스트를가지게
되었다.
그리그의피아노협주곡a단조작품16에서,
아무도2악장의도입부를질베르스타인처럼연주하지못한다.
그섬세한터치는신비롭기까지하다.
나는겨울이되면이곡을여러번듣는다.
아루뚜르루빈스타인도거기에는미치지못한다.

지난21일,
나는일본NHK의위성방송인BS-2를통해지난해12월4일에있었던율리아나의
일본연주를시청했다.
샤르르뛰뚜아가지휘하는NHK교향악단과의협연이었으며연주곡은쇼팽의
피아노협주곡1번이었다.
나는이곡을수없이많이들었었지만2악장이그렇게놀라운음악인줄미처몰랐다.
특히율리아나의2악장연주는감탄이절로나왔다.
쇼팽콩쿠르우승후,
첫공개연주라는안내자막도보였다.
일본의저력이느껴졌으며우리의빈약한프로모션이넘을수없는벽을한탄하기도
했다.
율리아나는겸손하고진지했으며지휘자,오케스트라와의호흡을맞추기위한세심한
노력이돋보였다.
연주복은콩쿠르본선때입었던것으로서항공스튜디어스같은,바지를입은수수한
검은복장이었다.
NHK방송교향악단은가능한데왜우리의KBS방송교향악단은안될까.
안타깝고서글픈일이다.
NHK의BS-2는매주금요일이면NHK교향악단의정기연주실황을방송하고있다.
시청자를위한서비스란그런것이다.
음악방송은하나의국가가가지는문화수준의가장적극적인표현임을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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