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노년.
나는1937년에태어났으며그때는일본의조선식민지시대였다.

따라서취학적령기가되었을때일본소학교에입학했다.

그때우리집은거의모든가정들과비슷하게삼대가한집에살았으며나는언제나

할머니방에서고모와함께지냈다.

때문에지금도어릴때의기억에서는자당보다는할머니에대한것이더많고

할머니의지극했던사랑도마음속깊은곳에각인돼있다.

할머니는그렇게내게는소중한분이었고나를위해서는무엇이든지해주시는

최고의보호자였다.

그때는모두가대가족이었으며결혼한형제들이함께사는경우도많았다.

대개는할아버지들이큰아들들에게남겨주신방이많은큰집에서살았으며

우리집은마루에유리창문이달려있는기와집이었고마당에는제법깊은우물도

있었다.

그것이70여년전의우리사회의전형적인모습이었으며

지금의우리사회가전혀다르게변한것은한세기도안되는짧은기간에일어난

엄청난변혁이라고할수있다.

내가소학교학생이었을때,

우리외가에서는큰경사가있었다.

외할머니가‘환갑’을맞으신것이다.

그때는평균수명이짧았기때문에환갑까지사는노인들이흔치않았다.

큰외삼촌은넓은마당에여러개의차양을세우고가족,친척,친지,이웃들을불러

여러날큰잔치를했으며외할머니에게는큰금반지와함께술잔을올렸고,

온가족이함께큰절을올리기도했다.

지금도기억이날만큼큰행사였고많은사람들이모인잔치였다.

외할머니뿐아니라모든가정에서장수하시는노인들은큰대접을받았으며

가족들은그런어른들을극진히모셨다.

나와비슷한나이의세대는모두가그런환경에서자랐으며자식이나이많은

부모를정성껏부양하는것은지극히당연했던시대에서성장했다.

지금과그때를수치로비교할수는없다.

그건계량화할수없는‘문화’이기때문이며,

지금은지금대로의공동체가수용하는지금의문화가있기때문이다.

문제는이러한급속한변화속에살게된구세대의현실적인문제가결코간단하지

않다는데있다.

우리의사회공동체가‘부락과마을’,그리고동네에서‘도시’로변한것은아직

두세대도채되지않는다.

그촉매가‘산업화’였다.

시골과농촌에서엄청난인구가도시로이동했으며,

‘공장근로’라는전혀새로운생활환경에서어떤예비적교육도없이전통적인

생활과는전혀다른현실을만났다.

새로운생활환경은아직정착돼지못했으며전통문화가뿌리내릴수있는시간과

공간도턱없이모자랐다.

‘부락과마을’은그규모와오랜전통에서보이지않는규제와제한으로오래된

‘도덕성과윤리’가있다.

경노사상도그런것중하나라고할수있다.

산업화는인구의대이동과함께대가족을해체했으며어린사람들이자라면서

배워야할전통적인사회학습의기회를앗아갔다.

인간은배우지않으면아무것도모른다.

교육이없는인간이본능에만따라험하게사는게그때문이다.

노인이공경의대상이아니라‘짐’이되는변화는산업화와대가족해체,그리고

전통문화에대한학습부족이가져온대표적인부정적결과라고할수있다.

2013년기준,

65세이상인노인인구는전체의12.2%였으며,

지금의추세대로라면2040년엔32.2%로증가할전망이다.

따라서사회복지비지출도GDP의9.8%에서22.6%로늘어날전망이다.

최근집계에따르면,

노인인구중‘독거노인’이120여만명이다.

독거노인은글자그대로‘혼자살고있는노인’이다.

충격적인것은이러한독거노인중90%가자녀들이있다는사실이다.

‘가족해체’에서‘핵가족’으로이어지면서

‘혈육-가족-식구’가쪼개진것이다.

가족이있으면서혼자산다는것은결코정상은아니다.

그러나지금의사회는비정상이정상이된사회이며자식들이부모와헤어져

사는것이보편화된세태이기도하다.

젊은이가혼자사는것과노인이혼자사는것은그의미가전혀다르다.

젊은이는스스로자기를지킬수있는수단과여건이되지만노인은자칫죽은지

몇달,몇년이지나서발견될수도있는취약계층인것이다.

독거노인중고독사가연간1000여명에이르고있는게그증거다.

OECD는‘경제협력개발기구’로서,

1961년프랑스빠리에서발족했으며회원국들의경제성장과금융안정을촉진하고

세계경제발전에기여,

개도국의건전한경제성장에기여,

다자주의와무차별주의에입각한세계무역의확대에대한기여가목적이다.

말하자면세계경제문제에공동으로대처하기위한정부간정책연구,협력기구다.

현재회원국은34개국이며,

우리나라는1996년12월29번째회원국으로가입했다.

일반적으로세계는이국제기구를‘부자클럽’이라고부르기도한다.

우리나라도회원국이기때문에대부분의경제지표들이회원국들의전체평균을

기준으로작성되는경우가허다하다.

말하자면세계200여국가들의평균치보다는우리와가장비슷한조건과환경을

기준,스스로를평가할수있기때문이다.

인구문제나노인문제도마찬가지다.

조건이비슷한나라끼리의비교라야그수치들이구체적인의미를가지게되며

각종정책입안의적정한자료가될수있기때문이다.

그만큼이기구의여러가지통계는회원구모두에게중요한자료가된다.

OECD의‘노인빈곤율’은그평균이13.5%다.

일본이22.0,

미국이22.4.

그리스가22.7,

스페인이22.8,

호주가27.0,

멕시코가28.0,

아일랜드가30.6%인바,

한국은45.1%로회원국중노인빈곤율이첫번째로높다.

전체평균인13.5%와45.1%는31.6%의큰차이가난다.

가난의질이다른것이다.

하나의예로서,

폐지등을수거하는노인은175만여명으로추산되며

이들이수거한폐지등을사주는고물상은7만여곳이다.

손수레에가득실은폐지등의평균가격은5000원선,

월별로는평균20만원정도의수입을올리고있다.

한편,68세인최모진씨는조간신문92부를새벽마다돌리고월22만원을받는다.

65세이상의노인들을기준할때소득이전혀없는사람들이201만여명이며,

자산이전무한노인들도33만여명에달한다.

노인들의가난은결코개인들의문제만이아니다.

100만명단위의계층이빈곤하다는것은커다란‘사회문제’이자국가의정책이

아니면해결할수없는지난한숙제이기도하다.

OECD회원국전체의평균자살율은인구10만명당12.1명이다.

2014년판OECD의보건통계에따르면한국의자살율은

2012년기준,인구10만명당29.1명으로10년째세계최고수준을기록하고있다.

그런데노인들만을따로떼어내어그자살율을살펴보면,

하루평균12명으로역시세계최고의자살율이다.

노인들이자살하는이유는질병,가난,외로움이대표적인것으로서젊은이들의

자살동기와는크게다르다.

서울을예로들때,

쪽방촌은9곳이며,최빈곤층노인3.200여명이이곳에서‘독거노인-빈곤계층’으로

살고있다.

자살은막다른골목에서선택하는마지막길이다.

가난,질병,외로움을더이상견딜수없을때노인들이택할수있는길은결국

자살밖에없다는얘기다.

정부는정부대로독거노인,빈곤계층의자살을막기위해여러가지프로그램을

개발,시행하고있지만물리적으로도부족하거니와자살을막을수있는근본책은

되지못하고있다.

병원검사에서는특이점이없는데도

자주어지럽거나가슴이떨리고심한경우호흡곤란과소화장애까지생기는

경우를‘불안장애’라고한다.

국민보험공단이지난21일발표한조사에따르면,

불안장애환자는2008년39만8000여명에서

2013년52만2000여명으로1,3배가늘어났다.

대표적인불안장애증상은,

극도의불안감,공포감에휩싸이는공황장애,사회공포증,광장공포증등이며

혈압상승과같은심혈관계증상,과호흡,설사,어지럼증,두통,저림,오한등의

증상을동반한다.

연령별로는70대이상이10만명당3051명으로가장많았다.

윤치호일산병원정신건강의학과교수는

‘평생,자식등가족만을위해살았고자신의노후를대비하지못한노인들이

준비없는현실에직면할때이런불안장애가발생할수있다.‘고진단한다.

그건분명한사실이다.

갑자기아무것도없는‘현실’에내던져졌을때달리무엇을느끼겠는가.

손쓸겨를도없이급전직하최빈곤층의독거노인이되는것이다.

우리나라노인들의빈곤율,자살율이가장높은것도그뿌리는하나인셈이다.

아직은내용적으로미흡하지만,

우리사회에서자기의‘은퇴준비’를구체적으로시작한게베이비붐세대가처음이다.

약730만명에달하는베이비붐세대가근자은퇴를시작했다.

은퇴에대한개념도분명하고국민연금,개인연금등방편도생겼다.

스스로건강은60점이상인데,

경제문제는40점정도라고판단하고있다.

따라서재취업과자영업으로제2의수입원을확보하려는케이스도많다.

그러나지금70대의노인들은이도저도할수없는나이들이다.

자기들이늙은부모를부양했듯자식들도자기들을부양해줄줄알았던

구세대들이다.

산업화이후불과두세대사이에무섭게변한사회공동체의‘시대적변화’가

낳은‘슬픈노년’이바로이들이다.

그들은주기만했지받을게없는빈곤층이며희생된세대이기도하다.

지금은‘돈’이모든것을결정하는시대다.

값은있지만‘가치’는설자리가없는황금만능의시대인것이다.

따라서‘슬픈노년’도설자리가없다.

값이라고는하나도없는‘짐’이기때문이다.

자식들이라해도이‘짐’을지지않으려고하는게지금의무서운세태다.

그래서‘슬픈노년’은버려진세대이기도하다.

이들을보살필수있는곳은국가와그시스템뿐이다.

우리는그것을‘복지’라고부른다.

이제는복지도더전문화,세분화돼야하며예산자체를늘릴수밖에없다.

또하나는개인들의‘은퇴준비’가더철저해져야한다는명제가그것이다.

슬피지않은뒷모습은없다.-서양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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