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백수의 죽음.
지난1월4일,
1.5평짜리쪽방23개의고시원을운영하는이모씨(56)는3년째이고시원에서살고
있는청년이며칠째보이지않아그방에들어가보니침대에엎드린채죽어있었다.
경찰은사후강직이상당히진행된것을확인,며칠전에사망한것으로결론지었다.
32세의지방출신인이청년은대학졸업후취업이되지않아이곳저곳을옮겨다니며
임시직이나아르바이트로힘겹게살고있었으며,
지난3년동안가족이나친구등어느누구도그를찾아온일이없었다고한다.
또고시원에사는사람들은비록부엌은공동으로이용하지만함께밥을먹는경우는
없다고한다.
모두가철저히외톨이로사는것이다.
학교를졸업한후취직이안되면,
친구들과의관계도멀어지고,결혼은생각할수도없으며심지어는가족들과도연락을
끊게된다고한다.
그모두가열등감과자격지심때문임은더말할것도없다.
서른두살의청년은,그래서서럽게혼자살다비참한죽음으로삶을마감한것이다.
어찌이청년하나뿐이겠는가.

다른고시원에살고있는최모씨(29세)는,
대학에입학하면서고시원에살기시작했는데그후10년동안고시원을옮겨다니며
살고있다.
대학졸업후취직이안돼지금은중학생과외와저녁때의호프집아르바이트로한달에
약100만원을벌어근근히혼자살고있다.
고시원의1.5평짜리쪽방은월20만원의월세로살게된다.
화장실이나샤워실은공용,그러나함께살고있는사람들은서로가아는체를안하며
인사도하지않는다.
최모씨는‘홀로쪽방에들어와외로움에북받쳐자살을생각한적도있다’고했다.
잘알려지지않아서그렇지스스로목숨을끊는사람들은생각보다많을것이다.
혼자사는것자체는문제될게없다.
어떤이유로,어떻게사느냐가중요하다.
대학졸업후취업이제대로되어독립한경우는가족도,친구도,애인도정상적으로
만날수있다.
그러나취업이안되는경우,
젊은나이의청년들이‘굴속’으로들어가버리는것이다.
굴밖에‘자기자리’가없기때문에굴속으로피해들어가처참한자신을한탄하고
출구가보이지않는막다른골목에서스스로젊은나이에삶을포기하는것이다.
이보다더한비극이어디에있겠는가.

고등학교졸업생의대학진학율에서,
선진국평균이50-60%인데반해우리나라는84%를넘고있다.
전통적인농경사회에서산업사회로,다시정보화사회로진입한기간이너무짧았기
때문에대한민국은‘기형적인나라’가됐다.
다양한가치관대신출세의‘모델’이하나밖에없는단선사회가된것이다.
여기에명분에죽고사는민족성이더해져간판사회-학력사회가형성됐다.
그래서양산(量産)된게백수다.
백수는,백수건달(白手乾達)의준말이며그뜻은돈한푼없는멀쩡한건달이라는
의미다.
고시원쪽방에서스스로목숨을끊은청년도,아르바이트로연명하고있는청년도
우리사회가배출한백수들이다.
일차적이고직접적인책임은본인에게있는것이며자식의진로지도를잘못한
부모도,고등학교의진학지도와우리사회도일단의책임은면할수없다.
가장핵심적인문제는앞으로상당기간백수의배출은계속될것이라는점이다.
그게구조적인면과잘못된가치관이맞물려있기때문에고치기가그만큼
어렵다.

얼마전에실시된대학진학을위한수능시험에는71만명이응시했다.
우리가보통일류대학이라고부르는대학들의총정원수는크게봐서약3만명선
이다.
따라서나머지68만명은,
졸업해도취직이어려운2.3류대학에가거나,재수를하거나,그도아니면
낙오자가되어집안의탄식을들으면서‘굴’속으로들어갈공산이크다.
통계청발표에따르면,
2010년말현재,공식집계된대졸실업자는35만명으로사상최대다.
그러나아무도실업자가35만이라고는생각하지않는다.
청년실업100만은이미오래전에나타난현상이다.
매해대졸자는약50만명이쏟아져나온다.
그러나우리나라의경제규모는그중절반정도밖에흡수하지못한다.
결국매해누적되고있는대졸실업자는시간이갈수록늘어날수밖에없는구조다.
극단적으로말해취업이안되는2.3류대학에들어가는것은타죽을줄알면서도
불꽃을향해날아드는부나비와하나도다를게없다.
‘대학졸업자’라는명분-학력,간판때문에‘굴’을택했기때문이다.

한여론조사기관이기업의인사담당자242명을대상으로‘신입사원채용시필수
자격요건‘에대해조사한결과,
제한학력으로는고졸이상이39.8%,초대졸이상이35.9%,학사이상이23.4%,
석사이상이0.8%였다.
제한연령으로는여자가평균28세,
남자가29.7세였다.
결국대학까지졸업했다해도30세가넘으면신입사원채용대상에서제외되는
것이다.
여기에출신대학이2,3류라면발도못붙이는것은불을보듯뻔한일이다.
2010년말현재,
우리나라의1인가구는403만9000가구로전체의23.7%다.
놀라운것은20-30대가그중23%를차지하고있다는점이다.
이제‘청년백수’는완전한사회문제로그모습을드러내고있다.
이들이‘지적프롤레타리아-IntellectualProletariat’로조직화되면사회,
정치적으로큰갈등을초래할수도있음을알아야된다.
정말그건보통일이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이,
서울지역75개특성화고(옛실업고)중미림여자정보고와수도공고의2011학년도
신입생모집전형결과를분석한바,
특성화고-마이스터고에합격한중3학생의평균내신성적이상위25%인것으로
나타났다.
이는마이스터고의내신평균이서울의일부자율형사립고-자율고의합격생평균
보다높을수있다는의미다.
올해마이스터고평균입학경쟁률은2.88대1이었다.
반도체,자동차,의료,하이텍,전자,항만물류등의마이스터고학생들은학비,
기숙사비가국고지원으로전액면제된다.
한학급20명이내학생이산업체의온갖지원을받아충실한산학연계교육을
받으며학교장도대기업의간부들이영입되고있다.
졸업후전원취업되는것은물론이다.
교육부는지금21곳인마이스터고를2015년깢디50군데로늘릴계획이다.
마이스터고는2010년봄,고교교육의다양화를목적으로설립됐다.
비록미미한시작이지만마이스터고를지망하는중학생들의평균내신이올라가고
있는것은‘대학진학’이라는‘고질병’이치유되기시작했다는뜻에서도그의미는
실로크다하지않을수없다.
백수-간판보다는실속-장인(匠人)이되는것이현명하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
유사이래기술자가밥을굶는일은없었고앞으로도없을것이다.

지난1월17일,
삼성중공업서울본사에서는고영진경남교육감과노인식삼성중공업대표사이에
거제공고를삼성중공업이맡아한국형마이스터고로육성하는것을주요내용으로
하는산,학협력협약서를체결했다.
삼성은김현근전무를거제공고교장으로내정했으며,
거제공고에조선소의우수인력을산,학겸임교사로지원하는것은물론,
삼성중공업의인력과기술,장비로철저한현장맞춤식교육을실시,졸업과동시에
바로현장에투입할수있는우수기능인을양성하겠다는것이다.
경남교육청과삼성중공업은앞으로거제공고를한국형마이스터고의‘모델’이될수
있도록운영할것임을천명했다.
이미‘영진전문대학’은이런방법으로전문대중부동의1위를지키고있으며앞으로
수많은학교가거제공고와같은변신을꾀할것이다.
이제시대는‘대졸백수’에서고졸마이스터-장인-匠人의시대로진입하고있는것이다.
더이상고시원쪽방에서홀로죽어가는,안타까운젊은이가있어서는안된다.

석유,개스,화학물질의제어장치조작원.
항공기,선박조립의검사원.
각종산업용로봇의조작원.
금형기술자.
상품중개인및경매사.
피부미용과체형관리사.
경찰관.
통신장비기사.
악기수리및조율사.
가공식품검사원.
모피와가죽의패틴사.
애완동물미용사.
보험설계및간접투자증권판매원.
특용작물재배기술자.
소방관.
귀금속및보석세공사.
일반적으로대졸이상의학력을요구하는직업군은27%정도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고학력을요구하지않는,그러나수입은좋은10년후의
유망직업군을제시한바위의직종들이대표적인것들이다.
지금과같은학력인플레는고학력실업자는증가하고사람이필요한중소기업은
구인난에허덕이는‘인력의낭비’를낳고있다.
국가적인큰손실이아닐수없다.

누구보다자기를잘아는것은‘본인’이다.
자기실력으로어느정도의대학에갈수있는지는본인이가장먼저알게된다.
다음이부모,
자식의실력이출중해서일류대학에갈수있다면그보다좋은일은없을것이다.
그러나자식의실력이2.3류대학밖에갈수없다면대학진학은포기해야집안에
‘백수’가생기지않는다.
이때선택할수있는게마이스터고다.
기술강국독일의대학진학율은35%,
독일청소년의절반이상이마이스터고에들어가기술을배운다.
이미20대에대졸자들보다높은연봉과사회적대접을받으면서살게된다.
명분보다실리를택하는데는전통적인가치관을버려야하는용단이필요하다.
그게아무리어렵더라도자식사랑만은못할것이다.
자식이대학을졸업하고도취직을못해백수가되어집안의탄식과짐이된다면
그보다더큰일이어디에있겠는가.
다큰자식이돈벌이를못해결혼도못하고있다면명분이무슨소용인가.
이제는모두가명분-간판은버리고실리를택할때도됐다.
이미우리모두가그런시대에살고있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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