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감한 결혼식.
오래간만에가까운친척으로부터전화가왔다.

서로의안부를묻는인사가끝난후딸이결혼하게됐다는얘기를했다.

우리집안에서재원소리를듣던그딸은외국에서대학을졸업한후국내의외국인회사에

입사해서다니고있으며내가알기에도나이가제법많은노처녀다.

그친척은내게메모를부탁했다.

그리고내가준비가됐다고하자딸의결혼날자와시간,그리고장소를불러줬다.

내가청첩이올텐데메모까지할게뭐냐고하자청첩은없다는것이다.

경기도남부지역에있는작은시골교회에서가족과친척,그리고가까운친구들만모여

조촐한결혼예배를드리게됐다는것이다.

조금은신선한충격이었고그때부터그결혼식에대해큰관심을가지고기다렸다.

왜냐하면‘관행’과는거리가먼,약간은파격적인결혼식이될것이기때문이었다.

그친척도사실은평범하게사는분이고경제적으로어려운처지도아닌데그런파격적인

결혼식을올리게된사연이궁금했다.

관혼상제에관한한아직도우리사회는인습에서벗어나기어렵기에더그랬다.

결혼당일,네비를따라가도착한그교회는논과밭사이에있는,

빨간벽돌로지은아름다운예배당이었다.

작았지만아담했고,무엇보다교인들이소박하고친절했다.

그들은분주히오가면서결혼예배를준비하고있었다.

예배당내부는깨끗했고이미결혼예배를위한준비가되어있었다.

서울의예식장을기준한다면10분의1도안되는꽃으로장식을했는데첫눈에도그게

전문가의솜씨임을알수있었다.

주례목사는투박하지만진솔한말로예식을진행했으며,

신랑은새옷이아닌,평범한일상복을입고입장했다.

나중에들은얘기지만,신부의아름답고화사한웨딩드레스는친구가사서단한번입었던

것을빌렸다고했다.

주례사는간단했지만감동적이었고,

테너가부른축가는‘youraisemeup’으로깊은울림과함께격조가느껴졌다.

기념사진은신랑의친구가자기의카메라로촬영하고있었다.

결혼예배가끝난후,

그교회교인들이정성껏준비한음식을대접받았다.

차진쌀밥,맛이뛰어난소고기무국,그리고몇가지반찬과떡이준비되어있었다.

음료는물이었다.

식사가끝난후모두에게커피가제공되었다.

친척의얘기를들으니,

예물과예단은처음부터없기로했으며예식장비용은지불되지않았다고했다.

모인사람들도채백명이안되었으니예배당에서치르게된이결혼식은아무리크게

잡아도그비용이200만원을넘지는않았을것이다.

결혼정보회사인‘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는최근2년안에결혼한남녀1,000명을

대상으로실시한결혼비용실태를조사,발표한바있다.

주택마련등주거비용이1억8천,

예물장만에1,670만원,

예단마련에1,555만원,

예식장관련비용이1,594만원,

평균2억5천만원이기준이었다.

200만원과2억5천은충격적인대비가될터이다.

신랑신부는그들이평소즐기던동해로의기차여행을떠난다고했으며

신혼여행후에는이미신랑이거주하고있는오피스텔에서신혼살림을시작한다고했다.

신접살림은특별히장만할것이없으며필요한것은양가부모님댁에서사용하던것으로

조달한다고했다.

나는식사후친척으로부터이렇게파격적인결혼식을올리게된사연에대해많은얘기를

들었다.

신랑도나이가많은편이었으며보수가높은전문직에종사하고있었다.

젊은두사람은,

독립심이강했으며자기들능력안에서실질비용으로,허례허식없이조촐하고실속있는

결혼식을올리기로합의했으며시골에있는이아름다운교회를발견,예식을허락받았다

는것이다.

결혼적령기에있는젊은이들의40%가2억5천이없어서결혼을못하거나안하고있는것과

대조되는합리적이고이성적인결단이었다.

처음에는양가부모들도그들의계획에심하게반대했다고한다.

그건너무나파격적이고생소한것이기에선뜻동의할수없었다는것이다.

사실그랬을것이다.

그러나자식들의진심을알게되었고,

무엇보다부모들도‘노년’을준비해야되는데자기들결혼이부담이되는것이싫다는

입장을고수,설득했다는것이다.

사실두젊은이의용기는대단한것이라고할수있다.

그들이비교적나이들어늦은결혼을하게되었기때문에명분보다는실리쪽을선택하게

되었을것이다.

시종일관그시골교회에서의결혼예배는신선하고감동적이었으며특히두용기있는

젊은이들이돋보였다.

그들은물론,그부모들도모두고등교육을받은사람들이기에이런파격이가능했을

것이며특히부모세대가이결혼에동의한것은상당한결단이필요했을것이다.

그누구라도‘인습과관행’에서벗어나기는어렵다.

그런의미에서이번결혼식은더큰의미를가진다는생각을하게되었다.

결혼적령기에있는젊은이의40%가평균2억5천이소요되는결혼비용때문에결혼을

미루거나안한다고한다.

사정은이해할수있지만,

사실은‘인습과관행’의노예인셈이다.

남들의눈때문에파격적인결혼식을못한다면남의눈으로나를살고있다는얘기다.

그게‘체면문화’의큰덫이다.

우리의결혼문화는‘예식장’을가지고있는장사꾼들이부추기는면이아주크다.

그들은판이커질수록이익이많기때문에온갖술수로당사자들을기만하고있다.

돈있는사람들은그커진판을감당할수있지만없는사람들은그덫에갇혀결혼자체를

못하고있는것이다.

결혼식의이러한잘못된관행이하나의결혼문화로정착되어수많은젊은이들과부모들을

옥죄고있는게현실이다.

이잘못된큰판을깨는데필요한게전정한용기다.

용기만있다면얼마든지다른방법으로,자기의분수에맞는결혼식을올릴수있다.

결혼식자체는형식이며그것은언제나상대적이다.

형식을절대시하기때문에벗어나지못하고있는것이다.

이제그두사람의경우로돌아가보자.

그들은처음부터‘파격’을전제로했다.

중요한것은두사람의진정한사랑이며나머지는모두가부차적인것이라는사실을

깨달은것이다.

반대하는부모들을설득하는일은결코쉽지가않았다.

그러나자기들의진심을드러내보이자부모들도동의할수밖에없었다.

그들은처음부터2억5천이명목비용이라는점을알았다.

그런형식적낭비에갇힐수없다는결단을내린것이다.

곧은퇴하는부모들에게짐이되는것도싫었다.

그분들은그분들대로노년을준비해야하기때문이다.

자식을위해모든것을희생하고알거지가되어노년을맞이한어리석은사람들이얼마나

많은가.

그들은그것을피하고싶었다.

그들이용기가있다고말하는것은이러한파격이현실이라는벽에부딪힐때결코

쉽지가않기때문이다.

상당한신념과자기철학없이는실천하기어려운일임도사실이다.

그래서그들이훌륭한것이다.

두사람모두많은수입이있기때문에집장만도빠른시일안에이룰수있을것이다.

이제는우리의결혼문화도바뀔때가지났다.

언제까지이런잘못된인습과관행에묶여있을것인가.

무릇인간의모든행동은그가가지고있는‘가치관’에서비롯된다.

화려하고낭비가심한호화결혼식도,

시골교회에서의조촐하고실속있는결혼식도모두가당사자들의가치관에서비롯되는

차이일뿐이다.

있는사람이호화판결혼식을가지는것은있을수있는일이다.

그러나없는사람이그것을쫓아가는일은무리일수밖에없으며쫗아갈수없으면

결혼자체를미루거나안하게되는것이다.

‘결혼’이라는절대적조건이물질에갇혀‘상대적’인것이되고있다.

결혼이두사람의사랑으로이루어지는절대적인것이라면‘결혼식’이라는상대적조건은

얼마든지변형될수있는형식일뿐이다.

내용이먼저이고형식은나중이며중요한내용을위해종속적인형식은얼마든지바뀔수

있고바뀌어야옳다.

사실용기는누구에게나있다.

본질에서그차이는크지않다.

그걸꺼내쓰는사람이있고못쓰는사람이있을뿐이다.

아름다운시골예배당에서의조촐한결혼예배에참석하고돌아오는길에서나는많은생각을

했다.

어쩌다우리는체면문화에서살게되었는가.

왜실속보다는그토록명분에집착하는가.

결혼식에소요되는그많은돈의대부분이낭비라는것은모두가다알고있다.

그러면서도거기에서탈출하지못하고있다.

‘인습’은그렇게무서운것인가.

나는돈이없어결혼을못하고있는수많은젊은이들에게이용기있는결혼식을전하고싶었다.

그두젊은이는가능한데다른젊은이들은왜불가능할까.

젊었다는것은무엇인가.

어떤일에도전할수있다는얘기가아닌가.

그건젊은이들만이가지고있는특권이아닌가.

자기들분수에맞는조촐하고아름다운결혼식은누구에게나열려있는기회이기도하다.

필요한것은이를결단하는용기일뿐이다.

달걀을깨지않고는오물렛을만들수는없다.-서양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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