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약방문.
BY yorowon ON 6. 2, 2014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은,
사람이죽은다음에약청방이나왔다는뜻으로그시기를놓쳤다는의미와함께전혀쓸모가없는약방문이라는얘기다.
‘소잃고외양간고치기’와같은경우다.
그러나,그렇다하더라도다음을위해,더많은사람들의안전을위해사후약방문도필요한것이며더이상소를잃지않기위해서도외양간은고쳐야한다.
‘세월호침몰’이후의모든애도와수색작업은엄밀히말해사후약방문이다.
아무리많은인원과장비가투입돼도,
아무리많은돈이들어가도이미죽은목숨은살릴수가없기때문이다.
304명의목숨을앗아간이참사는분명히인재(人災)이며따라서우리모두가책임을면할수없는재앙인것이다.
그이유의뿌리가사람에게있다면같은일이되풀이되지않기위해서도사람들에대해깊이생각해봐야한다.
과연우리는어떤사람들인가.
무엇이이런끔찍한참사를불러왔는가.
그래서사후약방문을자세히읽어봐야한다.
덴마크의고급홈엔터테인먼트업체인‘뱅앤올룹슨’의2개가한세트인
‘베오랩18스피커’는그가격이996만원이다.
장인이직접손으로만드는물건인데소재로쓰는참나무는친환경인증을받은목재다.
지금이제품을주문하면3개월을기다려야물건을받을수있다.
뱅앤올룹슨한국지사는본사로부터평균15%가더많은물건을확보했지만한달만에다팔려나갔다고한다.
독일의명품가전업체인밀레는지난해12월선보인800만원대의냉장,냉동고가다팔려나가본사에추가주문했으며전시장의전시품까지팔려나가국내에재고가전무하다고했다.
삼성전자가지난달내놓은세계최대크기의105인치커브드초고화질-UHD-TV
는그값이1억2천만원이다.
삼성전자는고객들의수요가지속적으로증가해이초고가의제품예약을앞당겼으며대당1290만원짜리78인치제품도예약판매를시작하기전부터선주문이들어오는등반응이뜨겁다고했다.
비싼물건이더잘팔리는시대가된것이다.
이런현상에대해양준모연세대경제학과교수는
‘특히젊은층을중심으로자신의소득과관계없이삶의질을중심으로주관적인소비를하는성향을보이고있다’고했다.
스피커세트도,내장고도,고가의TV도모두가‘보이는것들’이다.
보이는것들을최고품으로가지려는인간의욕망자체는나쁠게없다.
문제는그것으로끝날때의‘빈자리’가재앙을불러올수있다는점이다.
그빈자리의이름이‘보이지않는가치’다.
돈도중요하지만그돈으로도살수없는더높은가치를인정하는‘균형감각’이있을때인간은정상적이다.
오직보이는것,돈만을탐했을때,
배의객실을늘려무게중심이높아졌으며,
화물을과적,복원력을잃었고,
이를위해발라스트탱크의물을빼서홀수선이높아져배가전복,수많은어린생명을앗아간것이다.
배가복원력을가지는것은오뚜기처럼무게중심이바닥에있을때다.
그무게중심이탐욕때문에모든것이보이는갑판으로옮겨졌을때배는뒤집히는것이다.
탐욕은그렇게무섭다.
지그문트프로이트의명저‘종교의기원’을사기위해책을출판한‘열린책들’에전화를했다.
대답은,자기들은책을직판하지않기때문에시중에있는책방에서구입하라는것이었다.
내대답은아주간단했다.
‘내가사는신도시지역에는책방이하나도없다.’였다.
결국송금을했고며칠후우편으로책을받았다.
노무현정부때신도시지역으로지정된후내가살고있는지역은지금까지도공사가계속되고있다.
이신도시에는엄청난규모의아파트단지군과수많은식당,대형마트,병원등의서비스시설은생겼지만책방,공공도서관,예술을위한공연장은전무하다.
문화-文化-가없는,시멘트의바벨탑이세워진것이다.
보이는것은가득찼지만보이지않는가치를추구할수있는수단이전혀없다.
보이는것만추구한다면우리는다시재앙을만날확률이높다.
무게중심이바닥에있어야한다는‘지식’을가지지못한채또배가뒤집힐수있기때문이다.
그래서과학적지식은정보와는다르다는것을깨달아야한다.
시카고대학은석유재벌록펠러가세운학교다.
건물이외의투자가부실해3류대학이됐다.
그러나시카고대학은85명의노벨상수상자를배출했다.
나이서른에총장이된로버트허친스가만든기적때문이다.
그는학생들에게고전백권을읽도록했다.
학생들의반발은엄청났다.
열권,스무권까지는큰변화가없었다.
그러나쉰권을넘기면서부터학교의침체됐던분위기가바뀌기시작했다.
학생들은질문과토론을시작했으며깊은사색을할수있었다.
고전백권이라는숲을지나면서시카고대학은자신감넘치는대학으로변했다.
한대학이85명이라는노벨상수상자를배출한힘은‘지식’이었다.
국제여론조사기관인‘NOP월드’가발표한국민1인평균주당독서시간에서
한국은3시간6분으로조사대상30개국중최하위였다.
책을읽지않는다는사실은우리스스로도잘알고있다.
책방이없어진도시는‘정신이죽은도시’라고할수있다.
그래서우리에게서는‘무게’가생산되지않게된것이다.
나와절친한학교동창김성식은대학졸업후‘두산곡산’에들어갔다.
직장에얌전하게잘다니던이친구가1970년대초느닷없이브라질로이민가겠다고나섰다.
그는브라질에서옷장사로돈을벌기시작,결국은큰공장으로까지발전했다.
그후브라질의재산을정리,미국으로옮겨갔다.
내가미국에갔을때,
공항으로마중나온김성식은여전히침착하고겸손했지만광태가나는링컨컨티넨탈을몰고나왔다.
우리가도착한그의집은고급아파트였는데16가구의2층으로된그아파트가그의소유였으며그는아래층한가구에서살고있었다.
진짜부자가돼있었다.
년전그김성식에게서뜻밖에도전화가왔다.
‘나귀국했어,
나이가드니까고향생각도나고,그래서재산을정리해서돌아왔네.‘
그김성식은2년을넘기지못하고다시미국으로돌아갔다.
수십년을떠나있다돌아온고국에서살수가없었기때문이다.
평소별로말이없는그였지만,
다시돌아오지않을길을떠나면서자기의소회를내게밝혔다.
왜자기가고향땅에서살수없는지를얘기한것이다.
무엇보다도사람들이무서웠다고했다.
너무거칠고,사납고,아주상스럽다는것이다.
전에는자기도그속에서그렇게살았을것이라고도했다.
법,질서,규칙을안지키는무법천지같다고했으며,
시위문화의폭력성과확성기소리에놀랬으며그어디에서도남을배려하는여유를볼수가없었다고했다.
치열한경쟁만있다는것이다.
그리고무엇보다도무서워서운전을할수없다고했다.
그의결론은아주간단하고실제적인것이었다.
‘여기서는안정(安定)을가질수가없다.’였다.
안정은흔들림이없는상태이며그러기위해서는무게중심이바닥에있어야한다.
무게중심의다른이름이‘지식’이며그것은앱이아니라종이책을읽어야얻을수있다.
책방도도서관도없는도시에서지식은만들어질수가없다.
그러니안정이없는것이다.
서울대국어학교수인로버트파우저는,
서촌에있는대지21평,건평12평짜리한옥에서산다.
1930년대에지어진낡은한옥을사서리모델링한집이다.
그의한옥사랑은유별난데가있다.
그는일본에서13년을살았으며한국에서도13년을살았다.
‘일본과한국의차이는,
얼큰한매운탕과새침한스시를떠올리면된다.
한국인들은낙천적이고감성적이다.
반면일본인들은내성적이고섬세하며계획적이다.‘
정곡을찌르는얘기다.
낙천적이라는말은세상이나미래를즐겁고밝게보는것이다.
감상적이라는뜻은경험적자극에대해그반응이빠른마음의상태다.
어떤일이있을때냉정해지기보다는흥분해서큰쏠림현상이일어나는게그때문이다.
최근의대표적인사례가과학적분석과진단없이일어났던‘광우병촛불집회’다.
세계를향해부끄러웠던일임을이제는모두가알고있다.
섬세하고계획적인일본인들의냉정함이우리에게는부족한게사실이다.
따라서사후약방문은절대로감성적으로읽으면안된다.
의미가없이지기때문이다.
사후약방문을제대로읽기위해서는반드시과학적지식이있어야한다.
1993년10월의‘서해훼리호침몰’사고에서는292명이죽었다.
1994년의성수대교붕괴에서는32명이상판과함께강으로떨어졌다.
1995년대구지하철가스폭발사고에서는101명이죽었으며,
같은해삼풍백화점붕괴참사에서는실로501명이죽었다.
1993년우리의1인당국민소득은8,422달러였고,
세월호가침몰환지금은그3배인2만6000달러선이다.
그런데도다시304명의목숨을잃었다.
참사가계속되고있는것은사후약방문을읽지않았기때문이며외양간을고치지않았기때문이다.
왜그랬을까,
‘집단건망증’때문이다.
사건이터지면난리를치다가도조금지나면깨끗이잊어버리는것이다.
계속그래왔다.
섬세하고계획적인면은부족하고감성적인면이자나치기때문이다.
이제는이런생각의틀을바꿔야한다.
바뀌지않으면머지않아대형참사는또일어나게돼있다.
생각만해도끔찍한일이다.
생각의패러다임을바꾸는것은절대로거창한일이아니다.
작은것,기초적인것,기본적인것에충실하면된다.
지금우리들은손에는첨단IT기기인스마트폰을쥐고있지만생각의틀,사고방식은소달구지수준이다.
실로모든잘못의뿌리가이불균형에있는것이다.
지금처럼값-돈만추구하면바꾸지못한다.
값으로,돈으로살수없는가치가있다는것을깨달아야한다.
법과질서,규칙을지키는것은가치의세계다.
거기에는자기철학이있어야한다.
옳고바른것을추구하는정신이그것이다.
우리가그동안겪어온대형참사들을‘후진국현상’이라고부른다.
원로스님한분이말씀하셨다.
‘그동안의구호가잘살아보세였다면
이제는올바로살아보세로바뀌어야한다.‘
맞는말씀이다.
정말잘살기위해서는올바로살아야한다.
‘세월호침몰’이결정적인계기기되게해야한다.
그이전과이후가달라지지않으면우리에게희망은없다.
그래서우리모두는혼신의힘을다해그이전과이후가달라지도록노력해야한다.
노란리본을옷깃이아니라마음에달아야하는이유도거기에있다.
한국의가장큰적은속임수다.-도산안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