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월상순,
내생일에아들과며느리의초청을받아강남에있는‘삼원가든’에서식구들이함께
식사를했다.
삼원가든은전에도몇번가봤지만그때마다비싼식대에놀라곤했었다.
자식들의정성어린대접은좋지만왜그집음식값이그렇게비싸야하는지는이해가
되지앉았다.
그날도식사가끝난후입구의공간에서화장실에간식구들을기다리며서성이고
있었는데한쪽벽에전통문양의보자기에싼꾸러미가높은탁자위에놓여있는것이
눈에들어왔다.
가까이다가가서보니그옆유리진열장안에보자기에싼내용물의견본이있었다.
그건손질이아주잘된갈비세트였다.
붙어있는가격표를보니90,000원이었다.
그런데아무래도이상해서다시자세히들여자보니900,000원이아닌가.
그순간대단히혼란스러웠다.
900,000원이라는가격은정상적이지않기때문이었다.
마침가까이다가오고있는며느리에게
‘내눈에는이가격표가9십만원으로보이는데네가한번확인해보라’고했다.
가격표를자세히읽어본며느리는
‘어머,정말9십만원이네요.’하는게아닌가.
아무리최상품갈비라해도한세트에9십만원을받을수있느냐는내한탄에
며느리의대답은간단했다.
‘그래서강남이잖아요.’
강북의교외에살고있는우리부부는강남에갈때마다불쾌해질때가많다.
식당이나백화점의가격들은하나같이‘상식적’이지않기때문이다.
지난해,강남의한백화점에서정말마음에드는와이셔츠를발견,가격표를보니
와이셔츠한장에21만원이었다.
9십만원짜리갈비세트나21만원짜리와이셔츠의공통점은‘비일상성’이다.
보통사람이접근할수없는그가격들은그것을소비하는계층이따로있다는얘기다.
2012년2월현재,
우리나라샐러리맨들의편균연봉은38,55만원이다.
월별로나누면월3,215000원이된다.
이돈에서원천징수와각종공제를하고나면손에쥐는돈은훨씬줄어든다.
그월급으로9십만원짜리갈비는살수가없다.
물론21만원짜리와이셔츠도살수가없다.
더심각한문제는,
600만넘는비정규직들은정규직급여의60%수준의임금을받고있으며
소득이있는전체근로자1.517만여명중월소득이77만원이하의면세점인저소득층이
41%에이르고있다는사실이다.
이들은한달버는돈전부를가지고도삼원가든의갈비세트는살수가없다.
세상에존재하는모든물건은,그것이비록마약과같은악한것이라해도수요가
있기때문에공급이생기는것이다.
경제의일반법칙이그렇다.
일상적이지는않지만9십만원짜리갈비세트도수요가있기때문에공급이있는
것이다.
팔리니까,그렇게공개적으로진열되어있는것이다.
그렇다면9십만원짜리갈비는누가사다먹을까.
두가지부류밖에없다.
그하나가돈이있는,그것도넘쳐나게있는사람들이다.
그들에게90만원짜리는껌값에도미치지못하는잔돈정도다.
다른하나가‘뇌물’이다.
그어떤인간이라해도자기가땀흘려번돈으로는9십만원짜리갈비는사지못한다.
그러나뇌물은다르다.
공짜돈이라고생각하기때문이다.
이두부류의공통점은보통사람들의‘일상적인가치체계’를허무는것이다.
건강하고,건전하게,땀흘려일하며사는보통사람들의영역에는9십만원짜리갈비
라는상품자체가없다.
그건상식적이지않기때문이다.
결국9십만원짜리갈비의수요자는,
졸부(猝富;자기철학이없는벼락부자)와부패한관리-공무원,그리고정치모리배들
뿐이다,
뇌물은이미‘악’이지만,
법을어기고번돈도똑같이악이다.
물론정정당당히번돈으로그갈비를사는사람도있을수있다.
단지그숫자가적을뿐이다.
며칠전일간지에,
1억원짜리웨딩드레스의화사한사진이실려있었다.
그것이아무리결혼식에서입는예복이라해도,
한여성이결혼식때한번입어보는뜻깊은의상이라해도1억원은비정상적이고
비일상적이다.
뿐만아니라서울의특급호텔의경우결혼식에서양가의하객에대한식사비가
1억원이넘고꽃장식에만수천만원이들어간다고한다.
그런데도비수기도없이예약이6개월이상밀려있다는것이다.
결혼을코앞에둔보통젊은이들은이런현상을어떤눈으로보고있을까.
자식의결혼을눈앞에두고있는보통부모들은또어떤심정으로이런사실을받아
들이고있을까.
가진자들에게는밥값1억원정도야별것도아니지만보통사람들은감당할수없는
사치요낭비다.
내돈내마음대로쓰는게졸부의특징이다.
왜냐하면그들에게는가난했던어제도,함께가난하게살았던이웃들도없기때문이다.
지금가지고있는돈밖에는보이는게없다.
포르쉐911카레라카브리올레,
페라리FF,
람보르기니LP570-4수퍼레제라,
세계적인스포츠카들의면면이다.
선택사양의경우대당4-5억원.
새파랗게젊은애들이이런차를몰고시내를질주할때,
같은젊은애들은어떤심정으로그것을바라보고있을까.
우선은부러워할것이다.
그게인지상정이다.
다음이상대적박탈감이다.
박탈감(剝奪感)은,마땅히누려야할권리나좋은조건을누군가에게빼았겼다고
느끼는감정이다.
그다음이분노(憤怒)다.
그게백수라면그정도는더할것이다.
그래서박탈감을느끼는젊은이들은혁명을꿈꾼다.
그것이자기의무능력때문이라고해도남에게그탓을돌리고싶은게인간이다.
‘볼세비키혁명’은인민들이이념적무장을해서가아니라짜르의학정이그들을
벼랑끝으로내몰았었기때문이었다.
레닌은단지그뇌관에불을붙였을뿐이며,
스탈린은그세력을사악한조직으로만들어인민을학대했다.
그건공산혁명이아니라헐벗고굶주린민중들의봉기(蜂起;지배세력에대해벌떼
처럼세차게일어나는것)였다.
현역시절,
회장댁의어떤시설에문제가생겨직접현장에가본일이있다.
그때처음으로재벌이살고있는저택을볼수있었다.
응접실에서관리인과함께문제가생긴시설에대해얘기하고있는데,
현관문이열리더니젊은여자하나가들어섰고,하이힐을신은채마루를가로질러
이층으로이어지는계단을올라갔다.
그마루는수입된고급무늬목이깔려있었다.
가정부가급히걸레를들고와서신발이지나간자리를깨끗이훔쳤다.
그젊은여자는회장의딸이고언제나밖에서신던신발을신은채자기방으로간다고
했다.
나는지금도그때의‘분노’를기억하고있다.
회장은,재벌소리를들을만큼돈은벌었지만자식들교육은실패한것이다.
그분이암으로세상을뜬후잘못길러지고무능한아들들은선대의창업을
수성(守城)하지못했다.
명물이었던사옥과거대한공장은모두남의손으로넘어가고말았다.
정주영,이병철,조중훈등은,
압축성장시대에돈을번창업자들이다.
그리고그들이창업한기업들은지금재벌이되어한국의경제를주름잡고있다.
나는그들이돈을긁어모을때현역이었으며그들이돈을번과정에대해실무적으로
설명할수있는대목들에대해알고있다.
그특혜중큰것들만짚어보자.
광복후정부는일본인들의귀속재산을불하했는데13개기업이그대상이었으며
불하조건은무상에가까웠다.
거저준것이나마찬가지였다.
다음이외환,
달러가극히귀했던시절,외화를배정하는과정에서법정환율의4분의1,또는2분의1
수준에서배정받아앉은채큰돈을벌었다.
개발독재시대,
투자촉진을위해정책적으로이자율을낮추었으며정책금융으로대출받은기업들은
명목금리에서물가상승을뺀실질금리에서떼돈을벌었다.
글자그대로돈방석에앉은것이다.
특히정부는이들기업들에대해특혜융자뿐아니라지급보증,세금감면,부품에대한
관세면제,경쟁제한,수입제한,노조탄압으로지원을아끼지않았다.
뿐만아니라,
정부가정책적으로국내경쟁을억제했기때문에소비자들은더높은가격을지불해야
했으며노동활동의탄압때문에근로자들은더낮은임금과열악한조건에서힘들게
일해야했었다.
오늘의‘가진자들’은,
절대로자기들만의땀으로돈을번것이아님을반드시깨달아야한다.
따라서90만원짜리갈비세트도,
1억원의밥값과1억원짜리드레스도,
대당4-5억원하는스포츠카도,
그렇게드러내놓고돈을쓰면서없는자들을자극하면안된다.
개발독재시대의온갖특혜와부정,뇌물이없이오늘의재벌은존재할수가없다.
그들은도덕적으로결코온전하지못하다.
수많은사람들의피와땀,희생이없이재벌은만들어지지않는다.
지금그재벌의2.3세들이‘골목장사’까지넘보고있는것은그래서죄악이다.
그건서민들의‘삶의터’를침식하는범죄행위다.
이제세상도많이변했다.
내돈이라고내마음대로쓸수있는시대가아니다.
하버드대학의마이클포터교수는,
새로운경제적가치창출과사회문제해결을위해
‘공유가치창출-creatingsharedvalue’이론을제시한바있다.
공유가치-公有價値는,
모두가함께공존하는삶의한가지방법이다.
여기에는정당하게번돈에대한존경과,
부당하게번돈에대한응징이포함된다.
한국의재벌들은모두가태생적으로부도덕했다.
그들선대의원죄때문이다.
세월이흘렀으니면제되는것은결코아니다.
그래서한계를알아야하고더겸손해져야옳다.
역사를통해모든사회는‘양극화’가얼마나무서운것인지를잘보여주고있다.
프랑스혁명도,볼세비키혁명도‘공정성’이파괴된게그핵심적인이유였다.
공정성이곧정의이기때문이다.
그누구보다도가진자들은‘양극화현상’에대해염려와함께책임감을가져야한다.
계층도공동체가있고나서의얘기다.
때문에더불어살고있는이웃의소중함을알아야한다.
그들이바로‘울타리’이기때문이다.
부자는가난한사람들이얼마나가난하게살고있는지를모르고,
가난한사람들은부자들이얼마나잘살고있는지를모른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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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rowon (홋카이도 여행.)
journeyman (홋카이도 여행.)
김 수남 (625 전쟁 체험기)이길영 (아들셋을 서울대에 보낸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