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지식, 내 삶을 좌우한다.
예를들어내앞에빵이하나만놓여있을때,
거기에선택의여지는없다.
그러나서로다른빵이두개나세개가놓여있을때는그중하나를선택해야한다.
이렇게숫자가적을때는먹음직스러운것을골라도크게틀리지않는다.
그렇지만빵의숫자가50개,100개가되면얘기는완전히달라진다.
선택의폭이넓어지면전문적인분별력과판단력이필요해지기때문이다.
좋은재료로만든영양가높은빵을고르기위해서는빵에대한‘최소한의지식’이
있어야한다.
이때그‘지식’은빵에대한‘배경지식’이되는것이다.
배경-背景은뒤쪽의경치라는뜻과함께사물에대한숨겨진사정이나배후에대한
것을이르는말이다.
세상에서일어나는일들에대해그속성을알아보는안목,인식,판단이‘배경지식’
인셈이다.
열을알고하나를선택하는것과,
백을알고하나를선택하는차이는질적인것이며,
그건전적으로배경지식에의해갈라진다.
삶의질도그만큼달라진다.

어느날,
친구의집을방문했을때마침내외가텔레비전에서방영하는외국영화를시청하고
있었다.
인사를나눈후함께그영화를보게되었는데도무지어느나라영화인지알수가
없었다.
유럽쪽인것은분명한데아주생소한언어를쓰고있었다.
친구내외도어느나라영화인지모르겠다고했다.
그때자막을통해이런대사를읽을수있었다.
‘그거좋은데,얼마주고산거야.’
‘이거30길더나주고샀어.’
그영화는네델란드영화였다.
길더는네델란드의화폐단위이기때문이다.
지난9월7일.
UEFA유로20121조예선에서스코트랜드와리투아니아의축구경기를중간에시청
하게되었다.
경기를중계하는어나운서는10여분이지나도록어느쪽이어떤팀인지설명이없었다.
자기는알고있지만나처럼중간에시청하는경우방송안내가없으면팀을분간할수가
없는것이다.
그어나운서는전문성과함께시청자에대한배려가부족하다고할수있다.
(축구등스포츠프로그램을중계하는캐스터-어나운서나해설자들은텔리빈젼화면을
‘그림’이라고말한다.
말하자면화면과그림을구분못하는무식한위인들이그걸전문용어인양사용하고
있는것이다.
여기에는방송국의책임도크다.
어떻게화면을그림이라고말할수있는가.)

결국선수들이입고있는유니폼등에새겨진이름을읽으면서양팀을구별할수
있었다.
스코트랜드팀은우리눈에인숙한영어이름인반면,리투아니아선수들의이름은
표기부터가생소했다.
네델란드의화폐단위인길더를아는것이나,
영어와리투아니아의이름표기의차이를알아볼수있는것은모두‘배경지식’때문
이다.
배경지식이있기때문에주변에서일어나고있는일들의속성을알아보게되는것이다.
반대로이런경우도있었다.
렌트카로영국을여행했을때,
마실우유를사기위해수퍼마켓에들어갔으나진열된우유의종류가많아쉽게
선택할수가없었다.
나는한편으로비켜서서많은사람들이사가는우유를알아냈고,나도그것을샀다.
이때그우유에대한나의선택은내가가지고있는배경지식에따른것이아니고
다른사람들의선택에편승한것이다.
우리사회의‘쏠림현상’도그내용을설명하자면같은경우인것이다.
인간은배경지식이없으면선동당하고,떠밀려서여럿속으로함몰된다.
비개성적이고,반개성적인모든사회현상은그래서‘쏠림현상’으로나타난다.
대표적인것이‘광우병촛불’이다.

스마트시대를살고있는20대의여성인김모씨는,
경찰청직원을자처하는한남성의전화를받았다.
‘사기범일당을검거했는데당신의예금통장이범죄에이용됐다.
개인정보가유출된것같으니신속히경찰청홈페이지에접속해신고하라‘고했다.
당황한김씨는전화한남성이알려준홈페이지에접속해,
*은행계좌번호.
*계좌비밀번호및이체비밀번호.
*보안카드번호.
*신용카드번호및비밀번호를입력했다.
전화를했던그남자는,
김씨가입력한각종금융정보를이용,2000만원의카드론대출을받고,
1300만원의예금을인출,사라졌다.
속칭‘피싱싸이트’에걸려든케이스다.
어떤수사기관도개인금융정보를전화나인터넷으로요구하지않는다는사실과
도메인주소의경우,정부는go.kr공공기관은or,kr로되어있다는사실을모르고
피싱싸이트인cyber112.co.cc에접속한것이다.
20대의김씨가피싱싸이트에걸려든것은,우선은당황했고,
다음은상식적인배경지식이없었기때문이었다.
따라서배경지식이삶의질을좌우한다는얘기는정말빈말이아니다.
사실이그러하기때문이다.

지난7월19일,
일본동경의하얏트호텔에서열린‘구글모바일혁명’행사에서에릭슈미트구글
회장은,
‘모든사람들이인터넷과연결돼기존의인지(認知)한계를뛰어넘는’증강인류-
增强人類-augmentedhumanity‘의시대가열리고있다’고선언했다.
증강인류는스마트폰이제공하는정보를이용해인간의능력을확장시킨다는
개념으로서,
산소통과같은잠수장비를가진사람이깊은물속에들어갈수있듯이스마트폰을
가진사람은인터넷과연결돼전에는할수없었던일을할수있게된다는것이다.
음성인식,자동번역등을통해외국어를배우지않고도서로다른언어를쓰는
사람들끼리소통할수있는기술이대표적인것이다.
구굴은현재63개의언어를서로번역해주는서비스를하고있는바영어와라틴계
언어는큰문제가없지만서양언어와동양언어의번역기능은초보단계에있는게
사실이다.
아직은거의읽을수없는수준이다.
그게누구든스마트폰을통해인터넷속의모든정보를꺼내쓸수있는시대가됐다.
문제는내입맛에맞는정보를받기위해서는그만큼자신에대한정보도제공해야
된다.
따라서프라이버시의침해라는걸림돌이생기게되는데그건전적으로각개인의
선택의문제이기도하다.

현대인모두가‘증강인류의시대’에살게된다면그건글자그대로무한대의정보에
접속한다는얘기다.
쉽게말하자면,
스마트폰을손에쥐고있으면내가필요로하는거의모든정보는시간과공간을초월,
얻을수있는시대를살게된다는의미다.
문제는,
그정보들이‘선택된결정판’이아니라내가그중어느것인가를‘선택’해야하는
날것이라는점이다.
결국그것을익혀먹는것은내몫이다.
그날것들을익히는절대적기능이바로‘배경지식’이다.
‘알아야면장도한다.’말은그래서지금도살아있는격언이다.
모르는것은손에쥐어줘도모른다.

배경지식은증강인류가반드시가져야하는필수기능이다.
배경지식이없다면모든정보들은날것그대로있을뿐익혀먹을수가없다.
그래서배경지식을이해해야하고배경지식을힘써습득해야한다.
가장큰적은,
모니터를일별(一瞥)하는악습과중독성이다.
일별은글자그대로‘한번흘깃보는것’이다.
모니터에대한일별은반사적행동이기때문에한번지나치면그만이다.
축적되는게없다는뜻이다.
네비게이터를따라운전하면자기가지나온길을기억하지못하는것과비슷한
케이스다.
배경지식은일별된반사적반응이아니라내안에축적된지식이다.
인류의긴역사를통해지식을습득하고이를축적한방편중‘읽기’보다더좋은
방법은없었다.
토판,파피루스와양피지,종이에글자를인쇄한모든인쇄물은그읽기를위한도구
였다.
읽기가중요한것은읽으면생각을해야하고그사고기능(思考機能)이읽은내용을
우리안에축적시켜주기때문이다.
끝까지모니터만일별하면‘배경지식’에는접근하지못한다.
방법이틀렸기때문이다.
정보의바다에빠져익사할뿐이다.

미국일리노이주주정부최초의아시아계장관,
미정부의노동부사상최초의아시아여성국장,
한국계여성최초의미연방정부차관보,
전신애씨(66세)의놀라운이력이다.
그분은마산에서태어났고이대를졸업한분이다.
일시귀국한그가한국기자들과의인터뷰에서이런말을했다.
‘미국신문을읽으면미국만보이는데,
한국신문을읽으니세계가보인다.‘
우리나라종이신문의경우,
월구독료는15000원,1부800원이다.
발행은평균50여쪽,
월15000원으로내집에배달되는‘세계적인정보’는놀라운양이다.
각종기획섹션의내용들은전문적인수준이다.
일간종이신문만‘정독’해도기본적인배경지식은습득할수있을정도다.
특히‘전문해설기사’가많기때문에정제된,익혀진정보를많이얻을수있다.
무가지는‘해설기사’를싣지못한다.
놀라운것은‘일간종이신문’을구독하지않는가정이많다는점이다.
가장저렴한값으로최고의정제된정보를얻을수있는‘기회의창문’을스스로
닫아버리는일이다.
‘읽기’를거부하면‘배경지식’은영원히얻을수없다.
원칙에서그렇다.

다니엘윌링햄(50)미버지니아대교수는,
인지과학의성과를교육,학습에접목시킨학자로학계의주목을받고있는인물이다.
이제그의주장을들어보자.
‘이해력도,비판적사고도사실에대한지식에서나온다.
이런배경지식을쌓기에는신문읽기만한게없다.
생각을잘하려면우선사실을알아야한다.
논리적추론이나문제해결같은최상위인지과정은사실지식에기반한다.
종합적배경지식을얻기위한것으로꾸준한신문읽기만한게없다.
신문은텍스트에대한지식을제공함으로중요하다.
뛰어난리더(reader)는대개규칙적으로신문이나잡지를읽어온사람들이다.
신문에익숙한아이는다른책읽기에도능하다.
반면읽기가부족하면점점더읽는게힘들어진다.
지식습득에도부익부빈익빈현상이나타나는것이다.‘
최근의연구결과를보면,
지금의청소년들이예전의청소년들보다사용하고있는단어수가더많은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대부분이비디오게임,인터넷문서나문자메시지다.
문자메시지는아무리많이읽는다해도신문,잡지,책이주는배경지식에는미치지
못한다.
일별과읽기의차이때문이다.
읽기는그렇게중요한것이다.

‘읽기는사색의기본이다.
매일물을마시고밥을먹지않으면육체가상하듯읽기를멈추면정신이허물어진다.‘
마음의비타민,‘아침편지’를쓰는고도원씨의말이다.
내가개인적으로권하고싶은것은,
방대한배경지식을얻기위해서는문화사-文化史를읽는게가장효율적이다.
역사도공부하고문화전반에대한학습을할수있기때문이다.
예를들어빌브라이슨의‘거의모든사생활의역사’를읽으면문화사공부가가지는
묘미와학습효과를크게얻을수있다.
가장짧은시간에가장많이얻을수있는게바로문화사공부다.
인간은그게누구든‘배경지식’이풍부해지면서로무관한것같은여러가지사실들을
의미있게연결하는창의성을발휘하게된다.
‘읽기’라고하는가장아날로그적인이방법이상상력과이해력,그리고비판적사고
기능을가지게하여인류문명을발전시켜온것이다.
‘스마트시대’는물리적으로정보의양이기하급수로늘어나는시대다.
그만큼‘분별과선택’을위한‘배경지식’의중요성도함께커지고있다.
균형감각이중요한시대에우리가살고있는것이다.
‘배경지식’은현대를살고있는우리모두에게가장큰‘자산’이아닐수없다.
그래서배경지식은우리의삶을좌우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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