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대로 살기.
법정께서생전에쓰신글중에이런대목이있다.

‘내가출가한것은,

불교의심오한진리를깨닫거나불교에심취해서가아니라

내식대로살기위해서였다.‘

불자로서수행하는생활방식이그의‘내식대로살기’에가장알맞는방법이라고

판단했기때문이었다.

법정께서는끝까지‘내식대로’살다가셨다.

심지어는입적후의다비까지도자기식대로하신분이다.

그분은평생을사바와거리를두고물리적으로는더없이불편하게사셨지만

그영혼은어디에도매이지않는자유안에있었다.

그래서그분의삶은그자체가우리들의본이며큰가르침이다.

내식대로의,가장이기적이고개성적인삶을살았지만그안에다른이들에대한

폐(弊)나해(害)가없었기에우리들의사표가된것이다.

지금도우리들이법정을흠모하는이유다.

빠리의16구는‘빌리에지역’이다.

우리부부는그곳의중산층프랑스인가정에서한달을민박한일이있다.

영어소통이가능한집이었고주인인마담에리끄는학교에서역사와프랑스어를

가르치는교사였다.

마담은우리에게큰길에면한넓은방을줬고나는매일아침창문을통해출근하는

빠리쟝들을세밀하게관찰할수있었다.

한달을살펴본후에내린결론은,

빠리쟝들은유행하는복장이없었고,모두가패션과색에서자기에게가장잘

어울리는것들을선택할줄안다는점이었다.

내설명을들은마담은더재미있는결론을내렸다.

프랑스인은남과같아지는것을참지못한다.

그들이입고있는옷들은모두가값이저렴한것이며(비싼것은수출용이다)

자기가가지고있는옷,스카프,모자,신발,핸드백,엑서사리들을계속바꿔가며

매치시키는기술이있다.

그것은어려서부터가정에서배우게되는‘세련미’라고할수있다는것이다.

프랑스에는그래서우리와같은쏠림현상이없고유행하는패턴도없다.

모두가자기식대로,가장개성적으로살기때문이다.

나는청년시절부터주위에서‘개성적’이라는얘기를많이들었다.

말하자면일찍부터언젠가는‘내식대로살겠다’는목표를가지고있었던셈이다.

남들과같아지는것,

남들하는대로따라하는것이싫었다.

그러나그것은생각뿐40년이상을가족과직장에매여남들과함께남들처럼살았다.

그게나쁘다는것은아니지만내식대로살수없는가장큰환경요인이었던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그것은피할수없는의무의기간이기도하다.

나는65세가되었을때은퇴했다.

새롭게시작되는노후생활의불확실성이불안한것도사실이었지만마음속깊은곳

에서는‘해방과자유’가솟구쳐올라온것도사실이다.

도심을떠나교외지역으로이사온다음날이른아침,

아파트의현관문을나서자차갑게다가온깨끗한공기와거기에섞여있는두엄내음은

비로서내가새로운세상에도착했음을알게해줬다.

그때의기쁨과해방감,설레임은지금도또렷하게기억하고있다.

그것은낯선것이었지만신선한것이었다.

은퇴후노후생활을시작하면서내가제일먼저결단한일은그동안써왔던

휴대폰을버리는것이었다.

그렇게어제와오늘을단절하는상징이절실했다.

다시어제에속박된다면내식대로살기는사실상불가능하다고생각했다.

그리고그것은사실이었다.

노후생활은,

지금처럼기대수명이길어진시대에는글자그대로제2의인생이시작되는것이다.

제2의인생을제1의인생과단절하지않으면새생활은불가능하다.

지금도나는스마트폰없이도아주행복하게살고있다.

사는방법에따라,삶의철학에따라그물건은전혀필요치않다고생각한다.

현역일때와노후는그렇게다르다.

나는아직까지단지안에있는노인정에가본일이없다.

공원벤치에가서무료하게앉아본일도없고시간을보내기위해전철을타본일도

없다.

내식대로살고있기때문이다.

그런곳에내줄수있는시간이없다는뜻이다.

지금도하루24시간이빠듯할정도로세밀한스케쥴에따라살고있다.

내식대로산다는것은그만큼할일이많다는의미이기도하다.

한인간이자기식대로산다는것은,

개성적으로살고있다는뜻이기도하다.

개인이가지는고유한특성,성격,취향,사고방식등에따라남들과는차별화된

생활을한다는의미다.

따라서개성적으로산다는것은,

이기적으로산다는뜻을함축한다.

이기(利己)는,자기이익만을꾀하는것이며

이기심은자기이익만을꾀하거나생각하는마음이며

이기주의는남이나사회일반을돌아보지않고자기의이익이나행복만을추구하는

사고방식이나태도다.

그래서이기주의자-에고이스트는자기이익만을꾀한다는부정적이미지가강하다.

그러나이기주의에도두가지가있다.

남에게폐를끼치거나해를입히는이기주의와

그반대로폐나해를전혀입히지않는긍정적이기주의도있다.

예를들어법정의삶이그런것이다.

개성적으로살기위해서는,

내식대로이기적으로살기위해서는이두가지행태에대한인식이분명해야하며

어떤경우에도부정적인이기심은가지지말아야한다.

이점은대단히중요하다.

평소나는주변에서같은나이의노인들을많이보면서살고있다.

결론부터말한다면,

내식대로,개성적으로사는노인들이거의없다는사실이다.

거개가도리없이‘늙은이’가된것이다.

그래서가족에게도짐이되고있는게현실이다.

한가지분명한것은,

내식대로살기는이미젊었을때부터잉태되고준비되어야한다는점이다.

내식대로,개성적으로노년을살기원한사람과그런목표가없었던사람들은

나이가들면확연히구분된다.

따라서내식대로의창의적이고개성적인노년은현역일때준비된결과인셈이다.

지금은옛날과달라서인간의평균수명이크게늘어났고계속늘어나고있다.

그만큼은퇴후의노후생활이가지는의미도달라지게된다.

은퇴이후20-30년은긴세월이다.

내식대로의개성적이고창의적인생활내용이없다면견디기어려운기간이기도하다.

거기에경제적인어려움까지겹치면참기힘든세월이되는것이다.

은퇴후새로운노년생활이주어졌을때처음에는당황했었다.

은퇴하면하겠다고결심했던일은많았는데막상무엇부터시작해야될지혼란스러웠다.

이때중요한것이‘생활습관’이다.

책과음악,악기가그것이었고그것들을통해생각이정리되고생활의내용도자리

잡을수있었다.

인간이평소건전한생활습관을가진는게얼마나중요한것인지를크게깨닫는계기가

되기도했다.

물리적으로어제와단절할수있어도내용은끈처럼이어지고있는게인생이다.

그리고내식대로살기의포인트는,

어떤경우에도‘나’가우선이고기준이되어야한다.

남에게폐가되고해가되는것이아니라면내가하고싶었던것,내가좋아하는것,내가

잘하는것에우선순위를두고결코양보해서는안된다.

그래서노후생활은내가나만을위해사는가장이기적인시기이기도하다.

이제구체적인하나의예를들어보자.

나는지금도매일책을읽고열심히공부한다.

학문에는끝이없기때문이다.

내가가장선호하는분야는문화사-文化史다.

젊어서부터지금까지이분야는변한적이없다.

지금내가집중해서읽고있는책들은,

제레드다이아몬드의‘제3의침팬지’

(이책은이미여러번째읽고있다.)

폴앤앤에어릭의‘진화의종말’.

볼프슈나이더의‘인간이력서.’

셀리케이건의‘죽음이란무엇인가.’

김용규의‘서양문명을읽는코드신.’

에리히프롬의‘소유냐존재냐.’

(이책도이미여러번째읽고있다.)등이다.

이책들의공통적으로

창조론과진화론,인간과신,인간의삶에대해문화사적인측면들을얘기하고

있다.

그심오한내용들은기쁨과깨달음을주고있으며학문의즐거움이인생에서

가장값진것임을알게해준다.

그래서내식대로살기위해서는반드시,절대적으로‘서재’가있어야한다.

고등교육을받은사람이서재가없다면이미어떤부분은죽었다는뜻이다.

나는오늘아침,

첼로로바흐의무반주첼로모음곡제2번중아름다운‘메뉴엣’을연주했다.

나같은아마추어에게있어얼마나잘연주하는가하는것은중요하지않다.

나같은보통의노인이첼로로바흐의음악을연주한다는것은삶의‘질’을결정

하는중요한요인이될수있다.

악기를다루는인간의손은기적같은것이다.

그놀라운세계는,

내가내식대로살기로결심했기때문에차지할수있었다.

악기는,시각,청각,촉각은물론상당한정도의체력을요구한다.

악기를가지고있으면치매가없는게그때문이다.

내친구중에는치매를예방하기위해악기를하는경우도있다.

나는처음부터TV리모컨을손에쥐고소파에앉는삶을단호히거부해왔고지금도

그렇다.

우리가족중키보드를두드리는속도에서가장빠르지만,

나는블로그에올리는이글을볼펜을쥐고종이에쓰고있다.

창작이기때문이다.

일주일에한편씩글을쓴다는것은결코쉬운작업이아니다.

그런데도나는계속해서글을쓰고있다.

그게내식대로사는방법이기때문이다.

글을쓰는한내두뇌는계속발전하고있음을알수있다.

이복잡하고혼란스러운세상에서연약한개인이내식대로산다는것은대단히여려운

일이다.

특히현역으로생활하는동안은거의불가능한일이기도하다.

나는70평생을통해지금의노후생활이가장의미있고행복하다.

내식대로살수있기때문이다.

그건아날로그와디지털의균형에서얻어지는것이기도하다.

돌이켜생각해보면‘언젠가는내식대로살겠다’는염원이있었기에그게이루어진

것이다.

목표가있었기때문에성공한셈이다.

그래서반드시목표를가지고있어야하며생활습관을통해준비하는지혜도있어야

한다.

은퇴후의시간은어떻게쓰느냐에따라전혀다른인생을살게해준다.

인간은그게누구든다른사람들을따라서사는동안은진정한의미의‘자기’를

발견하지못한다.

오직,내식대로살수있을때만이‘나’를만날수있다.

사람은자기가좋아하고,잘하는일에몰두할때가장순수해지기때문이다.

평범한인생을사는것도,내식대로사는개성적인인생을사는것도결국은본인의

선택의문제다.

한가지분명한것은인간은내식대로살때만이진정한삶의의미를가질수있다는

점이다.나는지금그점을절실하게체험하고있다.

그래서지혜롭고용기있는선택이필요하다.

우리가정복해야할것은산이아니라우리들자신이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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