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의 가정교육.
평생을카톨릭교육기관을맡아운영해온신부님한분이,
‘일곱살까지만우리에게맡겨달라,
그후엔누가기르든상관없다.‘는말을했다.
그만큼바탕,기초가중요하다는뜻일것이다.
한인간의‘사람됨’은엄마의품에서시작되고가정에서형성된다고봐크게틀리지
않을것이다.
그래서‘일곱살까지만맡겨달라’는신부님얘기에는가정교육이얼마나중요한
것인지를재삼강조하는의미가있다.
30년이상아이들에게미술을지도하고있는아내도,
‘아이들의행동거지를보면그가정이보인다.’고말한다.
스마트시대라고해서가정교육의기본적중요성이변하는것은결코아니다.
오히려공교육에서붕괴된‘인격적인성교육’은그만큼가정에서의몫이커졌다고
볼수있다.
인간의사회생활은결국‘대인관계의연속’이다.
그공동체안에서원만한삶을살기위해서는교육된‘인격’이필수적이다.
그교육의기초가바로가정교육인것이다.

나는오래동안미국인들과일하면서여러가족들과도아주친하게지냈다.
특히그중한가정은‘식탁에함께앉는관계’로까지발전했다.
미국인들은밥상에숟갈하나더놓고함께식사하는개념자체가없다.
식사중에같은미국인이와도식사에초대하지않았다면식탁에함께앉지않는다.
그리고그건서로가당연한일로받아들인다.
때문에‘식탁을함께하는관계’는거의가족과같은수준임을의미한다.
나는그가족과오래동안함께가정의대소사를겪으면서미국인의한가정을
지근거리에서세밀하게관찰할수있었다.
미국에이민해서사는한국인이라해도나만큼미국인의깊숙한가정사정을알기는
어려울것이다.
나는그들과수십년가까이친하게지내고있으며지금은그들이미국에돌아가
살고있지만우리의우정은조금도변함이없다.
한가지달라진것이있다면전화할때그들은영어로,나는한국어로말하는것이다.
그래도우리의소통에는큰지장이없다.
서로가말하는것을많이잊어버렸지만듣는것은크게달라지지않았기때문이다.

하나의미국인가정이미국을대표하는것은아니다.
그러나큰공통분모를생각한다면한가정에대한심도있는관찰은전체를이해하는
고리는될것이다.
나와극친했던그들부부는1남3여의자식을두었는데모두세브란스병원에서출생
했다.
네놈모두내바지에여러번씩오줌을싼경력을가지고있다.
어떤때는이제겨우걸음마를하는애들을우리집에데리고가서종일봐줄때도있었다.
그들이나를믿지못한다면결코아이들을내게맡기지는않았을것이다.
지금성인이되어미국에살고있는그아이들은한국에오면어떤일이있더라도
우리부부를꼭만나고돌아간다.
아내는신혼시절,그네놈의가정교사이기도했다.
나는그들이아이들을‘미국식으로키우는현장’을보면서정말많은것을배웠으며
미국의강력한힘이‘가정’에서시작된다는것을절실하게느꼈다.
미국의중산층가정은‘건전한민주시민’을배출하는요람이었다.
그힘이미국의국력인것이다.

그부인은스웨덴계미국인으로대단히미인이었고간호사출신이었다.
글씨는왼손으로썼으며한글과한국어에능했다.
성격은대단히침착했으며고집이센편이었고독일계미국인인남편보다약간은
진보적이었다.
그부인은네아이모두를모유로키웠다.
그때이미대부분의한국가정에서아기들에게분유를먹이고있던점을감안하면
그건뜻밖이었다.
나는한번도그이유를물어본적은없다.
개인적인생각으로는모유가어린아이에게는우유보다더좋다는판단때문이었을
것이다.
어쨌든,경제적인실력이충분한미국인이네아이모두에게모유를먹인다는사실은
한국인인내게는뜻밖이었다.
네아이가커서밥을먹게되었을때그들이가장좋아하는게‘구운김’이었다.
미국에살고있는지금도모두가김치와김이없으면밥을못먹는다고했다.
그부인은가을이되면우리와똑같이겨울김장을했다.
그리고한국에사는수십년동안그들은모두온돌방에서살았다.

아이가여섯살이되면알파벳과한글을가르쳤다.
그때부터미국정부에서보내오는어린이용교과서가도착했으며엄마는정식으로
미국정부가‘위촉하는교사’가되었다.
부인은아이들방에천정바로밑의벽에서부터온돌바닥에닿는부분까지폭50센티
정도의백지를압핀으로붙여놓았으며아이가읽은책의목록을위에서부터차례대로
큰글씨로적어내려갔다.
그건정말인상적인방법이었다.
네아이모두그빈칸을채우려는자극을받는것이었다.
미국에서출판되는어린이용도서들은정말무궁무진했다.
내용도,그림도전문적이었으며책도아주튼튼하게제본되어동생들에게계속물려
줄수있었다.
책한권을읽을때마다벽에붙여놓은백지에는그목록이적혔으며그방법은독서의
습관을길러주는최선의길이었다.
네아이모두이런방법으로수백권의책을읽었다.
그목록이끝에닿으면엄마는상을줬으며그옆에다시새로운백지를붙이곤했다.
한가지특이한점은‘만화’는상대적으로적었고있어도그내용적질은우수했다.
정말미국애들은이미어려서부터엄청난양의좋은책을읽고있었다.

정부가보낸교과서를공부하는방법도특이했다.
교사인엄마는엄격했으며시험지작성에는일체간섭하지않은채시간을체크했다.
그시험지는미국에보내지며얼마후채점이되어돌아왔다.
그리고그이수과정은모두아이들이미국에돌아갔을때정식으로교육받고있다는
인증이된다고했다.
내가가장놀랬던것은,
아이들의‘질문’에대한부모들의진지한태도였다.
알아들을때까지,몇번이고설명했으며부모가알지못하는질문은온갖자료들을
다뒤져서라도함께해답을찾아냈다.
아이들이아주어려서부터사전과백과사전을찾는법을익히는것은물론,어떤자료를
어디에서찾아야하는지를직접배우게되는것이다.
네아이모두알파벳보다는한글을훨씬빨리익혔다.
한글의과학적우수성은긴설명이필요없는것이다.
더놀랜것은아이들이취학연령이되었을때외국인학교가아닌‘한국국민학교’에보낸
점이다.
성인이되어미국에살고있는그들이한국에오면동창들과함께설악산에갈수있는게
그래서가능한얘기다.
비행기에서내려제일먼저가는곳이‘냉면집’일정도다.

미국아이들의취침시간은선과악을배우는시간이다.
그게‘성경읽기’다.
미국만큼어린이성경이발전한나라는없을것이다.
놀라운그림과함께쉽게,재미있게풀어쓴어린이성경은한인간이인격적성장에서
가장중요한부분을차지하는텍스트다.
모든부모들은자기들부모에게서,그부모들도자기들부모에게서성경이야기를듣고
자라왔다.
취침전아이들에게성경이야기를읽어주는것은부모의신성한의무이기도했다.
사실미국아이들은한국어린이들에비해비교할수도없을정도로많은책을읽게된다.
그방법과내용이싫증나지않도록잘짜여진프로그램이기때문에가능한일이기도
하다.
말하자면그커리큘럼이그만큼전문적이라는뜻이다.
지금우리아이들이한번훑어보고지나가는황당한만화들과는차원이다른세계다.
나는양쪽을다알기때문에우리가얼마나뒤떨어져있는지를절감하고있다.
이미어렸을때그들은우리보다훨씬앞서가고있는것이다.

미국영화를보면미국애들이대단히자유분방하게살고있는것처럼보인다.
그러나그건영화일뿐이다.
미국의중산층백인가정은대단히엄격하게아이들을키운다.
큰애가여섯살이되었을때,
모두가저녁식탁에둘러앉아식사하던중,큰애가포크를떨어뜨렸다.
엄마가부엌에가서가져온새포크를받아든애가그냥식사를계속하려하자
아버지가손바닥으로식탁을두드리면서엄격한어조로‘saysomething!’하는
것이아닌가.
아이는‘thankyoumam.’한후에식사를계속할수있었다.
작은일같지만그건정말‘기본교육’이었다.
가족이라해도기본이되는‘감사’로서대인관계에대해배우는것이다.
큰잘못이있을경우애를무릎에엎어놓고볼기가부플어오를정도로때리는경우도
다반사다.
그때,무엇을얼마나잘못했는지를먼저똑바로알게한후가혹할정도로체벌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사회가‘처벌’이가혹한것은그뿌리가가정에있고그만큼사회의기본
질서가잡혀있는것이다.
우리사회가‘처벌’이제대로되지않아혼란스러운것은생각하면더그렇다.
미국의공권력이얼마나무서운것인지는이제우리들도다알고있는사실이다.

미국인의가정교육에서내가가장부러웠던것은‘표정교육’이다.
서구인들대부분이그러하지만특히미국인들은표정이아주풍부하다.
그다음이라틴계국가다.
그풍부한표정들은모두가대물림된것들이다.
애들은자기부모에게서,그부모들은또자기들부모에게서,그부모역시자기
부모에게서표정들을배운것이다.
우리들은모두가곧싸울것같은굳은표정이거나무표정의얼굴모습이다.
나쁜게아니라배우지못해서그런것이다.
꾀꼬리도그새끼를따로기르면소리낼줄을모른다고한다.
표정은모방에서시작된다.
어려서부터부모의풍부한표정들을보면서배우는것이다.
표정의기본은‘미소’다.
일본의퇴직노인한분이카메라하나메고세계일주를했는데어느나라에가든웃기만
하면모든일이해결되었다는후일담을쓴일이있다.
표정은그렇게중요한것이다.
오늘도미국애들은그부모에게서풍부한표정을배우고우리애들은무표정을배우고
있는중이다.
우리의무표정도대물림인것이다.

미국가정에서는가끔씩애들이스스로만든‘쇼-show’를할때가있다.
처음부터끝까지애들스스로가생각하고준비한‘자기발표’의시간인것이다.
주제도다양하고여러가지도구도준비된다.
쇼를하는가장큰이유는,
어리지만,‘자기표현’의기회와능력을키우려는목적과훈련이다.
나는그애들의쇼를보면서그게‘창의적’임을깨달았으며이런가정교육이
빌케이츠같은인간을배출할수있다는생각을가지게됐다.
학원에서학원으로뺑뺑이를돌고있는우리의불쌍한애들을생각하면가슴이
아파온다.
미국애들이자라가는모습을알기때문이다.
미국애들도분명히울타리안에있다.
그러나그울타리가너무커서잘보이지않는반면우리의불쌍한애들은너무좁은
울타리안에갇혀있다.
하버드대학의‘한국학생에관한보고서’에는
‘한국학생은대학입학외엔목표가없다.
공부하는방법을모른다,‘고적혀있다고한다.
정곡을찌르는얘기가아닐수없다.
이제는정말모든가정에서작게라도어떤변화가일어나야하지않겠는가.
가정교육이모든교육의기본이기때문이다.
학원은‘어떤기능을주입하는곳’이지교육기관은아니다.
그래서가정교육과공교육이더중요해지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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