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의 진화.
사람은누구나태생적(胎生的)으로좋아하는것이있다.
후천적인학습으로잘하는것과태생적으로잘하는것의큰차이가그증거다.
그래서태생적인것은곧천부(天賦)이기도하다.
사람들에게주어진‘하늘의선물’인것이다.
사람에따라태생적선호(選好)가천차만별인것은오묘한섭리라고말할수있다.
그서로다른것들이조화를이루어내는게우리들의사회공동체생활이다.
다양성(多樣性)에서는발전이있지만독재체제는정체되는이유가그것이다.
우리와북한의근본적인차이도바로그것이다.
나는개인적으로‘음악’을좋아하는사실에대해늘감사하고있다.
내가음악을사랑하고좋아하는것은결코후천적으로학습된것이아니다.
태생적으로음악을좋아했기때문에후천적인학습이뒤따랐던것이다.
특히은퇴후의노후생활에서음악이차지하는비중은놀라운것이다.
더깊이있게듣고,더넓게듣고,더많이들을수있는게노후생활의즐거움이다.
나아가서아직도손에서악기를놓지못하는것은태생적으로음악을좋아하기
때문이다.

내가중학생이었을때,
가장배우고싶은악기는피아노였다.
골목길을지나다피아노소리가들리면담장에기대서서그피아노소리를들었으며
길거리의전파상이내다놓은스피커에서도피아노소리가나면가던길을멈추고듣곤
했었다.
그때만해도피아노가있는집은극히드물었고피아노학원도많지않았으며교습비
는아주비쌌다.
편모슬하의어려운생활에서내가피아노를배운다는것은언감생심(焉敢生心-감히
그런마음을품을수도없음)이었다.
그돌파구가학교의‘브라스밴드’였다.
내가중학교에입학할때에는6년제였다.
입학식날아침,
나를사로잡은것이학교의브라스밴드였다.
국기에대한경례에서의트럼팻팡파르,
애국가반주,그리고힘찬행진곡의연주는나를완전히사로잡았다.
입학식이끝난직후나는무조건브라스밴드에다가가서6학년형님에게브라스밴드에
들어가고싶다고했다.
그형님은빙그레웃으면서교무실에가서음악선생님을만나얘기하라고일러주었다.
(그형님은악장이었다.)

내얘기를들으신음악선생님은한참동안나를살펴봤다.
‘브라스밴드에들어오려면한학기가지나야한다.
평균점수가80점이상이어야들어올수있다.
그건악기를배우고다루기위해서는복잡한악보를잘볼수있어야하기때문이다.
그러니한학기가지난후성적표를가지고다시오라‘는요지였다.
나는한학기동안정말열심히공부했다.
그리고평균80점이넘는성적표를들고다시교무실로음악선생님을찾아갔다.
그날몇명의1학년신입생이브라스밴드에들어갔으며,그이후음악선생님과
나는뗄수없을만큼가까운사이가되었다.
내가나중에악장이되었을때‘총보’보는법을배워주신분이바로그음악선생님
이다.
선생님은내가키가크고팔이길다고하면서슬라이트럼본을배정해주셨다.
브라스밴드의다른관악기들은피스톤이나발브가있어정확한음정을낼수있지만
슬라이트럼본은자기가‘음-소리’를만들어야하는어려운악기였고악보도저음부
여서쉽게읽을수가없었다.
낡은것이었지만처음슬라이트럼본을지급받았을때가슴이뛰고눈물이났었다.
드디어악기를손에쥔것이다.

내가그어려운슬라이트럼본을배우는속도는놀라운것이었으며같은파트의
상급생들도놀랬다.
그것은내가그만큼음악-악기를좋아하기때문이었으며소질도남달랐기때문이었다.
2년이지났을때나는상급생들을제치고제1트럼본주자로자리잡았다.
그건멜로디만연주한다는뜻이기도하다.
음악선생님은내게주목했으며졸업이나기타사정으로결원이생기는파트를위해
다른악기들도배우도록했다.
내가브라스밴드에서6년동안배운악기들은,
슬라이트럼본,바리톤,유포니움,튜바,스자폰,
그리고Bb의목관클라리넷과앨토와테너의색소폰,
후렌치혼,사이드드럼과베이스드럼,
트럼펫과코로넷이었다.
이렇게여러가지악기를배운것이나중에악장이되었을때총보를읽으며밴드를
연습시키는일에결정적으로유리한조건이되었다.
특히학교대항브라스밴드경연에서는언제나튜바나스자폰을맡아강력한저음부의
활약으로계속우승하기도했다.
모든학교의브라스밴드에서저음부는늘약했다.
그리고밴드의행진이길어지면언제나사이드드럼을교체해주기도했다.

심포니오케스트라의연주를감상하는경우,
나는대단히전문적이다.
모든교향악단은현악기군,목관악기와관악기군,그리고타악기군으로편성된다.
나는이네가지악기군의악기들을직접연주했었기때문에악단의연주실력까지
가늠할수있다.
40회생일때아내는Bb의프랑스제목관클라리넷을내게선물했다.
70이될때까지클라리넷을불었으나나이가들면서폐활량이이전같지않아악기를
바꿨다.
나이칠십에첼로를시작한것이다.
따라서목관,금관,타악기에이어서현악기까지연주할수있게되었다.
악기들에대해알고음악을듣는것과모르고듣는것은그근본에서아주큰차이가
난다.
같은곡의연주라해도듣는수준이달라지며느끼는감정도다르다.
그연주를들으면서깊이공감할수있는오케스트라가정명훈이지휘하는서울시향
이다.
관악기군은아직부족한면이많지만나머지파트들은그실력이출중하다.
국내오케스트라중스트라빈스키의‘봄의제전’을시향만큼연주하는악단은없을
정도다.
특히지휘자정명훈이만들어내는‘해석’은세계적인수준이다.
따라서KBS교향악단의정체와퇴행이늘근심스럽기도하다.
‘철밥통’이그들을망치고있는것이다.

1715년여름에작곡,연주된헨델의유명한‘수상음악’은모두20곡으로구성돼
있다.
그러나지금은H.하아디가편곡한6곡이주로연주되고있으며대형편성의오케스트라
보다채임버오케스트라가연주하는경우가많다.
작년11월,런던에있는‘세인트폴쳐치’에서폴메크리쉬가지휘하는‘Gabriel
Players’가이수상음악을연주한바,
악단규모는40명정도,그리고아주생소한고악기로편성된오케스트라였다.
현악기들의몸체는지금것과비슷했지만‘활’은전혀달랐다.
목관의오보에와옛바순,피스톤없는트럼팻,발브가없는혼이인상적이었다.
그리고현악기들은전혀‘비브라토’를쓰지않았다.
그들의연주는,지금우리들이현대적인오케스트라를통해듣는‘수상음악’과는
아주다른음악이었다.
한가지분명한것은그들의고악기연주가그음악에더잘어울린다는점이다.
그게정말헨델이작곡한그때의음악이었다.
근자여러나라에서고악기로편성된악단이많이생기는것은그런의미에서바람직
스러운일이기도하다.
그분야에선영국이단연앞서있다.

일본의‘오사카’에는‘오사카클럽’건물이있으며,
거기에는‘텔레만실내오케스트라’가상주하고있다.
금년1월,그들은모차르트의피아노협주곡12번,K414를연주했다.
그편성은,
제1바이올린2,제2바이올린1,
비올라2,첼로1,더블베이스1,
그리고포르테피아노였다.
90명이상의대편성오케스트라와슈타인웨이피아노로연주되는모차르트의협주곡
을듣던관행과비교하면너무나규모가작은,생소한편성이었다.
그런데,그들의연주를들으면서느낀감정은대편성보다훨씬질감이높았으며
‘음악성’도달랐다.
더가슴에다가오는연주였으며모차르트의‘음악’을더깊이이해할수있는연주
이기도했다.
개량형에비해포르테피아노는소리도작고음색도단조로웠지만소규모의고악기
편성과어울리는,모차르트시대의음악을들려주고있었다.
‘가브리엘풀레이어스’가40여명의규모와편성으로‘수상음악’을연주하는것도
옛악단의편성이그러했기때문이다.
하이든의교향곡들도거의비슷한편성의오케스트라가연주했을것이다.

모차르트는1756년에태어나서1791년에세상을떠난,‘요절한천재’다.
그가작곡한피아노협주곡들은,
1709년이탈리아의챔발로제작자인‘바르돌로메오크리스티포리’가챔발로몸체를
사용,헤머로현을때리는악기를만들어Pianoetforte라고이름붙인동형의,
프르테피아노로연주됐다.
말하자면모차르트시대엔지금우리가사용하고있는슈타인웨이는없었다.
미국에서쇠주물로피아노의후레임을만든게1825년,
펠트헤머가고안된게1826년,
피아노용강철선을만든게1835년,
그리고오늘날연주용피아노의대명사가된슈타인웨이가뉴욕에서처음제작된
것이1853년이다.
쉽게말해,지금우리들은모차르트시대에는없던,쓰지않았던개량된악기들과
대형오케스트라의편성으로‘21세기식모차르트의음악’을듣고있는셈이다.
일본의텔레만실내오케스트라의연주가돋보이는것이그때문이다.
런던의가브리엘풀레이어스의연주역시같은맥락에서소중한것이다.
모차르트의음악을그때사용하던악기들로연주하고듣는것이불가능한일이
아니기때문에더요청되는것인지도모른다.

이탈리아의유명한기호학자움베르토에코는,
‘나는카루소의낡은음반을들을때마다스스로에묻게된다.
그의목소리와요지음의위대한테너들사이에보이는차이는단순히녹음과
저장매체의기술적인질의차이인가,
아니면20세기초반사람들의목소리가지금우리의그것과는다르기때문인가.
카루소의목소리와파바로티의목소리사이에는수십년동안쌓여온각종단백질과
의학의발전이놓여있는것이아닐까.
20세기초반미국에도착한이탈리아이민들은편균신장이160이었지만,
지금그들의자손들은180센티에도달해있다.‘고썼다.
노벨경제학수상자인시카고대학의로버트포겔교수는,
미대륙과유럽거주자들의신장,수명,영양,보건,노동시간등방대한테이타를수십년
동안분석한결과최근300년간인간의키와수명이기술발달에힘입어인류역사상
가장빠른속도로늘어나고있다고분석했다.
카루소와파바로티의목소리가차이나는것은과학적으로도증명할수있다는얘기다.
인간의목소리-성악-음악이진화하고있다면악기와연주도진화하고있다고말할수
있다.
연주의진화는‘다른음악’이될수도있다는데문제가있지만말이다.

바하의‘평균율클라비아곡집’은,
글렌굴드의피아노연주가유명하다.
그런데이상한것은같은곡이라도구스파프레온하르트의챔발로연주로들을때가더
좋은것이다.
바하시대에도물론슈타인웨이는없었다.
그것은작곡당시의대상악기가아니었기때문에악상(樂想)에서작곡가의의도가살아
나기가어려운것이다.
반면챔발로(클라브생,합시코드)는바하가생각하는클라비아-Klavier에해당되는
악기였기때문에피아노에비해더큰설득력을가진다고말하수있다.
따라서지금우리들이듣고있는바로크시대의음악은순수한바로크음악이기보다는
대형편성과개량악기로진화된21세기식연주인셈이다.
같은곡이라도고악기로편성된소규모악단의연주가음악의질감에서뛰어난이유가
그것일것이다.
세상의모든것이진화하고있는데음악이라고예외일수는없다.
그러나우리가알고있어야하는사실은모든음악은그것이작곡된던시대의악기로
연주하는것이정석이라는점이다.
들어보면그차이가본질적이라는사실을곧깨달을수있다.
그래서나는파이프올갠연주를아주좋아한다.
바하가연주하던파이프올갠을지금도칼리히터나톤쿠푸만이연주하고있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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