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소묘.
애국가와태극기.

지금으로부터52년전인1960년3월20일,

인천에있는동산중학교대강당은입추의여지없이사람들로가득찼다.

인천음악애호가협회초청으로우리가배출한세계적인지휘자안익태가서울시향과

함께무대에섰기때문이었다.

20대의대학생이었던나는지금도그감격스러웠던음악회를잊지못하고있다.

안익태가작곡한‘한국환상곡’이연주되었으며지휘자의고귀한인품,신들린듯한

지휘,그리고애국가주제인한국환상곡의아름다운선율때문이었다.

특히애국가의주제부분이연주될때의그장엄한하모니와안익태의지휘는너무나도

인상적이었다.

그분은정말혼신의힘을다해애국가를지휘했다.

그이후지금까지그렇게격정적이고감동적인애국가연주는들어보지못했다.

안익태의애국가연주는정말위대했다.

우리의국가인애국가는,

1930년후반‘빈’에유학중이던안익태가작곡했으며1948년8월15일대한민국정부

수립과함께국가로제정되었다.

2005년3월16일,

안익태의미망인인로리타안은애국가의저작권을대한민국정부에기증했다.

아쉬운것은애국가의작사자가미상인점이다.

8.15광복이후한동안은,

이애국가의가사가스코틀랜드민요가바탕인올드랭사인(auldlangsyne)의

선율에실려불리기도했다.

스코틀랜드의국민시인인로버트번스는1788년켈트족으로부터이어온5음계의

고전양식선율에가사를붙여올드랭사인을만들었다.

그뜻은‘그리운옛날’이다.

지금도우리나라개신교찬송가중‘천부여의지없어서’에쓰이고있다.

애절하기까지한그선율은정말사람들의심금을울리는좋은곡이기도하다.

나역시광복후한동안은올드랭사인의멜로디로애국가를불렀었다.

3.1절을맞아조선일보는뜻깊은조사를했다.

초등학생100명을대상으로‘애국가’에대한설문을실시한것이다.

100명중4절까지의가사를알고있는학생은하나도없었다.

1절이상을적어낸학생은36명,

나머지64명은1절도제대로알지못했으며18명은백지답안을제출했다.

애국가작곡자가안익태라고적어낸학생은7명이었으며,

93명이백지이거나틀리게적어냈다.

일부학생은대통령,이율곡,세종대왕,신사임당으로적어냈으며

한3학년학생은베토벤으로적어내기도했다.

학교수업과숙제,그리고여러학원으로뺑뺑이를도느라쉬는시간도부족한

대한민국의초등학교학생들이자기나라국가인‘애국가’에대해무지하다는것은

국가정체성의문제가된다.

가장중요한‘기본’이빠진죽은교육이그것이다.

학교교육-공교육의가장중요한목적중하나가공동체의식을높이고국가와사회에

대한정체성을확립하는것임을생각할때지금우리의공교육이처참하게붕괴되어

있음을알수있다.

‘충격적’이라는말은이럴때쓰는것이다.

오늘이93주년3.1절이다.

8.15광복과함께가장중요한국경일이며태극기를게양하는날이다.

아침일찍관리사무소에서는방송을통해각세대가태극기를게양할것을알렸다.

나는국기게양일이면반드시낮에밖으로나가단지안을걸으면서국기게양비율을

살펴본다.

오늘도예외없이국기게양율은1-2%선이다.

해외여행을해본사람들은모두가비슷한체험을했을것이다.

전혀뜻밖의장소에서우리의태극기를볼때그게누구라도애국자가된다.

우리의태극기는여러나라국기들과섞여있을때더아름답게보인다.

1991년5월,

곧붕괴되는제국의,폐허와같은유령도시모스크바에여러날체류했던우리부부는

서둘러귀국하기위해공항으로나갔다.

취리히를출발,모스크바를경유서울로가는국적기가도착했을때,

색깔도선명한태극마크를보는순간그반가움과안도감,국가에대한소속감은결코

잊지못할것이다.

태극기는그렇게소중한국가의상징인것이다.

귀국하는비행기안에서고급스러운기내식을받았을때비로서우리가얼마나잘살고

있는지를절감했다.

나는70대중반의노인이지만,

언제어디서나태극기를정확하게그릴수있고,

애국가도정확하게부를수있다.

어릴때학교에서그렇게배웠다.

애국가를합창하는경우악보없이베이스로부를수도있다.

금년이단기4345년이라는것도잘알고있다.

압축성장시대의한복판에서,

우리세대는정말피와땀을흘리면서일했다.

우리가만든제품이처음수출되던날,

제품이선적되는항구에서제품상자를붙잡고사나이의뜨거운눈물을흘린세대이기도

하다.

그래서우리세대는국가에대한자부심이아주강하다.

최빈국에서경제대국이된나라이기때문이다.

그만큼애국가와태극기에대해서도강한애착을가지고있다.

그게‘주인의식’인것이다.

주인의식의반대말이‘노예근성’이다.

우리말에서노비-奴婢는,

지난시대의신분사회에서국가기관이나양반,귀족등의소유물로예속되어있던최하층

신분의‘노예’를의미한다.

노예근성(奴隸根性)은,

자주적인태도없이노예처럼복종하거나굽실거리는근성을이르는말이다.

근성은어떤사람의마음속에깊이박혀있는좋지않은성질을말한다.

그래서그의식구조에서노예근성이있는사람은모든사물을자기것으로보지못하게

되고따라서잘못을숨기고,물건들을훔친다.

인간성이비열해지는것이다.

지금은신분적으로노예는없는시대다.

그러나그생각-의식구조에서‘노예근성’은존재한다.

법과규칙을어기고남의것을훔치고,다른사람들을속이는것은물론,해(害)를입히기

까지한다.

주인의식이없기때문이다.

반대로주인은모든것이자기것이기때문에아끼고,절약하고,잘관리하고,다른사람들

에대해배려한다.

바로어제,월드컵아시아최종예선이있었다.

상암경기장에서의대쿠웨이트전,

애국가가연주되는동안붉은악마들이엄청나게큰태극기를펼쳤다.

그게대한민국의상징이기때문이다.

3.1절과같은뜻깊은국가기념일에태극기를게양하는것은그상징성으로국가공동체의

정체성을드러내기위함이며이를통해국민이하나되는계기를만들기위함이다.

수천가구가살고있는대단위아파트단지에서국기게양율이1-2%에그치고있는것은

공동체의정체성이희박하다는얘기이며그깊은바닥의의식구조에는이기적이고

소극적인노예근성이자리잡고있는것이다.

한마디로주인의식이없는것이다.

주인은없고거칠고탐욕적인손님들로가득찬나라가지금의대한민국이다.

그래서이렇게밤낮없이소란스럽고혼란스러운것이다.

이웃.

‘이웃사촌’이란말이있다.

사실살아보면먼친척이나먼데있는가족보다더소중한게이웃이다.

‘좋은이웃은천국이고나쁜이웃은지옥이다’라는서양격언도있다.

엊저녁앞집에사는젊은엄마가둘째의백일떡을가지고왔다.

우리부부는둘째의이름을물어보고건강하게크기를바란다는덕담을해줬다.

아내는작은선물을사서전하겠다고했다.

그러면서아내가들려준이야기-실화는정말충격적인것이었다.

어떤새댁이첫째를낳아돌이되어돌떡을이웃에게돌렸는데,

한집의젊은아낙이‘부담스러워받을수없다’면서문을닫았다는것이다.

실제로일어난일이라고한다.

인간을가리키는사람인人자는두사람이서로기대어있는모습니다.

말하자면모든인간은서로의‘관계’속에서살고있는것이다.

가족까지더조밀하게해체되고있는시대이긴하지만돌떡이문전거절되는시대는

처음인것같다.

세상이이렇게각박해진것이다.

나는낮은담사이로온갖음식이오가는이웃사이에서자랐다.

그런데지금은같은통로에살면서도엘리베이터안에서인사도없는삭막하고

매마른이웃속에서살고있다.

아파트라는거주공간이가지는구조적원인과함께점차더이기적이되어가고있는

인간의심리가합쳐져서지금과같은살풍경을만들어낸게사실이다.

대한민국전체가구의52%가아파트에살고있으니이살풍경은가히전국적인

것이기도하다.

정말인간은혼자살아갈수있을까.

오피스텔에서혼자살고있는젊은이가자기를위로해주는메시지를휴대폰에저장,

시간이되면흘러나오는그소리에위안을받는다는신문기가있었다.

참으로비참한얘기가아닐수없다.

지금은SNS를첨단의‘소통수단’으로친다.

그러나거기엔‘쓰레기정보’는넘쳐나도정이담긴인간의목소리는없다.

인간은,사람이기때문에‘이웃’이있어야하고그따뜻한울타리안에서살아야하는

인격체다.

성경창세기에보면인간은신과소통할수있는,

신의형상을닮은인격체로창조되었다.

‘스티브잡스가발상의전환으로

인류발전에기여한점은인정한다.

하지만나는스티브잡스와같은삶을살고싶지는않다.

그의사생활은행복하지않았다.

인생을여유있고행복하게살고싶다.

그는많은사람들과마찰하고,상처를주었다.

그런것은바람직하지않다.

나는한사람이획기적으로바꾸는것보다는

한사람한사람이협력해조금씩세상을바꾸는것을선호한다.‘

지금은웅진에너지폴리실리콘에몸담고있는오명(吳明)씨의얘기다.

그는고위관리였을때나,교육자였을때나,지금까지도변함없이온화한성품을

유지하고있는우리사회지도층의한사람이다.

한사람한사람이협력해서세상을조금씩바꾸는방법이‘인간적’이라는

말이다.

따뜻함이묻어나는얘기다.

이세상에독불장군은존재할수없다.

모두가모두에게조금씩기대고사는게사회공동체다.

그래서모두는모두에게소중한‘이웃’이다.

법정이늘하시던말씀이며,

예수는‘네이웃을네몸과같이사랑하라’고말씀했다.

지금우리들은그가르침을‘진리’라고부른다.

천부.

천부-天賦는,선천적으로타고나는소질과재간이다.

아내에게미술지도를받고있는사람중에사위까지본나이많은여자분이있다.

그분의그림에대해아내는‘천부가번득인다’고평한다.

그분이이렇게늦은나이에그림을배우기시작한것은사연이있었다.

초등학교에서의미술시간,

그분은여자의얼굴을그린후,그머리색깔을갈색으로칠했다고한다.

그런데선생님은‘어떻게갈색머리가있을수있는가’하면서공개적으로핀잔을

주었고검은색으로바꾸라고지시했다는것이다.

그때의깊은상처때문에그이후전혀그림을그리지않았다고한다.

그러나나이가들자다시그림을그리고싶은마음이강열하게일어나아내를찾아

왔다는것이다.

서로다름,차이를이해하지못하고획일적으로생각하는선생은지금도많을것이다.

그러나한인간이타고나는천부,그하늘의선물은그무엇으로도막지못한다.

그분은지금‘생애최고의행복한시간’을만끽하며천부를펼치고있다.

그분의그림에서가장강열한점은물체의본질을잡아내는힘이다.

그분은다시그손에서붓을놓지않을것이다.

그게천부니까.

이세상에천부가없는사람은하나도없다.

단지발견되지않았을뿐이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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