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6월11일의늦은밤시간,
인천공항에있는외국항공사에근무하는44세의김모씨는퇴근시간이늦어져
대중교통을이용할수없게되자서울에사는부인에게승용차를가지고오라고연락
했다.
42세인부인은12살과8살된두딸과함께남편을퇴근시키기위해공항으로왔고
네식구는같은차에타고집으로돌아가게됐다.
이런일은자주있었다고한다.
그만큼그네식구는단란하고행복한가정이었다.
차가공항고속도로에서서울방향9.5키로지점,영종대교진입점에이르렀을때
고속으로질주하던뒷차가네식구가타고있는승용차를들이받았다.
받힌차는옆으로튕겨나가가드레일을들이받고다시방향이틀어지면서정지했다.
찌그러진차는문을열수없었으며연료탱크가터져번진불은삽시간에차를태웠고
네식구는불에타서숨졌다.
끔찍한교통사고가일어난것이다.
사고를낸뒷차는술에취한30대남자가운전하고있었으며,
혈중알콜농도는호흡측정으로0.101%,면허가취소되는만취상태였다.
경찰에따르면,
사고당시갈비뼈가부러져병원에서치료받고있는그가해자는,
고양에서친구와술을마신뒤자기가살고있는수원으로가기위해서울외곽순환도로에
진입했으나술에취한그는길을잘못들어공항고속도로를달리게되었다는것이다.
텔레비전을통해이끔찍한사고를시청했거나신문을통해사고기사를읽은보통사람
들은먼저는분노하고,다음은비명횡사한네식구를위해애도의눈물을흘렸을것이다.
보통사람들의마음은모두가같기때문이다.
어떻게이런끔찍한일이일어날수있는것인가.
술때문이었다.
술이웬쑤인것이다.
술이없는사회는삭막하지만우리처럼술이넘쳐나는사회는술이멀쩡한사람들을
잡는다.
세계보건기구-WTO가작년에발표한188개회원국의음주량보고서를보면,
성인1인당알콜소비량에서는
몰도바가18.22리터로1위였고,
한국은14.8리터로13위였다.
단순알콜소비량에서는큰문제가없는수준이다.
그러나,
독주로분류되는증류주소비량에서는9.57리터로세계1위다.
이웃일본은6.88리터로28위다.
18도이상의증류주인소주가우리나라의대표주종이기때문에‘폭음문화’가따라
오는것은피할수없는귀결이된다.
영국의주류전문지‘드링크스인터내셔널’이‘유로모니터’와함께지난해판매된
180개종류의증류주브랜드를조사한결과1위는6138만상자가팔린진로소주로
나타났다.
2위인미국의보드카스미노프의2470만상자의2.5배에달하는압도적1위였으며
롯데의처음처럼도2390만상자를팔아2위와근소한차이로3위에올랐다.
독주에관한한한국증류주의판매량은타의추종을불허하는세계최고의수준이다.
1위인진로와3위인처음처럼을합치면8528만상자로세계적인위스키조니워커의
1800만에대해5배에이른다.
스웨덴의앱솔루트,미국의잭다니엘은명함도내밀수없고,
우리나라에서인기가높은발렌타인도647만상자를팔아소주판매량의7.5%에그치고
있다.
진로는전체생산량의94%이상을,
처음처럼은96%이상을국내시장에서판매하고있다.
글자그대로독한증류주소주는전형적인한국의로컬(local)술이다.
술주정뱅이가많기로소문난보드카의나라러시아도증류주소비에서는6.80리터로
세계6위다.
그러니우리가얼마나독주를많이마시고있는지는통계가말해주고있다.
따라서술때문에생기는사고가많을수밖에없으며술문화에관대한풍토는술을
마시고운전대를잡는일을예사로아는정도가됐다.
그래서음주운전사망사고가끊이지않고해마다계속들어나고있는것이다.
도로교통공단에따르면,
2011년음주운전단속으로걸린사람이25만8213명이었다.
이중3회이상단속에걸려면허정지와면허취소처분을받은사람은3만9355명으로
전체의15.2%에달한다.
이비율은2007년엔10.2%,
2008년엔11.3%,2009년엔13.1%,2010년엔14.6%로계속증가하고있다.
단속에도불구하고면허가취소될정도의음주운전자가꾸준히늘고있다는얘기다.
2011년기준,
일년동안교통사고전체사망자수는5.229명이며,
이중음주운전때문에733명이숨지고5만1135명이부상당했다.
인구10만명당비율에서는세계최고수준이다.확실한교통후진국인셈이다.
음주운전사고때문에숨지는경우,
그처럼허망한죽음이달리또있겠는가.
더무서운것은우리모두가그런위험에계속노출되고있는현실이다.
그누구도음주운전앞에서는안전하지못하다.
음주운전은모두가피해자가될수있고,또가해자가될수있다는점에서하나의
분명한‘사회악’이다.
무고한사람의목숨까지고빼앗을수있기때문에범죄인것이다.
통계에의하면우리나라성인598만명이매일술을마신다고한다.
모든나라,사회공동체는나름대로의전통적인‘술문화’가있다.
우리나라에는같이술을마셔야마음을털어놓는독특한문화가있다.
그만큼평소의소통이안되고있다는뜻이다.
수평관계보다는상하관계가더그렇다.
그래서함께술을마시지않으면인간관계가소홀해지기까지한다.
여기에더해아주독특한‘술마시기방법’이있는데그게‘술강권하기’다.
개인의주량과관계없이잔돌리기로똑같이마셔대는것이다.
내가오래동안체험한바로는,
미국인은자기주량에따라자기잔으로,개인적으로마신다.
여럿이함께마셔도그랬다.
일본인은상대의빈잔에술을채어주되자기잔을내미는경우는없고,받지도
않는다.
따라서그누구도과음하지않는다.
다함께,즐겁게자기주량대로마시는것이다.
우리는잔돌리기에이어2차와3차까지가면서죽기아니면살기로마신다.
여기에폭탄주가더해지면인사불성이된다.
그런상태에서운전대를잡는다면그차가어디로가겠는가.
그래서생긴게새직종인대리운전이다.
2010년7월현재,
우리나라의등록장애인은242만9500명으로전체인구의4.8%정도다.
그러나전문가들은장애의노출을꺼려등록안한장애인까지합하면이수치는
10%에육박할것으로추산한다.
더놀라운통계는전체장애인의80%정도가후천적장애인이라는사실이다.
그대부분이교통사고후유증이라고한다.
한해에음주운전때문에부상당하는사람이5만명이넘고있는점을감안하면
납득이가는수치들이다.
후천적장애인이된사람들중에는가해자도피해자도모두포함된다.
인구의10%정도가장애인이고,
그중80%정도가후천적이라면음주운전의피해가얼마나치명적이고비극적인
것임을알수있다.
모두가술때문이다.
처음에는사람이술을마시고,다음에는술이술을마시고,
나중에는술이사람을마시는게정해진순서다.
그리고운전대를잡는다면사고가나는것은피할수없는일이다.
현행경범죄처벌법에는,
공공질서와사회안녕을위해54가지의행태를금지하고있는데‘술’에관한항목은
없다.
술에대해우리처럼관대한사회도없을것이다.
음주운전으로사망사고를냈을경우,
통상징역1년이상을선고하고있다.
우리교포가가장많이살고있는미국의캘리포니아주의경우,
음주운전사망사고는2급살인으로간주된다.
1급살인은의도된,계획적인살인이며,
2급살인은비의도적인,과실치사의경우다.
1급살인은사형이언도되지만,
2급살인은징역15년에가석방은주어지지않는다.
이웃일본의경우,
음주운전사망사고는5년이하의징역이선고되며,
음주운전자와함께차를탄사람도3년이하의징역을받을수있다.
워싱턴로펌의전종준대표변호사는
‘미국형사법정에서한국인들이가장많이걸려드는것이음주관련범죄’라고
증언한다.
풀어진음주문화가엄격한음주문화에적응하지못해생기는변고인것이다.
주사-酒邪라는말이있다.
술을마신뒤에나타나는나쁜버릇을일겉는말이다.
전통적으로우리사회는주사에관대했다.
술에취해저지른잘못은제정신이아니었기때문에눈감을수있다는생각에서다.
국교정상화로양국교류가시작된1965년부터1997년까지많은일본기업들이한국에
진출했지만수많은주재원가운데여성은단한명도없었다.
한국의‘난폭한음주문화’를견디어낼수없었기때문이라고한다.
술로인간관계를맺고,술로일하는비겁한음주문화는우리나라에만있는기현상일
것이다.
90세의할머니한분이있다.
일제시대‘경성사범’출신이며6년간수석을차지한재원이기도하다.
그분이여러번이런얘기를했다.
‘대낮에더러운옷을입은남녀가술에취해길바닥에널부러져있는모습이동족으로서
일본인에대해가장부끄러웠다.‘
죽기아니면살기로마시는난폭한음주문화가어제오늘의행태가아니라는얘기다.
이제는이런음주문화가바뀔때도됐다.
그피해가너무크기때문이다.
소달구지를타고다닐때의음주문화와자동차시대의그것은같을수가없다.
반드시달라져야한다.
찌그러지고불타는차안에서죽어간네식구는얼마나고통스러웠을까.
그생각을하면가슴이미어진다.
갈비뼈가부러져입원해있는30대의가해자는정말살아있는것일까.
그도함께죽은것이다.
그는남은평생동안네사람의원혼(寃魂;원통하게죽은사람의넋)에서자유할수
없기때문이며법의심판이문제가아니라자기가자기를용서할수없기때문이다.
순식간에다섯사람을죽인게술이다.
미국인들의생활정신을pragmatism이라고한다.
실용주의라는뜻이다.
냉정하고합리적인그들이음주운전사망사고에대해가석방없는15년을선고하는것은
음주운전에대한강력한경고인동시에근절되기어려운이범죄에대해가해자들을
격리시키는깊은의미가있다.
술문화는캠페인으로바꿀수있는게아니다.
결정적인불이익을줄수있는법의집행만이그피해를줄일수있다.
술을마시고운전대를잡는다는것은사고가날수도있다는개연성을알면서도
저지르는범죄행위다.
그래서강력한법의제재를받아야한다.
무고한사람들의소중한생명을지키기위해서도그래야한다.
가장간단한것이가장어렵다.-희랍격언.
Share the post "술이 그들을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