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외환위기를계기로고졸채용을사실상폐기해온기업은행이올상반기
창구직원인텔러(teller)를공개모집해서울여상,천안여상,인천여상등20개여상에서
20명을선발했기때문이다.
서울여상은2010년12월기업은행과특성화고졸업생의진출을위해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채결했으며,
작년말두명의졸업생이면접과직무연수를거쳐올해초정식으로기업은행의행원이
되었다.
그리고올상반기의공식모집에서졸업생1명이추가로취업이된것이다.
숫자로보면미미한일같지만,
여상졸업자가은행의창구직원으로복귀를시작했다는점은시사하는바가아주크다.
학력인플레를극복한것이그하나이고,
기업은행을시작으로다른은행들은물론,정부의공기업에서도우수한고졸자선발이
시작된것이그다음이다.
작지만‘확실한변화’가시작된것이다.
지난8월30일,
대우조선해양은올하반기부터관리직고졸사원을따로뽑아급여,보직,승진등인사
관리에서대졸사원과동등한대우를하겠다고밝혔다.
남상태사장은기자들과의간담회에서
‘성적이우수하지만일반대학진학이어렵거나진학외다른경로를찾는고졸인재들을
정규직관리사원으로채용할예정이며,
이들이사내의교육프로그램을정상적으로마칠경우같은또래의신입사원과동등하게
대우할계획‘이라고밝혔다.
한편두산중공업은,
생산직사원도대리,과장,차장,부장을거쳐임원까지승진할수있는새로운인사제도
를도입했다.
이는생산직군에서기술임원을따로뽑는새인사제도의도입인것이다.
김명우두산중공업부사장은,
‘생산직을우대함으로서회사의기술경쟁력을높이기위해새인사제도를도입했다‘고
했다.
고졸관리직을정식으로채용하는것이나,
생산직이고위임원으로승징할수있는새인사제도의도입은‘학력’이아니라‘실력’을
위주로한다는개혁에가까운변화라고할수있다.
학력인플레의폐해를더이상방치할수없다는실리적인발상전환인것이다.
그리고지난주말,
대우조선해양은약속했던대로하반기채용의고졸관리직사원지원접수를마감했다.
100명모집에3.199명의고3학생들이지원,32대1의경쟁률을나타냈다.
더놀라운것은경쟁률이아니라지원자들의다양한수준이었다.
과학고와외국어고같은특목고학생들,
일반계,실업계고졸출신중내신이1-2등급인학생이500여명,
출신지역도전국적으로고르게분포되어있었으며전국의847개인문계,실업계
고등학교에서지원자가몰렸으며수도권지원자가전체의30%를차지했다.
대우조선의소재지가경남거재임을감안하면정말대단한분포가아닐수없다.
채용인원100명은그숫자에서는미미할수있다.
그러나이번일은거대한터닝포인트의음미할만한시작인것이다.
여기에가속만붙으면‘학력인플레’의허상은무너지는것이다.
한편학력파괴채용은대기업그룹전반으로빠르게확산되고있다.
전경련에의하면올해30대그룹이계획하는고졸채용규모는3만5000명으로
작년보다13%증가했다.
KT는올해전체채용의46%인300명을고졸출신으로채용하고있으며,
삼성,두산,포스코,에스케이,지에스그룹,롯데,대한통운,이마트등도고졸채용
규모를늘리고있다.
그게시대적인추세이기때문이다.
모든일은‘때’가되면이렇게제자리로돌아가는게섭리가아니겠는가.
2011년도4년제대학졸업자는32만1.740명,
진학및군입대등을제외한취업희망자는28만여명이었으며이중취업한사람은
14만여명으로전체의51%수준이다.
그러나비정규직28%를빼면정규취업은23%수준인셈이다.
2년제의전문대졸업생까지그대상을확대해도비율은매년거의비슷하다.
해마다50여만명의졸업생이쏟아져나오지만취업은절반수준인것이다.
한편4년제대학을졸업하고취업한51%의평균급여는어느수준인가.
건보공단데이터베이스기준40.3%가세전소득기준연봉1800만원-월급150만원을
받고있다.
이는고졸생산직사원의연봉이나일부택시기사들의수입을밑도는수준이다.
100만원대가47%,
100만원미만도13%나된다.
대학4년동안의등록금과기타비용들을감안하면말이안되는수입인것이다.
그러나그나마도이들은51%안에들어가있는숫자다.
나머지반은그대로‘백수’다.
지금과같은대학의숫자를그대로두는한이악순환은끊어지지않는다.
그게구조적이기때문이다.
‘일자리창출’은선거용거짓구호이지현실화될수없는게진실이다.
지금은통칭‘청년실업300만에백수100만의시대’다.
한집안에백수가있게되면가정,가족의삶이바뀐다.
집안에활기가없고,대화를조심해야되고,즐거움이없어진다.
침울해지는것이다.
백수본인은더말할것도없고가족까지도말할수없는근심과고통에시달린다.
대부분의가정은그백수를대학에보내기위해감당하기어려운희생을치렀다.
제밥벌이도못하는자식이니내쫓을수도없고결혼은언감생심말도못꺼낸다.
내일이없는,아무기대도할수없는자식을바라보는부모의마음은어떤것일까.
소설을써도몇권은될것이다.
참으로이해할수없는것은주변에서이런백수들을보면서도수많은가정이같은
비극을되풀이하고있다는점이다.
백수가될게뻔한자식을위해모든것을희생하는부모의노력은자식사랑이아니라
죽을줄모르고불속으로날아드는부나비와하나도다를게없다.
정말가슴아픈일이아닐수없다.
1955년에서1963년사이에태어난이른바‘베이비붐세대’728만여명이금년부터
본격적으로직장에서정년퇴임하게된다.
평균퇴임연령은55세.
국민연금에가입했을경우연금수령은65세부터시작된다.
말하자면10년의공백을어떻게버티느냐가새로운숙제다.
한편나이가55세라면,
자녀의교육비와결혼비용등큰목돈이필요한시기이기도하다.
그동안의여러가지조사에의하면정년퇴임하는당사자가자기의노후를위해어떤
형태로든준비한사람은30%가채안된다.
70%이상이집한채장만하고자식들키우다보니퇴직나이가된것이다.
국민연금에가입하지않은경우는더긴설명이필요없을것이다.
지금의평균수명대로라면정년퇴임하고도30년정도를더살아야된다.
구체적으로지적하자면,최소한의노후생활을위해서라도이젠더이상자식들을
위해돈을쓸여유가없는것이다.
현실이그러하다.
다큰자식을끼고도는게이태리와우리나라다.
부모가자식을위해온갖희생을감내하는전통은그뿌리가대가족제도에있다.
부모가나이들면자식이부모를모시는전통적인가족구도에서비롯된혈연적인
개념인것이다.
다른하나는‘신분상승’의욕구가유난히강한우리사회가학력인플레와함께
백수들을양산한것도사실이다.
그러나이제시대가변해핵가족까지도다시해체되는세상이됐다.
자식이그부모를부양하던시대는지나간것이다.
따라서지금처럼자식에게올인하다보면정작본인은길바닥에나앉을수밖에
없는세상이되고말았다.
있는사람이야문제될게없지만그건극소수이고대부분은‘노후의고통’에서자유
롭지못하다.
이제는부모들도그생각을크게바꿀때가됐다.
안그러면고통스러운노후를맞이하게된다.
한두해도아닌수십년을어떻게살아갈것인지를구체적으로설계해야한다.
내손에쥔게없으면그인생은그날부터‘개밥의도토리’신세다.
이기적이어서가아니라당장발등의불부터꺼야한다.
노후는,아무도대신준비해주지않는다.
노후는수입이있을때,즉그렇게할수있을때준비해야지수입이끊어지면전혀
달리방도가없게된다.
이제는자식을기르고교육시키는일에서도일대혁신이있어야한다.
이세상에서,한개인에게있어가장성공적인직업은어떤것일까.
일류대학-대기업-높은급여-좋은결혼이전부일까.
결코그렇지않다.
다른길도얼마든지있다.
보지못하고있을뿐이다.
인간에게있어최고의직업은,
자기가잘할수있고,좋아하는일이생업이되는것이다.
그게천부-天賦다.
하늘이주신재능에따라사는삶이다.
그게무슨일이든그걸해야한다.
그래야최고가될수있고성공할수있다.
그러면돈은저절로따라온다.
이제부모가해야할일은불쌍한아이들을학원으로뺑뺑이를돌리는게아니라
아이의천부-타고난재능을빨리발견하는일이다.
그리고거기에온힘을다해‘집중투자’해야한다.
그런다음,반드시‘독립’시켜서쫓아내야한다.
그게자식도,부모도사는길이다.
앞으로는모두가그렇게살아야한다.
이미큰흐름이변하고있다는사실을빨리감지해야한다.
늦으면탈락할수있기때문이다.
은행과공기업에서고졸사원들을다시뽑고,
대기업이관리직고졸사원을모집하고,
생산직에서기술직임원을선발하겠다는것은‘거대한변화’가시작됐다는신호다.
해마다늘어나고있는백수가결코해결책이아니라는것을이제는충분히알게됐다.
수명이길어진시대의노후는지금처럼막연한준비로는버틸수없다는것도수치로
설명이되는시대다.
자식도,부모도그생각을바꾸지않으면함께망할수밖에없다.
시대가변하면생활방식이변하고,
생활이바뀌면생각도변하는게세상의순리이며이치다.
지금의백수는우리들의어리석음과무지,무분별이불러온재앙이다.
더이상어제를답습하면살아남지못한다.
이제는모든일이사실에근거해서정직하게계획되어야한다.
외화내빈(外華內貧-화려한겉치레와텅빈속)이나
허장성세(虛張聲勢-실속이없으면서허세로만떠벌림)를버리지못하면다시
지금과같은값비싼대가를치르게된다.
이제는우리모두가제대로살아가기위해생각의‘틀’을바꿀때가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