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분다.
달밝은가을밤에
달밝은가을밤에
산들바람분다.
아-,너도가면(2절.꽃이지면)
이마음어이해.
정인섭작사,현제명작곡의우리가곡‘산들바람’이다.
우리가곡들은,우리들에게는세상에서가장아름다운노래들이다.
우리가곡안에는‘슬픔’이있다.
그래서감동적이고설득력이크다.
나의학창시절,가을은이가곡을들으면서시작되었다.
처연한테너의이노래를들으면,
세상은더진지해지고스스로를성찰할수있었다.
대중가요는우리들을즐겁게해주고,고전은우리를성찰케한다는얘기는그래서
맞는말이다.
지금은전처럼아름다운우리가곡을들을수있는기회가많지않다.
그만큼우리의삶이깊이를잃어가고있는것이다.
깊이가없는,표피의자극적인삶이우리들을피폐케하고각박하게만드는
세상이다.
‘우리들은시냇물소리는들을수있지만
한강물이도도히흘러가는소리는들을수없다.‘
작고하신한국악인이남긴말이다.
한강의우리말이름은‘한가람’이다.
큰강이라는뜻이다.
수도서울을가로지르는큰강이한강이다.
카이로의나일강을빼면수도를가로지르는큰강이있는나라는많지않다.
한강은소리없이흐르는것일까.
물리적으로는그럴수가없다.
그엄청난양의물이흘러가는소리는그흐름이완만하고거대하기때문에
시냇물소리처럼분명하게들리지않을뿐이다.
우리는시냇물소리를들으면서그게전부인줄로알고있다.
세상을그렇게살고있는것이다.
지구가자전하는어마어마한소리도우리귀에는들리지않는다.
이세상에는‘거대한흐름’이있다.
그흐름의깊고넓은소리를들을수있는사람들을우리는현자(賢者)라고부르며
그들의가르침을받는다.
이가을엔,
내가너무가볍게사는것이아닌지스스로를성찰해봐야하지않을까.
한광남씨가쓴글에이런대목이있다.
‘절대로손대면안되는게세가지있다.
잠자는사자의코털,
테리비젼드라마(연속극)를보는아내의리모컨,
그리고자신의퇴직금이그것이다.‘
다아는대로우리나라는TV드라마공화국이다.
‘막장드라마’까지도최고의시청율을유지하고있을정도다.
사실수요가있으니그런공급이계속되고있는것이다.
게임에중독되듯,모두가드라마에중독되어있다.
실은,드라마도보면서살아야한다.
문제는드라마만보는데있다.
막장드라마에서얻는것은‘부정적현상’에대한중독성과그렇게세뇌되는것이다.
인간이‘건전한사고력’을상실하면올바른삶을살수가없다.
판단력이흐려지기때문이다.
게임중독자가늘어나고그들이범죄로발전하는게그런예다.
인간은다양한것들과접촉하면서살아야건강해지고발전할수있다.
사람들사이의화제(話題)가오직드라마뿐이라면이건적신호가아닐수없다.
한가지방법은있다.
나처럼아예지상파를안보는것이다.
그시간에다른것을하는게훨씬생산적이다.
말하자면다른세상에사는것이다.
황병기교수는모두가존경하는국악인이다.
그가이런말을했다.
‘나는음악을엄격하게듣는사람이다.
뭔가를하면서는듣지못한다.
아무것도안하고고요속에서음악만듣는쪽이다.
살집을고를때도중요하게생각하는것이전망이좋은가보다는얼마나고요한가
이다.‘
좀과장해표현하면,
지금대한민국은전국토가공사판이다.
사람이깊은산속에들어가혼자살지않는한주택에서살아야한다.
사람이살고있는모든지역에서공사판이없는곳은없다.
온갖중장비의소음과먼지는가히살인적이다.
사실은이렇게‘비정하고슬픈일’도없다.
대한민국엔‘조용한곳’이없다.
사람들이매마르고각박해지는건사위가고요하지못하고항상들볶이기때문이다.
고요는가장근본적인자연현상이다.
사람은그런곳에서살도록창조된존재가아닌가.
우리모두는오래동안,쉬임없이압박을받으면서이제는소음에중독되고말았다.
그래서언제나쫓기는사람처럼살고있으며오히려조용하면불안해한다.
병이깊다는뜻이다.
이명박대통령의민정수석인권재진씨는검사출신이다.
사석에서는선,후배를가리지않고격의없는농담으로사람들을잘웃기지만,
집에서는아들들에게큰절을받을정도로엄격하다고한다.
그가이런말을했다.
‘가정질서가국가질서의기초다.’
그리고그는이것이자기의신념이라고했다.
모든인간에게는그인간이가지고있는‘사람됨의기초’가있다.
다른말로‘기본’이라고할수도있다.
‘될성부른집안은떡잎부터다르다.’
말하자면떡잎은그집애들이다.
아이의행동거지를보면그가정이보이는이유다.
세상이아무리변해도‘인간의기본’은변하지않는다.
아니변하면안된다.
기본교육이제대로된인간이결국은앞서고성공하는게하늘의섭리다.
‘뼈대있는집안,가문’이라는말은헛소리가아니고사실이다.
보고배운게없는부모는제자식도그렇게키운다.
그걸악순환이라고부른다.
인간이남자와여자로존재하는한가정도영속적이다.
그가정에서어떤인간이나타나는가는전적으로부모의책임이다.
택시기사한분이이런얘길했다.
‘택시가기피하는손님은크게세가지다.
나이많은노인들,
애들을데리고있는부모,
그리고짐이많은사람이다.
택시가이들을기피하는가장큰이유는타고내리는데시간이많이걸려서영업에
방해된다고생각하기때문이다.
그런데나는일부러이런분들을골라서태우고집앞까지확실하게대준다.
노인들은‘자네수고가많았어’하고,
애들을데리고탄부모들은‘미안합니다’하고,
짐많은사람은‘감사합니다.’하면서거스름돈을받지않고,별도로팁까지준다.
결과적으로는내가수입이더많다.‘
친절은인간만이가지고있는창조적기능이다.
어떤동물에게도친절은없다.
친절이‘돈’이되어돌아오는게‘서비스산업’의기초다.
우리는이미수출규모가내수시장규모를넘어섰다.
서둘러‘서비스산업’을육성하지않으면타이밍을놓치게된다.
그래서‘봉사’와‘서비스’의서로다른개념부터철저히교육해야된다.
봉사는무료이지만,서비스는그게바로돈이다.
서비스는고도의‘전문분야’임을알아야한다.
친절을조직적으로,체계적으로전문화하는것이‘서비스산업’이다.
‘정보가많을수록불안은줄어들지만실상에서는멀어진다.
그래서가이드북은남의체험을따라하는여행일뿐이다.
거기에‘놀라움’은수반되지않는다.‘
후지와라신야가한말이다.
네비게이터를따라운전하면자기가운전한길을모른다.
기억나는게없기때문이다.
네비게이터없이운전하면주변을잘살펴야되고길을모르면물어서가게된다.
그하나하나가자기의직접체험이기때문에기억으로남는다.
지금우리들은날로발전하는첨단IT기기들을통해정보의홍수속에서살고있다.
사람들이모여있는곳에가보면7할정도는손바닥만한모니터를들여다보고있다.
주변에누가있는지,주위에서무슨일이일어나고있는지,세상이어떻게돌아가고
있는지관심도없다.
정보에는노출돼있지만실상에서는멀어지고있는것이다.
정제되지않는정보와현실-실상의괴리가커지면비현실적인인간이될수밖에
없다.
그래서사실은그게낙오자가되는길이다.
세상물정에서멀어지고어두워지기때문이다.
어떤경우에도모니터는단지수단일뿐이다.
인간은스마트폰없이도살수있다.
스마트폰이열개라도그걸먹을수는없다.
그래서‘밥’이현실이고일상이다.
균형감각이왜필요하겠는가.
태풍등기상악화때문에항공편이끊기는일이있다.
금년에도예외는아니어서제주공항에발이묶인사람들이많았다.
텔레비전을통해서보게되는화면에는바닥에앉아있는사람,신문지를깔고누워
있는사람,주변을어슬렁거리며걷고있는사람들은보이는데책을읽는사람은
보이지않는다.
모든공항은그나라의얼굴이며,
크게봐서선진국과후진국을가르는기준이되기도한다.
선진국공항일수록책을읽고있는사람들이많고,후진국일수록책읽는사람은
볼수가없다.
책을읽는다는것은넓은의미에서공부이며학습이다.
아는게많으면,그손끝을통해생산성도높아진다.
같은물건이라도품질에서차이가나는게그때문이다.
중국에서만든‘일제’와일본에서만든‘일제’는전혀다르다.
만드는사람이다르기때문이다.
일본은책의나라이며칼라인쇄에서는이태리에이어세계두번째다.
‘감옥에선항상베개옆에책을뒀다.
책이있으면안도감을느낄수있었기때문이다.‘
영화‘당신을오래동안사랑했어요’에서15년을감옥에서산여주인공줄리엣이
말하는대사다.
정말,책은인간의진정한반려임에틀림이없다.
‘현대자동차는망해도현대모비스는살아남는다.’는말이있다.
지금현대모비스는,
1000여곳의협력업체들을가지고있으며,
현대와기아의166개차종에들어가는197만개의부품으로A/S를담당하고있다.
현대모비스는,
1000여개의협력업체에대해
자금지원,수출지원,정보와문화지원에총력을기울이고있다.
현대모비스가공급하고있는197만개부품중절반가량인90만개는생산이끝난,
단종된차량의부품이다.
소비자보호법은단산된차종의부품의무보유기간을8년으로규정하고있지만
현대모비스가그기간을초과해서계속생산하는부품만도30만개에달하고있다.
‘기업의사회적책임’에서현대모비스는모델케이스가될만하다.
모든기업은,그근본에서‘이익’을추구하는산업조직이다.
따라서기업에게‘일반적인도덕성’을요구하는것은다른형태의폭력일수있다.
대신현대모비스와같은‘사회적책임’을강조하고요구해야된다.
자본주의시장경제에서도그런요구는정당성을가질수있기때문이다.
소비자없이시장은존재할수없다.
나이70에수채화를시작하고,
88세에책을낸이기옥할머니가이런얘길했다.
’90을앞둔왕노인이되니
사물의이치가보이고사람들의마음이보인다.
욕심을다내려놓은홀가분한평화가있어서좋다.‘
사람이어떤‘경지’에이르기위해서는반드시‘때’가되어야한다는뜻이다.
근자젊은이하나가신기루같은인기가참인줄알고방자한말을함부로내뱉고
있다.
할머니의얘기를더들어보자.
‘아름답게늙는지혜는,
젊은이들에게잔소리안하는거다.
그들이겪어보지않은얘기를자꾸할이유가없다.
뒤는산이되든,바다가되든저희들끼리알아서살게놔두고우리는오늘이마지막
날인양열심을다해사는것이다.‘
그인생이산이되든,바다기되든모든책임은본인에게있다는얘기다.
이섭리는결코아무도피할수가없다.
지금우리사회가갈등이깊고혼란스러운것은자기가자기에게책임을질줄
모르는어리석은인간들이많기때문이다.
현(鉉)의울림이맑아진것을보니가을이다.
70평생금년같은날씨는처음이다.
그렇게오래동안,그렇게많은비가내리는일도처음이었으며무더위도대단했다.
그러나,
가을은어김없이우리옆에다가왔다.
우리가자연을의지하고사는이유도그큰흐름이변하지않는데있다.
높고맑은하늘밑에서잠시모든것을벗어던지고‘나’를살펴보자.
상처투성이인‘나’를보듬는시간도있어야하지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