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없는 집.
우리가살고있는아파트의동(棟)은13층이다.
따라서우리라인에는26세대가함께살고있다.
엘리베이터의정기점검이나부품교체,또는고장이났을때는계단을걸어오르내릴수
밖에없다.
우리는13층에살기때문에계단을걷게되는경우26세대전부를보게된다.
여러번겪은일이기는하지만똑같이새아파트에입주했는데10여년이지나는사이
밖에서볼수있는현관출입문의상태는크게두가지로나뉜다.
입주할때나지금이나큰차이없이깨끗한집은집주인이살고있는집이고온갖
스티커가붙어있는채거적문처럼더러워진집은세입자가사는집이다.
(전화로관리실에확인한바있다)
어떤때는그더러운문이열려있어안을들여다보게되는데집내부는같은아파트
라고생각할수없을정도로훼손되고더럽다.
똑같이함께준공된새집이었는데그안에살고있는사람에따라전혀다른집이된
것이다.
집주인과세입자의차이가그것이다.
한쪽은자기집이고다른쪽은남의집이기때문이다.

줄리어스씨저(JuliusCaaesarBC100-44)는,
그본명이‘율리우스카이사르’다.
로마의유서깊은귀족집안에서태어났으며BC59년공화정부로마의최고관직인
콘솔(집정관)에취임한다.
콘솔로서국유지분배법안을비롯해각종법안을제출,민중의큰인기를얻기도했다.
58년부터속주인갈리아의지방장관이되어50년까지재임하면서갈리아에서일어난
대반란을진압,전쟁의종지부를찍기도했다.
그때그가쓴유명한저작이‘갈리아전기’다.
그내용중에는,
포로로잡힌갈리아의전사들은다시는로마군을향해창을던지거나칼을휘두르지
못하도록팔을자르는끔찍한대목도있다.
이탈리아의베네치아(베니스)에는,
서기679년부터1797년까지베네치아를통치한총독들의주거지이자정청(政廳)인
‘두칼레궁전’이있다.
9세기에처음건설되었으며지금의외관은14-15세기에형성된것이다.
두칼레정청을둘러본후가장마지막에들어서게되는동쪽끝부분2층의큰방은
‘무기전시실’이다.
그방엔단검,장검,방패,창,도끼등베네치아군대가사용했던온갖무기들이전시돼
있다.

자세히살펴보니그건모조품이아니라실제로베네치아군인들이사용했던실제의
무기들이었다.
인간이인간을도륙하기위해만든그무시무시한무기들을보면서나는시저가쓴
갈리아전기에서갈리아포로들의팔을절단하는끔찍한장면을연상했다.
전시된그무기들은정교하고날카로왔다.
그무시무시한무기들을들고백병전을치르는피투성이의군인들모습이떠오르기도
했다.
BC53년,
제1회삼두동맹을맺었던크라수스가메소포타미아에서쓰러지자삼두정치는붕괴
되었으며원로원보수파의지지를받는폼페이우스와의관계도크게악화되었다.
군대를해산하고로마로돌아오라는원로원의결의가있자49년1월카이사르는
군대를이끌고갈리아와이탈리아의국경인‘루비콘강’을건너로마로진군했다.
48년8월그리스의파르살로스에서폼페이우스를격파했으며45년3월에는오래동안
공화정(共和政)의실권을쥐고있던원로원의지배를완전히타도했다.
이로서실질적제1인자가된그에게는‘종신독재관’을비롯한각종특권이부여된다.
그러나이러한권력의집중은,
공화정을위협하고왕의자리를탐내는자로의심을받게되었으며,
브루투스등이주도한원로원의공화정파에게암살당한다.(44년3월)
그후,‘율리우스카이사르’의후계자로지목되었던옥타비아누수는제2회삼두정치의
상대방인레피투스를탈락시켰으며31년나머지한명인안토니우스와클레오파트라의
연합함대를악티움해전에서격파,실질적인패권을잡는다.
BC27년,옥타비아누스는원로원으로부터‘아우구스투수’,즉‘존엄한자’라는칭호를
받았으며이로서사실상의제정(帝政)이시작된다.
그는역사에기록된로마의초대황제로서신약성서에‘가이사아구스도’로기록된
인물이기도하다.
그렇게유구한로마의‘공화정’이끝난것이다.
한편키케로(MarcusTuiliusCiceroBC.106-43)는,
수사학의대가이자고전라틴어산문의창조자이며그리스웅변술과그소양에서우러
나온문체는도도히흐르는대하에비유된다.
공화정을옹호한키케로는카이사르와반목,정계에서쫓겨나문필에종사했으며
카이사르가암살된후안토니우스를탄핵했기때문에원한을사그의부하에게암살
되었다.
키케로는카이사르의독재에맞서국가를‘공공의것-respublica’라고정의했으며
여기에서‘공화국-共和國’이라는말이유래했다.
공화주의란미덕을갖춘시민이자신의사적인이익을‘양보’하여전체의이익을
도모하는것을의미한다.
공화주의에서공공선-公共善을생각하는것은그래야궁극적으로자신의행복도
더욱증진되기때문이다.
따라서모두가동의하는일정한법체계를만들고교육을통해민주시민의자질을
배우고토론을통해공익(公益)에합의하는과정을구축하게된다.

우리군(軍)이보유하고있는35mm의대공포인오리콘포의포신을고정하는몸통이
사격중두동강이나는사고가지난3월군사격장에서발생했다.
조사결과이런불량부품이들어간오리콘포가79개납품되었으며이미6개가
파손된것도알게되었다.
이불량제품은무기군납업체인‘넥슨사’가납품한것이었으며이회사대표안모씨
는포의몸통입찰에서미국의TAC사명의를위조,79개,48억8000만원을낙찰
받았다.
그는폐기된포의몸통과조잡한설계도면을기계제작업체에주고몸통을제작케
한후미국과홍콩으로밀반출했다다시수입하는방법으로TAC사를통해들여온것
처럼꾸몄다.
이런불량품이군에의해검수된과정에서의부패는별도의문제로하더라도저고도로
침투하는북한전투기를격추시킬수있는대공방위의중요무기가악덕업자에의해
그기능을상실한다면이는중차대한국가안보의문제가된다.
개인의탐욕적인사익(私益-악덕민간업자든,뇌물을먹은군인이든)이공익을크게
훼손한사례가되는것이다.
중요한방어무기체계에서이런일이발생했다는것은우리가아직제대로된공화국이
아니라는얘기이기도하다.

서울경찰청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5월26일열차의탈선방지용‘코일스프링클립’을한국철도공사에납품한한업체
의대표문모씨를검거,구속했다.
코일스프링클립은철도레일과침목을고정해주는부품으로지름2cm의강철봉을휘어
만든다.
문모씨는성능이검증되지않은저가의중국산을국산제품에섞어납품한혐의를받고
있다.
문씨는개당2900원보다500원이싼중국산으로단가를낮춰입찰,낙찰받았다는것이다.
이불량제품이검수과정에서적발되지않은것은뇌물과부패의고리가있었기에가능한
얘기임은더말할것도없다.
시속300km의고속열차가탈선사고를내는경우그피해는상상을초월하는재앙이된다.
더구나기천원짜리부품때문에그런사고가일어난다면더기가막힐일이다.
사악한개인의탐욕적인사익추구가불특정다수의공익을해치는경우가바로이런
케이스다.
사실,이런사례를들자면끝도없을것이다.
그만큼우리사회의부정,비리,부패는모든곳에만연돼있다.
아직은공화정(共和政)의근처에도이르지못하고있는한심한수준인것이다.

헌법(憲法)은,
국가기관의조직및작용에대한기본적인원칙과국민의기본적권리,의무등을규정한
근본법(根本法)이다.
대한민국헌법제1조는,
‘대한민국은민주공화국(民主共和國)’이라고나라의정체성을명시하고있다.
우리의정치적정체성은그래서민주주의에입각한공화정인것이다.
민주-民主는,
민주주의의준말로서나라의주권이국민에게있다는뜻이다.
민주주의는국민이권력을가짐과동시에스스로권력을행사하는정치형태로
전체주의에대한반대개념이다.
공화국은공화정치를하는나라로서주권이국민에게있는나라이며공화정치는
나라의주권이한사람에의해행사되지않고합의체의기관에의해행사되는정치다.
결국민주공화국은주권이국민에게있는공화국으로서국민이선출한국가원수및
대표에의해국정을운영하는나라라는뜻이다.
그국민이주권을정치적으로행사하는가장대표적인형태가‘투표’다.
대통령과대의원(국회의원)을직접,비밀투표에의해선출하는시스템인것이다.
적어도그외형에서는이미우리는상당한수준의민주공화국이라고할수있다.

‘민주공화국’은,
말하자면국민이그안에서살고있는‘정치적인집’이라고할수있다.
이때의국민은민주공화국을구성하는자연인으로서대한민국국적을가진자를
일컽는말이다.
이에반해시민-市民은국정에참여할수있는법적지위-공민권(公民權)을가진
국민을뜻한다.
때문에민주공화국인대한민국은‘민주시민’에의해국가의구성과정치적기능이
부여되는것이다.
말하자면,‘정치적인집’인민주공화국안에‘민주시민’이살게됨으로서그‘집’이
온전해지는것이다.

따라서국가가’집’이라면제집에살든,셋집에살든그물리적환경과관계없이국가에

대한의식구조-생각에서’집주인’과’세입자’로갈라지는것도현실이다.
지금세계에는‘민주공화제’를채택한나라가대부분이다.
그바탕에서는거의가비슷하다고할수있다.
그러나그‘집들’의내막을들여다보면집안사정은메울수없을정도의큰차이를
드러내고있다.
집의겉모습은비슷했는데그안에살고있는‘민주시민-사람들’에의해이런차이가
생겨난것이다.
입주자가주인의식이분명한‘민주시민’이라면그집은탄탄한기초위에서발전할수
있지만반대로‘세입자’수준이라면그나라는발전할수가없다.
아파트의계단풍경이나국가간의차이나결국은같은이치로돌아가기때문이다.

민주공화국이제대로작동하기위해서는,
‘민주시민’의의식구조가여기에걸맞는것이되어야한다.
무엇보다중요한것이‘자기정체성’확립이다.
우리는자유민주주의정치체제와자본주의시장경제를채택하고있다는‘이념’에서
분명해야한다.
삼권(입법,사법,행정)이분리된이유를알아야하며국민이선출한대의기관인국회의
입법권이상대적으로우위에있어야하는이유에대해분명한확신을가져야한다.
선거와피선거권,공정한비밀투표의보장이얼마나중요한것인지를알아야하고,
‘투표’에서의기권이나불참이공화제에서얼마나큰이탈행동임을깨달아야한다.
모든법은우리가스스로만든것이다.
이약속을지키는‘준법정신’은민주시민의가장기본적인의무이며,
현실적으로존재하는‘국가’를위해납세와병역의의무도감당해야한다.
집권정치세력에대한견제와비판능력이있어야하며,
야당과좌파에대한감시에서도엄정해야한다.
필요하다면‘정권’도교체해야한다.
그게민주공화제의힘이기도하다.
그모든힘의뿌리가‘민주시민’임은더말할것도없다.

지난현충일,
언론보도에의하면국기의반기게양율은2%수준이었다.
국기게양으로‘집주인’을판별하는일이절대적일수는없지만어떤‘추세’는
충분히가늠할수있다.
현충일뿐아니라모든국가기념일의국기게양율은5%를넘지못한다.
지금대한민국의집안사정은안썩은데가없는부패공화국이다.
가장큰이유는주인의식이없는‘세입자들’이많기때문이다.
내것이아니니까애착도없고,따라서공공선이나공익보다는탐욕적인사익을
먼저채우기때문이다
흡사부족국가(部族國家)수준이다.
더가슴아픈것은‘민주시민’을길러내는곳이전혀없다는점이다.
무서운일이다.
그래서희망이보이지않는다.
끝까지‘민주공화국’의요체는주인의식이분명한‘민주시민’이다.
민주시민없이민주공화국은성립될수도,앞으로나아갈수도없다.
다른모든것이다발전해도‘민주시민’없이는선진국이될수없다.
그래서지금대한민국의현주소는,

그의식구조에서무책임한세입자들로들끓고있는’주인없는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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