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소묘.
죽은교육.

우리가족은일년에두번,

봄과가을에동작동에있는국립현충원에간다.

그곳에합장되어있는부모님성묘때문이다.

나는이제초등학교5학년인손녀에게

6.25전쟁때경기도광주지역에서남침하는인민군과의전투에서전사,지금

현충원에안장된증조부에대해자세한설명을해줬다.

내얘기를귀담아듣던손녀가질문했다.

‘할아버지인민군이뭐야.’

내게그질문은충격적이었다.

휴전중인나라,

후전선-DMZ가현실적으로존재하는나라,

남북간엄청난화력이집중되어있는화약고와같은나라,

언제라도전쟁이다시시작될수있는나라의학생이우리의주적인인민군을

모른다는것은우리의교육이그기본에서크게잘못되었다고생각했기때문이다.

현실적으로존재하는인민군에대해모르면서성장한다면어떻게분단국가의

건전한국민이될수있겠는가.

성장해서알아지는것과어려서부터인민군에대해배워아는것은그내용적인

질에서같을수가없다.

우리애들은북한집단에대해공부하면서자라야한다.

손녀의충격적인그질문이후,

나는초등학교교사들에대해노골적으로경멸하는마음이생겼다.

그런데대답은전혀뜻밖의장소에서찾았다.

우리가살고있는지역이신도시로지정되면서

내가늘걷고있는수로옆에초등학교가들어섰다.

아름답게지은건물이고,학생수도많지않은아담한학교다.

한번은아침시간에걷기운동에나섰는데마침아침조회가진행중인학교옆을

지나가게되었다.

오래간만에호기심도생겨잠시멈춰서서조회의진행을지켜봤다.

그리고경악했다.

타임머신을타고옛날로돌아간것같았다.

60여년전내가국민학교다닐때의조회와하나도달라지지않은,똑같은

조회가거기있는것이아닌가.

말하자면조회는형식이고,형식은내용의옷이다.

내용이변하지않았으니형식도그대로이고진화,발전하지못한학교-공교육이

경쟁력있는학원에밀려붕괴되는것은자연스런이치다.

내용을새롭게만드는것은사람이고,그게교사들이다.

그들이무능한것이다.

왜내손녀가인민군을모르는지그대답이그안에있었다.

그게철밥통들이지키고있는‘죽은교육’때문이었다.

종이신문.

그날,마침급한볼일이있어서새벽시간에외출하게되었다.

그런데엊저녁늦게고장난엘리베이터가멈춰서있어할수없이계단을걸어서내려

가야했다.

우리가사는동은13층,

우리집이13층이니꼭대기에사고있는셈이며우리통로에는26세대가함께살고있다.

계단을걸어내려가는동안별생각없이조간신문이배달되어있는세대를세어봤다.

워낙이른시간이었기때문에거의배달된그대로였을것이다.

모두8세대,

종이신문을구독하고있는집이3분의1이채안되었다.

그건너무나뜻밖이었고,충격적이기까지했다.

이비율은전국적으로확대해도큰무리는없을것이다.

종이신문을읽지않고있는세대가3분의2라는것은전혀뜻밖이었다.

그건‘삶의질’과관계있는문제이기때문이다.

현대인인우리모두는,

글자그대로‘정보의홍수’속에서일상을살고있다.

정보는넘쳐나고접근도빠르고쉬워졌다.

그래서심각하게제기되는문제가분별력,판단력,선택이다.

잘선택하면유익한정보,수단이되지만,

잘못선택하면악재를만나게된다.

이난처한문제를해결해주는게바로종이신문이다.

7선인조순형의원은,

‘온갖복잡한사안을신문만큼독자들이쉽게이해할수있도록정리하는매체는

누가뭐래도신문이다.‘라고말하고있으며,

전재희전복지부장관은,

‘장관이실무를잘알아야하는것은기본이다.

매일아침신문을펼쳐들고복지정책관련기사를형광펜으로줄쳐가며읽는다.‘고했다.

민주당원내대표인박지원의원은,

‘아침일찍일어나서신문을보라,

그런버릇을들여라,

거기에정치가있고,시의적절한질문이나온다.‘며초선의원들에게신문읽기를

강권하고있다.

모두가자기의체험을얘기하고있는것이다.

신문이라는매체가가지는긍정적기능에대해그가치를설명하고있다.

지금종이신문은하루평균50면을넘나든다.

엄청난분량이아닐수없다.

한달구독료가1만5천원,

1부가격은800원이다.

이세상에그가치에비해이렇게싼상품은달리없다.

신문지면의광고가완전배제될때,

신문한부의가격은3만5천원이된다는기사를읽은일이있다.

지금의신문은보도가일차기능이었던옛날신문과는전혀다른,새신문이다.

무엇보다도신문은,

정보의바다에서우리에게꼭필요한것을선별해서가져다준다.

그것만으로도대단한기능이아닐수없다.

다음이해설기사들,

선별된기사의행간을읽어주고선별된정보에대해전문적인해설로이해의깊이를

더해준다.

종이신문만제대로정독해도‘새로운것’에대해거의전문가수준으로알수있게된다.

그만큼기자들도분야별로전문화되어있으며강도높은훈련을받는다.

신문사간경쟁도치열하다.

종이신문의가장돋보이는부분은‘기획기사들’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종교,교육등거의모든사회분야에대해기획편집을하기때문에

독자들에대한학습효과가높아질수밖에없다.

우리나라주요일간지들이가지고있는막강한힘의하나는전지구를카바하는안목과

수준이다.

주말특별섹션에서는세계의구석구석을누비는전문기자들의글로벌한얘기들을접할수

있다.

스마트폰이크게보급되어유선전화를끊는것과,

종이신문을안보는것은그근본에서다르다는점을알아야한다.

종이신문은‘정독’해야되고그과정을거쳐현대사회를사는한인간의지식의폭과

깊이가결정된다.

모니터에대한일별로는형성이안되는자산이다.

매일50여페이지를다읽을필요는없다.

내게필요한것,내가흥미를가지는기사만밑줄을쳐가며정독하면된다.

종이신문은‘삶의질’을차이나게한다.

그만큼중요한현대의매체인것이다.

예나지금이나똑같이‘아는것이힘’이다.

세나라의월간지.

우리부부는3가지월간지를정기구독하고있다.

하나는미국의와싱턴에서발송되고,

다른하나는일본의도꾜에서보내온다.

그리고서울에서발행되는게있다.

세가지월간지의서로다른특징은그대로그나라의모든것을보여주는재미있는

기능이있다.

미국책은정말세계적이다.

그리고무엇보다도타의추종을불허하는고도의전문성이있다.

이슈가있는모든곳,그게어디든미국기자들은반드시거기에있다.

목숨을거는사진기자들의작품은감탄이절로나온다.

비록월간지이긴하지만취급하는내용의다양성과전문성은미국이라는나라가

얼마나막강한힘을가지고있는지를실감케한다.

그래서미국의월간지를읽으면안목이넓어지고배우는게많다.

다음이일본의월간지,

첫인상은수수한표정이다.

전혀꾸밈이없고현란하지도않기때문에저절로신뢰가간다.

일본책의가장큰특징은,

‘꼼꼼함’이다.

그리고실리적이고실용적이다.

그안에있는내용들을그대로우리의일상에끌어내도어긋나지않을정도다.

세련된편집,성실한기사,

그러면서도겸손함을느낄수있다.

독자의가려운데를긁어주는배려가곳곳에서발견된다.

정말대단한사람들이다.

그래서일본책을읽고있으면차분해지고편안해진다.

우리월간지는,

표지부터가전혀다르다.

아무리여성지라해도그현란함은따를자가없을정도다.

페이지를넘기면이게월간지인지광고책인지분간이안될정도로광고와기사가

얽혀있다.

가장두드러지는특징은‘비일상성’이다.

기사,사진,광고모두가보통사람들의일상과는무관한,국적불명의화려함과

현란함으로가득차있다.

특히내가유심히보는‘음식코너’의요리들도보기위한것이지먹기위한것은아니다.

그건누구보다도직접식사준비를하는내가잘안다.

우리의대표적민족성인외화내빈은책에도고스란히담겨있다.

실속은하나도없이허영과사치로가득찬것이우리의월간지다.

그래서진지하게읽을만한기사가없다.

장밀취할것이별로없는,눈으로구경만하는책이다.

그래도계속구독하는것은우리의출판문화를위해서다.

책도사는사람이있어야발전할수있다.

축산농가를위해한우를사먹는것과같은마음이다.

그리고앞으로반드시좋아질것이라는기대도가지고있다.

종이책과종이신문은쉽사리살아질수있는물건이아니다.

모두가긴역사를가지고있는‘문화의산물’이기에그렇다.

인간이인간인것은‘읽기’를계속하고있기때문이다.

그어떤것도‘읽기’를넘어서지는못한다.

그누구도많이읽는사람을당하지못한다.

오직읽기만이모든것을판단하는불변의기준이된다.

네비케이션만따라운전하는사람이있다.

목표지점에빨리가는것만이전부이기때문이다.

네비없이사람들에게길을물어가며,주변경치도구경하면서목적지에

가는사람도있다.

바쁠때는네비를따라운전하지만,

조금만시간여유가있어도네비없이운전하는사람도있다.

그차이를알기때문이다.

선택은각자의몫이다.-yorowon.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