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열에 서다.
1946년8월,광복후1년이지난그때,

나는우리본가가있는평안북도강계에있었으며일본소학교를다니다그이름이

바뀐인민학교에다니고있었다.

그때,우리집의앉은뱅이둥근밥상에는‘대두박’으로지은밥그릇이놓여있었다.

대두박(大豆粕)은콩깻묵이다.

콩깻묵은콩기름을짜고남은찌꺼기로동물의사료나비료로쓰는,사람이먹을수

있는음식은아니다.

쌀은비쌌고귀했기때문에많은가정에서대두박으로밥을지어먹었다.

나는그고약한냄새가나고맛이라고는하나도없는대두박밥을먹을수가없었다.

부모님께서어렵사리구한쌀로는따로밥을지어할머니에게만드렸다.

할머니는그밥을반만잡수시고감추어두었다가학교에서돌아온내게먹이곤

하셨다.

할머니의그극진한사랑을생각하면지금도가슴이저려온다.

그때는모두가그렇게가난하게살았다.

무엇보다도식량이없었다.

학교가끝나고집으로돌아오는길목엔작은시장이있었는데,

나는거의매일쪄놓은고구마좌판앞에멈춰서서군침을삼키곤했다.

추운지방엔고구마재배가안되기때문에더먹고싶었다.

그다음이마른오징어,

우린그걸쓰루메라고불렀는데그때는오징어다리하나를씹어보는게소원이었다.

학교에서돌아온후집에서먹을수있는간식은무였으며나는늘무를깎아먹었다.

어떤때는할머니가찬우물물에감추어두셨던설탕을넣어‘설탕물’을만들어

주셨는데그게너무아까워서아주조금씩빨아먹었다.

어느날아버지는집안어른들이모두모인자리에서남쪽으로내려갈것임을선언했고

식구들은모두반대했다.

그때아버지는‘앞으로여기서는사람이살수없는세상이된다.’고했으며지금이

남으로내려갈수있는마지막기회라고했다.

그렇게강계를떠난우리식구는한달여만에해주에도착했고인민군의감시를피해

야밤에38선을넘어월남했다.

그때부터실향민이된것이다.

지금나는화려한식탁보가덮혀있는식탁에앉아아침식사를하고있다.

아이보리색깔의,약간깊은스웨덴산접시에는맛있는소고기스튜가담겨있고,

곁들여먹는빵은,

미국인베이커리에서사온베이글이나프랑스인베이커리에서사온깜빠뉴다.

함께먹는올리브열매는스페인산이며,

달걀후라이는전남구례에서배송된자연산유정란이다.

스튜에간을맞추는소금은갈아먹는용기에담긴이태리산인데지중해바닷물로

만든것이며후추도갈아먹을수있는벨기에제품이다.

포크와나이프는독일제이며,

빵에발라먹는오랜지마말레이드는미국산이다.

그리고매일아침식사때마다마시는뜨거운음료는남아연방의루이보스차(茶)다.

이버라이어티한식탁은대한민국의거의모든가정이비슷할것이다.

우리가세계화시대에살고있기때문이다.

대두박으로지은,먹을수없는밥에서이렇게버라이어티한식탁까지꼭두세대,

60여년이걸렸고나는그모든변화의과정들을몸으로겪은살아있는‘증인세대’다.

참으로놀라운변화를겪은셈이다.

2012년6월23일은,

우리대한민국이20-50클럽에가입한역사적인날이다.

1인당국민소득2만불에인구5천만의강국이되어선진국대열에서게된것이다.

1987년에일본이,

1988년에미국이,

1990년에프랑스가,

1990년에이탈리아가,

1991년에독일이,

1996년에영국이20-50국가가됐다.

대한민국의일곱번째20-50클럽가입은영국이후16년만에세계에서처음나온사례

이며,신흥산업국가들이성장정체를겪고있어당분간1인당소득2만불을달성하기가

어렵기때문에한국이마지막가입국이될가능성이크다고한다.

특히2차대전이후최빈후진국에서20-50클럽에진입한케이스는특별한의미가있다는

분석도나오고있다.

원조를받던나라가원조하는나라로바뀐경우는우리가유일한게사실이다.

우리앞의6개선진국들을보면지금우리가들어선대열이가지는역사적의미는

놀라운것이다.

광복후단두세대사이에최빈국에서20-50클럽에가입한나라는우리밖에없다.

그럴수있었던원인은여러가지가있다.

그러나가장중요한것은‘민족적역량’이다.

우리에게그렇게할수있는우수한잠재력-기능이있었기때문이다.

대표적인민족적‘성정’은,

‘빨리빨리’와‘지랄스럽다’이다.

그건역동성이고,적극성이며임기웅변에뛰어난순발력과역경에도전하는모험정신

이기도하다.

지금전세계에는700만명의국민들이나가있다.

한국사람없는곳은없다.

그리고그모든곳에서가장활동적이고적극적으로사는것도한국인들이다.

이런긍정적인‘민족적역량’이있었기때문에여기까지온것이다.

이제우리는명실상부한선진국대열에서있는나라다.

하드웨어인‘집’은제대로지었다는뜻이다.

그래서이제부터는그집안에채워넣을내용-소프트웨어를만들어나가야한다.

그리고우리는해낼수있다.

우리에겐그런역량이충분하기때문이다.

이미20-50클럽에가입한6개의선진국은그후모두가1인당소득3만불이상의

부자나라가됐다.

더중요한것은돈뿐만아니라‘삶의질’에서앞서가고있다는점이다.

또한가지는그들6개의선진국은서로가크게다른나라들이지만그들모두가가지는

‘공통점’이있다는사실이다.

지금우리에게중요한게그공통점이다.

우리가힘써그걸배워야하기때문이다.

단군이래,우리앞에열린이절호의기회를살려내야우리도진정한의미의선진국이

될수있다.

가장중요한것은우리국민모두가지금의우리위치에대한‘인식과이해’가있어야

한다.

느낌이같아야힘을모을수있고,

힘을모아야목표에도달할수있다.

나처럼‘대두박밥’을먹고자란세대에게지금의대한민국은천국과도같다.

지금세대는우리가얼마나잘살고있는지를잘모르고있다.

어려운시절을겪어보지않았기때문이다.

그러다보니‘절약’을모르는약점을가지고있다.

이제선진6개국이가지고있는공통점에대한얘기를해보자.

제일첫째가‘국가정체성’의문제다.

일본,미국,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등선진국모두가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시장경제를채택하고있다.

그들에게있어좌파는체제안에서의‘진보’이지전체주의와는무관한개념이다.

대표적인것이‘사민주의-社民主義’다.

사회주의의긍정적인면도의회민주주의의방식으로풀어나가는체제다.

겉으로아무리혼란스러워보여도그들은그‘정체성’에서흔들리는일이없다.

우리가배워야할제1과가그것이다.

특히적화통일을목표로하는북한과의대치상황을생각하면이문제는더절실해

진다.

근자의이념적혼란은결코용납해서는안되는거침돌이다.

북한은지금도‘강냉이가부족한상태’다.

가장큰이유는체제의잘못된선택때문이다.

지금의그들체제로는가난을탈출할방법이전무하다.

체제와그것을지켜내는‘정체성’은그렇게중요하다.

어떤경우에도자유민주주의와자본주의시장경제라는정체성이흔들려서는안된다.

우리에게있어그건생명과도같은것이며생사가달린문제다.

선진6개국을여행해보면,

국민들이경찰을대하는태도가우리와는아주다르다는것을피부로느낄수있다.

그들은경찰을신뢰하면서도두려워한다.

특히미국,프랑스,이탈리아가더그렇다.

그것은국가가집행하는공권력이시퍼렇게살아있다는뜻이다.

강력한공권력은모든국민을지키는현실적인‘힘’이다.

공권력이살아있으면국민들은편하게,안락하게살수있다.

범죄가없는나라는없다.

그러나그범죄에대처하는방법과수준은서로다르다.

그들은어떤일이생기면

‘경찰을부르겠다.’고말한다.

우리에게는그게없다.

경찰을믿지않기때문이며거기엔경찰의책임도크다.

아직도국립경찰이일제시의‘순사’정도로폄하되고있는게사실이다.

공권력은우리스스로를위해지켜져야한다.

국민의생명과재산을지키는것은‘마피아’가아니라국가공권력이다.

공권력을공격하는것은스스로에게상처를입히는어리석은행동일뿐이다.

모든선진국은공권력이살아있는공통점을가지고있다.

지금대한민국은어디서부터손을써야할지갈피를잡을수없을정도로부패했고,

부패해지고있다.

썪지않은곳이없다.

부정부패와비리가없는나라는없다.

또앞으로완전히없어지지도않는다.

그러나그정도와수준,빈도에서는큰차이가있다.

진정한의미의선진국은그사회가상당수준투명해야한다.

지금의우리수준으로는,

선진국대열에는섰지만선진국이되는데까지는이르지못하고있다.

부패가만연했던나라가세계최고의투명성을확보한게아시아의싱가폴이다.

리콴유는그처절한전쟁에서승리했다.

싱가폴의고참서기관정도면우리대기업임원수준의보수를받는다.

대신작은부정에라도연루되면100%,그사회에서매장,제거되는시스템이다.

싱가폴에는세계의건축회사들이손을들고물러난,고난도의건축물이있다.

한국의건설기술이이룩한금자탑이다.

싱가폴이했다면우리도할수있다.

문제는리콴유같은국가리더십이나타나야한다.

이승만과박정희를잇는‘걸물’이나타나야한다.

좁쌀들의도토리키재기로는안된다.

6개의선진국에도사람들이모이는각종대합실이있다.

바로거기에서그들과우리는결정적으로갈린다.

언제봐도그들은‘읽고’있다.

스마트폰은그대로용도에따라쓰고,

책은책대로읽고있는것이다.

아무리첨단의IT기기라해도그건일별하는모니터이며그것으로끝이다.

일별(一瞥)은,한번흘낏보는것이다.

그러나책은읽고-사고(思考)-생각하는독특한기능을가지고있다.

세상의모든창의성은일별이아니라읽기-생각에서탄생된다.

그창의성이기술과합해질때세계적인기업이탄생하는것이다.

지금처럼일별만하고읽지않는다면핵심소재는영원히사다쓰는수준에서

벗어나지못한다.

종이책은긴역사를통해만들어진문화적인물건이기때문에결코없어지지않는다.

그게어디든우리는모두가손바닥만한모니터만들여다보고있다.

편리한것과속도는창의성과는어떤연관도없다.

언제어디서나불편이창의성을끌어낸다.

그래서‘균형감각’이절실하다.

일별과읽기가같이가야하는것이다.

결국,더많이읽는나라가앞서가는게세상이다.

UN에가입하면서하나의국가로인정받았고,

OECD에가입하면서부자클럽의정식멤버가되었다.

그리고이제20-50클럽에가입함으로서하나의국가가올라설수있는정점에

이른것이다.

생각하면기적이따로없다.

그래서이제는달라져야한다.

새집에걸맞는‘내용’을준비해야한다.

그리고우리세대가맞이한이절호의기회를살려야하는사명이우리에게주어졌다는

사실을절실하게깨달아야한다.

정말이지역사적인순간앞에우리모두가서있는것이다.

지금을발판으로도약해야한다.

절대로타이밍을놓쳐서는안된다.

이제다음목표는30-50클럽에의진입이다.

우리보다앞선선진6개국은모두그진입에성공했다.

우리라고진입하지못할이유가없다.

단두세대사이에최빈국에서20-50클럽에진입한나라는우리밖에없기때문이다.

우리에게는이미충분히증명된저력이있다.

그래서큰목표를위해작은이해관계를극복할수있어야한다.

이제대한민국은세계에서7번째로20-50클럽의정식멤버가됐다.

드디어선진국대열에올라선것이다.

세계에는두개의나라밖에없다.있는나라와없는나라가그것이다.-세르반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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