년전,늦가을의어느날,
나는이미잘알려진어떤달동네에일때문에간일이있었다.
그곳골목에들어섰을때초등학교3,4학년정도의남자아이넷이길옆좌판에올라앉아
머리를맞대고무엇인가에열중해있었다.
가까이가서들여다보니각자무릎앞에동전들을쌓아놓고익숙한솜씨로화토를하고있었다.
말하자면대낮에어린애들이도박을하고있는것이다.
나는짐짓지나가는말처럼물어봤다.
-정말화토를잘치는구나,
그런데누구한테화토치는걸배운거냐.
네개의입에서동시에똑같은대답이나왔다.
-엄마,아빠한테서요.
아이들은어른들로부터보고들은대로따라한다.
어린아이들의마음은‘백지’같은상태다.
거기에첫그림이화토라면,그바탕그림은평생그들을지배하게된다.
나중에수많은덧그림이쌓인다해도바탕그림은변하지않고그인생을좌우하는것이다.
저학년학생들에대한기초교육은그래서더중요해진다.
그평생을교육기관에서일한신부님한분이이런말을했다.
‘7살까지만우리에게맡겨달라,
그후엔누가기르든상관없다.‘
정말많은의미를함축한확신이며체험을통해터득한사실이기도하다.
바탕그림-기초교육은그렇게중요한것이다.
노르웨이의심리학자인댄올베우스박사는학생의성장과정을연구하기위해20년간의
장기추적방식을택했다.
초등학교6학년과중학교3학년때폭력으로다른학생을가해한경험이있는학생중
69%가24세이전에전과1범이되었으며,35-40%는전과3범이되었다.
바탕그림이그들을사로잡았다는얘기다.
7살이전에어떤환경에노출되는가에따라그인생이결정된다는반증으로볼수있는
객관적연구결과이기도하다.
바탕그림은쉽게지워지지않는다.
아무리덧그림으로덮었다해도없어지지않는다.
그래서무서운것이다.
지난달대구에서폭력과왕따에견디지못한중학생이자살하자,
이문제에대한온갖반응이봇물이터진것처럼쏟아져나왔다.
특히언론의행차뒤나팔은도가지나쳤을정도다.
그러나가장정확한표현은‘올것이왔다’다.
학교폭력이어제오늘의일이아니었지만모두가눈을감고,귀를막고외면했던게사실이다.
내아이가직접당하지않는한모두가‘오불관’이었다.
그동안학교폭력은자리를넓혀갔고,방법이잔인해졌으며,가담자가늘어났다.
2010년년말을기준할때,
년간청소년자살자는353명이다.
나누어보면하루에한명꼴로스스로목숨을끊은것이다.
이유는여러가지복합적인요인들이있겠지만그안에‘학교폭력’이크게자리잡고있는것도사실이다.
년간의교통사고사망자보다청소년자살자가더많다는것은아주커다란국가적적신호가
아닐수없다.
소홀히하고넘어가면나중에지불하는대가가엄청난게청소년문제다.
이는어느나라나마찬가지다.
지금학교폭력에서심각한문제는그게‘일상적’이라는사실이다.
어떤일이든일상적이되면그심각성이반감된다.
그래서폭력이진화하는것이다.
폭력의일상성은청소년들이장시간,간섭없이,가장자극적인방법으로여러가지폭력앞에노출되었다는얘기다.
그하나가지나치게미화된‘조폭영화’다.
두목은성공한,청소년들의선망의대상이됐다.
다음이차마할께볼수없는텔레비전의막장드라마들이다.
폭력이어떤제한이나여과장치없이영상으로전파될때,청소년들이이를흡수,모방하는정도는우리들의상식을넘는수준이다.
지금우리사회는폭력과쌍소리가일반화되어있는막가파세상이다.
영상문화를검열하는기관은있지만상업주의의막강한힘에비해보잘것없는존재일뿐이다.
직업시위꾼들에게공권력-경찰이공격받고있는것과똑같은현상이다.
무법천지가더따로있겠는가.
‘메이플스토리’는게임업체넥슨이서비스하는인터넷게임이다.
게임에몰두하고있는청소년들은스스로가상인물이되어괴물을무찌르는전사가된다.
거대한괴물‘자쿰’을무찌르기위해반복적으로공격해야하며여럿이떼를지어한마리의자쿰을공격하기도한다.
특히이게임에서는여러명의이용자가레벨(게임안에서의차별적계급)을높이는경쟁을
하게되는데그때패자에게가해지는공격은잔인하고혹독하다.
13살의한초등학교학생은,
‘이세상에서게임레벨이높은친구들이가장부럽다’고할정도다.
게임에중독된청소년들은왕따를당하고있는동급생을괴물인‘자쿰’으로취급,개별적이고집단적인공격을가한다.
인터넷상의가상현실-사이버공간과실제의현실을구분못하는중독현상에빠져있기때문이다.
2010년11월,부산에서는게임중독을나무라는어머니를살해한중학생이있었다.
게임중독,이현상은어른들이손을놓고있는동안무서운상업주의가청소년들의세계를완전히점령한사례라고할수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19-39세까지인터넷이용인구21.91만8000여명중,
174만3000여명이인터넷에중독돼있으며,
청소년인구는이중50.3%인87만7000여명에이를것으로추산했다.
특히인터넷중독의청소년대부분은‘게임중독’이었다.
인터넷중독청소년중65.2%인57만여명이인터넷을이용하는주요목적이‘게임’이라고대답했다.
우리는여기서잠시게임시장의수치를살펴봄으로서청소년들을‘죽이고있는’게임의중독성을새롭게인식할필요가있다.
서울공대컴퓨터공학과86학번인김정주는1994년게임업체‘넥슨’을창업하고,
세계최초의그래픽온라인게임‘바람의나라’를출시했다.
이후‘메이플스토리,비앤비,던전앤파이터’등온라인게임이전세게적으로인기를끌면서
창업자가당대에큰돈을벌게됐다.
2011년매출1조2600억원에영업이익5500억원을기록했으며이중해외비중이64%다.
(국내게임업체들의2010년매출은총7조8000억원이다.)
지난1월1일금융감독원과재벌닷컴에따르면,
넥슨재팬이상장되면서게임업체‘넥슨’의지분평가는2조94억원으로증가했다.
매출,영업이익,지분평가에서웬만한재벌기업에육박하는규모다.
실로어마어마한시장인것이다.
미국의유명한IT잡지‘와이어드’의크리스앤더슨편집장은21세기최고의기업으로
미국검색업체‘구글’과한국의온라인게임업체‘넥슨’을꼽았다.
그는넥슨을,무료로상품(게임)을나눠주고충성고객일부가자발적으로돈을지불하도록
만드는21세기형‘프리미엄’사업모델을세계최초로만든기업이라고했다.
여기서자발적으로돈을지불하는‘충성고객’이바로청소년게임중독자들인것이다.
지분평가2조원은,사실어마어마하게큰돈이다.
그돈의대부분이중독청소년들에의한것이라면넥슨은게임중독자들을숙주로기생하는
무서운해충인것이다.
본래상업주의는윤리,도덕과는무관하다.
오직이윤만이목적이기때문에상품이소비자에게가하는해(害)에대해서는눈을감는다.
대표적인악덕이‘불량식품’이다.
그건사실상의‘간접살인’이지만어떤장사꾼이라해도적발되기전까지는눈하나깜빡하지않는다.
입적하신법정께서일찍이외친말씀이
‘광고에저항하라’였다.
지금대한민국의문화는시청율이지배하고있으며그뒤에는광고가,그리고광고뒤에는무서운상업주의가있는게현실이다.
왕따당한학생이스스로목숨을끊을정도로그학생을괴롭힌가해학생들의가장큰특징은‘죄의식’이없다는점이다.
폭력이일상화되어있었기때문이다.
그래서자기들이무엇을잘못했는지를모르고있다.
이점이가장두렵고무섭다.
다른사람에게폭력을가하면서그게잘못임을모른다면일단은‘정신병자’로봐야한다.
사이버세계와현실을구분못하는중독증세가나타내는무서운일이기도하다.
인간이가지는‘죄의식’은,
태생적이기보다는후천적학습에의해교육된다.
공교육이붕괴되면서도덕,윤리와같은인성교육이입시도구과목에밀려도태된후,
사실상청소년들은‘죄의식’에대해배울수가없게됐다.
배우지못하면알수가없고,모르면무슨일이든저지를수있는게청소년들이다.
‘학원’은절대로이문제를해결할수없다.
학원은단지‘입시기술’을주입하는장사꾼들이기때문이다.
공교육에비해사교육시장이커졌다는것은정상적인교육을포기했다는뜻이기도하다.
그참혹한후유증은지금보다는미래에더크게,심각하게나타날것이다.
한국교총이지난해12월전국초,중,고교교사201명을대상으로최근교사들의명예퇴직이급증하는이유를설문조사한바,
80.6%가‘학생인권조례제정’등으로교권이추락했기때문이라고대답했다.
서울에있는한중학교교사한분은,
체벌금지조례가시작된2010년무렵부터학생생활지도가더어려워졌다고하면서교사가교내에서흡연하는학생을적발해도입에담배를문채‘왜요’라며쳐다보기가일수라고했다.
교실에서학생의잘못을지적하면대놓고‘씨팔’이라고욕을하고,책상을걷어찬다고했다.
말하자면,
‘선생님,학생인권조례도생겼으니저한테간섭하지마세요’라는것이다.
조례를주장하는좌파교육감들도사태가이렇게발전할줄은몰랐을것이다.
매사에입이백개나되던‘전교조’가침묵하고있는것은비열하기까지하다.
720만초,중,고학생의4%인30만명이왕따를당하고있다고한다.
정말끔찍한숫자가아닐수없다.
학생들과매일,가장가까운거리에서얼굴을대하고있는게교사들이다.
그들에게‘교권회복’이라는‘힘’을실어주지않는한이심각한문제는수습할길이없다.
교사스스로의‘용기’가필요한것은더말할것도없다.
돈씀씀이가갑자기커지고,
친구가줬다고하면서비싼물건들을가지고다니고,
부모와의대화를기피하거나,
외출이잦고귀가시간이불규칙하고늦어지거나,
부모에게반항하고참을성이줄어들고,
특히말투가거칠어지면자기자식이어떤왕따에게폭력을휘두르고있다고판단해야한다.
폭력학생의상당수가‘문제가정’이나‘빈곤한가정’에서배출되는게사실이지만폭력에연루된학생의70%는고소득전문직부로를둔가정의학생들임도알아야한다.
어떤가정도‘안심’할수가없는게현실이다.
왕따가되는것도,가해자가되는것도주변에서모르는채진행되는게이문제의무서운
취약점이다.
그래서눈에불을켜고살펴봐야한다.
우리나라는지난해무역고1조달러의경제대국이됐다.
그러나그어떤국가시스템이라해도그것을운용하는건인간-사람-국민이다.
왕따를견디지못해스스로목숨을끊는학생이나타나고있는것은우리의미래가무너지고있는소리다.
그청소년들이바로‘미래의국민’이기때문이다.
선진국은원인을다스리고,후진국은결과에만매달린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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