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대기실에앉아있으면,
세상모든사람들이병자로보인다.
실제로아픈사람들만병원에오기때문이다.
그러나전체인구에서병원을찾는사람들의비율은결코높지않다.
대부분의사람들은건강하기때문이다.
똑같이언론매체들이보도하는사건,사고에대한기사들을읽으면세상에는사악한
사람들로가득차있다는생각을하게된다.
나쁜점만집중해서보도되고노출되기때문이다.
5천만인구중감옥에수감된기결수의경우5만여명수준임을감안하면전체인구의
0.1%에해당하는정도다.
말하자면이세상엔아픈사람들보다건강한사람들이더많고사악한범죄자들보다는
선하고선량하고성실한사람들이단연코더많다는얘기다.
그래서세상이제대로굴러가고있는것이다.
내가설거지등부엌일을할때사용하는고무장갑은
마미손제품으로특대사이즈의미색이다.
시뻘건색깔이마음에들지않아미색을쓰고있으며팔뚝까지올라가는길이도손목정도
높이로잘라서쓰고있다.
그런데,아내가준비해놓은장갑이오래되어터졌는데도새것을살수가없었다.
동네마트에도,대형수퍼에도특대사이즈는팔리지않기때문에갖다놓지않는다는
것이다.
할수없이나는마미손소비자상담실에전화를했고,
저간의사정을설명했다.
처음대답은,자기들은메이커이기때문에소매는할수없다는것이다.
그건사실이며,나도알고있지만도무지특대사이즈를살수가없으니다른방도가없지
않느냐고재차요청했다.
결국,그친절한여자상담원은나를측은히여겨내가주문한대로정품3켤레와
오른손만3개를더보내주기로했다.
나는즉시송금했고,물건도곧도착했다.
그이후,
나는장갑이떨어질때마다소비자상담실에전화를걸고,계속고무장갑을공급받고
있다.
더감사한것은,
담당자가바뀌어도‘특대사이즈와오른쪽을더주문하는남자’는인수인계되어
계속장갑을살수있다는점이다
마미손소비자상담실의여직원들은아주친절했고,
내가오른손을더주문하는이유도잘이해했다.
쓰다보면오른쪽이더빨리터지기때문이다.
사람이바뀌어도일의흐름이끊어지지않는것은회사의시스템도중요하지만선량하고
성실한직원들이있기때문에가능한일이다.
사소한일같지만이런선순환이쌓일때사람이살기좋은나라가되는것이다.
설거지할때쓰는또다른물건이수세미다.
나는3M의스카치브라이트100971을즐겨쓴다.
항균천연펄프로만든이수세미는촉감이아주좋고세균및냄새억지력이강하다.
언제나동네수퍼에서쉽게사서쓸수있었으며재고가없으면주문해서가져왔었다.
그런데동네수퍼자리에홈플러스익스프레스가들어선후,
그수세미가보이지않았다.
나는직원에게주문을받고물건을준비해달라고부탁했다.
그런데그직원은자기들은본사에서구매해보내는물건만팔지개인적주문은받지
않는다는것이다.
결국다른방법이없어3M의소비자센터에전화를걸었다.
나와연결된상담사-여직원에게그간의사정을설명하고그수세미를살수있었으면
좋겠다고했다.
그때,얼음처럼찬대답이돌아왔다.
-저희는메이커이기때문에개인에게는물건을팔지않습니다.
그래서나는,그러면그수세미를살수있는다른방법은없겠느냐고물어봤다.
다시얼음처럼찬대답이돌아왔다.
-없습니다.
나는전화를끊고생각했다.
3M이물건은잘만드는지모르지만인사담당자는무능하다는판단을했다.
인사과말단사원으로입사,인사부장까지지낸내판단으로는고객과직접접촉하는
창구직원은곧회사의얼굴이다.
그첫접촉에서회사의이미지가결정되는것이다.
그런차디찬석여(石女)를창구에배치하는수준이라면그인사시스템은크게잘못된
것이다.
불쾌한마음을가라앉힌후,다시전화를걸었다.
이번에접속된상담자-여직원은목소리가부드럽고따뜻했다.
길고긴내얘기를다들은그여직원은,
,어머,고생하셨네요.
잘아시겠지만저희는메이커이기때문에개인에게물건을팔지는않습니다.
그러나손님께서말씀하신그제품은지금도생산하고있으며저희회사총판이나,
대리점에는그물건이있을것입니다.
제가조사해본후다시전화를드리겠으니잠시기다려주시면좋겠습니다.‘
얼마가지난후,
전화가왔으며그수세미가있는대리점전화번호와담당자이름까지알려줬다.
즉시그대리점에전화,
낱개로는팔지않는다고해서6만원에한박스를구매했다.
지금넉넉한수세미재고를쌓아놓고쓰고있는중이다.
그여직원은우선그심성이따뜻하고,
자기일에대해전문적이었으며,
고객을상대하는성실성이돋보였다.
앞서의석여(石女)는죽었다살아나도변하지않는다.
그래서우리들은그런부류를악종(惡種)이라고부른다.
개인의성정은태생적인것이기때문이다.
선량하다는것도역시태생적이다.
나는지금도그성실했던여직원에게감사하고있다.
참으로오래간만에거래은행에직접가게됐다.
인터넷뱅킹을하고있으니은행에갈일이없는것이다.
한가지일은인터넷뱅킹에서의송금한도액을상향조정하는것이고,
다른한가지는현금지급카드를만들기위해서였다.
그동안아들과며느리가현찰로용돈을줘서현금을찾을일이없었기때문에카드도
없었다.
그런데최근에는내통장으로용돈을입금하기때문에카드가있어야했다.
내가작성한송금액조정신청서를살펴보던창구여직원이휴대폰번호가빠졌으니
적어넣으라고하면서내게다시내밀었다.
-나는구식사람이라휴대폰이없습니다.
그때,조신하게생긴그여직원은참으로묘한미소를지으면서말했다.
-구식으로사시는분이인터넷뱅킹을하시네요.
하긴.
다음,현금지급카드를만들어달라고하자,
지금가지고있는신용카드를보여달라고했다.
내카드를기계로체크해본여직원은,
-고객께서는저희은행프라임등급의우수고객이기때문에이카드로직접현금을
인출하실수있습니다.
그때나는그사실을처음알았다.
말하자면내신용카드는현금인출이가능한현금지급카드이기도했던것이다.
내가물어봤다.
-왜내가우수고객인지모르겠네요.
거래도크지않고,은행을자주이용하는것도아닌데말입니다.
여직원은,대단히자상하게,그러나전문적으로요령있게설명했다.
거래통장과카드가같은은행이고,
카드발급이후22년동안언제나일시불에단한번도연체가없었기때문에‘신용’이
생명인은행으로서는거래의규모가아니라질로따져나같은고객이우수고객이라는
것이다.
실물경제에대해잘알고있었던나는처음부터통장과카드를한은행에서시작,
끝까지가는것이유리하다는점을알고있었다.
내가신용카드를단하나만쓰고있는것도집중도를높이기위해서다.
인터넷뱅킹에서나는프라임등급의우수고객으로각종수수료를면제받고있으며
카드의연회비도면제받고있다.
카드사용한도는1.200만원,
카드의현금서비스는500만원,
해외한도는10.909달러다.
개인회원으로서는상당히건실한편이다.
지금도,
전문적이면서도친절하게긴설명을해주던그창구여직원의모습이선하다.
심성이선량하고,자기일에전문적이고고객에대해성실한사람이었기때문이다.
우리가살고있는지역이신도시로지정된후,
주변에는아파트신축공사장이여럿생겼다.
어느날새벽시간,라우드스피커에서행진곡과함께우렁찬구령소리가들려왔다.
아마도근처건설현장직원들의아침조회와체조시간인듯했다.
10분정도계속되다끊어졌으며다음날도,다음날도마찬가지였다.
사실그시각이면아직자고있는사람들도많다.
나는파출소에전화,이사실을신고했고정식민원으로접수해달라고했다.
담당경찰관의관등성명을물어서적어놨다.
그다음날새벽,
그요란하던소리가들리지않았다.
아침10시경,파출소에서전화가왔다.
젊은여경의목소리였으며자기가내민원을담당,건축현장을찾아냈으며실정법위반
임을들어다시는확성기를사용하지못하도록조치한후,민원인인내게설명하는것
이라고했다.
나는깊이감사한다고격려했으며,
곧해당경찰서서장비서실에전화를걸어저간의사정을얘기한후서장의이메일주소를
알고싶다고했다.
나는이메일을통해서장에게우리동네파출소경찰관들의신속한업무처리를얘기하고
여경을포함,파출소직원들에게격려의전화를해주면좋겠다고했다.
며칠후서장으로부터회신이왔다.
경찰업무에협조해주시고,
직원들을칭찬,격려해주신데대해깊이감사한다는내용이었다.
정말그파출소직원들은신속히,정확히민원을처리하고그결과를민원인에게
통보해온것이다.
지금우리경찰은큰매를맞고있는중이다.
그건당연하다.
그들은온갖비리와부정,부패에연루되었으며무사안일과무능때문에질타를받고
있는중이다.
그런데,경찰이없다면우리의일상은어떻게될까.
그래서야단을치면서도한편으로는잘한일에대해격려도해야된다.
모두가나쁜건아니기때문이다.
지금의경찰조직과자질에대해아무리닥달해도나아지지않는다.
그게한계이기때문이다.
대우를대폭개선하고근무환경을좋게해서우수한인재들이몰리게해야근본적인
변화가일어날수있다.
살아있는공권력-경찰없이선진국은요원하다.
딱하나집어서지적한다면,
지금의호사스럽고비능율적이고넓기만한서장실을뒤집어엎어야한다.
그안에경찰의모든문제가압축돼있다고보면틀림이없다.
나는책을구입하는경우,
인터넷을통해폭넓게,깊이있게검색한다.
그러나실제로책을구입할때는유선전화를사용한다.
교보문고에는내책들을전화로주문받는여직원이있는데이거래는이미10년을
넘었다.
목소리만듣고한번도본일이없는그여직원은,
처녀에서지금은결혼,아이들의엄마가됐고팀장이됐다.
왜편리한인터넷으로주문하지않고유선전화를사용하는가.
책을구입하는데는디지털보다는아날로그적인요소가더긴요하기때문이다.
우리부부처럼책을많이구입하는경우희귀본은물론절판된책들도많다.
이럴때디지털로는해결이안된다.
그러나인간적으로단골관계인아날로그방법은거의모든문제들을해결해준다.
그여직원은,
말하자면책을파는데는전문가다.
희귀본이나절판된책들도자기회사가가지고있는네트워크를통해구할수가있다.
번역본을읽던아내가원서를원하면개인이주문할때보다더싼가격에더빨리
구입해준다.
얼마전엔이런일이있었다.
아내가어떤화가의‘소묘집’을구입하려고했는데절판된지오래된책이라거의구할
가망이없었다.
그런데몇주가지난후,
교보문고가아닌논산의알지못하는분으로부터그책을배달받았다.
그여직원은우리의부탁을받은후자기의네트워크를총동원해책을찾았지만발견
할수가없었다.
마지막으로오래전그책을출판했던출판사를알아냈으며거기에서저자의주소와
전화번호를알게됐다.
그여직원은논산에있는저자에게전화를걸어저간의사정을얘기한후중고라도
좋으니여분이있으면사겠다고했단다.
그때그저자는아직까지자기책을찾고있는사람이있다는사실에놀라면서
기꺼이한권을우리에게보낸것이다.
우리부부는우리의오랜단골인그여직원에게깊이감사했다.
누가그렇게까지해주겠는가.
그건오래동안형성된아날로그적인,인간관계의결과인것이다.
그게말하자면‘아날로그의세계’다.
어떤경우에도아마존은그렇게해주지않는다.
아니할수도없다.
잘살펴보면우리주변에는,이세상에는선하고,선량하고성실한사람들이많다.
그들은모두가자기일에성실한사람들이다.
그런사람들이숫적으로많기때문에우리모두가그혜택을받으면서살고있는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나역시선량하고성실한사람이되려고늘노력하고있다.
꽃이꿀을품고있으면소리쳐부르지않아도벌들은저절로찾아든다.-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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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수남 (625 전쟁 체험기)이길영 (아들셋을 서울대에 보낸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