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년기.
노년기는老年期와老年記를함축하게된다.

노년이라는‘때’를사는것과함께그기록의의미도있기때문이다.

우리의‘고령화사회’가이제막시작되었기때문에아직은어떤전형으로서의

‘모델’은없다.

그래서혼란스러운것이노년기의도래이며그준비를제대로못하는경우가생기게

된다.

아직은살아보지못한‘내일’에대한정보와노하우가부족하다는얘기이기도하다.

모르면‘시행착오’를겪게된다.

문제는,노년의시행착오는심각한결정타가될수도있다는점이다.

현역에서물러서면개선할수있는물리적인수단이없게된다.

노인세대의노년기는천차만별이다.

최선과최악이함께있고,그것은‘준비’의수준에서비롯된다.

누구에게나노년에대한준비는간단한문제가아니다.

돈만있으면다해결될것같지만결코그렇지가않다.

너무나많은변수가있는게인생이기때문이다.

그래서그만큼준비에치밀해야한다.

나의노년기가참고가될수있기를바라는마음도그때문이다.

나는65세때인2000년도에은퇴했다.

그러니햇수로는13년이지났다.

강산히변하고도남을만큼의기간노년을산셈이다.

그런데스스로생각해도놀라운것은현역이었을때나13년이지난지금이나기본적인

삶의패턴에서큰변화가없다는사실이다.

노년의삶이안정적인것은그연속성때문이다.

나이들어새롭게도전한것도있다.

그하나가현악기인첼로,70에시작했다.

다른하나가요리,요리도해보면창작하는부분이아주많은분야다.

특히‘밥’은아내도,며느리도내게부탁하는수준이다.

아내는내가하는밥을‘예술’이라고말한다.

이두가지새로운도전을빼면나의삶의패턴은현역일때와달라진게없다.

이미가지고있던삶의형태가안정적으로계속되고있는것이다.

나는이점을늘감사하고있다.

뿐만아니라삶의질적내용에서는한해가다르게발전하고있다.

더성숙해지고,깊고넓어지는것을느낀다.

그렇게되기위해서는많은노력을기울이는것도사실이다.

나의노년기의삶은그뿌리가서재(書齋)에있다.

서재는나의아지트이자성(城)이며안식처이기도하다.

이서재는내가현역이었을때의‘꿈’이실현된공간이기도하다.

작고검소한방이지만내가원하는것은다갖추고있는,대단히기능적인공간이다.

손때가묻어있는책이천여권,

수시로꺼내듣고있는CD가600여장,

그3분의1은요한세바스챤바하의음악이다.

엄선하고엄선한영화DVD가500여편,

컴퓨터와복합기,

그리고fullHD의TV와오래된일제의오디오세트,

가장애용하는안락의자는폴란드제품이며인체공학적디자인이돋보이는제품이다.

그만큼앉으면아주편하다.

글을쓸때사용하는소박한책상이있으며,

오래동안정성스레수집하고사용했던온갖낚시장비가들어있는낚시장이있다.

이장은내가설계해서목수에게부탁해만든것이다.

그안에들어있는물건들을꺼내놓으면방하나가득할것이다.

다른서재에없는물건으로는한약방의약상자같이생긴자료함이다.

그안에는수만점의스터디카드가분류,저장돼있으며내가계속해서글을쓸수있는

원천이기도하다.

평생메모한카드들이그안에가득하다.

그리고자라나기를완강히거부하고있는작은산스베리아화분이하나있다.

전면의큰벽에는아내의아름다운그림이걸려있다.

나의노년생활에서첫자리를차지하고있는패턴은‘읽기’다.

내게있어읽기는어떤업(業)같은것이다.

아내와나는거의비슷한분량의자기책들을가지고있으며

지금도워싱턴,동경,서울에서발행하는월간지세권,주간지하나,일간지두가지를

정기구독하고있다.

그리고우리두사람은신간기준년100권이상의책을구입해서읽고있다.

아내는미술과영어에관계된책이많고,나는문화사와천체물리학쪽이주류를이룬다.

아내와나는다른점이아주많지만책을좋아하는것만은서로닮았다.

나는책을좋아하고,사랑하고,읽기를좋아한다.

그래서노년기지출의가장큰부분은도서구입비다.

읽는다는것,사실그것은큰축복이다.

나이들어어떤간섭도받지않고마음껏책을구입해서읽을수있다는것은행운이기도

하다.

읽기의축적은앎의깊이와넓이를쌓아주고,

세상을관조할수있는안목을열어준다.

종이책은그자체가인류문명의위대한유산이며문화적발명품이다.

그래서종이책은없어지지않는다.

종이책을들고안락의자에앉는행위자체가문화적인것이며한개인이누리는행복

이기도하다.

책을읽지않는사람들이얼마나많은가.

그래서늘감사한마음으로책을읽는다.

노년기의가장많은시간을책읽기에쓰고있는셈이다.

책은,읽는만큼더발전하는삶을선물한다.

다음이‘쓰기’다.

일주일에한편씩블로그에올릴글을쓴다는것은사실어렵고힘든작업이다.

A4용지10매분을직접손으로쓴다.

워드를사용하지않는것은글쓰기가‘창작’이기때문이다.

그래서볼펜을쥐고손으로작업하고있는것이다.

그글이어떤수준의것이든,글쓰기는약간이라도문재(文才)가있어야한다고생각

하고있다.

우선제목정하는것부터가쉽지않다.

plot를세우면디테일에대한자료들을수집한다.

이때컴퓨터가발휘하는정보의힘은대단한것이다.

경험해보니네이버보다는구글쪽이앞선다.

글쓰기는읽지않으면불가능하다.

텅빈머리로는전혀글을쓸수가없다.

계속해서책을읽기때문에내놓을것도있는것이다.

글쓰기를계속하면머리는더명료해지고풍부한상상력과함께표현력도커지는것을

체험하고있다.

쓰면쓸수록좋아지는게머리라는말은사실이다.

자료와자료를연계하는능력은창작의핵심인것같다.

그게누구든나이들어글을쓸수있다면그삶은발전적인것이될수있다.

치매예방에도큰도움이될것이다.

그리고글을계속해서쓰기위해서는아주부지런해야된다.

우리집에소파가없는게그때문이다.

다음이‘듣기’.

노년기에서듣기는정말중요한부분이다.

이글을쓰기전내가가장좋아하는바하의올갠음악을들었다.

Tocata,AdagioandFugue(토카타,아다지오와푸가)Cmajor.BWV564.

모든올갠곡중최고의걸작으로꼽히는이곡을맹인연주자헬무트발하의연주로

들었으며올갠은,네델란드북부의치즈로유명한도시알크마르에있는성로렌스

교회의대형올갠이었다.

정말소리가좋은큰올갠이다.

네델란드는올갠을잘만들기도하지만세계적으로유명한올갠들이많다.

현역일때하나하나사모은음반이이렇게요긴할줄은미처몰랐었다.

하나하나가명반이며지금은구할수도없는명인들의연주이기도하다.

내게있어음악은책처럼일용할양식이다.

지금은스카이라이프에가입,KT의V.O.D.로KT체임버홀에서의연주를많이

시청하고있다.

바하,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시대의연주는지금처럼100명이넘는,현대악기의

오케스트라가아니었다.

그래서KT체임버오케스트라의연주가좋다.

규모에서그때에더가깝기때문이며중견의실력있는연주자들을만날수있어

언제나신선한음악회에앉아있는기분이다.

근자에는책읽는시간보다음악을듣고시청하는시간이더많아졌다.

음악없이지내는날은하루도없다.

그리고‘보기’.

얼마전‘아라비아의로렌스’에출연했던피터오툴이81세로별세했다.

벤허,사운드오브뮤직과함께최고의고전이었던‘아라비아의로렌스’,

중학생이었을때부터지금까지나는변함없는‘영화광’이다.

최근에구입해서본영화가‘마지막4중주’,

그전에본것이박훈정이각본,연출한‘신세계’였다.

우리에게황정민과같은배우가있다는것은자부심을가질만한일이다.

청룡에서남우주연상을받기에충분한연기였다.

앞으로도박훈정을주목해보려고한다.

‘내깡패같은애인’의김광식감독과,

‘추격자’와‘황해’의나홍진감독도지켜보고있다.

앞으로이신예들은우리영화의질을업그레이드시킬것이다.

영화사에하나의획을그은작품이있다면,

제임스카메룬의‘아바타’다.

절반은기계로만든이영화는앞으로우리가어떤형태의영화를보게될지를암시

하고있다.

나는왜영화를그렇게좋아하는가.

상상력을얻을수있기때문이다.그리고재미때문이다.

무릇그게어떤장르의어떤작품이든우선재미있고즐거워야한다.

내가무대예술을멀리하는건겉으로화려하기만했지콘텐츠가빈약하기때문이다.

노년기에새롭게무엇인가를한다는것은용기가있어야된다.

그게바로현악기인첼로다.

나는예나지금이나변함없이악기를좋아한다.

브라스밴드에서의6년은내게있어음악의황금기였다.

평생을목관클라리넷을가지고있었으며지금첼로를하는것도그때문이다.

근자에나는자주헤드폰으로음악을듣는다.

첼로파트의연주-소리를구별해서듣기위해서다.

많이들으면크게참고가되는게악기연주다.

매일첼로연습을하면서느끼는것은이게엄청난도전이라는사실이다.

나이70에첼로를시작한것도도전이지만매일연습한다는것도큰도전이다.

현악기는어렵고힘이든다.

연습을마치고나면배가고픈정도다.

현악기는시각,청각,촉각,그리고상당한체력이요구된다.

치매예방에악기만한것도없을것이다.

지금쓰고있는첼로도이미현역일때사둔것이다.

프랑스제의하드케이스와독일제활까지합치면노년기에는선뜻지출할수없는

큰금액이다.

결국준비의덕을지금보고있는것이다.

언젠가는첼로를하겠다는잠재의식이있었기에가능했던일이기도하다.

오늘아침기온이영하10도,

오후3시에도영하4도였다.

이추위에도나는‘걷기운동’을계속했다.

갑자기시작한것이라면이렇게추운날그것도눈이얼어붙은뚝길을걷는것은

아주위험하다.

그러나벌써수십년을해온운동이기때문에큰어려움없이계속하고있다.

내건강의요체는‘걷기운동’이다.

1시간동안약6키로를거의매일걷는다.

운동은체력으로하는것이아니라‘의지’가있어야가능하다.

나이들면가장빨리늙는게다리라고한다.

그러나꾸준한걷기운동은더튼튼한다리를만들어준다.

20대의젊은이들도내빠른걸음을따라오지못한다.

사람이몇살까지살지는아무도모른다.

단,사는날까지건강하자는것이내목표다.

다른식구들에게‘짐’이되지않으려면건강해야하고건강하려면운동을해야된다.

세상에걷기운동처럼좋은게또있겠는가.

장비도필요없다.

두다리와발,그리고‘의지’만있으면된다.

요지음은기능적인워킹슈즈도아주많다.

나는현역이었을때14년동안아파트의13층까지계단으로매일걸어서올라갔다.

시간이없다면그방법도좋다.

자반고등어한손을사오는경우,

대개는한쪽에뼈가붙어있다.

나는칼을날카롭게갈아그뼈를깨끗하게발라내고굽는다.

얼마나먹기가편한가.

오래동안배에서익힌솜씨다.

뼈를발라내고만든상품은맛이없다.

그래서요리도창작이다.

돼지목살보다삽겹살김치찌개를더맛있게끓일수있는것도창작이다.

끓이기전볶을때맛이생기는것같다.

내가볶은멸치조림은서로가져가려고한다.

레시피는한복려씨의것이지만거기에내손맛이더해졌다는게아내의평가다.

사실아내는내가볶은멸치조림이없으면밥을못먹는데12달이한결같다.

부엌을맡은지도4년째,

지금은반찬도수십가지를만들수있으며,

가자미식해를직접담궈먹는수준이다.

나는언제나음식을만들기전에생각부터한다.

더맛있게할수있는방법을찾는것이다.

노년기는,

사는방법에따라바쁠수도,무료할수도있다.

어떻게사느냐하는것은전적으로본인의선택이다.

그선택에는‘철학’이있어야한다.

우리의삶은결코간단한게아니기때문이다.

새해에는모두가자기의게획을세워그계획으로더발전하는일상을살기를

기원하다.

세상이혼란스러울수록자기청체성에더충실해야한다.

결국내삶은내가살아내야하기때문이다.

새해복많이받으시고건강하시기바랍니다.-yoro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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