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격자.
목격자(目擊者)는,
어떤현장을직접그눈으로본사람을뜻한다.
나는철이든중학생이었을때6.25전쟁을목격했으며온몸과마음으로그처참한
전쟁을체험한‘마지막세대’다.
이제우리세대가떠나면그전쟁을목격하고체험한‘증인’은역사에서사라지는
것이다.
직접,온몸과마음으로체험해서아는것과듣거나읽어서아는‘현장’은건널수
없는강처럼차이가난다.
체험한사람은전쟁이얼마나무서운지를알고있지만듣고읽어서아는사람은
코앞에닥치기전에는그게무엇인지모른다.
역사가우리에게알려주고있는사실은코앞에닥쳤을때는‘이미늦었다’는교훈이다.
6.25를알면다시6.25를만나지않을수있지만6.25에대해모르면반드시그
전쟁을다시만나게된다.
왜냐하면6.25전쟁을일으켰던장본인들이핵으로무장한채그대로북쪽에버티고
있기때문이다.
200여킬로의휴전선과천안함,그리고연평도가살아있는증거들이다.

1991년구소련이붕괴된후,
그동안비밀로분류됐던‘기밀문서’가공개되면서6.25민족상잔의전쟁은,
북한의김일성이스탈린의승인과모택동의지원약속으로시작한‘남침전쟁’이었음이
밝혀졌다.
결국6.25전쟁은‘동서냉전의산물’이었던것이다.
6.25전쟁은,
1950년6월25일부터1953년7월27일까지3년1개월간계속되었으며
남쪽만군과민간인이85만여명이사망,실종되었으며84.659명이북으로납치되었다.
한편군전사자중지금까지4.698명의유해가발굴되었으며이중60명의신원이
확인된바있다.
전사자대부분은북한지역과비무방지대에묻혀있을것으로추정된다.
중공군과북한군도200여만명의인명피해를입었으며,
민간인도150여만명이인명피해를입었다.
한편,유엔은전쟁이발발하자
‘대한민국이무력침략을격퇴하고평화와안전을회복하는데필요한원조를제공해
줄것을유엔회원국에권한다.‘는참전결의문을채택했다.
여기에는이승만과미국의회의역할이컸다.
따라서6.25는국제전의성격을가지게된다.

유엔의참전결의에따라,
16개국에서193만8330명이이전쟁에참가했으며4만670명의전사자와10만
4280명의부상자가발생했다.
현재부산에있는,세계유일의유엔군묘지에는11개국2300여유해가안장돼있으며
1955년유엔총회는이곳을‘유엔군지정묘지’로지명한바있다.
6.25전쟁은과거500년동안의세계모든전쟁중인명피해규모에서7번째에해당
하는대규모전쟁이기도하다.
뿐만아니라우리도이처참한전쟁을통해개인의재산은물론미미한수준에있던
국가기간산업과공공시설대부분이파괴되었으며국토는초토화되었다.
320만명에달하는피난민이발생했으며,
30만명이넘는전쟁미망인과10만의전쟁고아가발생했다.
글자그대로하나의국가가그사회적인기반을전쟁으로잃어버린것이다.
미국은이전쟁을미국의의지를시험하는공산불럭의도전으로간주,당시기준
500억달러가넘는전비를쏟아붓기도했다.

한편이전쟁을통해,
극단적인반공주의와북에대한적대의식이생긴것은사실이지만한편으로는고질적인
지연을해체하고신분의식에서벗어나는계기도되었으며미국과동맹국이됨으로서
자유시장경제체제인‘해양문화권’에편입하는일대전환을이룬것도사실이다.
또하나는,
6.25전쟁후냉전체제가구축되면서자유민주국가들은2차대전이후도미노처럼번져
가던공산주의의팽창을저지하게되었다.
6.25전쟁중이전쟁의전세를바꾼획기적인군사작전이‘인천상륙작전’이다.
전쟁발발후맹열한기세로남하하던북한군은유엔의참전으로낙동강에서교착상태
에빠졌으며1950년9월15일,유엔군사령관맥아더의지휘아래북한군의허리를
끊는인천상륙작전이감행되었다.
동원한군함이206척,7만의병력이참전했으며9월19일한국해병2개대대,미제1
해병사단이한강을건너공격을개시했으며20일주력부대가한강을건넜고,26일
정오한국의해병대가중앙청에태극기를게양했다.
서울이수복된것이다.

다음이전설처럼남아있는‘흥남철수작전’이다.
중공군의참전으로전세는역전,
1950년12월15일에서24일까지군인10만5000여명,(미군제10군단,한국군
제1군단)피난민9만1000여명,차량1만7천500대,전쟁화물35톤을193척의
함대에싣고안전하게철수한게바로흥남철수작전이다.
이작전에참가했던‘메러디스빅토리호’는1945년2차대전당시미국의LA에서
건조된‘무어맥코믹사’의화물선이다.
길이138.7미터,7천톤급으로승선선원정원이60명.
1950년12월22일이배는미군의무기를싣기위해흥남부두에도착했다.
그때미제10군단장알몬드장군의민사고문으로있던한국인의사현봉학은이배의
‘레너드라루’선장에게남쪽으로가기를원하는피난민을태워달라고간곡하게요청
했다.
라루선장은배에실려있던무기를모두내리고피난민을최대한태우라고명령했다.
피난민들도짐을버리고승선했으며7천600톤의이작은화물선은1만4천명의피난
민을태웠다.
이기록은기네스북에등재됐다.

음식,물,의약품모두가부족한상태에서28시간을항해,부산항에도착했지만피난민이
포화상태라입항이거절됐다.
라루선장은할수없이50마일을더항해해크리스마스인12월25일에거제도장승포에
피난민을내려놓았다.
항해도중5명의아기가태어나기도했다.
‘때때로그항해에대해생각한다.
어떻게그렇게작은배가그렇게많은사람을태울수있었는지,
그리고어떻게한사람도잃지않고그끝없는위험들을극복할수있었는지,
그해크리스마스에황량하고차가운한국의바다위에하나님의손길이우리배의키를
잡고계셨다는명확하고틀림없는메시지가내게와있었다.‘
라루선장의회고담이다.
라루선장은1954년바다를떠나뉴져지주뉴턴시에있는베네딕토회의성바오로수도원에
들어가‘마리너스’라는이름의수사로2001년10월,87세로숨질때까지평생을봉헌
했다.
그이후왜관수도원의수사들은성바오로수도원에파견되어수도활동을하고있다.

인간에게있어‘전쟁’은어떤것인가.
그건반드시목격하고체험해봐야알수있는극도의‘비상사태’다.
지금우리들이누리고있는평범한일상과생활방식이하루아침에마비되는,상상도
할수없는재앙의시간인것이다.
내가전쟁을겪으며깨달았던가장중요한결론은,
‘배고픈것’이끝이라는점이다.
먹을게없다는것,그건그대로끝이다.다른문제들은그다음이다.
전쟁이발발하면수퍼마켓에쌓여있는모든식품들은하루사이에사라진다.
그리고다시는그곳에상품이진열되지않는다.
공장과산지에식량이있어도‘유통구조’가작동할수없기때문이다.
전쟁소문에‘사재기’해봐야잠시버틸수있을뿐이다.
그다음은죽지않기위해음식이라고부를수도없는별의별것을다먹게된다.
‘피골이상접했다’는것은피부와뼈가붙었다는뜻이다.
영양실조는그정도다.
전쟁이끝나고참으로오래간만에쌀밥을입에넣었을때,그리고그매끄러운밥이
식도로내려갈때나도모르게눈에서는뜨거운눈물이흘렀었다.
나는그경험을결코잊을수가없다.
그래서지금도밥알하나를버리지않는다.

이제전쟁이나면아마도피난가는일은없을것이다.
현대무기에의한현대전은‘전선’이따로없을것이기때문이다.
‘거리’가무의미해진것이다.
재래식공격과함께사이버공격은,
발전소의기능을정지시키고,개스의공급을차단하고,
금융권의업무를마비시키는것은물론,통신과교통시스템까지파괴할것이다.
학교와직장이폐쇄되는것은물론,차고넘치던정보는절벽이될것이며
전화도,인터넷도,스마트폰도무용지물이된다.
일정한전선이형성되지않기때문에불안과공포는가중되며암흑속에서,먹을것도
없이전황도알지못한채나락으로떨어진다.
만약,남북간다시전쟁이터진다면,
승리는반드시우리것이다.
우리에게는‘병참’이라는경제력이있지만북에는그게없다.
처음에는‘기습’에밀릴수도있지만그것도잠시한,미동맹군은북쪽을초토화
할것이다.
그러나한가지알아야할것은,
전쟁이휩쓸고지나간‘황폐’는피할수없다는사실이다.
6.25이후의가난과고통이재현되는것이다.
‘스마트세대들’은그게얼마나끔찍한것인지짐작도못한다.
이세상에서가난처럼무서운것은없다.

지난현충일,
기자가어린아이에게물었다.
‘현충일이무슨날이지?’
‘노는날아니에요?’
심지어는안중근의사가어느병원의사냐고묻는경우도있다고한다.
10대의62.9%가,20대의58.2%가6.25전쟁이언제발발한무슨전쟁인지를
모른다고한다.
‘수령님의전사답게살기위해,
수령님의유훈인조국통일을반드시실현하기위해대중속에서살아숨쉬는일꾼,
앞만보고달려가는전진형,강철형의일꾼이되겠다.‘
2010년12월검거,기소된이적단체‘한총련’의핵심간부인김모가쓴
‘김일성충성맹세의글’이다.
현재친북단체는200여개정도이며지하조직을합하면더많다.
공산주의,주체사상으로무장한핵심세력이3만여명,이들이주최하는집회,
시위에참여하는추종세력이50여만명에이르며체제불만등으로이들에게
심정적지지를나타내는부동층은300여만명으로추산된다는게안보전문가들의
견해다.
우리의해이해지고느슨한안보의식이이런송충이들을키운것이다.
지금이송충이들은우리사회의저변부터갉아먹고있으며그판도를넓히고있다.
만리장성의육중한문이밖에서열린적이없었다는사실을명심해야한다.

전쟁에이기는가장확실한방법은무엇일까.
그건싸우지않고이기는것이다.
그게‘전쟁억지력’이다.
그억지력이바로힘-군사력이다.
지금의‘썩은군대와똥별들’이확실한힘-군사력이될수있을까.
천안함과연평도를겪으면서우리모두는화려한군복속에감추어진부패와무능을
가슴아프게확인했다.
지금이라고달라졌겠는가.
천안함과연평도는아직한반도에서전쟁이끝나지않았음을분명하게보여줬다.
종전이아니라‘휴전상태’인것이다.
어느일방의총한방이바로전쟁으로이어질수있는화약고가한반도다.
최종적으로북쪽이선택할수있는길은하나밖에없다.
‘너죽고나죽자’가그것이다.
그러나우리는‘너죽고나살자’가되어야한다.
우리가죽지않고사는길은‘정신을똑바로차리는것’이다.
스스로의‘정체성’과‘자기위치’를똑똑히알고있어야한다.
그게안보의식이다.
인민군탱크가시내로진입한날,
남쪽으로가는신작로는황망하게집을나선피난민으로차고넘쳤다.
그때나는한젊은여자가베개를업고가는것을보았다.
사람들이그게베개라고하자그여자는흡사미친사람처럼소리를지르며왔던
길을되돌아뛰기시작했다.
그게전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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