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전말.
BY yorowon ON 12. 15, 2014
이지구상에서어느나라국민이가장행복할까.
저명한조사기관들은한결같이그게덴마크라고말한다.
글자그대로‘요람에서무덤까지’국가가그국민을책임지는나라가덴마크다.
우리기자가덴마크에가서그들을취재했다.
그들은한결같이자기들은행복하고그것은근심걱정이없기때문이라고대답했다.
실업의경우를예로들면,
우리는한개인과가족이나락으로떨어지는고통이지만그들은국가가실업수당을
지급하고바로재교육을실시,다음직장에취업시킨다.
학비는대학까지무료이며,
모든병원의치료도무료다.
그렇다고교육의질이떨어지거나치료의질이떨어지는일은없다.
거의모든분야가최고의수준을유지하고있는선진국이기때문이다.
그들이행복한것은자기를믿고,이웃을믿고,국가시스템을믿는믿음-신뢰가
바탕에깔려있기에가능한것이다.
실제로그들은모두가그런신뢰를가지고있었다.
덴마크는어떻게그런이상적인복지국가가되었을까.
돈이충분하기때문이다.
덴마크국민은수입의50%를세금으로낸다.
놀라운것은그들모두가그것을아주당연한이로여긴다는점이다.
그세금이고스란히복지가되어돌아오기때문에그누구도아깝다고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는거두어들인세금이정부에의해제대로쓰이고있다는믿음-신뢰가
있기때문이다.
따라서덴마크의가장큰행복은‘신뢰사회’가구축된점이라고할수있다.
우리가덴마크를부러워하는것은복지자체도중요하지만그것을가능케하는
신뢰사회의구축이다.
우리에게는그게없거나태부족이다.
기다리면자기차례가반드시온다는믿음-신뢰가없기때문에새치기가생기는것이고
그것의다른이름이비리와부정부패다.
법을지키는사람들이바보가되는사회에서‘국민행복’은요원한얘기다.
내가나를못믿고,이웃을못믿고,정부를믿을수없는게우리의가슴아픈현실이다.
우리모두는평소에무엇인가를잘잃어버린다.
대표적인물건중하나가우산이다.
해외여행을할때가장중요한소지품은돈이아니라여권이다.
그게없으면돈이아무리많아도여행자체가불가능하기때문이다.
지난3월외교부의발표를보면,
해외여행중인우리국민들이하루에분실,도난당하는여권이200개꼴이라고한다.
특히이태리에서여권을도난당하는경우가많다.
그만큼소매치기가많다는얘기다.
분실여권중회수되는비율은20%,나머지80%는고가에팔려위조여권등으로
악용될것이다.
여권을분실,도난당하면해당국주재대사관이나영사에게가서‘해외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한다.
따라서일행과는떨어져야하고여행비용이더드는것은물론불안과고통을당하게
된다.
무엇인가중요하고요긴한것을잃어버린다는것은누구에게나언제나고통스러운
일이다.
얼마전신문사에근무하는기자한분이노트북을전철선반에두고내렸다가다시찾은
기사를읽은일이있다.
스마트폰에고개를숙이고-본인은푹박았다고했다-선반에올려놓은노트북은
까맣게잊은채전철에서내렸던것이다.
십중팔구그건잃어버린물건이되는게상식이다.
노트북보다는그안에들어있는수많은자료의상실이더치명적이었다.
급한마음에먼저찾아간곳이파출소,경찰이었다.
온갖험한꼴을다당하는공권력이지만우리가먼저찾는곳은경찰일수밖에없다.
경찰이가지고있는스시템은노트북을다시찾을수있는일단계의기능이기
때문이다.
파출소의경찰관은,
습득물건을게시하는경찰청과지하철의홈페이지주소를메모지에손글씨로또박,
또박적어주면서,
‘도난당한것이라면인터넷중고게시판에매물로나올수있으니잘살펴보라‘고
일러주기까지했다.
인터넷을검색해보니분실한것과같은모델이20-30만원에거래되고있었다.
적지않은돈을현금화할수있으니노트북을다시찾을가망은거의없을것같았다.
노트북찾는것을거의포기할즈음,
지하철분실물센터의홈페이지를검색하다잃어버린것과아주비슷한노트북을발견,
전화로확인해보니바로자기의물건이었다.
노트북이발견된곳은신문사와반대방향의종착역이었다.
자기가탔던지하철은서울시내를관통해경기도까지갔다가다시서울로진입,
종착역에도착했던것이다.
승객이모두내린뒤객실을점검하던직원이노트북을발견한것이다.
그지하철이왕복150여킬로를왕복하는동안수많은승객이그노트북을봤을것
이지만아무도손을대지않았다.
감사한마음에빵을한봉지사들고서둘러종착역에갔지만역무원은,
‘물건을찾아주는것은당연한일’이라며한사코빵을사양했다.
노트북의분실에서다시찾기까지의과정은거의믿기지않을정도로신기하기만했다.
그건거의포기할정도로다시찾기어려운물건이었고누구보다본인스스로가
그렇게생각하고있었다.
때문에노트북을다시찾았다는사실이뜻밖이었고그만큼여러가지를다시생각하게
되는계기가되기도했다.
미국의유명월간지인‘리더스다이제스트’가
50달러가든지갑200개를유럽전역에뿌렸는데이중58%가회수됐다.
특히소득수준이높은북유럽에서는회수율이70%이상이었다.
이회수율을학문적으로‘사회적자본’이라고부른다.
사회구성원들이힘을합해공동의목표를효율적으로추구할수있게하는제도와
규범을포함하는상위개념이다.
사회적자본의핵심은사회구성원들사이의믿음-신뢰다.
15시간이상,주인없는상태로지하철선반에노출된노트북이150여킬로를오가는동안
수많은사람들이그것에손을대지않았기에그노트북은거의기적적으로주인의손에
돌아왔다.
이런,일상적인작은스토리는신문에나지않는다.
신문은센세이셔날한사고,사건을주로취급한다.
특히정치권의기사들이많다.
사회면에서도엽기적인사건들로뒤덥혀있다.
그래서선보다는악이승한것처럼비쳐지는측면이크다.
잃어버렸던물건을다시찾게된기자는노트북의전말에대해생각을반추했다.
분실물에대해그것을다시찾을수있는단서를자세히설명해주고검색할주소들을
또박또박메모지에써주던자상한경찰관,
승객이내린객실에서노트북을발견,분실물로보관하고찾게해준역무원,
15시간,150킬로를오가는동안노트북에손을대지않은승객들,
그들의공통점은‘무명씨들’이었다.
노트북을자시찾은기자는비로서우리사회가이만큼돌아가고있는것이바로이런
무명씨들이있기때문에가능하다는생각을했다.
양지에서입신출세한한줌밖에안되는이기적인인간들이아니라음지에서묵묵히
자기의일상을살고있는보통사람들이사실은이나라의주인이라는것을깨달았다.
저변은,
신문에는나지않지만생각보다넓다는것도알게됐다.
절망도있지만희망이더크다는사실도깨달았다.
그건인간적으로아주큰소득이었다.
하나의사회공동체가믿음-신뢰를가지는일은결코저절로되는것은아니다.
단지선량한시민이존재한다고해서만들어지는것이아니기때문이다.
거기에는이웃-다른사람들을생각하고배려하는‘정신’이있어야하며그래야
자기도대접을받을수있다는깨달음이있어야한다.
이제우리사회도시기적으로사회적자본인이정신을가르칠때가되었다.
그건가정과같은기초교육에서시작되어야하며이는기본이튼튼해야하기때문이다.
지금의서울인한양도성은사람이마땅히지켜야할다섯가지도리로구성되었다고
한다.
사대문과보신각이름에는仁,義,禮,智,信이각각한글자씩들어가있는게그것이다.
仁은어질다는뜻이다.
사람의성품이인자하고덕행이높다는의미다.
義는올바름인것이며,
말이나생각,행동이진리,도덕,규범,이치,기준등에비추어어긋남이없는좋은상태다.
禮는예도를이름이며,
예의와법도등사람이마땅히지켜야할도리라는뜻이다.
智는지혜로서,
삶의경험이풍부하거나세상의이치나도리를잘알아모든일을바르고옳게처리하는
마음과능력이다.
信은믿을신이며,
상대의능력이나태도를믿고신뢰하는것이다.
우리의선조들이강조한사람이마땅히지켜야할도리란무엇인가.
그건사람이어떤입장이나처지에서도마땅히베풀거나행해야하는바르고참된행동
이다.
아무리첨단을달리고있는디지털의시대라해도인간은아날로그적인존재이며
선조들이강조한다섯가지도리는변하지않는다.
그표현방법은현대적이어야하되덕목자체는불변인것이다.
그것이사회적자본의핵심적인내용이기때문이며,
스마트폰이아니라그것을가지고있는인간끼리의관계가사회를형성하기때문이다.
따라서그관계의핵심이되는요소와조건은변할수없다.
지금우리사회는날로더각박해지고황폐해지고있다.
이럴때일수록‘사람이마땅히지켜야할도리’는더요청된다.
그것이행복한사회를만드는영원한기재이기때문이다.
진흙탕에서죽기아니면살기로패거리싸움만하고있는여의도는우리를절망케한다.
권부의중심에서연일터져나오는스캔들도우리를실망시키고있다.
제조업의둔화와경기침체는실업율을높이고우리의일상에큰그늘을드리우고있다.
가계빚이천조원을넘은게오래전이다.
가족이해체되고부모와자식사이에혈연이돈앞에서끊어지고있으며
길어진수명이오히려재앙이될수있는세상이다.
일류대학-대기업-높은보수-좋은결혼이라는줄하나밖에없는나라에서수많은젊은이
들이좌절하고있다.
바벨탑처럼높이쌓아올린종교의부패는이미식상한지오래다.
그래도,그럼에도불구하고우리의사회공동체가멈추지않고굴러가는것은수많은
‘무명씨들’의작은노력들이모여큰힘을이루기때문이다.
노트북의전말(顚末-일의처음부터끝까지의경과)은그걸확인시켜주는하나의큰
계기일터이다.
그래서절망보다는희망이훨씬더크다.
무명씨들이더많기때문이다.
문화는일정한인간집단의생활양식이다.-yorow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