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혈통이나품종(品種)을구별해서그렇게부르며식물의품종에대해서도
같이쓰는말이다.
경마에서‘씨받이말’을종마(種馬)라고부르는게그런예라고할수있다.
그런데이말을사람에게쓸때는,
그사람의혈통과기질을비하-낮추어이르는말이된다.
사악한인간에대해‘씨받지못할종자’라고부르는게그런경우다.
말하자면인간의속성에대해아주적나라하게,노골적으로평가할때쓰는말이며
그만큼솔직한것도사실이다.
작고한이승호씨는나보다는십년의연배로서같은배를타고10년넘게바다낚시를
했던아주가까운동호인이다.
그때우리팀은5명이었고,10년범위안에서동년배였으며낚시경력도30년에
육박하는최고의베테랑들이었다.
나는아직까지이승호씨처럼올바른정신을가진사람을본일이없다.
그는글자그대로올바른사람이었고또대단한애국자이기도했다.
세무공무원출신이었지만본인의표현대로‘청렴한공무원’이었다.
그가받았던유일한뇌물은,
술도가에서막내린약주한사발얻어마신게다였다고했다.
무엇보다도그의올바른정신에더해막대한유산을물려받았기때문에돈에대해
초연할수있었기때문이기도했다.
한때그는배한척을사서선장을고용한후자기가낚시나가고싶을때‘자가용
낚시배‘를운용한분이기도하다.
그런데그이승호씨는애국자이면서도우리의국민성에대해서는날카롭게비판하는
사람이었다.
‘씨받지못할종자’가바로우리들이라는주장이그것이었다.
그리고그주장은결코굽히는법이없었다.
그가가장신랄하게비판한국민성은,
‘허장성세-虛張聲勢:실력도없으면서허세로떠벌리는것’이었다.
거기엔‘외화내빈-外華內貧’도포함된다.
다음이법을지키는‘준법정신’이크게부족하다는것이었으며,
상스럽고,거칠고,사나운기질에대해서도크게비판했었다.
또한가지는‘쓰레기’를아무데나버리는것을지탄했었다.
그분의설명은우리의이런단점들이‘종자’가나쁘기때문이라는것이다.
그는식민지시대에일본식기초교육을받았지만일본에대한적개심은대단했다.
우리는그의눈빛,표정,그리고어감에서그가애국자임을알수있었다.
우리들의단점에대한신랄한비판은그애국심의다른표현이었던것이다.
일본의3.11대참사는2차대전이후,
일본이만난가장혹독한재앙이기도하다.
지진,해일로인명과재산의손실은물론,원자로의방사능유출로이중,삼중의
고난과고통을겪고있다.
지옥이따로있겠는가.
이러한미중유의재난앞에서지금일본국민대다수가보여주고있는자세는
학문적으로연구해볼만한소재라할수도있다.
시간이지나면서일부일탈사례가있어도마찬가지다.
국가적인위난앞에서보여주고있는일본인들의‘침착함’과‘질서’는인류정신이
진화한다는사실을보여준사례라고외신들이쓰고있을정도다.
오래전뉴욕의정전시벌어졌던무질서와약탈과비교하는기사도있다.
뿐만아니라그들은그고통중에서도남을배려하는정신을지키고있으며길게
늘어선줄에새치기가없다.
이러한‘시민의식’이세계를감동시키고있으며
특히공영방송인NHK의침착하고정확한보도는크게돋보였다고한다.
흥분하지않고,극단적이거나과장된표현도없었으며특히신속한실황전달에
최선을다했다는평가도받고있다.
모두가‘침착함’에서나올수있는행동들이다.
한일본인저널리스트는,
이러한일본인들의행동에대해몇가지설명을시도하고있다.
일본인들은‘和-화합의정신’을아주소중히여기는전통을가지고있다.
화(和)라는말이‘질서’가아니겠는가.
새치기나일탈된행동이이‘和’를깨는‘배신’이기때문에자기를억제할수있다는
것이다.
다음은어려서부터‘남에게폐를끼치면안된다’는교육을철저히받기때문이다.
폐(弊)는폐단(弊端)의준말로서남에게끼치는신세나괴로움을뜻한다.
이런의미의일본어가‘마에와쿠-迷惑’다.
‘국화와칼’을쓴루스베네딕트는일본인들을‘남을배려하고자신은절제하는
수신(修身)문화에산다고했다.
그런데이러한‘폐’문화는나도남에게폐를끼치지않겠지만남도내게폐를
끼치지말라는상대적인의도도있다고볼수있다.
인본인들의개인과개인간의‘냉정한거리’가그걸느끼게한다.
또한가지는지금나도고통스럽고어렵지만나보다더상태가나쁜사람도있을수
있다는’배려‘의마음이있다는것이다.
그아수라속에서파괴나약탈이없는게바로그러한배려가아니겠는가.
다른한가지는일본인들이가지고있는‘수치의문화’가그것이다.
내가和를깨고남을배려하기보다는이기적이되고남들에게폐를끼친다면
주변의눈들이나를어떻게볼것인가.
남의눈치를본다는소극적인면도있지만평소가지고있는집단에의‘소속감’이
더적극적인해석이될수있다.
일본인들의침착함과인내,그리고질서는그사회의‘공공의신뢰’가있기때문이
아닐까.
줄을서서기다리면아무리시간이많이흘러도반드시내차례가온다는‘믿음’이
있기때문에참고견딘다는것이다.
끝으로그가지적한것이‘불교의무상관’이다.
보이는모든것은언젠가는다사라지고만다는신앙이그것이다.
무상-無相은일정한형태나모습이없는공-空의사상이며,
무상-無常은덧없음이다.
이두용어는모두불교에뿌리를두고있는신앙내용으로서일본불교의특징이기도
하다.
무상-無常을깨달으면‘집착’을버리게된다.
대사(大事)를치러보면그집안을알수있다는말이있다.
대표적인것이‘관혼상제’다.
지금우리는일본이만난‘재앙-대사’를통해더적나라한일본인들의‘기질’을
살펴볼수있다.
이제는한일본인학자의설명을들어보자.
‘일본에는세칸(世間)이란말이있다.
사람들의시선,또는사회적인시선이그것이다.
보통의일본인들은그시선을늘의식하고살기때문에자신의욕망이나행동을
자제한다.
기쁘거나슬픈일에서지나친반응을자제하는게그런것이다.
여기에는자기가하고싶은대로하는행동이‘본능적’이라는해석이깔려있다.
본능적인것은창피한것이기때문에하고싶은대로행동하지않는다.
만약모두가저하고싶은대로한다면일본인들이가장중요하게생각하는‘和’가
깨지게된다.
따라오는것이‘갈등’이며이는‘공동체’를파괴하는사악한힘이된다.
따라서일본인은‘和’를위해자기를억제하고있으며그것이침착함과질서로
보일수있다.
일본인이‘和’를중시하는것은,
그리고그和를지키기위해서는결코남에게폐-메이와쿠를끼쳐서는안되며
이는아주어려서부터집중적으로받는교육에의해형성된다.
그리고여기에는‘환경적요인’이아주크다.
한국은대륙과연결돼있기때문에‘야반도주’가가능하지만옛일본은섬나라로서
도망칠데가없었다.
그안에서사이좋게-和로서살지않으면생존할수없는것이다.
섬안에서함께농사를지으며형성된공동체는‘사이좋게지내야하는’DNA를
형성,유전시킨것이다.
‘인류정신의진화’라는외부의평가는어디까지나외부인들의시선일뿐이다.
역사적으로나쁜일도많이해온일본인들이어떻게갑자기전혀딴사람들로진화
할수있는가.
일본인들처럼자연재해를많이겪은민족도없다.
일본인들은자연의엄청난재난앞에서아무것도할수없다는것을익히알고있다.
따라서일본일들의DNA속에는운명에대한순응이유전되고있는것이다.
재앙을견디는힘이그렇게길러진것이다.
이번의쓰나미는워낙그규모가상상을초월하는것이어서우리가평소만들어
놓았던‘메뉴얼’을넘어서는것이었다.
메뉴얼은오래동안의경험으로‘집단’이만들어놓은것인데무조건따르게되어있다.
이번처럼큰재난에서는이메뉴얼이쓸모가없어졌다.
이럴때는메뉴얼을뛰어넘는,하나의결단을내리는리더십이있어야하는데지금
일본에는그것이없다.
한편거개의일본인들은죽고난뒤의세계에대해서는심각하게생각하지않는다.
모든인간은죽는것이며빠르고느림의차이만있을뿐이다.
일본인들은이점을받다들이며슬프지만어쩔수없는일이라고생각한다.
섬나라라는지리적환경이함께사이좋게살아가야하는‘和’를낳게했으며지금의
일본인역시유전적DNA로이와같은생각을태생적으로가지고있는것이다.
그대표적인것이어릴때부터철저히교육받는‘남에게폐를끼치지말라다.’
일본의사모펀드인‘유니슨캐피탈’은,
한국2세인에하라노부요시가대표다.
이사모펀드는적절한투자와이익으로일본에서도유명한투자회사다.
에하라노부요시는한국과일본에대해정통한금융인으로서한국과일본의경제적
파트너십을강조하고있다.
‘한국과일본은비슷한점이아주많다.
사람들이똑똑하고,열심히일하며,직업윤리가투철하다.
내가보기에한국기업인들은전략적사고능력,결단력있는행동,빠른속도,리스크를
기꺼히감수하려는기업가정신과도전정신이있다.
여기에일본기업들이가지고있는꼼꼼한분석,세계최고의기술,관리능력을합친
다면큰시너지효과를낼수있다.‘
그는일본기업이나한국기업이단독으로중국에진출하기보다는한,일합작으로
진출하는것이더효율적이라고강조한다.
한국의역동성과일본의내용-기술을합하면그게바로시너지효과가된다는주장이다.
한국종자와일본종자가힘을합하면천하무적이된다는얘기다.
일본의재난을위한국내모금은처음에생각했던것이상으로적극적이고규모가
커졌다.
‘한국이일본을돕는다’
생각할수도없었던일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은확실히정-情이많은사람들이다.
말은크게안하지만일본인들역시내심으로는놀라고있을것이다.
다른어떤나라들보다도‘한국의도움’은각별한의미를가질수있기때문이다.
앞으로일본은재난을극복하는과정을통해지금까지의침체를벗고더발전할
것이다.
일찍이‘토인비’가주장했던‘대응하는힘’이그것이다.
일본은충분히그렇게할수있는저력이있는나라다.
이번기회를통해한국과일본은명실상부한‘파트너’가되어야한다.
지금두나라는그만큼달라진시대에살고있는것이다.
아시아뿐아니라세계질서와균형을위해서도두나라의힘은합해질수밖에없다.
그런기회가온것이다.
서로다른기질을인정하고더큰도약을위해한국종자와일본종자가같은멍석에
서는것이다.
역사란그래서기기묘묘한재미로가득차있기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