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 차이, 미국과 한국.
근자생산성(生産性)이란말이자주회자되고있다.

전보다더자주이말이쓰여지고있다는것은이제우리사회도작업에서의‘효율’에

눈뜨고있다는증거라고할수있다.

같은일을더효과적으로하는것,

같은조건에서더효율적일결과를얻는일에눈을돌리고있는것이다.

생산이란,

인간이자연에어떤작용을가하여쓸모있는재화(財貨)나서비스를만들어내는활동

이라고할수있다.

공장에서자동차를생산하는게그런것이다.

그렇다면생산성이란무엇인가.

어떤생산요소가생산에이바지한정도나효율을의미하며,

토지나자본의생산성도있지만일반적으로는노동생산성을가리킨다.

같은원자재,기계설비,돈,사람이투입되었을때

한쪽은좋은품질의제품을100개생산했는데다른쪽은품질이떨어지는제품을60개

밖에만들지못했다면,

원자재,설비,돈은똑같지만그것을운용한사람,노동에서는한쪽의생산성이다른쪽에

비해크게떨어진것이된다.

이러한현상을생산성의차이라고부른다.

이제대표적인제조업으로서현대자동차의사례를살펴보자.

같은차종의경우,

차한대를만드는데소요되는평균시간을비교해보면

울산공장은30.3시간이소요됐고,

미국의앨리배머공장은14.4시간이소요됐다.이는같은현대차공장이지만

노동생산성에서배이상의차이가난것을알수있다.

품질에서크게차이가나는것도아니고,숙련도와기술에서울산공장이미국공장보다

뒤지는것도아니다.

그렇다면이생산성의차이는노동집중도와관계가있을것이다.

이제기자가하나의생산라인을따라걸으면서직접체크한울산공장의실태를보자.

공장안에있는근로자160명중,

가동중인생산라인을벗어나스마트폰을보거나잡담을나누는직원이59명,

일하는사람은101명이었다.

3명중1명이공개적으로근무시간중딴짓을하고있는것이다.

앨러배머공장생산라인에서는근무중휴대전화를사용하는경우네번적발되면바로

해고다.

그들스스로가정한규칙이다.

생산라인에배치된근로자들의노동집중도에서그들은울산공장을크게능가,생산단위

시간에서배이상의생산성을만들어낸것이다.

나는대학2학년을마쳤을때징집영장을받았다.

춥고배고픈자유당군대의전방부대에서사병으로복무한후다시학교에복교해서

1962년에졸업했다.

그때는좋은직장중하나가은행이었다.

그런데마침나를아껴주는선배의권유로미국인기관에취직하게됐다.

나중에안일이지만그들은사람을뽑을때시험이아니고자기들이신뢰하는

한국인에게필요한사람의추천을의뢰했다.

형식보다는실리는취하는방법이었다.

그러나면접은간단하지않았다.

영어로작성된이력서를통해기본적인것은파악되었을것이고,

그들이집중해서한질문은뜻밖에도가족에대한것이었다.

조부모,부모,지금의가족에대해아주상세하게,집요한질문을했다.

비로서나는그들이한인간이나온‘배경’을아주중요하게생각한다는것을깨달았다.

그들은가족-훼밀리에대해우리와는다른비중을가지고있었다.

우리식으로말하자면‘집안’을살피는것이라고할수있다.

나늘추천한선배는의사였고,그들과는오래동안관계를가지고있는지인이었다.

나는선배를통해합격소식을들었고며칠후출근하라는통지를받았다.

정장을차려입고첫출근한날,

가장당황한것은그들대화의대부분을알아들을수가없는것이었다.

그이후,그들이많이도와줬지만영어때문에내가겪은고생은대단한것이었다.

그래도결국은극복했다.

나는‘업무지원부서’에배치됐다.

그런데보스가내게내린오더는정말뜻밖이었다.

오전에는타이프라이터학원에가고,오후에는자동차운전학원에가라는것이었다.

비용은이미지불되었으니열심히하라는것이다.

대학을졸업한신입사원에게이게무슨날벼락같은소린가.

나는당장여기를그만두고은행쪽으로갈생각을했다.

그러나선배의입장을생각해서꾹참고견디어보기로했다.

선배에게이얘기를하니선배는그들의일하는방식이우리와는다르다고하면서

시키는대로하라는것이다.

반드시그렇게하는이유가있을것이라고했다.

60년대의우리풍속도에서는,

타이핑은전문타이피스트의일이고,

운전은자동차를전문으로운전하는사람들의일이었다.

우리사무실에는많은영문,한글의타자기가있었는데한글타자기는이태리의

올리베티사에서만든‘김동훈식’의네벌타자기였다.

글씨는예뻤지만치기는아주어려웠다.

오전내내타이프라이터와씨름하고,오후에는자동차학원에갔다.

흰말뚝과붉은색말뚝을박아놓은코스를다낡아빠진미군의‘쓰리쿼터’로연습

했으며주행은경인국도에나가서했다.

첫번째시험에서는낙방,두달이걸려서야소형에합격했다.

그때는대형과소형밖에없었고합격하면바로택시를몰수있었다.

내가이얘기를소상하게밝히는것은이일이‘생산성’과깊은관계가있기

때문이다.

아무튼그들의요구대로영문과한글타자기를쓸수있게됐고,운전면허도땄다.

비로서자리가주어졌고나는내책상에앉아일을시작했다.

지금도컴퓨터의자판두드리는속도는우리집에서내가제일빠르다.

그들은우리나라사무실과는전혀달랐다.

타자기나프린터,녹음기등의사무기기는취급하는사람이따로있는게아니라

필요한사람이직접자기일을해야했으며자동차도따로운전사가있는게아니라

필요한사람이직접운전해야하는공영제(公營制)였다.

따라서우리나라사무실처럼타이피스트나운전사가따로없었다.

비로서나는그게얼마나효율적인지를깨닫기시작했고,그만큼급료도높았다.

말하자면그런일을본인들이직접하는만큼의반대급부가확실한시스템이었다.

나중에나는우리사무실에서그복잡한네벌식의김동훈타자기를가장빨리

치는사림이되었으며일제,미제,영국제차중에서영국제‘랜드로바’를가장

잘모는사람이되기도했다.

한사람이한가지의자기일만하는것과연관된일들을자기가직접하는경우는

그정확성과효율에서뛰어났으며비용대생산에서도효과적이었다.

그들은같은조건에서우리와는비교할수도없는효율을끌어내는과학적시스템을

이미가지고있었다.

정말배운게많았다.

그들과꼭10년을같이일한후,

나는막시작하는철강회사의창업맴버로스카웃되었다.

처음부터인사,총무부서를맡았으며나중에는인사부장을했다.

나는철강회사에서도꼭10년을일했다.

비로서미국회사와한국회사를체험적으로비교할수있는위치에선것이다.

그후오랜시간이지났고,세상도많이변했다.

그러나‘생산성’이가지는원칙에는어떤변함도없다.

울산공장의30.5시간과앨러배머공장의14.4시간은이원칙이지금도불변임을

웅변으로말해주고있다.

왜배이상의차이가나는것일까.

나는그이유의대부분을알고있다.

우선근무태도,자기일에임하는자세에서차이가난다.

미국인들은자기일에대해진지하고신중하다.

집중도와몰입도도대단하다.

적어도일하는동안딴짓은절대하지않는다.

그러나우리는대강대강이다.

자기일에대한소명감과책임감이크게부족하고계속딴짓을한다.

취업포털잡코리아의9월조사를보면,

하루8시간을기준했을때

대표적인딴짓은,

메신저-21.9%,스마트폰-21.6%,뉴스검색-18.7%,인터넷쇼핑-18.6%,

SNS활동-6.4%,은행업무와외출-4.8%등이었으며,

시간으로는,

과,차장급-1시간2분,대리급-1시간1분,사원주임급-57분,부장급-55분이었다.

이는8일동안직장인611명을설문조사한것이며97.1%인593명이근무중에

딴짓을한것으로밝혀졌다.

60년대와하나도달라진게없는풍경이다.

미국인들은근무시간에개인적인일을한다는것은상상조차할수없으며그런개념

자체가없다.

내가우리나라회사에근무하면서놀랬던게바로이점이었다.

출근해서커피마시고,신문보고,어제저녁술마시던얘기하고잡담을나누는풍경은

정말생소한것이었다.

미국인들이오후5시에칼퇴근을한다해도하루에처리하는업무량에서는한국

직원들의배이상임을알았다.

생산성에서배이상의차이가난다는얘기다.

자기일에대한전문성에서는비교자체가안되는정도다.

그들은자기가맡은일에대해서는사실상의최고의전문가들이다.

계속공부하고연구하는자세를견지한다.

본인이희망하고그연구과제가타당하면대학에가서청강하는경우도있다.

우리에게는이전문성이크게부족했다.

모르는게너무많았고공부도하지않았다.

때문에전문성에서뒤떨어지는것이고이것이생산성과직결되는것이다.

그들은순환근무를통해전세계를돌아다니면서근무한다.

지구촌인간이되는것이다.

안목이넓어지고세계를이해하는깊이가다르다.

거기에비하면우리는우물안개구리였다.

이점지금은크게개선되고있는게사실이며환영할만한일이다.

특히다른점중하나가자료에대한개방성과폐쇄성이다.

미국인들의파일(file)시스템은그정확성과효율성에서세계최고수준이라고할수있다.

어떤일이든자료화해서파일로정리되며그파일박스는누구나필요할때이용

할수있는개방적인스시템이다.

계속축적되는방대한자료는정말모두의것이다.

우리나라회사들은자료의공유(共有)에서폐쇠적이고부서간그벽이아주두껍다.

이미있는자료를쓸수없으니처음부터시작해야하는비효율은그자체가낭비임에도

시정이안되고있다.

우리는회식이많다.

술을강제하는것은물론,사람을씹어안주를삼는악습이있다.

그들은파티가많다.

비교적큰집을빌려살기때문에모이기가좋고음식도술도푸짐하다.

그들은맥주와위스키를주로마시는데맥주는병채로잘마시고,

위스키는자기잔에자기가따라서마실뿐,잔을주거나술을권하는법이없다.

나는스카치보다는버번위스키가언제나더좋았다.

모두가자기주량만큼만,즐겁게마시는것이다.

이차나삼차는없다.

한가지재미있는에피소드는점심시간얘기다.

식당에서잘살펴보면한국인직원들은주로양식을먹는데,

대부분의미국인들은밥과김치,그리고구운김을아주많이먹는다.

‘산처럼구워놔도금방없어진다’는게주방아주머니의비명이다.

밥과김치,그리고구운김은그들에게아주맛있는한식인셈이다.

한국근무를마치고귀국한동료에게서편지가왔다.

그곳에서도김치는사먹을수있는데중간크기의한병에25-30달러나한다는것이다.

너무비싸기때문에저녁에만밥과함께아껴먹고그렇게먹고싶은김치찌개는

생각도못한다는것이다.

자기는다음순환근무신청때반드시한국을희망해서돌아오겠다고다짐했다.

김치와구운김,그리고흰밥의힘은그정도였다.

년전오래간만에워싱턴에갔을때가까이지내던동료를만났다.

외국어는잘해도안쓰면잊어버린다.

그런데듣기는가능한게또외국어다.

나는영어로말하기가불편해졌고,그는한국말이어눌해졌다.

그가나를데리고간스테이크집에서우리는기묘한대화를나눴다.

나는한국어로말하고그는다알아들었다.

그가영어로말하는것도내가알아들었다.

한사람은한국어로,또한사람은영어로대화를나누고있으니주변사람들이놀래서

쳐다보는것은당연했다.

세상에그렇게기묘한대화가또있겠는가.

결국생산성은사람의문제다.

세상모든일은그게무엇이든사람이운용하고관리한다.

그사람이제대로되었다면생산성이높아지고효율적이지만,

그사람이부족하면모든게뒤떨어진다.

똑같은원료,시설,시간,돈이투입되었는데그결과에서차이가나는것은사람이

다르기때문이다.

그렇다면생산성을높이는첩경은무엇일까.

하나에서열까지,교육이다.

달리방법이없다.

학원에서는이교육이안되는게우리의비극이다.

이교육은공교육만이감당할수있다.

공교육이붕괴되었다는것은생산성이붕괴된것과마찬가지의미다.

울산공장의사례가바로그것이다.

공교육을살려내야하는일이얼마나시급한지를깨달아야한다.

30.3시간과14.4시간의차이는사람이바뀌지않고는극복할수없는문제다.

이문제를그냥두고서는결코선진국이될수없다.

노예는자유도없지만책임도없다.-미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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