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준비.
BY yorowon ON 2. 18, 2013
내가가지고있는악기의부품을구입하기위해
지난1월아주추웠던날낙원상가에가게됐다.
전철을타고종로3가역에내렸을때승강장풍경은너무나뜻밖이었다.
정말발디딜틈도없을만큼많은노인들로가득차있었다.
밖이추우니모두가지하철역승강장으로내려와앉아있는것이다.
전철에서내린중년의여자한분이
‘꼭까마귀떼가내려앉은것같다.’고했는데사실이그러했다.
역무원들역시속수무책이었다.
어쩔것인가,그추위에노인들을밖으로나가라고할수도없고,나가라고해서
나갈사람들도아니었다.
평소종로3가근처엔노인들이많다.
그들모두가마땅히갈곳이없으니추위를피해지하철승강장으로자리를
옮긴것이다.
그숫자가너무많아서놀라울뿐이었다.
정말그건보기드문풍경이었다.
쪽방이라는게있다.
그사전적풀이는,‘극빈자들이하루또는월단위로세를내고거주하는비좁은방,
대도시일부지역에자리잡고있으며실직자와가출청소년,외국인근로자들이
이용한다.‘로돼있다.
말이방이지한사람이겨우용신할수있는좁은면적이며창문도없다.
토끼장처럼붙어있는이쪽방에는극빈자에속하는독거노인들이많이살고있다.
그들에게쪽방은늙은몸-노구(老驅)를눕힐수있는세상의막장인것이다.
그공간에서는정상적인삶-일상이있을수없다.
모든조건이너무나열악하기때문이다.
서울을기준할때,
이런쪽방촌은아홉군데있으며약3.200여명의최빈곤층독거노인들이그안에서
생존하고있다.
이숫자도결코적은것은아니지만행정력으로파악이안되는숫자도많을것이다.
수많은노인들이최빈곤층으로전락,쪽방이라는최악의공간에서그생명을부지
하고있는것이다.
이제범위를좁혀그중한지역의형편을가까이에서살펴보자.
서울의도봉구가그곳이다.
독거노인들을기준할때도봉동이20가구,쌍문동이40가구,방학동이40가구다.
어떤노인은난방비를아끼기위해방안에텐트를치고전기장판에누워있었고,
어떤할머니는냉방에서옷을네겹으로껴입고이불속에누워있었다.
그방의온도는섭씨4도,저체온증으로죽을수있는온도다.
취재진이100가구중30개가구에서30명을심층취재했다.
그중28명,즉80%가가족이있는노인들이었으며24명은노인우울증이있었다.
노인들을버린가족의패륜(悖倫-인간의도리가아닌것)에대해서는조사하지않았다.
이들은일주일에두번노인지원센터에서배달해주는밑반찬으로살아가고있었으며
서류상으로는가족이있기때문에기초생활수급자가될수도없었다.
말하자면쪽방에서죽을때까지방치되어있는것이다.
사회안전망으로서의‘복지’가필요한건바로이런경우때문이다.
인간이인간이하가되는것을막는것,그게복지의기본개념이다.
쓰레기통을뒤지게해서는안되는것이다.
이러한처지에있는노인들의형편은여러가지지만기본적인공통점은결국하나다.
‘자기의공간’이없는것이그것이다.
인간은공간에서자유스럽지못하면시간에서도자유가없다.
그만큼자기집-제집-자기공간은대단히중요하다.
특히현역에서은퇴한후의노후생활에서자기공간은나머니삶의질을결정하는
중요한조건의하나가된다.
쪽방에서비참하게살고있는독거노인들이그렇게된사정은천차만별일것이다.
그러나가장중요한원인은바로자기자신에게있다.
‘가난구제는나라도못한다.’는경구는예나지금이나마찬가지다.
쪽방에지치고병든노구를눕히는독거노인들은그래서모두의반면교사다.
처음부터그렇게된사람은없었기때문이다.
똑같이이심각한문제는누구에게나닥칠수있는현실이기도하다.
우리모두가이문제에서외면할수없는이유다.
최근베이비붐세대730만명중
앞줄에있는사람들이은퇴를시작했다.
그들을대상으로실시한여러가지설문조사를종합해보면염려했던대로의결과가
나타나고있다.
정상적인노후생활준비를100으로했을때,
경제문제-돈과,은퇴후의자기일-취미생활이40점대로낙제점수로나타나고있다.
준비가덜된채현역에서밀려나고있는것이다.
가정을꾸리고애들키워교육시키고,결혼까지시키다보니정작자신을위한준비를
못한것이며매일매일을노새처럼일에매달려살다보니제대로된취미하나도
만들지못한것이다.
‘늙어서돈없으면죽은목숨이다.’
이말은겪어본사람들이뱉어낸아픈비명소리다.
그죽은목숨이갇히는공간이바로쪽방인것이다.
거기에무슨차별이있겠는가.
손에쥔것없이은퇴하면기다리는건검푸른바다같은차가운현실이다.
이점명심하고있어야한다.
나도이제는은퇴후노년생활13년차의베테랑이다.
10년이면강산이변한다는긴세월이다.
따라서체험적으로축적된노하우도많아졌고현역일때‘은밀히준비’해야하는
여러가지일들에대해충고와조언을해줄수있는위치에있게된것도사실이다.
물론한개인의체험이전체를얘기할수는없다.
사람의사정이각각이기때문이다.
그러나가장중요한것은언제나공통적이다.
노년을사는부부의경우대개는여자쪽이경제권을쥔다.
사실그건자연스러운것이고서로에게편한일이기도하다.
그러나남자쪽에서본다면아내에게손을내밀어야된다는뜻이기도하다.
현역일때는수입이있는가장이었지만은퇴하고나면젖은낙엽,삼식이가되는것은
기본이고자칫찬밥신세에개밥의도토리가될수도있다.
가족이있는독거노인들이그런경우다.
그때가슴을쳐봐야뾰죽한수가없다.
막다른골목인것이다.
그래서체험자들의충고에귀를기울이고현역일때‘은밀한준비’를서둘러야한다.
남자가나이들어용돈에궁하면그게바로거지꼴이다.
천덕꾸러기가되는시작이그렇다.
생각이조금이라도있는사람이라면,자그마한지혜라도있는사람이라면그래서
은밀한준비를해야된다.
노후생활을하고있는내경우,
가장많이지출되는게책값이다.워낙책을많이사기때문이다.
다음이악기교습을위한레슨비,이지출도큰편이다.
영화와뮤직DVD도자주사게되고,
약간의식도락을즐기기위해서도적잖은지출이있어야된다.
따라서최소한한달에몇십만원은있어야품위있는노후를살수있다.
나는이용돈을아내나자식에게의지하지않는다.
그누구에게도손을내밀지않는다.
현역일때,최선을다해‘은밀히준비’했기때문이다.
지금은저축하는방법도다양해졌고,자기처지에맞는저축상품도얼마든지있다.
그점을활용,은퇴후월고정금액이나오는준비를반드시해야된다.
아무도모르게,정말은밀히준비할일이다.
은퇴후그렇게준비한돈이매달손에들어올때그게얼마나소중한것인지깊이
깨달을것이다.
사람이당당해지고생각과자세에서여유가생긴다.
낙제점수의하나가‘취미의준비없음’이다.
은퇴후컴퓨터앞에앉아바둑을두는것은시간은보낼수는있지만생산적인것은못된다.
화투나카드는더나쁘다.
정신도건강도나빠지기때문이다.
자기가좋아하는것,늘하고싶던것.
그게무엇이든남에게폐를끼치는것이아니라면현역일때학원에다니면서라도
미리익히고배워두는게옳다.
노인에게무료-할일없음은죽음같은것이다.
이문제도용돈준비처럼은밀히준비할일이다.
한편젖은낙엽이되어찬밥신세가되지않으려면가족에게,특히아내에게필요한
현실적인기능을가지고있어야한다.
그게‘요리하기’다.
아내를위해,식구들을위해식탁을준비해보라대접이달라지고위치가달라진다.
그만큼집안에서반드시필요한존재가되는것이다.
요리잘하는남자는언제어디서나환영받는다.
은밀히요리학원에다니는것도한방법이다.
사실자기자신을위해서도요리는할줄알아야된다.
먹고싶은음식을스스로만들어먹는것도노후생활의즐거움중하나다.
그리고뜻밖에요리에는창의적인구석이많다.
이제가장중요한얘기를해보자.
거개의직장인은자기집에‘자기의공간’이없다.
주로회사에있기때문에사무실이자기의공간인셈이다.
그러나어느날은퇴하고집에들어앉으면그때야비로서자기몸하나기댈수있는
‘자기의공간’이없다는사실을아프게깨닫게된다.
아내와함께쓰는안방도,식구들이함께쓰는거실도자기의공간은아니다.
일단은퇴하면부부사이라해도구획된공간이있는게서로편하다.
공간구획이없기때문에일어나는마찰은생각보다심각하다.
그래서치밀한작전을세워야한다.
애들이떠난작은방하나를차지하던지,
아니라면그방은아내에게주고안방을차지해야한다.
그렇게하겠다는결심을자주얘기하고식구들이알게해야된다.
그다음,안방에자기전용의책상을갖다놓는것이다.
눈에보이는소유권선포가그것이다.
그게발전된게곧서재다.
그공간안에내것을가득채우면그노년은행복한것이될수있다.
자기의전용공간확보,반드시이루어내야하는필수작업이다.
사람이나이들어가지게되는서재는이세상에서자기에게가장중요한안식처가
된다.
내게있어서재는삶그자체다.
나이가많아져출입이불편해질때서재야말로최고의공간이되는것이다.
정년퇴직은생각보다갑자기온다.
준비된사람에게는기다리던순간이지만준비가부실하거나없는사람에겐
날벼락일수있다.
이미붓고있는연금은공개적인준비지만노후는그것만으로는부족하다.
정말생산적이고값진새삶을원한다면‘은밀한준비’가있어야한다.
성격상은밀한일을잘하는사람도있지만그렇지못한사람들이더많다.
그러나노후는피할수없는현실이고그건준비한만큼만살수있는새세상이다.
눈보라가치거나비바람이몰아치는밤시간,
내집에서따뜻한잠자리에들때,나는늘감사의기도를드린다.
내노력만으로이루어지는것은아니기때문이다.
후배들에게은밀한준비에대해얘기할수있다면상대적으로풍요로운노후를
보내고있다는얘기가아니겠는가.
나는오늘아침,
첼로로아름다운바하의메뉴엣을연주했다.
그래서행복했고감사했다.
이제은퇴를시작하는모든분들이나처럼감사하는생활을할수있다면,
나의작은충고가도움이될수있다면,
그역시감사한일이아닐수없다.
시간과밀물은사람을가리지않는다.-서양격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