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素描.
교회에다녀오는길,
운전하던아내가길옆에늘어선나무들을보면서‘가지의색깔이변했다.’고했다.
바깥날씨는아직도추운데가지들은이미물을머금고있었다.
그래서푸르스름한색으로변해있는것이다.
입춘이지나니완연한봄냄새가난다.
지난겨울에는눈도많이왔지만추위가오랫동안계속되었기때문에더춥게
느껴진게사실이다.
오늘,수로의뚝길을걸으면서보니큰기러기의개체수가많이줄어든것같다.
일부는벌써돌아갔을지도모른다.
머지않아해오라기가나타날것이다.
철새들의움직임은계절의변화와맞물려어긋남이없다.
그리고기다려지는게제비다.
그흔하던제비가사라진것이언제였던가.
그런데작년봄에수로위를날아다니는제비떼를오래간만에볼수있었다.
얼마나반가웠는지모른다.
금년봄에도강남갔던제비들이돌아오기를기다려볼것이다.

내가대학생이었을때,
나이차이가많은남동생은중학생이었다.
초등학교때부터크게두각을나타낼만큼출중한데가있었다.
우리형제는모두음악을좋아했고여동생은노래를아주잘불렀다.
그러나편모슬하의우리집엔악기가없었다.
남동생이다니던중학교에서는해마다강당에서음악경연대회가있었는데대개는
피아노연주가1등을한다고했다.
동생은자기도그경연대회에나가고싶지만악기가없기때문에늘섭섭해했다.
어느해,
나는큰맘먹고어머니에게부탁했다.
동생이공부도잘하지만음악에도소질이있으니음악경연대회에내보내고싶다는
것과큰악기는살수없으니일제의크로마틱하모니카(반음계의하모니카)를사
주면연습시키겠다고했다.
어머니는우리형편에서는비싼그하모니카를사주셨다.
나는마탄의사수중‘사냥꾼의합창’을선정,
글자그대로피나는연습을시켰다.
그해,동생은하모니카로피아노를제치고1등을했으며상장과함께부상으로기타를
받아왔다.

드디어우리집에악기가생긴것이다.
그런데기타를배울수있는교측본을구할수가없었다.
나는그때부터미군부대에서나오는파지와잡지를파는가게들을뒤지기시작했으며
결국영어로된기타와클라리넷교측본을찾아냈다.
사전으로단어를찾아가며독학을시작,얼마후에는기타반주로노래할수있는수준이
됐다.
동생은어디에선가하와이안우크레레를얻어와서우리는두개의악기로이중주도
연주했다.
동생에게는아주절친한친구가하나있었는데아버지가전사한후,어머니는재가
했으며그친구는조부모와살고있었다.
그런데이놈은저희집보다우리집에있는시간이많았으며급기야는자기에게도기타를
가르쳐달라고조르기시작했다.
내가반응을보이지않자찰거머리처럼달라붙어졸라대는것이다.
결국은내가지고말았다.
얼마후,이놈은나보다더기타를잘다루었으며특히기타를치며부르는노래실력이
뛰어났다.
그후,교회의음악예배시간에‘주기도’를독창하도록했다.
모든교인들이깊은감동에젖을만큼가창력이뛰어났다.
정말그렇게노래를잘부르는줄은몰랐다.
무엇보다도목소리가아주독특했다.
중학교졸업후그놈은예고로진학했으며자기의첫작품인석고데생을내게선물
했다.
나는그것을내방벽에걸어놓았다.
솜씨도아주훌륭했다.
그놈이바로‘송창식’이다.
년전미국에서의사로살고있는동생이잠시귀국,우리는미사리에있는카페에가서
송창식을만났다.
그가사주는밥을먹고,그가부르는노래를들었다.
창식이는여전히노래를잘불렀다.
나는개인적으로송창식의목소리와가창력은독보적이라고생각한다.
어려서부터그를지켜봐왔기때문에그게천부(天賦)임을확신하고있기때문이다.

우리식구들은일년에설과추석에두번은모두한자리에모인다.
대개는가장연장자인장인어른을중심으로모였으며지금은장모님을중심으로
모인다.
식구들이모이면장인어른은계수를시작했으며45명이돼야다모인것이다.
세상을떠난분들이있어모이는숫자는줄었지만지금우리가족은5대가한자리에
모인다.
94세인장모님이제일윗분이고이제돌이지난고손이마지막이다.
그래서세배는4세대가차례로하게된다.
정말보기드문광경이다.
여러집에서마련해온음식으로여러개의상을차린후모두가모여앉아식사하는
시간은그자체가큰행복이며축복이다.
아직이런대가족이유지되고있는게신기하기도하고감사하기도하다.
더구나우리는북한에고향이있는실향민이기에온가족이한자리에모이는
시간이더큰의미를가진다.
아무리핵가족시대라해도설과추석에모두가한자리에모일수있다는것은
끝까지보존하고싶은우리의전통이기도하다.
시일이지나면모이는숫자도줄고,나이많은세대는떠날것이다.
언제나아쉬운것은고향에가보지못하는애달픔이다.
지금할아버지소리를듣는우리항열까지는고향산천을기억하고있지만그아래
세대는그렇지못하다.
아침에떠나면저녁때에도착할수있는고향에가지못한다는것은그자체가비극
이다.
이념-이데올로기가무엇이기에이런처참한일이벌어지고있는것인가.
장인어른은당신의생전에반드시고향에갈수있다고믿었던분이다.
나역시,반드시고향에가볼수있다는믿음을가지고있다.

나는이스라엘을아홉번여행했다.
예루살렘근교에있는‘모샤브네베일란’은내가투숙한방에커다란과일바구니를
갖다놨으며아름다운카드에는‘집에돌아온것을환영한다’는글귀가적혀있었다.
그만큼여러날씩자주투숙했었다.
이스라엘은우리와똑같이1948년에독립했으며정치적으로비슷한환경에있기
때문에상대적으로배울게많은나라다.
유대인들이무례한사람들인것만은사실이지만아랍이라는커다란바다에서섬처럼
떠있으면서도밀리지않는국가운용만은배울게많다.
이스라엘은우리와같은징병제를가지고있으며우리와다른점은고등학교를졸업
한후모두가바로입대하는시스템이다.
그들은대학에진학하기전젊은나이에군대를통해리더십과팀웍,그리고특수임무
수행능력을배양하게되며국방의의무를통해개인의편협함을떠나가족,회사,
사회,국가와같은포괄적인범위에대해새롭게인식하게되고그러한경험적가치를
통해사회적인결속을다진다.
25세에서64세까지의주류이스라엘유대시민중84%의남자와75%의여자가직업을
가지고있다.
그리고세계인구의0.2%인유대인이노벨상의22%를차지하고있다.

이스라엘건국후지금까지도모든정책의우선순위를‘이민정책’에두고있다.
영토의확장,전쟁수행력,경제의활력을위해유대인이민은필수적이다.
1950년이스라엘정부는‘귀환법’을제정,시행하고있다.
그법의정신은‘모든유대인은이스라엘로돌아올권리를가진다’는것이며
유대인에대한정의는,
‘유대인어머니에게서태어난사람,
유대교를신앙으로하는사람,
유대인의배우자,
유대인이아니지만유대인의직계자손,또는손자손녀,그리고그들의배우자
에게도이스라엘시민권이부여된다.‘
이스라엘시민권은도착당일주어지며어떤언어를사용하든상관이없다.
70여개국에서이민이오기때문이다.
이스라엘은,모든디아스포라에게입국비자를받을필요가없는조국인것이다.
이스라엘에서는,
만약,연말에라디오에서이민자의수가줄어들었다는뉴스가나오면마치그해
강수량이모자란다는것처럼나쁜뉴스로받아들여진다.
보잉747시리즌는보통450명내외의승객을실을수있다.
1980년대에티오피아에서‘솔로몬작전’으로유대인을실어나를때이비행기에
1.122명을태워세계시기록을수립한일이있다.
사람들이워낙야위였기때문에가능한일이었다.

죠지버나드쇼가이런말을했다.
‘두사람이사과하나씩을가지고있다가서로교환했다면여전히사과를하나씩
가지고있는것이지만두사람이아이디어를하나씩가지고있다가서로교환하면
이미두개씩의아이디어를갖는셈이다.‘
이스라엘에벤처기업이많은게이때문이다.
군대안에서만들어진인맥과정보교환을통해탄생한세계적인벤처기업이그런것
들이다.
따라서이스라엘에서‘예비군’은아주특이한존재다.
예비군동원시모든제대군인들은반드시자기가현역때소속되었던부대로돌아가
복무하게되며전쟁이나면바로투입되는것도현역병부대가아니라예비군부대다.
그만큼전쟁능력이뛰어나다.
그들은진정베테랑-veteran인것이다.
이스라엘에는고졸입대자들이가고싶어하는부대들이있으며그부대들은자기들
기준으로신병을선발하기도한다.
우리의해병대와같은끈끈한전통이있으며그것이창업으로까지연결되는것이다.
지금의이스라엘이그토록강한국가가된것은민족종교에깊이뿌리를둔건국세대
들의뜨거운애국심과개척정신,그리고역경을이겨낸근면성이다.

무게1.5kg의진공관1만8.800개,
130킬로에달하는전선으로연결된부속품들,
방하나를가득채운큰덩치,
개발비48만684달러(당시),
1초에10자리의덧셈과뺄셈을5400회처리,
10자리의곱셈을350회나처리할수있는‘총알보다빠른계산기’가세계최초로
탄생한컴퓨터‘에니악-ENIAC’이다.
그때가1946년2월15일.
당초에니악은미군의야포와미사일의탄도계산을위해만들어진고성능의계산기
였다.
그로부터65년이지난2011년2월14일.
스페인의바로셀로나에선‘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11’이열렸다.
애플의아이패드가태블릿PC시장을열었다면이에대항할,삼성전자를필두로한
구글안드로이드운영체계진영이반격을위한공세를시작한것이다.
삼성전자,LG전자,모토로라,HTC등은이번MWC에서구글의태블릿PC용운영
체계인허니콤(3.0버전)을처음장착한새기기들을본격적으로선보였다.
한편국내에서는섬성전자가기존의스마트폰보다작동시간이크게단축된
‘웨이브2’를내놓았다.
새상품을소개하는서브타이틀은,
‘두배빠르다,두배편하다’이다.
시스코사의예측에따르면스마트폰은일반휴대폰보다30배이상,
태블릿PC는450배이상의통신량을발생시킬것으로보인다.

인터넷인프라의확대,재구축이시급해진다는얘기다.
스마트폰과테블릿PC의진화는정보량이기하급수로늘어난다는얘기이기도하다.
정보의바다에서‘정보의대해(大海)가되는것이다.
정보가넘치다못해범람하게된다.
이를수치로표시해보면,
일간신문한가지를구독하던독자앞에갑자기177가지의서로다른신문들이
쌓이는것과같다고한다.
엄청난양적변화인것이다.
이제남는문제는하나,
라이프싸이클이9개월에서6개월로단축되고있는첨단IT기기가쏟아내는정보의
홍수속에서어떤정보를‘선택’할것인가하는점이다.
노벨경제학상을받은‘허버트사이먼-herbertsimon’은우리시대최후의르네상스
맨으로불리우는인물이다.
그가말했다.
‘우리가올바른결정을내리고자할때흔히부딪히게되는중요한문제는정보의
부족이아니라정보를처리하는우리능력의한계다.
정보가넘쳐나는인터넷시대에도인간의의사결정능력은크게향상되지않은것을
알수있다.‘
아이러니한것은,
정보를처리하는‘능력’은디지털이아니라아나로그방식에의해‘학습’된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것이종이책에의한폭넓은독서다.
정보처리능력은다른말로하면분별이며판단이며선택이다.
자고로모든판단은학습된내용과실력이있어야가능하다.

열을알고하나를선택하는것과,
백을알고하나를선택하는것은질적으로전혀다른차원이된다.
후자가적중률이높을것은불문가지다.
IT기기가첨단화할수록인간의‘정보처리능력’도정비례로높아져야스마트시대를
제대로살수있다.
때문에학습의중요성은아무리강조해도지나침이없다.
그학습은‘보기’만으로는불가능하며‘읽고생각’해야된다.
1967년예수회신부인‘존컬런’은이런말을했다.
‘우리는도구를만들지만,
그다음,그도구들은우리를만든다.‘
도구에종속되지않으려면그도구의주인이되어야하는것이다.
오직‘학습’으로만가능한일이기도하다.
정보장악력을키워이익을얻으려면얄팍한잔재주를버리고더넓고깊게공부
하는수밖에없다.
이제우리사회의고질병인‘쏠림현상’을막고,균형을위한결론을도출하기위해
작은실험을해보자.
20-30대의젊은주부들은거의가‘스마트세대’다.
그들앞에성능이좋은세탁기와최첨단의스마트폰을놓고,
그중한가지만선택하라면과연어떤것을선택할까.
그게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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