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과 문방구, 그리고 빵집.
우리부부는,

아내는70대중반이며나는내일모레면80인노인들이다.

감사한것은제집에서큰경제적어려움없이부부모두가비교적건강하게

지내고있는점이다.

특히화가인아내는전보다더열심히그림그리는일에집중하고있으며

개인전과공모전등에꾸준히작품을내고있다.

하루24시간이모자랄정도로작품활동에몰입하고있으며특히작년에는

제33회대한민국미술대전-국전구상부문에입상하는경사가있었다.

아내도이제는‘국전작가’인셈이다.

화가로서는마지막관문을통과했다고할수있다.

특히여자가나이들어서도계속그림을그린다는것은여러면에서긍정적인

일이라고생각한다.

나이들어서도집중하고몰두할수있는자기일이있다는것은축복이기까지하다.

삶의질에서최고의수준이기때문이다.

그림이고도의창작활동이기에더그러하며그런면에서아내는행복한여자다.

내일상은책읽기와글쓰기,그리고악기가중심이다.

특히블로그에올릴글을쓰기위해계속상당한수준의공부를해야하며

각종자료들을찾는과정을통해앎의지평은더깊고넓어지고있다.

문장을다듬는일은문재도있어야하지만정말힘든작업이다.

바로그점때문에내머리는퇴보가없다고할수있다.

지금도가장많은일상의지출은도서구입비다.

가장좋아하는것도책이고,

가장많이가지고있는것도책이고,

가장많이구입하는것도책이다.

다음이현악기인첼로다.

관악기에비해현악기는몇배어렵다는것을실감하고있다.

현악기는시각,청각,촉각과함께상당한체력이요구되기때문에치매예방에는

그이상이없다.

나는지금도일주일에평균5일이상걷기운동을계속하고있다.

80이다된나이에건강하게지내는것은꾸준한걷기운동의덕이라고굳게믿고

있다.

노인들에게는걷기운동보다더좋은게없다.

우리부부의이런일상은,

우리에게는글자그대로‘평범한일상’이지만

동년배의친구들이나노인들의생활과비교해보면상당히다르다는것을발견하게

된다.

우선그림그리는노인은대단히드물고,

첼로라는현악기를하는노인도거의없다.

그리고우리부부는시간이부족하기때문에뉴스외에는TV를전혀보지않는다.

MLB의야구중계는별도다.

따라서회식같은모임에서는듣기만하지할말이없다.

연속극을안보기때문이며연예계에대해서도무지하기때문이다.

사실화제가그것밖에없다는것도한탄스러운일이다.

그래서아주중요한모임이아니면참석하지않는쪽으로가고있다.

무엇보다시간이아깝기때문이다.

사람이나이들어무료하게지내는것과‘자기일’이분명한차이는결정적이다.

삶의질에서그차이는메울수없는간격으로남는다.

무료하면빨리늙고일찍죽는게일반적이다.

특히치매에걸릴확률도높아진다.

동년배의노인들과우리부부가가지는일상에서의결정적차이는어디에서비롯되는것일까.

분명구체적인원인이있을것이다.

주변에친히지내는동년배들과의차이에대해우리나름대로생각을해봤으며

결정적인것은아니라해도상당한근거가되는이유는알아냈다.

이제그얘기를해보려고한다.

그게책방과문방구,그리고빵집이다.

참새가방앗간을지나치지못하는것처럼우리부부는책방을그냥지나치지못한다.

한번들어서면몇시간은보통이다.

책들을구경하고,신간을찾아보고,서가사이를어슬렁거리는기쁨과만족감은

다른어떤것과도비교할수없다.

마음에드는책을골라잡고서가사이바닥에앉으면세상에부러울것이없다.

아내도나도비슷한분량의장서를가지고있다.

벽한면이천정까지책으로채워져있다.

그리고도바닥에쌓아두는책도상당량이된다.

책을좋아하고책을꾸준히읽는다는것은정말복받은습관이라고여겨진다.

우리부부의머리는퇴보라는게없다.

특히아내는영어원서를읽는일에큰비중을두고계속읽고있다.

지금도두권의영어원서를읽고있다.

나는책뿐아니라악보읽는일에도심혈을기울이고있다.

사람의노후는책읽고공부하기에는최고의조건을가지는시기다.

자유롭고,시간여유가있고,간섭받지않고읽고싶은만큼읽을수있기에그렇다.

우리부부는미국과일본에서월간지한권씩구독하고있으며

국내에서도한권을구독하고있다.

여기에주간지한가지와일간지두가지까지합치면이미읽을거리는충분하다.

거기에연간구입하는신간도50-100권수준이다.

정말우리집에는읽을거리가넘쳐난다.

그러니우리가어찌행복하지않겠는가.

부부가함께책을좋아하는궁합도깊이감사할일이다.

우리부부에게문방구는각별한의미가있다.

대형문방구에는화방이딸려있다.

오히려화방이중심인문방구도있다.

아내는그곳에서온갖그림도구는물론특히물감을고르는일에집중한다.

얼마전아내가외출한후아내의작업대에서지금사용하고있는붓을세어보니

50개가넘었으며대형팔레트도세개였다.

화구들은종류도다양하지만값도비싸다.

특히붓과종이,그리고물감은외제를사용해야하기때문에더그렇다.

나는글을써야하는종이와질좋은볼펜에집착한다.

글쓰기는대표적인창작활동기때문에손으로종이에쓰고있다.

때문에최고의종이와필기구는필수다.

문방구에들어서면그게어디든나는나대로좋은종이와필기구,그리고

아이디어를스케치하는카드나질좋은작은수첩을찾아보곤한다.

그러나우리부부의문방구체류시간은늘어날수밖에없다.

문방사우-文房四友-라는말이있다.

종이,붓,먹,벼루의네가지를이르는말이다.

우리의옛선비들은이네가지를벗으로삼았으며평소의공부는물론,과거를

준비하는일에서도필수적인도구들이었다.

인간과종이는문화를만들었으며기록을통해역사를만들었다.

예나지금이나문방구는문화와깊은관계가있다.

따라서문방구와멀어지는것은일상생활의중요한부분과멀어진다는얘기다.

나이들어서도읽고쓰는일은똑같이중요하다.

거기에서멀어지면머리는더빨리퇴보하고결국은뒷방늙은이가되고만다.

읽고쓰는행위는단순한것같지만사람의어떤수준을유지하는가장적극적인

행동임을알아야한다.

건전한정신생활,정서생활을위해서도문방구와는가까이지내는게옳다.

문방구에전혀갈일이없이산다면이미자기의한부분은죽은것이나마찬가지다.

우리부부는결코빵집을그냥지나치지못한다.

아내가하는말이있다.

‘우리부부는밀가루에약해.’

그건사실이다.

우리는똑같이빵을아주좋아한다.

결혼이후지금까지한끼는빵식이다.

야채샐러드와빵,치즈와뻐터,그리고잼과오랜지마말레이드,올리브열매와커피가주메뉴다.

달걀도빠지지않는다.

1996년9월,

우리부부는프랑스빠리의17구빌리에30번지에있는프랑스인의중류가정에

한달간민박한일이있다.

한국인의장기민박은처음이라고했다.

지하철과버스만을이용,매일빠리시내를돌아다녔으며특히카페와빵집에자주

들렸다.

빠리를대표하는빵은바케트다.

빵집마다그모양과맛이달랐으며모두가나름대로의특징이있었다.

바케트는정말맛있는빵이다.

막구워낸바케트의깊은맛은결코필설로는다설명할수가없다.

바게트는사자마자먹어야한다.

보존재를사용하지않는양질의바케트는여섯시간만지나도막대기가된다.

어떤방법으로도원상복구는안된다.

물을뿌려오븐에구워도,전자레인지에돌려도소용없다.

우리는빠리에있는한달동안정말맛있는바케트를원도없이먹었다.

집집마다바케트를구워내는시간이있는데그때길게선줄에서기다리다

갓구운바케트를사서먹곤했다.

지금서울에는‘한국식바케트’는있어도빠리바케트는없다.

단한군데,프랑스인들이모여사는서래마을에

수입된프랑스밀가루로프랑스인이구워내는바케트집이있다.

우리는자주그곳에가서바케트도사지만

특히캄파뉴-paindecampagne-를열덩어리정도사다냉동시켜놓고먹는다.

그구수한프랑스의커다란시골빵은한번맛을들이면끊기가어렵다.

나는개인적으로유대인들의빵인베이글도아주좋아한다.

우리집대형냉동고에는언제나베이글이있다.

결국사람은무엇을좋아하고무엇에자주접촉하는가에따라삶의내용과질이

결정된다고생각한다.

책방과문방구,그리고빵집은우리부부에게생활패턴을결정해주는대상들이라고

할수있다.

그만큼동년배의친구들이나노인들과는다르게살게되는것이다.

책방,문방구,빵집은상당히긍정적인효과를낳는대상들이다.

그반대가‘주색잡기’같은것들이다.

평균수명이길어졌으니그만큼삶의내용과질도중요해졌다.

내게있어접촉빈도가높은대상이무엇인지를살펴봐야하는이유가그것이며

그대상이내삶을결정하기때문이다.

늙었다고아무렇게나살면안된다.

오히려더자기주변을챙기고자기의생활패턴에대해주의를해야한다.

늙는것은쉽지만우아하게늙기는어렵기때문이다.

언제나형식이내용을만든다.-yorowon.

참고로드리는말씀.

바야흐로해외여행의시즌입니다.

이제는우리도페키지나배낭여행은졸업할때가되었다고생각합니다.

제블로그의‘여행’카테고리에는

빌리에체류기와영국자동차여행기록이실려있습니다.

이미20여년전우리부부가시도했던도전적이고독창적인여행의자세한기록입니다.

한번읽어보시고개성적이고창의적인여행계획을세워보시기바랍니다.

박천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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