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한 변화, 그 시작.
우리모두가아는대로프랑스는선진국중에서도특히문화대국으로분류된다.

수도인빠리는뉴욕을제치고세계에서가장세련된도시로군림하고있다.

세계유행의상당부분이빠리에서시작되고있으며이런추세는당분간바뀌지않을

것이다.

그렇다면프랑스는처음부터지금과같은문화적명성을가지고있었을까.

이제불과250여년전에있었던사례하나를얘기해보자.

루이15세(1710-1774)를암살하려던범인이암살에실패,체보된후처형되기까지의

과정은지금으로서는상상도할수없는참혹하고야만적인것이었다.

죄인의가슴과팔,허벅지와종아리를완전히묶은뒤,

대역죄를위해칼을쥐었던오른손은유황불로지지고,

몸전체에납덩이를녹여끼얹고,끓는기름,뜨거운송진,밀랍과유황의혼합물을쏟아

부은후사지를절단해불에태워화형에처했다.

수많은관중이지켜보는가운데빠리한복판에서벌어졌던일이다.

그리고250여년이지난지금,

프랑스는야만국이아니라문화대국이되었다.

프랑스라는사회공동체가계속진화하고발전했기때문이다.

사람들의생각-사고방식이바뀌고생활양식도변했으며법과제도도야만성을벗었다.

더디고빠른차이는있지만모든사회공동체는진화하고발전하는게역사의순리이기도

하다.

우리도마찬가지다.

8.15광복이후70여년사이에우리는세계가놀래는발전을했다.

적어도외형에서는선진국에뒤지지않는다.

IT분야에서는선도적인자리에있다고말할수있다.

그러나외형과달리우리들의생각-사고방식은그변화의속도를따라가지못하고있다.

겉으로는민주주의국가이면서토론문화가없고다수결에승복하지못하는게그런것이다.

서구선진사회의껍데기는빨리흡수했지만그들의‘삶의내용’에는미치지못하는것도

마찬가지다.

그러나시간이지나면서우리사회도작지만근본적인변화-진화와발전의싹이돋아나고

있다.

이미시작되고있는것이다.

연세대를졸업한박모씨(26),

학교졸업후대형가구회사에입사해연봉3200만원을받았다.

그러나그는입사5개월만에자진해서퇴사했다.

아침8시에출근,밤9시에퇴근하는생활을반복하다보니‘삶의내용’에대한회의가일어

났기때문이다.

‘가구를파는좀비’가되는게싫었다.

지금은학원의계약직으로영어강사가되어연봉은많이줄었지만업무시간도4분의1로

줄었다.

소박하지만마음의여유를가질수있고스트레스도받지않고행복하다고한다.

서울대4학년인정모씨(26),

지난봄외국계컨설팅회사에인턴으로근무하면서대개업입사의꿈을접었다.

아침6시에일어나고저녁7시에퇴근,씻고자는생활이반복됐다.

그렇게일한다고떼돈버는것도아닌데정규직이되면그보다더심할것이라는생각을

한것이다.

업무강도가낮은계약직으로월200만원은벌수있고일하고싶을때일하고꼭필요한

만큼만벌어취미생활을하며살겠다는게그의생각이다.

지난해서울의명문대신문방송학과를졸업한이모씨(27),

지금모금융기관의6개월짜리인턴으로일하고있다.

한달에100만원벌어월세25만원,저축20만원을뺀55만원으로생활한다.

‘그래도풍족하게산다.

돈안들이고취미와여가를즐기며사는방법을알기때문이다.

풍요로운시대에태어난덕에돈없이도재미있게살수있는방법은많다‘고말한다.

30을바라보는세사람의케이스는결코바람직스러운모습은아니다.

그러나일류대-대기업-좋은결혼-높은수입이라는단선사회의벽을허물고있다는

점에서는지각변동과같은변화라고할수있다.

모두가단하나의줄에목을매고늘어서있는단순한사회에서이들의일탈은

‘다른길도있다’는큰신호가되기때문이다.

모두가똑같이한줄에매달리는사회는진화-발전할수가없다.

다르게생각하고행동하는이탈자들이있어야새로운삶의형식과내용이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사회에‘신인류’가등장한것이다.

허길수씨와심수림씨는같은분야에서일하고있으며,

얼마전구청강당에서결혼식을올렸다.

이들이쓴결혼비용은모두합해1500만원,

두사람이함께동네미용실에가서메이크업을받았으며

신부는웨딩드레스대신횐색원피스를지어입었다.

300여명의하객과함께구청야외옥상에서피로연을가졌으며

메뉴는보리밥에고사리,숙주새싹을얹은고추장비빔밥,동네떡집에서막쪄낸바람떡,

문어회와화남빵,그리고식혜와고소한전통막걸리였다.

꽃장식은동네꽃가게에서화분들을잠시임대해사용했다.

생활개혁실천협의회가그동안청와대사랑채같은공공기관에서신랑신부의힘만으로

‘작은결혼식’을올린41쌍을조사해봤다.

이들은결혼식비용을남들의절반수준으로줄였으며하객은100-200명수준이었다.

26쌍이총비용이1000만원미만,

11쌍이1000-2000만원을썼다.

그리고40쌍이작은결혼식에만족한다고대답했다.

아직까지는우리사회에서가장많이치러지는결혼식은호화예식장과호텔이다.

일반적인평균비용은2억에서2억5천사이,

돈이없어결혼식을올리지못하는젊은이들도많으며심지어는결혼자체를포기하는

경우도있다.

이런풍토에서‘작은결혼식’은분명일탈이라고볼수있다.

지금까지의호화결혼식은결혼자체가가지는의미보다는남에게보이려는과시적측면이

더크다고할수있다.

남들이하니까따라하는경우도허다하다.

모두가남과나를비교하기때문이며내실보다는외형을더좋아하는잘못된결혼문화

때문이다.

‘작은결혼식’은잘못된결혼문화가벽에부딛혀생긴긍정적결과라고할수있다.

더많은젊은이들이더이상돈때문에결혼못하는일은없어야한다.

비록작은변화라해도그시작이가지는의미는크다고아니할수없다.

백도,천도시작은하나부터이기때문이다.

얼마전통계청발표에의하면,

우리나라전체가구수는18,057,000이다.

주택수는1.855만으로계산상50만개가남아도는게된다.

그러나주택수에는,

상가나공장내의주택,고시원,판자집,임시막사,비닐하우수등주택이외의거처가주택에

포함되었는데그비율이3.4%였으며25만6000여명이이런거처에거주하고있다.

사실주택자체의보급률은102%가넘었지만,

2013년기준,

국민들의작기집-자가보유율은53.8%다.

46.2%가제집없이남의집에세로살고있는것이다.

단칸셋방에살아보지않고는집없는설음을모른다는말이있었다.

국토교통부가국토연구원,한국리서치에의뢰해2만가구를대상으로조사한바에의하면

2010년83.7%,

2014년79.1%가반드시자기집을마련하겠다고대답했다.

인간이자기집을가지려는꿈은거의본능적인집념이기도하다.

그런데도이희망은높은집값때문에점점어두워지고있다.

한국은행의기준금리가1%대로진입한지금,

주택시장에는거대한변화가일어나고있다.

우리나라에만있는‘전세제도’가사라질전망이다.

은행금리가낮아지면전세값이폭등,주택가격의90%이상까지치솟고있는게그것이며

그나마전세로내놓은집도드물다.

국토교통부는2014년12월,

11월까지임대차계약후신고하는확정일자기준으로집계한주택거래비중에서월세가

처음으로41%를차지했다고밝혔다.

한편금년3월한국감정원이공인중계사376명을대상으로설문조사한결과응답자의

86.9%가지금의전세주택이월세로전환될것이라고전망했다.

또하나,

지금의‘하우스푸어’대부분은부동산불패신화를믿고무리한은행대출을받아집을산

사람들이다.

그러나이제집값은오르지않고있으며특히큰집은거래도잘되지않는다.

부동산투기의시대가끝난것이다.

전세제도와부동산투기가끝난다는것은주택시장이투기꾼이아니라실수요자를중심으로

전화된것을의미하며공공및건설사들의장기임대주택시대가열리는신호이기도하다.

최근연립이나작은주택들이활기있게매매되고있는것이그증거다.

1995년교육부가도입한‘대학설립준칙주의’는,

일정요건만갖추면누구나대학을설립할수있는문을열어줬다.

1990년대까지만해도118개였던4년제대학은2014년199개로늘어났고같은기간

대졸자는17만명에서30만명이상으로늘어났다.

백수의뿌리는바로‘대학설립준칙주의’였으며지방토호들의‘학원모리배’까지가세,

수많은,아무특징도없는백화점식대학을양산한것이다.

한마디로높은청년실업율은수요와공급이맞지않아생긴‘시장원칙’때문이다.

지난달25일,서울지역대학총장20여명이‘서울총장포럼’을발족했다.

초대회장을맡은이용구중앙대총장은,

‘지금까지대학은공급자위주의사고에빠져오만했다.

대학개혁을위해서는교수들의철밥통부터깨나가겠다‘고했다.

수요가있는공급을위해서는대학이개혁할수밖에없고그건커리큘럼으로나타나야한다.

중앙대는앞으로단과대학별로학생을모집한후학생들이2학년2학기때자기전공학과를

선택하고학생선택이적은학과는정원을줄이겠다고했다.

그동안온실속에있던교수들이거친들판에나서야하는순간이다가오고있는것이다.

2012년1.102명,

2013년1.253명,

2014년1.283명,

4년제대학에갔다가취업이안돼2년제기술전문대로다시입학한유턴족이다.

결국대학개혁은‘산업현장’이요구하는인력을배출할수있는기준으로재편돼야옳다.

대학들이절실한위기감으로,스스로개혁을시작했다는것은거대한변화의시작이라고

할수있다.

개혁을안하면도태되는건시간문제다.

신인류의출현,

결혼문화가바뀌기시작한것,

진세제도의끝과월세,임대주택시대의시작,

그리고대학들의자기개혁천명은아직은은밀한변화라고할수있다.

그러나그것은뿌리부터흔들리는시작인것이다.

네가지변화모두가때가되어자연발생적이라는데더큰의미가있다.

우리사회가진화-발전하고있다는살아있는증거들이기때문이다.

방향이틀렸다면속도를내는것은의미가없다.-마하트마간디.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