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소묘, 신이 주신 계절.
1.신이주신계절.

입동(立冬)이지났으니이제는겨울이다.

서양에는오래전부터전해진격언이있다.

‘겨울은신이주신계절이다.’

추위때문에집안에있는시간이길어진다는것은자기의내면을볼수있는기회가

되는것이며그성찰이많은문학작품으로남을것도사실이다.

보통사람들도잠시힘든농사일에서벗어나실내에서일상에요긴히쓰이는

집기(什器)들을만들기도했다.수공업의발달이그렇게시작됐다.

우리조상들도겨울철농한기가되면풍부한볏짚을이용,가마니도짜고,새끼도꼬고

바구니같은일상용품을만들었으며

나물깎아가구는물론,함지같은용기들을만들었다.

내서재에는오디오세트를올려놓은진품고가구가있다.

아주소박하게만든반닫이옷장인데그은은한나무색깔과오래된격자는어제와

오늘을이어주는징검다리처럼느껴진다.

옛날이나지금이나겨울은모든사람들이밖에서보다는집안에서지내는시간이

길어지는계절인것만은분명하다.

나도개인적으로겨울을아주좋아한다.

가장큰이유는창문을닫을수있기때문이다.

오갖소음에서해방된다는것,그건정말소중한시간이아닐수없다.

어떤방해도받지않는조용한시간,그래서독서와음악에집중할수있다는것은

노년생활에서대단히중요한요소다.

그동안이번겨울에읽을책을20여권모아뒀고이제부터조용한서재에서안락의자에

깊숙이앉아책하나하나를정독해나갈참이다.

생각만해도저절로흐믓해진다.

그리고매년겨울철이면특정작곡가의작품들을집중해서감상하곤했다.

이번겨울엔바하의자품들을다시집중해서감상할계획이다.

맹인연주자인헬무트발하의‘바하올갠전집’을주로들을계획이며

구스타브레온하르트의챔발로연주와글렌굴드의피아노연주로도감상할것이다.

이미충분히들었던곡들이지만음악은들을수록새롭게깨닫게되는게많다.

또한편,벤허,아리비아의로렌스,사운드오브뮤직같은,

지금은만들수없는거대한규모의명작영화들도다시볼계획이다.

겨울은,그래서설레이는계절이다.

여기에함박눈이내려준다면금상첨화다.

2.교육의힘-1.

아내에게미술을지도받는제자들은그나이가아주다양하다.

유치원생에서할머니까지있다.

그할머니제자가

얼마전제22회여성작가공모전에서그리기어려운‘난’을20호에그려입선했다.

그분은지금75세,

70에그림을그리기시작해서이번에대망의입선을한것이다.

그분은과거에서장원급제를한것만큼기뻐했다.

구세대로서고졸출신인그분은늘대학에진학하지못한아쉬음을가지고있었으며

엄한시집에서딸만넷을낳고아들을낳지못한스트레스에시달렸었다.

늘그림을그리고싶었지만살림과육아에매여시작할수없었다.

나이70이되어미술을시작한다는것은그림에대한열정이없이는불가능한일이다.

아내는그분을‘거북이’라고했다.

느리지만분명하게정진했기때문이다.

본인의노력도대단한것이었고,아내도심혈을기울여지도했다.

그분은,입선된후아주딴얼굴이됐다.

온갖콤플렉스와스트레스가한꺼번에다날아간것이다.

이제는‘화가’로서의자신의위치를찾았기때문이다.

생각해보면교육의힘은놀라운것이다.

70세에그림을시작,계속지도를받으면서공부하고노력했기때문에입선의영광을

안았다.

나이때문에어떤일을미룬다는것은의지가없다는얘기다.

그래서‘사람은죽을때까지배워야한다.’는경구는참이다.

교육만이그근본에서인간을향상시킬수있다.

3.교육의힘-2.

경기도안산대부도의동주염전은천일염을생산하던,경기도에서는제일큰염전이다.

경기도의염전들은호남지역염전들에비해정부지원에서소외된곳으로서

월소득100만원정도의염부(소금을만드는인부)들은생활고를견디지못해떠났고,

지금은33곳염전중겨우3곳이명맥을유지하고있다.

그대로나갔다면그3곳도폐업했을것이다.

지금동주염전은2011년기준5600여만원의매출을기록,다시살아났다.

‘소금만들기체험학습’을위해한해3000여명이찾는명소가되었으며염부들도

다시돌아왔다.

죽어가던염전이살아난것이다.

그것은기적이아니라교육의힘이었다.

서울대의경제봉사동아리인엑터스소속학샐들이2009년동주염전을찾았을땐

그시설이너무열악했고염전옆소금창고는곧쓰러질것같았다.

인엑터스맴버들은,

동주염전의소금이맛이좋고미네랄도풍부한상품임을확인했다.

그동안매출이부진한큰이유가20키로들이도매용포대로만팔고있기때문임을

알아냈다.

전문교육을받은인엑터스맴버들은,

유통과마케팅방식을바꾸기로하고작고아담한포장으로소비자가직접사갈수

있게했으며,

정부공모전을통해자금을지원받아‘소금만들기체험학습공간’을꾸몄다.

그리고공공기관,교육청,여행사등을찾아다니며체험학습장홍보를하고,

전국의초등학교에이취지를공문으로알렸다.

4년이지난지금그들은동주염전뿐아니라경기도의염전전체를살릴계획을짜고

있다.

생산,유통,소비,체험학습과같은일련의효율적인경영은교육받은두뇌들에의해

현실화되었고염전은살아나기시작했다.

교육의힘은그렇게큰것이다.

그저학생들이대견할뿐이다.

그들이우리의미래이기때문이다.

4.교육의힘-3.

얼마전아들집에갔을때,

내가사랑하는손녀는컴퓨터앞에앉아있었다.

나를보자달려와힘껏안아보고는다시컴퓨터로돌아갔다.

지금초등학교5학년이니게임에열중하는나이이기도하다.

그런데가만히들여다보니그게아니었다.

모니터의오른쪽에는영자신문의기사가떠있었고왼쪽공간에는그영문기사를읽고

내용을요약한문장을능숙한솜씨고영문타자하고있었다.

나는영문기사를읽어본후손녀가요약한영어문장을찬찬히읽어봤다.

별로흠잡을데없을만큼훌륭했다.

그건내게작은충격이었다.

우리때는중학교에가야영어알파벳을배웠는데지금은초등학교5학년학생이

이정도니놀랄수밖에없었다.

그리고얼마후,

아내의생일이되어모일식집에서가족이함께식사를하게됐는데,

음식을주문한후기다리는시간손녀는영문소설을꺼내놓고읽었다.

Thesonofnaptune이라는성인용영문소설이었으며

저자는RickRiordan이었다.

내가어렵지않느냐고물어보니

어렵지않고아주재미있다는대답이다.

그렇다면너희반에서너처럼영문소설을읽을수있는아이는몇이나돼냐고물었다.

40명중,자기를포함두명이라고했다.

초등학교5학년학생이영문소설을읽는다는것은결코평범한일이아니다.

그래서나는생각해봤다.

어학에소질이있는것은알겠는데그래도손녀의실력은뜻밖이었다.

아내도영문소설을손에서놓지않지만아내는어른이아닌가.

대답은다른곳에있을것같았다.

2년전심장내과전문의인아들은병원계획에따라뉴욕에있는코넬대학의대병원에서

1년간연수를받은일이있다.

그때손녀도제부모를따라미국에갔으며1년간미국국민학교에다녔다.

그때걱정이된나는이메일로손녀에게물어봤다.

미국학생,미국선생님과공부하는데어려움은없는가.

전혀없다는것이다.

이미한국에서영어학원에다니면서기초실력을가지고있었기때문에빨리적응한

것이다.

오히려국적이서로다른아이들과공부하는게재미있다고했다.

손녀는미국에서미국학교에다니면서자연스레‘언어의벽’을넘은것이다.

외국어에직접노출됨으로서외국어공포를쉽게극복하고어린아이답게빨리

영어를습득한것이다.

그건전적으로‘현장교육의힘’이다.

모국어를전혀사용할수없는환경에서저절로미국언어에친숙해질수밖에

없었을것이다.

특히담임교사가큰관심과열성으로손녀를지도했다는얘기도들었다.

그래서손녀에게영어는우리말과크게다르지않은일상언어가된것이다.

아들내외가미국에있는동안언제나어린딸이통역을했다고한다.

교육은사람을성장시키고변화시킨다.

모든‘배움’은그대로교육이다.

그게무엇이든매일,무엇인가를배우고있는사람은발전할수밖에없다.

배우는일의일차적이고고전적인도구는‘읽기’다.

하루평균5시간동안스마트폰을들여다보고있는지금이초등학생들은그만큼

배움의시간을빼았기고있는셈이다.

학교를졸업한후공부를접은사람들도마찬가지다.

배우기를그치면그때부터인간정신은나락으로떨어지기시작한다.

5.싸이유감.

글자그대로2012년은전세계적으로K팝의해였다.

전세계젊은이들이열광하는동안동북아의변방‘코리아’는세계적인국가가됐다.

생각하면할수록신나고기분좋은일이다.

그시너지효과는경제에연결되는것이고그건고스란히플러스요인이되어우리

에게되돌아온다.

프랑스의라디오채널인NRT가보낸전용기를타고파리에도착한싸이가에펠탑

앞의트로카테광장에나타났을때프랑스인2만명이그를기다리고있었다.

그의강남스타일과말춤이이렇게놀라운반응을일으킨것이다.

전설적인그룹‘비틀스’는내가학생이었을때세계를석권했었다.

그들은엘리자베스여왕으로부터기사작위까지받았다.

그비틀스도지금은없다.

사이먼엔카펑클도지나갔다.

그러나그들의노래는지금도남아있다.

그멜로디가살아남은것은가사-노랫말때문이다.

스토리-콘텐츠가충실했기때문이다.

‘웃기고앉았네,

아주놀고자빠졌네,

혼자북치고장구치고아주생쇼를하네,

뺑뺑이돌리고안봐도비디오…‘

싸이기만들어부르는‘라잇나우’의이가사를외국인들에게그대로번역해줄수

있을까.

무엇이전달될까.

내용이없으면인기도잠시,사그라진다.

아이돌의인기도,

싸이의인기도K팝이되어뜨겁지만그수명은콘덴츠에따라달라진다.

흘러간유행가중에‘당신은모르실거야’라는게있다.

그노래의가사는이렇다.

‘마음이서글플때나,

초라해보일때에는

이름을불러주세요

나거기있을게요.‘

가슴을적셔주는,정감이전달된다.

‘놀고자빠졌네’와는차원이다른세계다.

아무리포장이요란해도그안에내용이없다면오래가지못한다.

K팝의열기에충실한콘텐츠가담겨지기를바라는것은나뿐만은아닐것이다.

천재일우의기회를그렇게살려내고길게끌고갈수있어야한다.

지금우리들은너무오래동안밖에서만살면서인간이황폐해졌다.

이겨울,차분히집안에들어앉아나를성찰하고내공을쌓자.

이세상은‘빠르고편한것’만으로는살수가없다.

느리고불편한것들은그안에인생을알게해주는지혜로가득차있다.

그균형을잡을줄하는사람은겨울에만들어진다.

보고,듣기만해서는채워지지않는게인생이다.

그래서읽기로빈칸을채워야한다.

인생은준비하기에따라전혀다른것이된다.

단지물리적으로오래산다는게무슨의미가있는가.

자세는의지에서나오며의지는마음의생각이다.

모니터의포로가되어있는한마음은움직이지않는다.

마음이할일이없기때문이다.

그래서각박한사람이되고각박한인생을살게된다.

풍요롭다는뜻은전혀물질적인것만은아니다.

인생을풍요롭게하는것은마음이며생각이다.

풍요로움을느낄수있을때그인생은성공적인것이된다.

그래서겨울은‘신이내려주신계절’임에틀림이없다.

명장(名匠)들도처음에는아마추어였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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