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엄마의 경우.
김영주씨는고1의딸과고3의아들이있는전업주부다.

아들이고3이되자집안의분위기가크게바뀌었다.

정말숨도제대로쉴수없을만큼긴장되어있으며코앞에닥친아들의대입문제가

무거운바위가되어집안을짓누르고있다.

무엇보다김영주씨를압박하고있는것은아들의학업성적이그다지좋지않은것과

3000여개에육박하고있는입시전형에대해그내용을소상하게파악하기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금년11월에치르는수능에서는처음으로A,B형이도입되어수험생들의

부담도더늘어나게됐다.

학교에서도고3학부모들을위해외부의입시전문강사를초청,설명회를열정도

이며교사들사이에서도

‘3학년담임을1년만쉬어도못따라간다’는말이나올정도다.

공부는아들이해도‘입시정보’는엄마의몫인게현실이다.

그래서김영주씨는더욱불안하고초조해진다.

생각해보면이전쟁은이미애들이유치원다닐때부터시작된것이다.

그게어디든애들이있는곳엔치열한경쟁이있었으며탈락하면안된다는강박관념이

계속엄마들을짓누르고있다.

나중에는경쟁자체가목적이되어무엇때문에,왜경쟁해야되는지도모르면서

경쟁에매달리게된것도사실이다.

수많은학원에애들을보내야했으며학원비조달을위해허리띠를졸라매야했고

돈이모자라면알바까지해야했다.

돌이겨보면10여년이상자기생활도없이자기의모든것을희생해가며애들에게

매달려왔다.

이제는아들의대학입학이본인은물론,엄마의당면목표가되었다.

적어도김영주씨는그목표만을위해여기까지달려온셈이다.

오직아이들을위해전력투구했으며노심초사했다.

그리고이일은아들로끝나는것이아니고딸이다음차례를기다리고있다.

이설주씨는근자허무함과함께후회를안고살고있다.

남편의수입보다교육비,그것도사교육비지출이더컸던어려움을겪으며아들을

위해모든것을희생했고

오직아들의대학입학과대기업입사를위해전력투구,자기와가정의모든것을

희생해가며그어려운관문들을통과했다.

말하자면이설주씨의경우는목표를이루고성공한케이스라고할수있다.

대졸생의거의절반이백수인세상에지금아들은대기업에근무하며새가정을

꾸려행복하게살고있다.

아들의결혼을위해이설주씨가지출한결혼비용은그들기준으로는엄청난

금액이기도했다.

남편의반대를무릅쓰면서까지남부럽지않은수준에서결혼식을치르기도했다.

따라서이설주씨내외는자기들을위한‘준비’에는소홀했던게사실이다.

남편의은퇴가코앞인데손에쥔것이없다.

그나마빚없는게다행일정도다.

남편이은퇴하고나면살림은더쪼들릴것이고,그렇다고뾰죽한대책이있는것도

아니다.

지금이설주씨가자주내뱉는말은,

‘아들길러며느리에게헌납했다.’는것이다.

며느리좋은일시켰다는푸념이기도하다.

얼마전한조사기관이대학생들을상대로설문조사한결과,

‘부모님의노후는부모님자신들이준비해야된다’는대답이93%였다.

대기업에근무하는아들의수입이아무리좋아도이설주씨에게돌아오는혜택은없다.

그렇다고내놓고며느리에게돈을달라고말할수도없다.

경제권을며느리가쥐고있으니아들도별수가없는게현실이다.

문안전화도없다.

자기를위해봉사하던엄마는이제용도폐기된것이다.

이설주씨는아들을기르는동안자기의희생이

얼마나무모하고,무계획하고,비현실적이었는지를이제가슴을치면서후회하고있다.

무엇보다큰어리석음은자기들의노후를위한준비에소홀했던점이다.

이제와서아들에게책임지라고할수도없고책임을지겠다고나설리도없다.

그래서이설주씨는조금씩우울증이심해지고있으며치료할단계로까지발전할까봐

걱정하고있다.

가능성이충분하기때문이다.

이제자기를위해살아야할인생이남아있는데가지고있는게아무것도없는것이다.

사람들은박규옥씨를냉정하고이기적이라고말한다.

사실박규옥씨에게는그런면이있는게사실이다.

지금박규옥씨내외는남편이은퇴한후대단히안정적이고행복한노후를보내고있다.

이들부부에게도남매가있다.

두아이모두독립해서자기생활을잘하고있다.

박규옥씨가남매를길러독립시키고자기들도안락한노후를보내고있는것은

절대로양보하지않은‘합리적원칙’이있었기때문이다.

그는아이들에게어려서부터분명하게말했다.

‘본인이노력해서대학에입학하면졸업때까지지원한다.

그이후는본인들이알아서하는것이다.‘

두아이는엄마의성격상이게빈말이아니란걸알고자랐으며정말스스로노력해서

대학을졸업했으며자기분야에서탄탄한직장에들어갔다.

물론그동안꼭필요한학과목을위한과외는했으며결혼때도큰부담이안되는

범위안에서지원했을뿐이다.

엄밀히말하자면아이들을위해자기들의생활을희생하지않고도성공한케이스라고

할수있다.

박규옥씨에게도시련은있었다.

자기자식이지만역시다른애들과경쟁해야했고그경쟁에이기기위해서는부모의

역할도커야했다.

박규옥씨가어려움을극복하고성공적으로애들을키울수있었던것은

시류(時流)에따르지않고자기신념에따라생활했기때문이다.

그가가장크게강조한점이

‘아이들의독립심과책임감’이었다.

교육비등지원은최소한으로줄이고아이들스스로가자기일을책임지도록키운것이다.

어린애가넘어졌을때얼른손을내밀어일으켜세우는것과

스스로일어나도록기다리는것은작은차이같지만결과에가면전혀딴것이된다.

박규옥씨의자녀들은부모에게아주잘한다.

손자손녀들과함께자주찾아오고,용돈도충분히드린다.

‘엄하게키운자식이더효도한다.’는옛말그대로다.

냉정하고이기적으로보였을지는몰라도박규옥씨는가장성공한엄마의케이스임에

틀림이없다.

이제세상은크게변해자식을키우는일이나스스로의노후를준비하는일에서어떤

근본적인변화가있어야된다.

그렇지못하면부모,자식모두가치명타를입을수있는세상이됐다.

가장중요한것은,

자식에대한부모의생각,인식이바뀌는일이다.

자식은부모의소유가아니라독립적인인간,인격이며

자기의일생을자기가좋아하고잘하는일을하면서살아갈권리가있다.

그래서부모의가장큰책임은

자식이타고난재간을먼저살피는일이다.

모든애들과똑같이경쟁하는것이반드시옳다고할수는없다.

아이가좋아하고잘하는일을발전시키기위해그길로안내하고밀어줘야한다.

장사에소질이있는애를법관이되라고한다던지,

군인에딱맞는애를의대에가라고해서는안된다.

그게실패의첫걸음이다.

모든인간은결국자기에게걸맞는일을하면서살게돼있다.

그건계층도아니고차별도아니다.

그냥서로다를뿐이다.

그점을이해하고받아들여야한다.

지혜로운인간이라면,

자기의노후를스스로준비할줄알아야한다.

자식에게전력투구하고,모든것을희생한후빈손이라면그건전적으로본인들의

어리석음과책임이다.

그어떤자식도부모의노후는생각하지않는다.

지금의세태가그렇다.

제식구들만눈에보일뿐이다.

그걸어떻게나쁘다고만할수있겠는가.

자식이어떤성공을거두었든그건아들과며느리의것이지부모의것은아니다.

‘아들성공시켜며느리에게헌납했다.’는말은그래서사실이지만

그건악순환도,선순환도아닌자연순환일뿐이다.

그래서자식을키우는부모들은나이에관계없이그생각을바꿔야한다.

그런의미에서박규옥씨가모델이될수있다.

그분이가졌던원칙은부모와자식모두를살렸고가장원만한가족관계를유지할수

있게했기때문이다.

그런의미에서는박규옥씨가가장지혜로운엄마가된다.

모든엄마들은조금씩은냉정하고이기적이될필요가있다.

지금은그게너무부족하다.

오바마대통령은기회가있을때마다

‘한국의교육열’을언급하고있다.

사실그런얘기를들을때마다조금은민망한마음을안가질수가없다.

그가칭찬하는교육열도그속내를들여다보면크게왜곡된,잘못된것이기때문이다.

앞으로우리사회가명실상부한선진국이되기위해서는경제의발전과함께교육이

제대로돼야한다.

하이테크시대에가장필요한게‘생산성’이다.

지금처럼공교육이붕괴된현실에서생상성향상을위한인간교육은불가능하다.

학교는빠져도학원은빠지면안되는풍토에서‘교육받은인격’은배출될수없다.

생산성은공교육을통해서만만들수있기때문이다.

우리의가장큰취약점이그열기도뜨거운교육열안에있다는것은큰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학원은인간을교육하는학교-공교육이아니다.

그건이윤을목적으로하는‘가게’일뿐이다.

상업주의의무서움을모르면사교육시장은없어지지않는다.

그리고그만큼우리사회는피폐해진다.

모든부모들은먼저이점을이해하고대비할수있어야한다.

건전한민주시민은공교육이아니면길러지지않는다.

나는내주변을살펴보면서뜻밖에재미난현상을발견했다.

그리고그건아주희망적인일이기도했다.

그게‘착한딸들’이다.

대부분의딸들은아들들과달랐다.

그들은생각보다훨씬적극적으로친정부모를챙긴다.

나도,내친구도,친지들도다똑같이느끼는현실이다.

그심리적이유는알수없지만딸들은부모에대해아들들과는다른감정을가지고

있는게확실하다.

그래서하는말이있다.

‘딸에게투자하라.’

충분히일리가있는주장이다.

노부모에대한딸들의정성은이주장을뒷받침하고있는게사실이다.

그딸이바로시집쪽에선아들을헌납받은며느리가아닌가.

세상은그래서공평한것이다.

그러니아들만있고딸이없다면그건손해다.

앞으로우리가살고있는이세상은어떻게변해갈것인가.

그건아무도모른다.

그래서오히려합리적인원칙이더필요해질뿐이다.

신사를만드는것은입고있는옷이아니다.-영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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