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을 위한 전략.
내가대기업의인사부장이었을때,

많은친구들이나를부러워했다.

심지어는대학에교수로있는친구까지도우리사무실에왔다가자기가기업쪽으로

나가지않은것을후회했었다.

대기업의부장급은글자그대로Manager다.

과장이상의간부사원이되면순환보직이시작되고관리자로서의실력을쌓기위해

거의전부서를돌면서일하게된다.

그래서대기업의부장급은전지전능한고참사원이되는것이다.

온갖문제를해결할수있는전문적인노하우를가지기때문이다.

자재관리부서에서일할때우리회사에납품하는중소기업들과의접촉이잦았다.

그때중소기업의사장이나임원들이우리회사과장급보다실력이뒤지는것을알았다.

그차이는물리적으로도컸지만질적으로도달랐다.대부분이그랬다.

대기업의부장급은중소기업의사장보다훨씬그기량이뛰어나는관리자라고

단언할수있다.

사병과장교의차이정도로얘기할수있다.

그런데장본인인나는그자리가전혀만족스럽지가않았다.

대우도좋고,일도재미는있었지만,

인사,노무,후생과같은업무자체가내기질과는맞지않았기때문이었다.

특히수많은근로자를관리하는노무행정은정말힘든일이었다.

‘가장불쌍한것이근로자이고,가장무서운것도근로자다.’라는게내가체험적으로

가지고있는철학이다.

끊임없이근로감독관에게불려다니는것도고역이었다.

지금나는칠십대중반을지난노인으로비교적행복한노년을보내고있다.

그런데이나이에가장열중하고있는게첼로연습이다.

무슨말인가.

내가가장좋아하는게음악이고악기라는뜻이다.

평생을통해단하나의후회가있다면그렇게열망했던피아노를배우지못한일이다.

편모슬하의가난은그것을허용하지않았다.

그래서학교에서6년동안브라스밴드에있었으며결국은총보를읽으며밴드를연습

시키는악장까지했다.

지금도하루중음악을듣는시간이많다.

지금은음악을쉽게,폭넓게들을수있는IT기기와시스템이발달,언제나원하는

음악을최고의수준에서들을수있다.

나같은사람에게는가장좋은음악환경이조성된것이다.

예를들어교향곡연주를들을때,

나는심포니오케스트라의연주실력을분석해가며감상할수있다.

금관악기,목관악기,타악기,현악기모두를직접연주해봤기때문이다.

그래서사람은나이가들면결국처음으로돌아간다는사실을깨달았다.

나도결국은‘음악’으로되돌아온것이다.

그것이내가가장좋아하고잘할수있는분야이기때문이다.

세상에서가장행복한사람은누구일까.

그건더말할것도없이자기가좋아하고잘하는일이직업이된사람들이다.

그걸천부(天賦)라고한다.

하늘이내려준타고난재능인것이다.

그래서천부는경쟁하지않는다.

노력이천부를능가할수없기때문이다.

취업도마찬가지다.

내가좋아하고남들보다뛰어나게잘할수있는분야로나가야하며성공확율도

그만큼높아진다.

이건변함없는철측이기도하다.

이제나는취업을앞둔20,30대의후배들에게내가인사부서에서오래동안일하며

터득한‘취업하기노하우’를얘기해주려고한다.

물론시대가바뀌고환경도많이달라졌지만인사(人事)의근본은언제나마찬가지다.

모든곳의중심은‘사람’이기때문이다.

가장중요한것은일류대학도스펙도아니다.

이사실을먼저깨달아야한다.

제일중요한것은‘자기자신’을제대로아는일이다.

쉬울것같지만절대그렇지가않다.

나는무엇을좋아하고잘할수있는가.

기질적으로어떤분야에잘맞는가.

어떤분야를더선호하는가.

이건전적으로본인에대한문제이며본인이대답해야된다.

자기자신에대한파악이부족하기때문에취업에실패한다는사실을먼저깨달아야

한다.

조금어려운말로하면자기의‘정체성파악’이다.

자기를알면객관적으로,합리적으로‘눈높이’를조절할수있다.

눈높이조절이란이런것이다.

내가가지고있는게60이라면,

70이상을요구하는직장에는가기도어렵지만갈수있다하더라도견지지못한다.

도태되고만다.

반대로40이나50을요구하는직장에가면승급(호봉이올라감)이나승진(직위가

올라감)에서유리한위치에설수있다.

결국,가장중요한것은내가가지고있는게어느수준인가를아는일이다.

생각해보자,

자기도자기를잘모르는데면접관이어떻게자기를알아보고인정하겠는가.

그래서무엇보다중요한것이자기를있는그대로,철저히파악하는것이다.

내가누구라는것만제대로파악하고있어도취업의문은그반이열린다.

그만큼중요한문제다.

다음이구체적인목표다.

내가가려고하는기업한두곳을정해놓고집중적으로그곳의정보를수집,분석,

정리해놔야한다.

그런자료가있어야취업전략을짤수있다.

이때그기업은자기의전공분야와맞는것이어야한다.

회사의업무가전공과같을때승급,승진고과(考課)에서상대적으로유리하다.

비전공은그런혜택이없다.

지금은기업들에대한정보도쉽게검색할수있는시대다.

가급적세세한부분까지정보를수집해서자기가목표로하는대상에대해아주잘

알고있어야한다.

그인지도의수준은면접때플러스요인이된다.

다음이‘인맥다리놓기’다.

누구를통하든상관없이그기업안에있는사람과손이닿아있어야한다.

모든기업은일반적으로정시모집40에수시채용이60정도가된다.

결원이생기는경우와생산시설의확장에따르는신입,경력사원의충원이계속

되는것이다.

이럴때는해당분야전문가가우선대상이된다.

평소인맥을가지고있으면이런정보를일차로접수할수있고가장적절한타이밍에

인맥을통해이력서를제출,심사대상이될수있다.

물론평소에도이인맥관리에소홀하면안된다.

전화도자주하고밥도같이먹어야된다.

그런정도의친밀도유지가관건이다.

다음이모험과도전정신이다.

정말자기가들어가고싶은회사가있다면직접,또는인맥을통해인사담당자나

책임자를만나보는것이다.

그래서자기를어필하고기회를달라고할수있어야된다.

그건절대로어려운일이아니다.모험심과도전정신이있으면된다.

이제그러한사례를하나소개해보자.

어느날아침,

막교대근무를시작한경비반장으로부터전화가왔다.

‘부장님요,왼다리하나에목발을짚은놈이부장님과면담하고싶다면서찾아왔심더,

쫗아보내면또오고,벌써여러날쨉니더,우짜면좋겠능교.‘

나는직감적으로‘물건이하나나타난것’을알았다.

경비반장과함께사무실에들어선젊은이는오른쪽무릎밑이없었으며왼다리에

목발을짚고있었다.

첫인상에준수한얼굴어있고어린나이에풍상을겪은강인한흔적이묻어있었다.

나는응접세트에그를앉힌후차를대접하면서가급적부드러운표정과음성으로

대화를시작했다.

그젊은이는음성이밝았으며말에조리가있었다.

침착하고영민한사람이었다.

그리고무엇보다도용기가있는젊은이었다.

우선그자세가마음에들었다.

그는어촌의가난한집에서태어나힘겹게고등학교를졸업한후비교적보수가좋은

남지나해로나가는어선을탔다.

한번출어하면열흘이상걸리는원양어선이었던것이다.

그런데하루는대형그물을내리는과정에서빠르게풀려나가는굵은로프에오른쪽

다리가말려들었고순식간에다리가부러지고말았다.

영세한어선은그한사람을위해회항할수없었고조업을끝마치고귀항했을때는

다리가썪어절단할수밖에없었다.

집에누워있으면서여러번자살을생각했다고한다.

그리고죽기아니면살기로일어나목발을짚고찾아간곳이그때막문을열기시작한

컴퓨터학원이었다.

불구의몸으로자기가할수있는일이그것이라고판단했기때문이었다.

그는학원의주인을찾아가저간의사정을설명한후먹고자는것만해결해주면

청소는물론,모든허드렛일을도맡아할것임을간청했다.

그는그곳에서일년동안온갖고생을다해가며컴퓨터를배웠다.

남보다몇배의피나는노력으로그때막시작된컴퓨터시대의전문가가된것이다.

보통사람들은컴퓨터가뭔지도모를때다.

1970년대초반만해도전산실이있는회사는많지않았다.

그는수소문끝에우리회사가이제막전산실을시작했다는정보를입수했고

나를만나러왔던것이다.

그의긴사연을듣고난후나는고민했다.

그때만해도장애인을회사에들이는것은전례가없는일이었다.

나는깊이생각한후마음을굳게먹고전산실담당이사를찾아갔다.

그분은미국에서그분야학위를받은분이고그만큼마음도열려있을것이라고생각

했기때문이다.

내얘기를다들은그분은담당과장을불러그젊은이의실력을테스트해보라고했다.

거의한시간이지난후담당이사가내게전화했다.

‘박부장,대어를낚았군요,

우리에게꼭필요한사람이니발령을내주면좋겠습니다.‘

공장이워낙넓었기때문에사무실에서식당까지는아주멀었다.

후생과가관리하는식당은내관할업무이기도했다.

영양사가작성한주간식단의최종결재자도나였다.

나는직접주방장에게전화를걸어목발을위해늘도시락을준비하라고지시했고

같은과동료들이식사후그것을나르도록조치했다.

오랜세월이지난지금도그일은커다란‘보람’으로내가슴에남아있다.

취업전략에서또하나중요한게바로이력서쓰기다.

수십,수백장의이력서를보내고도취업이안된사람이부지기수다.

취업전략이잘못되었기때문이다.

그래서이력서쓰는요령을배우고알아야된다.

우리가다른사람으로부터명함을받는경우자기를돋보이려고여러가지별것도

아닌직함을잔뜩인쇄하는사람이있다.

우선신뢰가가지않고,다읽어보지도않는다.

이력서도꼭마찬가지다.

특히별것도아닌많은스펙을기록하는게그런경우다.

인사부서에서는수백,수천통의이력서를접수한다.

우선담당직원이그것들을일차로검토한다.

간단명료하고,중점을짧게쓴이력서는거의다읽어보지만앞면이모자라뒷면까지

이어지는이력서는신뢰받지못하는명함처럼제껴지는게대부분이다.

이력서를보내는사람과받는사람의입장은그렇게다르다.

그걸알고있어야된다.

일차로걸러진이력서들은여러단계를거쳐부장의책상에놓인다.

채용인원의2배수,3배수가기준이다.

거기까지살아남은이력서들의공통점은깨끗하고,간단하게중점만기록한것들이다.

나는일단검토가끝나내책상에놓인이력서들은거의그대로받아들였다.

가급적이면많은젊은이들에게기회를주고싶었기때문이다.

취업의마지막관문이면접이다.

면접은이력서나필기시험보다더중요한,당락을결정짓는과정이다.

면접에서가장중요한점은있는그대로를보여주는‘자연스러움’이다.

지나치게때를빼고광을내면의심받는다.

뭔가부족한것을감추려는의도로보일수있기때문이다.

성형을하고값비싼옷을입어도안된다.

평소,자기에게가장잘어울리는입던옷을입고지나친화장도좋지않다.

면접관들이보는가장중요한요체는첫인상이다.

정직하고성실한사람은금방알수있다.

또하나의요령은,

면접직전,스스로마음속으로다짐해야될게있다.

내게는이회사만이전부이며입사가되면모든일을내일처럼할것을물론,

철새처럼떠나지않고충성할것임을진심으로맹세해야된다.

그게진심이라면말을안해도표정에반드시나타난다.

그리고누구보다도면접관들이제일먼저그것을알아차린다.

몇번의질문으로내공이있는사람과골빈당은곧드러난다.

평소공부를게을리하지않아야하는이유다.

나는종이책과종인신문을열심히읽으라고권하고싶다.

그보다더좋은내공이없으며스마트폰의조각정보들은내공이될수없다.

나는인사부의평사원으로시작,

인사부장까지지내는동안정말수많은사람들을채용,배치,관리해본경험이있다.

일류대학출신들은늘불평이많고,책임감이없었으며철새처럼떠났다.

대개가그랬다.

그러나이류대학출신들은성실했고,책임감이강했으며이직도드물었다.

경력사원을채용하는경우,

한회사에서5년미만근무자는언제나제외했다.

대신5년이상근무자는기꺼이받아들였다.

분명한이유가있어떠난사람들이기때문이다.

학벌도,스펙도‘인간성’보다는덜중요하다.

가장중요한것은‘사람됨’이다.

성실하고실력이있는사람은처음에는고생해도시간이지나면반드시제대로된

대접을받게된다.

이것은변하지않는원칙의문제다.

단지이력서를수백장씩뿌리는것은취업전략이될수없다.

그런의미에서경험자인나의작은충고가취업의확률을높일수있는전략이될수

있을것이다.

자기의최선을다하는분들에게취업의문이활짝열리기를기원한다.

운이좋은사람에게는수탉도알을낳아준다.-러시아속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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