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발견된 주검.
인간에게있어가장공평한것이죽음이다.

공평(公平)은어느한쪽으로치우침이없다는뜻이다.

일찍죽거나더오래사는차이는있어도죽음그자체는비켜갈수없는절대의

섭리다.

그래서죽음은공정(公正)한것이기도하다.

우리들이좋아하는오복(五福)의하나가고종명(考終命)이다.

제명대로살다가제집에서편히죽는것이그것이다.

말하자면자손들-식구들이지켜보는가운데맞이하는임종인것이다.

나이많은분이오래살다가고종명하는경우호상(好喪)이라고하는게그때문이다.

아무도슬퍼하지않는,복된죽음인것이다.

반대로그목숨은붙어있지만병원중환자실에의식없이누워있는식물인간은

현대의학이만들어낸크낙한비극이아닐수없다.

쪽방에서노구(老軀)로발견되는것도비극이긴마찬가지다.

어떻게살았는가도중요하지만,

어떻게죽었는가도똑같이중요하다.

인생을말할때생로병사(生老病死)라는말을쓴다.

불교용어로서중생이반드시겪어야하는네가지고통이그것인데

나고,늙고,병들고,죽는것이다.

이세상에늙지않는사람은없다.

자기는늙지않는다고생각하거나자기가늙는것을모르는사람도있기는하다.

나이들어여러가지고통을겪는사람들의공통점은

늙음에대한마음과물질의준비가부실했다는점이다.

인간이늙는다는것도피할수없는섭리다.

대개의경우젊은사람들은자기가늙는다는생각을하지않는다.

그래서노년을쉽게생각하고나이많은사람들의처지에대해이해가부족하다.

노인을대하는태도를보면그게확실히드러난다.

노인이라는계층이특별한대우를받아야할이유는없다.

그러나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말은알고있어야한다.

오륜(五倫)의한가지로어른과어린이사이에는차례가있다는뜻이다.

말하자면우리사회의‘기본질서’를의미하는것이다.

질서가있어야모두가편히살수있다.

새치기들때문에이게깨진게지금의세태이며그래서지금우리사회가이렇게

혼란스러운것이다.

지난9월30일,

부산의부산진구다세대주택2층에서죽은지5년된백골의시신이발견됐다.

67세의김모여인으로서,

두꺼운옷을아래위로아홉겹을껴입고손에는목장감을끼고있는상태로발견됐다.

5년전에얼어죽었다는얘기다.

다세대주택에는3가구가살고있었지만아무도그동안김모여인의죽음을모르고

있었다.

참으로불가사의한일이아닐수없다.

그시신이발견된것은1층에살고있는집주인정모여인이여러해동안김모여인이

보이지않아방출입문을열어보고서야알게된것이다.

지금우리들은SNS의시대를살고있으며트위터,페이스북,인터넷,카페,블로그

이메일같은거미줄처럼연결된통신망속에살고있으며스마트폰에빠져있다.

그러나그주검은정보의사각지대에있었다.

도심속에서,군중으로부터단절된시신이었다.

가족,친지,인척과의교류도없었으며

기초생활수급의대상이되는복지시스템안에도존재하지않았던주검이다.

이렇게죽은인간이67세의김모여인뿐이었을까.

그렇지는않을것이다.

문제의심각성은바로거기에있다.

잊혀진주검이더있을수있다는것은충분히가능한얘기다.

약한세대전,

신문에는독일에서일어난일에대한기사가실렸었다.

독거노인들의고독사가속출하자독일정부가독거노인들이거처하는장소에

공급되는전기,수도,가스의사용량을공급처에서확인하는시스템을구축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전기나수도,가스의사용이멈춰서면즉시안전요원이그장소를

찾아가서조치하는복지시스템을구축,운용한다는기사였다.

그땐,그기사가정말먼나라얘기였다.

우리에게그런일이일어날것이라는생각조차할수없었다.

그때는가족이함께사는시대였기때문에독거노인자체가존대하지않았다.

나역시할아버지할머니와함께살았던세대이며그건너무나당연한일이었다.

불과한세대후,

이불행한사태가우리의현실이됐다.

다가오는겨울에도냉방에서얼어죽고,그시신이몇년씩발견되지않는일은

충분히일어날수있다.

인간이버려진짐승의처지가되는반인륜적일이현실이되는게지금세상이다.

우리모두가이불행하고냉담한시대에서살고있음을인정해야한다.

독거노인들의고독사는노인빈곤율과닿아있는문제다.

가난하기때문에냉방에서얼어죽은것이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회원국들의평균노인빈곤율은13.5%다.

스웨덴이6.2%

독일이8.4

프랑스가8.8

노르웨이가9.1

덴마크가10

일본이22

미국이22.4%인데반해

우리는45.1%로서대단히높은편이다.

한편,

유엔인구기금(UNFPA)과노인인권단체‘헬프에이지인터내셔날’이발표한

‘글로벌에이지워치2013’에의하면,

노인들을기준으로소득의안전성,건강상태,고용과교육,사회환경등네부분을

기준으로합산한이상적인점수를100으로했을때,

우리나라는39.9점이었다.

헬프에이지는‘한국의높은경제성장율을감안할때낮은순위에머문것은

노인빈곤율이높기때문‘이라고진단했다.

지금우리나라노인들의70%는노후준비도제대로하지못한빈곤계층이거나

예비빈곤계층이다.

앞으로이문제가심각해질수있다는경고다.

고독사(孤獨死)라는말은일본에서건너온용어다.

적어도일본의경우우리보다한발먼저새로운사태를만나고있는게사실이며

나름대로구체적이고합리적인대책을찾아가고있는중이다.

NHK가2010년특집다큐에서취급한내용을보면일년에무연고사망자-고독사

가3만2000여명에이르고있다.

여기에는죽은지오래되어백골상태로발견된시신도포함된수치다.

이사태때문에생긴게‘무연고비즈니스’업체들로서

지자체로부터한건당300-360만원씩받고시신을수습화장하고,유품까지

정리해주고있다.

결국은우리도일본의뒤를따르게될것이다.

지금은그숫자가미미하지만날로늘어날것은분명한사실이다.

통계청자료를보면지금12만명인독거노인이2015년엔137만명으로늘고

2025년엔224만명에이를것이라고한다.

전체가구중1-2인가구도벌써절반을차지하고있다.

죽어서몇년이지나백골로발견될주검이함께늘어난다는얘기다.

도대체평생을우둔하리만큼일만하면서살아온노인세대가무엇때문에

이렇게가난해졌는가.

이문제는당사자인노인들뿐만아니라지금현역에있는모든사람들에게도

의미심장한질문이된다.

모두가예외없이노인세대가되기때문이다.

첫째가‘노후대비’라는개념의부족이다.

은퇴후삶이나국민연금,복지와같은개념은최근에야들끓기시작한생소한

말들이다.

대부분의노인세대가별준비없이은퇴한게그때문이다.

그다음이우둔한부모가되어모든것을자식에게쏟아부었기때문이다.

학비를대느라허리가휘고,결혼시킨다고빚까지졌으며,

집까지장만해주기위해알량한재산을거덜낸것이다.

지금그자식들은안부전화도안한다.

자기들을위해희생봉사하던부모가그기능에서용도폐기되었기때문이다.

이제와서가슴을치고한탄해도소용없는일이다.

이세상에서가장어리석은인간은제생각안하고자식에게올인하는바보같은

부모들이다.

그대가를치를땐손에쥔것이아무것도없다.

독거노인이되고고독사의대상이되는것이다.

전라북도김제시는2007년우리나라에선처음으로65세이상노인들이모여

공동생활을할수있는시설을만들었다.

할머니들은함께식사준비를하고청소와운동은물론목욕시설도가지고있다.

노인들의고독사가늘어나고우울증환자가증가하는시기에맞췄다.

할머니들은이제제때밥을챙겨먹고활력을되찾았으며자주가던병원출입도

현저히줄었다.

93%의노인들이‘외롭지않아서좋다’고했다.

그후김제시는경로당을개조,이런시설을128곳에만들었다.

65세이상노인들에게월20만원씩주는게복지는아니다.

그돈으로우선‘독거노인’의전수조사부터실시해서정확한현황을파악해야

옳다.

다음은거주,식사,질병과같은노인들의당면문제를해결해야한다.

불우한노인들이인간이하의상태가되는것을예산과시설,인력을투입해

막는것이진정한의미의복지다.

그것을국가가구축하는‘안전망’이라고한다.

반값등록금같은되지도않는소리는접고이제는독거노인들을위해예산을

써야한다.

엄격히말하자면그들은오늘의대한민국을위해기초가된사람들이다.

그만한대우를받을자격이충분한사람들이라는뜻이다.

이제남는문제는당사자들의의식구조-생각하는틀을바꾸는것이다.

세상이변해이제는인생100세시대가됐다.

이미노인인사람은말할것도없고노인이되는사람들도생각을바꿔야한다.

무엇보다도모든일에서‘내’가우선이어야한다.

그동안은자식이우선이었다.

이제는그대로나가면부모도자식도다죽는다.

함께사는길은자식이독립하는것이다.

학교졸업하고자기일은자기가책임진다는교육을아주일찍부터시작,귀에

못이박히도록해야한다.

다음이돈,

죽은다음몇년이지나백골이되어발견되지않으려면돈이있어야한다.

그래서저축,또저축이다.

낭비를줄이고근검절약해야된다.

그리고,나이들어서도할수있는일,취미생활을준비해야된다.

리모컨을쥐고소파에앉으면이미죽은목숨이다.

그길만은피해야한다.

그래서건전한,즐겁게할수있는일이있어야한다.

죽은뒤5년이지나백골로발견된주검은결코남의일이아니다.

지금은자칫잘못하면그렇게될수있는험한세상임을명심해야한다.

우리모두가그렇게이상해진세상에서살고있다는사실을잊으면안된다.

우리가정복해야하는것은산이아니라우리들자신이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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