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무를마치고본국으로돌아갈때,
그들은내게한결같은얘기를하곤했다.
‘한국은좋은나라야,
집을빌릴때집세를냈는데이렇게여러해를살고떠나는데그돈을전부되돌려
주지않는가.
세상에이런나라가어디에있겠는가.‘
말하자면그게전세(傳貰)였다.
그들은비교적좋은집을빌려살았기때문에전세금도많았다.
월세에익숙한그들이여러해를잘살고도떠날때냈던돈전부를다시돌려받으니
놀랠수밖에없었던것이다.
서구에는전세제도가없다.
거의가월세로집을빌려살고있다.
근자언론은거의매일전세대란(傳貰大亂)에대해집중적으로보도하고있다.
사실이그러하기때문이다.
그동안전세로임대하던집주인들이반전세와월세로돌아서고있는것이다.
문제는그것이세입자의부담을크게늘어나게하기때문에다급한현안이됐다.
전세가반전세나월세로바뀌는것은크게보면‘주택시장’이변하고있다는뜻이다.
말하자면우리의주거문화가전혀새로운방향으로나아가고있는것이다.

전세대란을이해하기위해서는우선통계로나타난수치를읽어봐야한다.
2010년말현재,
우리나라의전체가구수는1,733만4000가구다.
주택수는1.487만7000호.
수치로는전체가구에대해245만700채의집이부족한것처럼보이지만,
한집에두가구이상사는경우도많기때문에길에다천막을치고사는사람은없다.
또하나의기록은,
전체가구중52%가아파트에살고있다.
이비율은세계최고일것이다.
언론보도에따르면지금전국의전,월세가구는640만이다.
전체가구수의3분의1이자기집이없다는얘기다.
부족한주택수보다전,월세가구가많다는것은1가구2주택이상의집여러채를
가지고있는사람들이많기때문이다.
주택보급율이아무리늘어나도세입가구는존재하기마련이다.
더구나지금처럼자기집을마련하기가계속어려워진다면세입가구는오히려크게
늘어날것이다.
따라서100%자가(自家)보급은어떤방법으로도달성할수없는숙제로남는다.
그건외국도마찬가지다.

‘아파트미분양사태’는,
부동산불패신화속에서살아온우리들에게는아주생소한얘기다.
전국적으로5만채가넘는미분양아파트가생겨났으며(2010년말기준)5만개가
넘는건설업체중상당수가도산하고있다.
큰건설업체까지도‘법정관리’에들어간상태다.
수십억,수백억원짜리‘모델하우스’를지으면서도기천만원이아까워‘시장조사’를
하지않았으며년간수십조원에달하는주택업계에단하나의컨설팅업체도없다.
수요예측이없는주먹구구식이었다는얘기다.
그게어디든짓기만하면팔린다는미몽(迷夢)에빠져발밑의땅이꺼지는것도
모르고있었던것이다.
엄격히말하자면주택시장도‘시장’이다.
미분양물량이생겼다는것은수요와공급이라는시장의일반법칙이균형을잃었기
때문이다.
세입자가아무리많아도세입자인이상아파트를살수는없다.
살수있다면이미세입자가아니다.
말하자면살만한사람들은다샀다는얘기다.
때문에셋집이부족한것이곧주택의절대다수가부족하다는뜻은아니다.
세입조건이바뀌어서일어난대란이지집자체가부족한것은아니라는얘기다.

그렇다면왜갑자기전세대란이발생했는가.
그건전적으로시장원리때문이다.
우선금리가낮기때문에전세금을받아은행에넣어두는것보다는반전세나월세로
받는돈이많기때문이며,
다음은그동안의부동산불패신화가무너진것이다.
지금과같은은행금리와집값상승의정체가계속되면‘전세’는사라질수도있다.
그동안계속되었던‘아파트투기열기’는일단분양권만쥐면그자리에서넘겨도
기천만원정도는쉽게벌었다.
아파트값이계속올랐기때문에아파트투기가극성을부렸던것이다.
다른하나의방법은제돈이없는사람들이은행에서돈을빌려아파트투기를했다.
집값상승이이자를넘어이익을남겼기때문이다.
지금은행대출로집을산사람들이겪는고통은이자도건질수없는집값하락과
부동산시장의정체가그원인이다.
사둔집은처분이안되고은행이자는꼬박고박내야하기때문이다.
아마도‘시장’을읽을줄아는사람들은이미다빠져나갔을것이다.
시장은그게어떤것이든막차를타는사람이손해를보게돼있다.

지금까지의추론이가지는내용에대해이를수치로알아보면,
여기2억원짜리전셋집이있다고해보자.
집주인이그2억원을은행에넣었을때예금금리4%를기준해서월66만원의수입이
발생한다.
그런데이집을전세보증금1억원의반전세에월세70만원(지금의시가임)을받는
다면수입은103만원이된다.
100%월세일때는116만원이되는셈이다.
전세대신반전세나월세로돌아서는것은이렇게수입과직결되기때문에생기는
부동산시장의변화인것이다.
말하자면가계에서주거비가차지하는비중이전에비해크게늘어나는것이며
집없는사람이자기집을마련하기는그만큼더어려워지는것이다.
전,월세로살고있는640만가구의문제는정부가개입해서해결할수없는구조적인
문제다.
전세금을위해대출을8000만원까지늘려준다고해서해결될일이아닌것이다.
이세상에자가보급율이100%인나라는없다.
또있을수도없다.
국민의상당수는셋집에사는게현실이다.
문제는그사는방법이서로다르다는점이며바로거기에국가가개입할수있는
여지가있게된다.
그래서선진국의방법을배울필요가있다.

나는개인적으로,
미국,영국,독일,프랑스나스칸디나비아지역을여행할때몇가지질문을가지고
떠난다.
그중하나가‘주택문제’다.
이들지역에살고있는교민들에게자세한얘기를들을수있으며그것을전부메모해서
가지고온다.
내게는그런여행노토가상당히많다.
보통우리가선진국이라고부르는이들나라들은큰차이없이‘장기임대의공공주택’
보급으로이문제를해결하고있다.
내가함께일했던미국인들도‘자기집’에대한개념은아주희박했다.
가장큰이유는정부가지어공급하는‘장기임대주택’이많기때문이며월세가저렴
한것은물론,계약만갱신하면거의평생을한집에서살수있기때문이라고했다.
우리는재산의70%이상이부동산이다.
‘자기집’에대한집착이강하기때문이며이는공공임대주택의개념이없기때문
이기도하다.
우리나라에도공공임대주택이전혀없는것은아니지만그숫자가미미해주택시장에
영향을끼칠정도가못되고있다.
말하자면정치가‘주택정책’에서실패했기때문에주택시장이왜곡된것이다.
640만가구가겪는고통은이런의미에선‘예고된고통’이기도하다.
정치지도자의비젼이어떤것인지를생각하지않을수없는대목이다.

2010년말현재,
우리나라의1인가구는403만7000가구다.
네가구중한가구가홀로산다는얘기다.
이런현상은지금까지의주거공간이상대적으로축소될수밖에없다는뜻이다.
더작고,실용적인집이필요해진것이다.
다른하나는지금의젊은세대는펀드나주식같은금융자산을선호하지부동산은
외면한다.
부동산에대한고객이감소하고있는것이다.
또하나의변화는,
‘토끼장’을떠나차별화된주거환경을원하는사람들이늘고있는점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판교신도시에건설할‘윌든힐스’는청약경쟁율이688대1
이었다.
세계적인건축가들이설계한‘명품연립’이그것이다.
서울동대문구제기동에는소형주택전문업체인‘수목건축’이지은4층건물이
있다.
외관은일반연립주택과비슷하지만큰복도와함께6평짜리주택22가구가있다.
집안에는침대,세탁기,냉장고와싱크대,욕실이있으며한두사람이살기에전혀
불편이없는세심하고세련된설계다.
보증금1000만원에월세가45만원.
이미큰건설업체들도‘미니아파트’건립계획을속속발표하고있다.
통계청은2030년이면전체가구중절반이큰집이필요없는1-2인가구가될것으로
전망하고있다.

구세대는고종명(考終命)을오복(五福)의하나로알고살았다.
제명대로살다가제집에서편히죽는게그것이다.
그만큼‘자기집’에대한집착도강했다.
그러나이제신세대는그렇게살기가어려운세상이됐다.
평생벌어저축해도자기집가지기가어려운게현실이다.
지금같은주거비지출로는저축이어렵기때문이다.
그래서이제는생각을바꿔야한다.
셋집을사는것도주거의한가지방법임을받아들여야한다.
최선의방법만이선택할수있는조건일뿐이다.
자기형편과실력에따라반전세나월세를택해야하고임대하는집의크기도자기
형편에맞출수밖에없다.
이제는셋집에사는게흉되는세상도아니다.
640만은계속늘어날것이다.
핵가족이다시쪼개지고있기때문이다.
수목건축이지은미니아파트처럼살림도구가다갖추어진셋집에트렁크하나만
달랑들고드나드는세상이다가오고있다.
시장이정부의정책보다언제나빠르기때문에이예측은생각보다더빨리현실이
되어정착될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대구,경북본부는,
대구에서500가구,포항에서80가구,구미에서70개가구등다가구주책650가구를
매일할계획이다.
임대주택으로사용하기위해서다.
한편2월21일부터무주택세대주와기초생활수급자를대상으로2,174가구의임대
주택공급을실시할계획도가지고있다.
전용면적80m2이하인임대주택은대구가1.326,포항501,구미311가구등이며
임대기간은2년으로4회까지재계약이가능하기때문에10년간살수있다.
정부-토지주택공사는처음부터이와같은공공임대주택공급에만주력했어야했다.
그렇게했다면지금같은비극은일어나지않았을수도있었다.
주택분양사업은전적으로민간건설업체에맡기고장기의저렴한임대주택에전념
한다면‘전세대란’은얼마든지막을수있다.
임대주택을‘자기집’으로생각하고편히살게하는게가장큰복지가아닐까.
‘집없는설음은겪어본사람만이안다’는말은정말이다.
커가는애들을데리고시도때도없이이사를다녀야하는세입자들의애환은
겪어본사람만이아는큰슬픔이다.
저렴한장기임대주택을많이지어야하는가장큰이유도거기에있다.
그게국가가해야할일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