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경우,
시간의연속성을초침,분침,시침으로표시해줌으로서아까와지금,그리고다음을
이어서생각할수있게해준다.
마찬가지로어제와오늘,그리고내일을연속적으로이어서생각하는것도아날로그다.
물질이나시스템의상태를연속해서변화하는물리량(物理量)으로나타내주는것이
아날로그인것이다.
그래서아날로그-analogue의핵심은연속성(連續性)이다.
1970년대이후한동안전자시계-디지털손목시계가크게유행한적이있었다.
그런데지금은거의모든사람이아날로그손목시계를차고있다.
‘시간’은그속성상단절이아니고연속적인것이기때문에디지털에서다시아날로그
로돌아온것이다.
디지털-digital은,
물질,시스템의상태를숫자나문자로표현하며이때임의의시간에서중간값을취하지
않는양(量)을가리킨다.
데이터를한자리씩끊어다루기때문에애매모호한점이없고정밀도를높일수있다.
디지트-digit는,
사람의손가락이나동물의발가락이라는의미에서유래한말이며,
디지털시계-전자시계의경우초침이나분침,시침같은바늘로서시간을표시하는것이
아니라분,초등으로구획,끊어서숫자나기호로표시한다.
이러한디지털양(量)에대해각종연산(演算-일정한규칙에따라계산하는일)을
하는것이일반적으로말하는컴퓨터(디지털컴피터)다.
아날로그가연속(連續)이라면디지털은단절(斷切)이다.
지극히상식적인얘기이긴하지만평범한우리들의일상에서는연속도,단절도모두가
필요한‘생활요소들’이다.
때문에아날로그와디지털이상대적인균형을유지할때가가장이상적인상태라고할수
있다.
얼마전한일간지에,
LG경제연구원의책임연구원한분이‘스마트폰’의우수성에대한글을게재한일이
있다.
글의제목은,
‘1만시간들여야달인(達人)된다?
천만에,스마트폰있으면당신도바로달인이된다.‘였다.
그는20세기의사진작가로서거장의반열에선앙이카르티에브레송을예로들면서,
그가사용한라이카의M3는,
필름을쓰는불편함,고가의비용,
초점거리와노출을수동으로설정해야하는번거로움,
셔터의스피드가느려사진이흔들리는등의단점을열거하면서브레송이술,담배까지
멀리하면서각고의노력을했기에최고가될수있었다고했다.
그러나이제는,
사진도브레송과같은프로의전유물이아니며촬영모드에맞춰셔터만누르면가장
좋은결과물(사진)을알아서만들어주는것이디지털카메라라는것이다.
노출이나조리개값은카메라가알아서정하고,
필름대신CCD나CMOS같은이미지센서를사용하며카메라에장착된진동센서가
흔들림을방지하기때문에1만시간의연습이없이도주변의결정적순간을포착할수
있게됐다는것이다.
그가달인이되기위해필요한1만시간을거론한것은,
말콤그래드웰의‘아웃라이어’에자기분야에서최고가되기위해서는적어도하루
3시간씩10년을노력해야비로서달인이된다는내용때문이다.
그합이1만시간이되는것이다.
그런데젊은사진작가한성필(39)의얘기는다르다.
‘디지털이기술을민주화시켰기때문에대상에대한자신만의해석이예전보다
훨씬중요해졌다.‘
‘란스튜디오’의김재환은그분야에서알아주는인물사진의대가다.
‘국가든개인이든역사를기록해야할사진쟁이들이책도안읽고,신문도안읽는다.
야트막한기술에만매달리고컴퓨터앞에앉아마우스만굴린다.
사진만해도기계가할수있는게있고사람의정신이파고들어가는자리가따로
있는데모두들손쉬운기술에만매달린다.
정신이깃든상품을우리는명품이라고한다.
명품은아날로그에서나온다.
피사체와교감할시간,내생각을심을시간,최고의순간을포착할시간이있어야한다.
기록의산물인사진은100년을가야하는명품이어야한다.‘
노출이나조리개값의자동조절,
필름이아닌CCD나CMOS와같은이미지센서의사용,
사진인화의즉시성,
마음에드는사진이나올때까지여러번찍을수있고,
카메라에장착된진동센서가흔들림을방지한다고해서좋은사진-명품은저절로
만들어지는것일까.
스마트폰으로영화까지찍는세상이기는하다.
그러나,
피사체를선택하고,사진의예술적구도(構圖)를잡는것은인간만이할수있는‘창의력’
이다.
아무리발달해도디지털은단지‘편리한수단’일뿐이다.
스마트폰이백개있어도‘달인’이될수없는분야중하나가‘악기’다.
무대에서심포니오케스트라와베토벤의피아노협주곡을연주하는20대의피아니스트는
이미5살때부터피아노를시작,하루에5-6시간씩20여년을‘연습’해온달인들이다.
‘스마트폰이면당신도달인’은,
하나만알고둘은모르기때문에하는소리다.
첨단의디지털기기라해도그것은끝까지보다빨라지고편리해진‘수단’일뿐
본질은아니다.
인간의‘창의력’은어떤수단으로도대체될수없는‘신비한영역’임을간과하면
안된다.
LG경제연구원의책임연구원이라면이미신입사원은아니다.
중간계층에있는우리사회의일부가디지털에대해‘유치한수준’의인식과이해를
가지고있다는것은정말놀랍고도위험한일이다.
수단이목적이되면인간이설자리는없어진다.
지금은글자그대로태블릿PC와스마트폰의시대다.
‘스마트시대,스마트세대’라는용어까지등장하고있다.
IT기기의발전은필요한것이며그것들이우리의일상을더빠르게,편리하게
해주는것도사실이다.
그자체를나쁘다고할이유는없다.
문제는어느한쪽을상대적인기준이아닌절대기준으로평가하는‘쏠림현상’이다.
정말우리모두가아날로그없이디지털만으로세상을살아갈수있을까.
지금도이세상에는‘돈’으로살수없는것들이많이있다.
‘가치’는‘값’으로환산되지않는다.
엄격히말하자면모든디지털은아날로그에서나온것들이다.
뿌리가아날로그인것이다.
유치하고편향된기사를게재하는신문편집자의한심한수준도지탄받아마땅하다.
근자통기타의‘세시봉열풍’이큰화제다.
KBS2라디오‘임백천의7080’을진행하고있는임백천은이열풍에대해
‘세시봉열풍이후벌어지는현상을한마디로요약하면
음악의아날로그화(化)다.
컴퓨터에의존하지않는음악이아날로그음악이다.
통기타음악은아날로그다.
통기타음악은가수가부르는것을듣고하는것이다.
누구든지따라부를수있다.
통기타는자연음이다.기계음이아니다.
통기타노래는가사에기승전결이있다.
노랫말이그자체로서시(詩)였다.
7080세대인지금의중장년은정이있고의리가있다.
통기타음악은수십년동안그들의가슴속에있었던것이다.
그것이다시찾아온것이다.(세시봉열풍)
그들은이것을놓치지않을것이다.‘
그는컴퓨터사운드에대해서도얘기한다.
‘아이돌문화는디지털문화다.
음악은컴퓨터의기계음이다.
아이돌음악은‘듣고’하는것이아니라‘보고즐기는’것이다.
인기가있다고해봐야2-3년반짝하다가용도폐기될텐데그땐어덯게살것인가.
아이돌댄스그룹이부르는노래의상당수가‘솔’이없지않는가.
기계음에기계적인몸짓을하고있는데나는그것을기계체조라고부른다.‘
조지프리드먼(62)은,
미국의명문코넬대의정치학박사출신이며,
세상은그를‘21세기노스트라다무스’라고부른다.
그가설립한정보분석회사‘스트랫포’는국제정세를꿰뚫어보는분석으로‘그림자
CIA’라는평을듣는다.
이회사가제공하는온라인정보는전세계에서하루220만명이접속하고있다.
최근엔80%의적중률을가지고있다고자평할정도다.
프리드먼은‘소셜미디어’에대해이렇게말한다.
‘서구사람들은테크놀러지에대해환상이있다.
뭔가새로운기술이나오면세계를완전히바꿀것으로생각한다.
그러나세상은그렇게바뀌는것이아니다.‘
지금우리사회는얼리아답터들의천국답게테블릿pc와스마트폰이세상을뒤집을
것처럼호들갑을떨고있다.
더빨라지고,더편리해지는게나쁠이유는없다.
그러나모든일에는양면성이있음을잊으면안된다.
내가대학생이었을때까지도시외버스는있었지만시내버스,즉대중교통수단은
없었다.
그게어디든,아무리멀어도걸어서다녔다.
그런데그때는비만,다이어트,당뇨,심장병,고혈압같은용어자체가없었다.
가까운거리도차를타고다니는‘편리함’에우리모두가어떤대가를치르고
있는지를살펴보면대답은절로나온다.
아날로그의기본은우리들자신이다.
출생,성장,사회생활,은퇴,죽음에이르는전과정은그무엇으로도가감할수없는
아날로그적순서들이다.
어린아이가태어나서두발로서고,걷기까지얼마나긴시간이필요한가.
인간이라는종(種)은아직도두발로서고,걷는데에원시적어려움을겪고있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인것이다.
디지털은,그래서‘수단’일뿐이다.
수단은끝까지수단일뿐,목적이될수는없다.
‘스마트폰만있으면달인이된다’는망상은지극히편협한무지가아닐수없다.
우리모두는그근본에서디지털은없어도살아갈수있지만아날로그없이는단
하루도살수가없는존재들이다.
그래서절실한것이‘균형감각’이다.
아날로그와디지털에대한올바른이해는물론,그두가지가조화롭게섞여있는것이
가장이상적인사회라는사실에대해서도이해가있어야한다.
DVD로영화를볼때,
선명하고아름다운‘영상’과‘사운드’는디지털에의한수단이지만,
영화를영화되게하는것은순간순간단절되는영상이아니라연속적으로이어지는
긴이야기-스토리-콘텐츠로아날로그적인‘내용’이다.
IT기기에밝은선배에게후배가물었다.
‘스마트폰을하나사려고하는데어떤게좋을까요.’
대답은뜻밖이었다.
‘그걸로뭘할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