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과 송곳.
모든사회공동체에는,

그시대에따라‘시대정신’이있으며동시에‘사회적성격’도가지고있다.

대표적인것이1970-90년대의압축성장시기로그때의시대정신은‘잘살아보세’였다.

단군이래의대물림가난을끊으려는피나는노력은그러한시대적성격의소산이었으며

그정신에서파생된사고방식과생활양식이‘한강의기적’을이룩한것이다.

‘잘살아보자’는선도적요구는모두의가슴에울림이있게했으며모두가하나의목표를

향해나아갈수있게했다.

정치적구심점이분명했고카리스마적인국가리더십이있던시기가그때였다.

모두가‘잘살기’를염원했기때문에이새대정신은모두의정신이되었고또목표가될수

있었다.

긍정적시대정신과사회적성격은그렇게강력한힘을가지고있으며‘한강의기적’이라는

위업을달성하게했던것이다.

반대로부정적인시대정신과사회적성격은치명적인것이될수있으며지금우리들은

그러한위기에직면해있다고할수있다.

지금우리사회의시대정신과사회적성격은어떤것일까.

우리가이점을밝혀야하는이유는그것을제대로알아야오늘을현명하게살수있고

내일을예측할수있기때문이다.

2015년의대한민국은어떤시대정신과사회적성격을가지고있을까.

그첫째가부정부패다.

부정은행동이나일이올바르지못하거나정당하지못한상태이며,

부패는사회,또는그사회를구성하는조직이나그구성원이도덕적,법적으로타락한

상태가된것이다.

지금우리사회는,

하나에서부터열까지,

위에서부터맨아래까지,

겉으로부터깊은속까지,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분야는물론절대로썪지말아야하는군대와종교까지

속속들이썪어문드러진나라가되고말았다.

썪지않은데가단한곳도없다.

그래서지금의상태가‘우리의한계’라는생각을하게된다.

여기까지구나,

선진국이될수없는한계앞에서걸려넘어진것이다.

부정부패는그렇게무서운함정이다.

우리시대가그깊은함정에빠진것이다.

이악폐가한두세대안에고쳐질수있을까,

절망할수밖에없는이유다.

흑백논리라는무서운사고방식이있다.

모든문제를흑이나백,

선이아니면악이라는방식의두가지로만구분하려는논리가그것이며,

두가지극단이외의것은인정하지못하는편협한사고논리가그것이다.

비슷한사고방식에이분법이라는것도있다.

사물을서로상대되는두부류로나누어구별하는방법으로서생물과무생물,흑과백

따위가그것이다.

이러한극단적인사고방식에서는

‘나’아니면‘너’뿐이고

‘우리’아니면모두가‘적’이된다.

제삼의입장이나제삼의자리를인정하지못하는이런편협한생각들이오늘우리사회를

갈기갈기찢어깊은상처를만든것이다.

다양성이없는사회는결코발전할수가없으며극단과극단이부딪혀더큰혼란과분열을

가져올뿐이다.

민주국가에서토론문화가없고다수결에승복하지않는폐해가바로여기에그뿌리를

두고있는것이다.

흑백논리는경직을불러올수밖에없으며그만큼유연성이부족한딱딱한공동체가되어

여유와활기를상실하는것이다.

세상이숨막히는게그때문이다.

우리시대의극단적인사고방식에는,

‘나와다르면틀렸다’는게있다.

다르다는것은같지않다는것이지틀린게아니다.

자기가틀리고상대가옳을수도있는것이다.

그런데도내생각과다르면틀렸다고단정하며

우리와다르면그들이틀렸다고우긴다.

서로의다름을인정하지못하는사회는분열과대립을계속할수밖에없다.

이무서운함정을통해‘독선’이생겨나는것이다.

그것은자기의생각과행동만이옳다고여기거나주장하는심리나태도다.

다른것과틀린것을구분하는것은상당한수준의정신문화를요구한다.

거기에는상대편을존중하는기본예의가있어야하며서로다른주장이악이아니라면

더큰긍정적인총화를가져온다는믿음도있어야한다.

교육이필요한이유가그것이다.

그건교육을통해얻어지는‘교양’이기때문이다.

서로다른생각들이있어야더나은생각을도출할수있다.

다르면틀렸다고단정하는거친공동체에서는발전을기대하기어렵다.

금방이라도싸울것같은표정으로살고있는우리자신들을생각하면그어디에서도화합과

희망을찾아볼수가없다.

돈이목적인사회와돈이수단인사회가있다.

더정직하게얘기한다면돈은목적이자또수단이기도하다.

단지무게중심을어느쪽에두느냐에따라삶의목적과내용이달라질뿐이다.

한편이세상엔돈으로살수있는것도있고,

돈으로도살수없는게있다.

돈으로살수있는것은값이정하고,

돈으로살수없는것은가치가정한다.

이두가지가균형을이룰때그사회는사람이인간답게살수있지만그균형이깨지면

편히살기가어렵다.

지금우리사회는돈을벌기위해,더많이벌기위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는다.

대표적인것이불량식품과사악한뇌물이다.

그것들은인간의양식을파괴하며

소수의이익을위해선량한다수를희생시키는무서운악의구조를가지고있다.

모두가오직돈을벌기위해혈안이될때그사회는인간이사람답게설자리가점점작아

지고나중에는없어진다.

돈만있고인간이없는사회는어떤것일까.

우리모두는지금속이보이지않는컴컴한터널입구에서퇴로를차단당한채앞으로만

밀리는위기앞에서있다.

그끝은어떤결말이날것인가.

내가걷기운동을하는코스에는남녀공학의중학교가있다.

하교하는학생들과마주치는경우그들과같은방향을걸으면서학생들이나누는대화를

가까이에서듣게되는경우가많다.

정말놀라운사실은대화의3분의1이욕이라는점이다.

정말듣기거북한,차마들을수없는쌍욕을서슴없이뱉어내고있다.

욕이빠지면대화가안될정도다.

그들은어디에서이런욕을배웠을까.

그게어른들,부모들이고주변의보통사람들이다.

사실우리사회는거칠고상스러운데가있다.

멀쩡한사람들이싸우기시작하면육두문자는물론주먹싸움까지한다.

1894년노비제도는폐지됐지만,

그이전까지조선사회는상당수의천민계급인노비가있던사회다.

학자에따라그주장하는바는차이가있지만크게봐서인구의절반이나그에가까운

숫자가노비였다.

일본의식민지를거쳐광복과민주국가건립을통해‘노비문화’가일상에스며들었을

것이다.

과격하고거칠고,상스러운육두문자의욕이삶의일부가된것이그때문일수도있다.

사회구성원들이품위와예절을갖추지못하면살기좋은사회가되기는어렵다.

지금처럼욕이난무한다면더말할것도없다.

세월호참사는어떤하나의이유때문에생긴것이아니다.

법과규칙을지키지않은,크고작은수많은이유들이합쳐져서일어난재난인것이다.

음주운전으로처벌받은사람들의재범율이50%라고한다.

법과규칙은,

보다많은사람들이안전과쾌적한삶을영위하기위한서로의약속이다.

그것을강제하는것이곧공권력이다.

그공권력이일부과격한폭도들에의해공격받는다면우리사회의안전은담보될수

없다.

우리주변엔법과규칙을어기는사람들이너무나많다.

법이지켜지지않으면줄선사람들은손해보고새치기는득을본다.

지금의우리사회는온갖새치기들이득세하고이익을챙기는부패한사회가됐다.

그래서법을지키는,선량한사람들이살기가어려운세상이되었으며,

계속,이렇게질서가파괴된다면정글이따로없다.

무엇보다처벌이약하기때문이다.

사법은그막중한책임을면할수없다.

솜방망이가무엇을키웠는지돌아보면알아지는일이다.

우리모두가사법에대한기대를접은지가오래된것이그증거다.

층간소음때문에살인까지하는나라가우리나라다.

지금우리에게는진정한의미에서의이웃이없다.

모두가경쟁자일뿐이다.

그러니살벌하고,각박하고,무섭다.

좁은엘리베이터안에서도눈을마주치려고하지않는다.

그러다보니인사도없이한통로에살고있다.

어쩌다이렇게됐는가.

서로가믿지않기때문이다.

신뢰가없는사회가된것이다.

혼자살다죽으면언제,누구에게발견될지장담할수없다.

본래의우리‘마을’은울타리도제대로없는,식구처럼지내던이웃들이다.

그사이를비집고들어와이웃사이를벌려놓고,

급기야는인사도없이지내게만든게돈이다.

돈,자본은정해져있고그것을손에넣으려는사람들은많아졌으니불꽃튀기는경쟁-

싸움만늘어난것이다.

자본주의시장경제의그늘이그것이다.

유럽의대다수나라가사민주의를택한게그때문이다.

사회주의의이념을민주주의의방식으로풀어보겠다는것인데잘되지않고있다.

뿌리에‘탐욕’이있기때문이다.

더움켜쥐려는사악한인간의마음은제도와이념으로는막을수가없다.

모두가서로서로의가해자와피해자가되고있을뿐이다.

하나의사회공동체,더크게는국가의앞날은전적으로‘교육’에달려있다.

어떤인간군을길러내느냐에따라운명이갈리기때문이다.

사람들은’공교육붕괴‘를대수롭지않게생각하고있지만그결과는지진보다무섭다는걸

알아야한다.

도덕,음악,미술,체육시간을빼고

그자리에입시과목을집어넣었다면그결과는어떻게될까.

답안지를잘쓰는기계는양산되어도오감을제대로갖춘인간-사람은길러낼수없다.

정서교육이없으면전인교육도안된다.

각박하고메마른,그러면서도아주작은자기의일도스스로결정하지못하는기형아들이

많은이유가그것이다.

교사나공무원,대기업에서길고가늘게살기를원하는애들만으로는국가의앞날은

없다.

사교육시장이사육해낸‘입시생’들만으로는국가의앞날을보장할수없다.

지금의대한민국에서‘공교육의붕괴’보다더큰재앙은없다.

반드시있어야할‘정상적인인간군’을길러내지못하고있기때문이다.

그업보는우리의상상을넘는다고보면틀림이없다.

나는‘한강의기적’을일구어내던압축성장시대의한복판에서땀을흘린세대다.

다음끼니가없던가난에서다이어트를해야하는풍요까지경험하는세대이기도하다.

그래서겁나는게많다.

이렇게부패해도되는것인가.

이렇게피터지게밤낮싸워도되는것인가.

돈을벌기위해수단방법을안가리고,

더가지려는탐욕으로못하는짓이없는데,

먹다남은음식을저렇게많이버리는데벌받지않을까,

법과규칙을우습게알고,

공권력에발길질을하고있는데,

정말이래도되는것일까.

그래서나혼자가지고있는철학이있다.

‘내개인의힘으로어쩌지못하는일은잊어버리자’가그것이다.

그런데그게지켜지지가않는다.

아니지킬수가없다.

걱정스럽고,불안하기때문이다.

지금우리사회의시대정신은무엇인가.

사회적성격은또어떤것인가.

우리모두는우리자신을위해,그리고우리의사랑하는자녀들을위해이질문에

대합할수있어야한다.

그건우리들의책임이며의무이기도하다.

자꾸가까워지고있는풍선과송곳을떼어놓지않으면결국은터지게되어있다.

그때는속수무책이기때문에그전에손을써야한다.

모든문제의해답은현장에있다.-이건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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