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합실 풍경.
BY yorowon ON 8. 12, 2013
대합실(待合室)은,
역이나터미널등에의자등을놓아사람들이기다릴수있도록마련해놓은공용
공간이다.
지금은역이나터미널뿐아니라대형병원에도크고작은대합실이많다.
대합실의가장큰속성은,
일정한공간에사람들이많이모여있는점이며모두가자기의차례를기다리는것
이라고할수있다.
대합실에모이는사람들은대개의경우서로연고가없는타인들이며,
남녀노소는물론,계층과직업이다양한사람들이같은공간에있게된다.
대합실에함께앉아거기에있는사람들을잘관찰해보면‘오늘의한국’이보인다.
대합실에있는사람들은오늘을살고있는한국의보통사람들이며그들의행동거지는
바로우리의‘현실’이기때문이다.
그래서그들을살펴보는일은한편으로재미가있기도하다.
대개의경우보통사람들은정직하다.
그래서그언행이보여주는상징성은아주보편적인것이기도하다.
나는근자정기건강검진을받기위해여러날을병원에서보냈다.
진료과목이서로달랐기때문에차례를기다리는대합실도여러곳을거치게됐다.
기다리는시간이길어질땐크고편한의자가있는중앙의공용휴계실을이용하기도
했다.
나는거의평생주머니에쉽게들어가는사이즈의스터디카드와필기구를몸에
지니고다니며관찰한것중요긴한것들은현장에서스케치하고있다.
지금내가가지고있는카드분류함에는내용별로정리된카드가수만장있다.
글을쓸때더없이소중한일차적인자료들이다.
따라서병원대합실에서의얘기도카드에기록했던스케치를기준한것이며
여러가지에피소드중가장대중적이며또대표적인얘기들만골라봤다.
세상의모든일은호기심을가지고관찰하면반드시얘깃거리를내놓는다.
순간적으로그것들을카드에스케치하는일은그래서상당히부지런해야된다.
한번은카드에스케치내용을써내려가는것을옆에서지켜본누이동생이
‘세상에,그렇게글씨를빨리쓰는건처음봤네.’할정도다.
일단포착되면그대로하나의자료가되는것이다.
안과의대합실은안과밖으로나뉘어있는데
안쪽에있는의자들에는진료순번이가까운사람들이비좁게붙어앉아있게되어있다.
사람이밀착해앉았다는것은그만큼다른사람들에대한기본적인예의가요구된다.
그런데내옆에앉아있는20대의여자하나가걸려온휴대전화를받은후친구와
통화를하기시작했는데그목소리가기차화통이다.
도무지함께앉아있는다른사람들에대해서는전혀신경을쓰지않는,이기적인
통화였다.
모두가편치않은얼굴로참고는있지만정작본인은안하무인이다.
통화예절은가장기본적인문화생활이다.
그건특별한것도아닌기초적인질서일뿐이다.
남에게폐가되는것을알지못한다는것은무엇보다교육이없었기때문이다.
배우지않았는데어떻게알겠는가.
인간은배우지못하면‘본능대로’살게된다.
본능을제어하는것이도덕이고윤리다.
멀쩡한젊은여자가함께있는사람들을배려하지못하는것은‘정신적불구’라고
할수있다.
우리사회가끊임없이소란스럽고,갈등하는것은주변에정신적불구가많기때문
이기도하다.
인성교육이부족했던,아픈결과의하나일뿐이다.
다음이‘위내시경실’.
내시경실은의자들의배치가안정적이고여유가있어편한마음으로앉아있을수있다.
나는2년에한번씩위내시경검사를받고있으며식도가크기때문에내시경을삼키
는데큰어려움이없어수면내시경은하지않는다.
조용하던내시경대합실에갑자기고함치는소리가났다.
할머니한분이간호사들에게고함을지르고있는데그사정이이러했다.
그할머니가제시간에도착하지않아다음환자가먼저진료받은게원인이었다.
자기가예약시간에늦은건생각안하고자기차례에다른사람이먼저내시경실에
들어갔다고직원들에게욕을퍼붓고있는것이었다.
‘늙으면죽어야돼.’
왜이런소리가생겨났겠는가.
나이든사람들의‘무경우’는아주흔한일이다.
‘어르신’으로대접받기위해서는바드시거기에걸맞는행동거지가있어야한다.
나이값을못하는막가파와억지파가있는한노인들은싸잡아욕을먹게돼있다.
영상의확과에서엑스레이촬영을마치고
심전도실에가기위해복도를지나가다뜻밖의광경을보게됐다.
얼핏봤을때,수십명의사람들이나란히놓인의자에정연히앉아종교행사를하는것
같았다.
모두가경건한자세로얼굴을쳐들고한곳을응시하고있었다.
그건하나의‘예배행위’같았다.
호기심이생겨안으로들어서보니
놀랍게도모두가TV의일일연속극을시청하고있었다.
그몰입은엄숙하기까지해서기침소리도내지못할정도였다.
TV망국론이나온지도오래됐다.
특히일일연속극이일상을지배하는일은이미깊은병이된지오래다.
문제는그방영물의내용이우리를황폐하게하는데있다.
폐륜,불륜,비도덕,폭력,부정부패와같은막장드라마가덫이되어우리의일상이
걸려넘어지고있다.
그런데도사람들은비판의식없이단지그재미에몰입해있다.
반드시고통스러운대가를치를날이올것이다.
세상에공짜는없기때문이다.
오전진료가끝나고오후진료시간까지는시간이많기때문에구내식당에서점심을
먹으후이층중앙에있는공용휴게실에갔다.
거긴안락의자가있기때문에더편하게앉아책을읽을수있다.
그런데모서리쪾의자에앉아자리를잡은후얼굴을드니공중에떠있는남자의
벗은발하나가눈에들어오는것이아닌가.
그건정말뜻밖의광경이었다.
해괴하기까지했다.
나는일어서서그발이공중에떠있게된경위를살펴봤다.
40은지난것같은,반바지에슬리퍼를신은남자가의자에드러눕다시피한채
전화통화를하면서다리를꼬고있으니벗은발이공중에떠있게된것이다.
그자세는상스럽고역겨웠다.
그휴게실에앉아있는사람모두가공중에떠있는그더러운발을보지않을수가
없었다.
그게축생이지어떻게인간일수있단말인가.
그건더불어함께살수없는,부류가다른인간형이었다.
주변에함께있는다른사람들이안중에없으니제마음대로,제편한대로막사는
부류인것이다.
‘계층은없어지지않는다.’는사회학자들의말이절실히생각나는케이스였다.
병원지하에는입원환자가아닌외래환자와가족을위한민영식당이있다.
특히점심시간에는사람들이일시에몰리기때문에상당히번잡하기까지하다.
그식당에서자주목격하게되는꼴불견은,
나이에관계없이,특히여자들이의자에올라앉아책상다리를하는경우다.
벗은발한쪽은의자밖으로삐져나와식사하는다른사람들이그흉측한물건을
볼수밖에없다.
자기의더러운발이식사하는다른사람들에게폐가된다는것을알면그렇게
하지는않을것이다.
그래서‘무지’는무섭다.
그런류의무지는시정될가능성이거의없다.
때문에더무서운것이다.
특히젊은여자들의그런행동은더절망적이다.
다른사람들을배려하지못하는것,
여럿이모인곳에서자기하고싶은대로,자기마음대로하는부류가있는한
살기좋은사회는요원한얘기다.
그들은정말식당에서만그럴까,
아닐것이다.
공용휴계실바로옆에는산부인과진료실이있다.
갑자기여자여럿이고함치는소리와함께집기를집어던지는소리가났다.
나는진료실과가까운쪽의자에앉아있었기때문에그광경을직접볼수있었다.
한참을지켜본후알아낸내막은,
한젊은여인이산부인과수술이잘못되어피해를입었고지금친구두명과함께
나타나담당의사와간호사에게행패를부리고있는중이었다.
그들이입에서쏟아내는육담과거친행동들은주변사람들까지도외면할정도였다.
제대로하자면,
의료분쟁전문변호사에게의뢰,확실한증거와함께소송하는것이합리적이고
실속도클수있다.
소란을피우지않고도의사와간호사에게법적책임을엄중히물을수있고병원이
보상을하게해야한다.
아직우리들은이러한대처방법에서툴다.
그래서육탄공격이먼저인것이다.
그런방법으로는승리하기어렵다.
더차분히,냉정해질필요가있다.
근자에는의료분쟁전문변호사도많지않은가.
승산이확실하다면수임료걱정은안해도된다.
그건변호사들이더잘안다.
외래환자라하더라도일단환자복을입으면그때부터는‘입원환자’가된다.
따라서칫솔부터식사까지병원에서지급하는것만받아야한다.
똑같이일반인이드나드는‘식당’에는환자복을입은입원환자는들어설수없다.
병원규칙도그점을분명히하고있다.
그런데도점심시간에민영식당에가보면언제나환자복을입은사람들이몇명씩
있다.
식당주인은장사속때문에묵인하고,
환자들은규칙을무시하고일반인식당에가족들과드나드는것이다.
‘감염’은상대적이다.
환자가일반인에게감염될수도있고,일반인이환자에게감염될수도있다.
‘감염’이얼마나무서운것인지모르는‘무지’가이런어처구니없는일로
연결되는것이다.
병원은그어떤장소보다도감염이쉽게생길수있는곳이다.
‘안전불감증’은반드시무서운대가를치르게된다.
그대가속에는‘생명’도포함된다는점을명심해야한다.
왜환자를격리시키는지를의학적으로이해해야된다.
나는오래동안해외여행을하면서수많은대합실에앉아봤다.
선진국,중진국,후진국모두에가봤다.
중진국과후진국의공통점은그들의대합실이한결같이더러웠고소란스러웠다.
사람들은표정이없었으며남을배려하는것이나폐를끼치는것이무엇인지를
몰랐다.
선진국은달랐다.
우선깨끗했고,조용했으며사람들은밝은표정에자주웃었다.
그리고결정적으로다른점은책을읽는사람들이많다는점이다.
그것이서구가지금도앞서는이유중하나임은이미밝혀진사실이다.
‘읽기’는그자체가바로문명이며문화다.
크게볼때우리의대합실은선진국수준이다.
그런데그안에는‘후진국수준의인간들’이함께있는게특징이다.
그들은거칠고상스럽다.
그게적은숫자라해도일으키는파장이크기때문에문제가되는것이다.
그래도희망적인것은전에비해많이나아지고있는점이다.
대합실은많은사람들이함께있게되는공용의공간이다.
그래서남을배려하고,남을의식하는문화적수준이함께높아져야한다.
서로가서로에게그렇게해야된다.
손을더럽히면마음까지물든다.-목격자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