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인간사회는,
작게는가족으로부터,부락공동체,지역사회,그리고국가공동체라는집단생활을
통해그삶을영위해왔고앞으로도그럴것이다.
사람들이모여사는형태가진화하는것과마찬가지로그삶의바탕이되는문화도
가족에서국가공동체로까지발전한게역사적사실이다.
우리는그것을정신사,또는문화사라고부른다.
원시적인형태로부터발전,현대사회에이르기까지모든인간공동체에는자기들의
시대를살아가는‘시대정신’이있었다.
그것은모두에게공유된이데올로기였으며
거기에서부터정치,경제,사회,교육그리고종교에까지이르는시스템이생겨났다고말할수있다.
우리는그것들을‘문화의산물’로정의한다.
왕이군림하던시대,
귀족과장원,그리고노예들이있었던시대는물론근대의민주적국가들이탄생한것은혁명과전쟁,그리고계몽주의시대와깊은관계가있다.
어쨌든지금우리들은자유민주주의의현대적국가에서자유시민으로살고있다.
시대정신이중요한것은,
그것이오늘을사는우리들의가장직접적인환경이고주변이기때문이다.
돈보다사람이더우선인사회와,
돈이사람보다더우선인사회는그근본에서시대정신이전혀다르다.
따라서인간이사회생활을하는자세와방법도달라질수밖에없다.
그만큼한인간으로서자기시대의‘시대정신’을올바로파악하는것은아주중요하다.
삶의자세와질이결정되기때문이다.
단지오래산다는것과풍요롭게사는것은다르다.
이차이는돈이좌우할것같지만절대그렇지않다.
그래서문화의차이가중요해지는것이며그문화를만들어내는시대정신이큰
뜻을가지게된다.
인간사회가발전해왔듯이‘시대정신’도발전해온게사실이다.
대표적인것중하나가노예가있던시대와없는사회의차이다.
다른한가지가의회민주주의와사회주의의이념적차이이며이를인간이성으로
극복,조화해낸것이사민주의임은모두가알고있는일이다.
오늘날유럽대부분의국가들이이를채택하고있는게그이유다.
그렇다면지금우리가살고있는우리사회의‘시대정신’은무엇일까.
사실은절실한질문이지만대답은그렇게간단하지가않다.
오늘의시대정신이어느날하늘에서떨어진것이아니라나름대로진화해온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반만년이라는장구한선대가있다.
그러나가장중요한시대는직전세월일수밖에없다.
5백년사직도현실이지만더중요한것은식민지직전의조선조말기다.
고종과순종이겪었던극심한혼란과좌절은가장결정적으로지금의시대정신에
큰영향을준게사실이다.
뼈아픈식민지시대를겪고,광복이주어졌을때
그간의단절의시간은그대로악재가되어우리는우리의정체성을거의상실한채
였다.
지금우리사회의망국적혼란은실로뿌리가거기에있다는점을잊으면안된다.
이후,쓰나미처럼밀려들어온서구의문물은이상처에쏟아부은알콜같은통증
이었다.
지금우리에게가장시급한것은현실을이성적으로진단하는능력과이를개선,
정체성을회복하는기능이다.
그건이시대의절대적인요청이기도하다.
이문제에서성공하면우리는선진국으로진입할수있다.
우리의직전시대는식민지이전의조선말기다.
그때,유구한역사를가지고있던이땅의시대정신은무엇이었을까.
학자에따라그내용은다양할수있다.
그러나대표적인것은단한가지다.
그게‘선비정신’이다.
먼저‘선비’가무슨말인지부터살펴보자.
선비는순수한우리말명사로서조선시대,또는그이전에
유교적교양과학식,인품을갖춘사람,
학식은높으나벼슬을하지않는사람,
높은학문을닦은사람을예스럽게이르는말,
학식이있고그행동과예절이바르며
의리와원칙을지키고
관직과재물을탐내지않는사람이다.
그런가하면
품성이얌전하고현실에어두운사람,어질고순한사람을비유적으로이르는말
이기도하다.
이는조선시대를대표하는상위계층인사대부들이가졌던대표적인이데올로기
이기도하다.
선비들이가졌던‘선비정신’은그래서직전시대의‘시대정신’이라고말할수있다.
상위개념으로는그것이뿌리가된다.
그렇다면그렇게중요한상위개념인‘선비정신’이란무엇인가.
오늘을혼란스럽게살고있는우리들에게있어선대의선비정신을제대로파악하는
일은다른무엇과도비교할수없을정도로중차대한소명이다.
과거와현재,그리고미래는연결되어있기때문이다.
먼저율곡은,
‘마음으로옛성현의도를사모하고
몸은유가의행실로단단히타일러경계하며
입은법도에맞는말을하고
공론을지키는자.‘라고했다.
서울대명예교수이며이대대학원석좌교수인한영우는
‘선비란,
어원적으로는바른지식을가진사람을뜻한다.
선인들의전언에의하면
문무를겸비한인의의사람을말하며
선비정신이란
지극하고진실된애국심이라할수있다.
즉선비정신은,
우리민족대대로이어온빛나는정신유산이며우리들의도덕적지주로
우리민족이나가야할길이며희망이다.‘라고정의한다.
막스베버는,
부도덕과도덕의모호한경계를선명하게가르고행동했던문인신분층으로정의
했다.
이제이러한설명들과사전적인의미를종합해보자.
선비정신의근거는그입지-立志-에있다.
대의를위해봉사하겠다는뜻을세워
그뜻을굽히지않고그몸을욕되게하지않는것을철칙으로삼았다.
선비는의를위해목숨을바쳤으며
정의를위해싸우다죽을지언정구차하게살지않았다.
염치와예의를지켰으며
비록빈궁한생활을하더라도
경건한마음으로덕을쌓아올바른길로지조를지켜살아가는것이선비정신이다.
결국선비정신이란,
인격의완성을위해끊임없이학문과덕성을함양하는것이었으며
선비의절대적충의,지조정신은
고려말의‘정몽주’에게서대표적으로나타나고있다.
선대의선비정신을자세히살펴보면우리민족이가지고있는상위문화의격조높은
향기위품위,그리고덕을알수있다.
참으로놀라운‘시대정신’이아닐수없다.
사람들이모여살고있는사회공동체에서가장대표적인하위문화는무엇일까.
하위-下位-는,
낮은수준의등급이나위치이며,
하위개념은다른개념보다작고좁은생각이다.
하위권은하위에속하는범위라고할수있다.
우리의‘선비정신’이대표적인상위문화라고정의한다면
대표적인하위정신은‘주인의식없음’이다.
주인은모든물건의임자다.
따라서주인의식은임자로서가지는소유권과함께책임의식이라고할수있다.
좁게는,
개인적으로가지고있는재산에대해소유권과책임을가지는정신-의식이며
넓게는,
모두가함께이용하는공공재,즉다리나도로,가로등,맨홀뚜껑에대해이를
아끼고책임감을가지는정신이다.
두가지주인의식이균형을가질때선진국가가되는것이며불균형일때후진국이
된다.
금세기,일본의선진국진입이후아직까지확실한선진국이나타나지않고있는게
이런이유때문이다.
지난7월17일은제헌절,
분명한국정국경일인데확인해본결과,
우리아파트단지의국기게양율은1%에미치지못했다.
소속감을가지지않는것은그대상을소중하게생각하지않기때문이며
덜소중한것은그게내피와땀이아니라남이거저갖다줬다고생각하기때문
이다.
국기를게양하지않는것은애국심이없기때문이며자유민주주의의국민-시민으로
서의자존심,자부심이없기때문이다.
여기에는어려서부터의교육도큰이유가된다.
대다수국민의,국가에대한이런소극적인자세와생각은우리가선진국으로진입
하기어렵다는징조로보면틀림이없다.
국기는,보이는우리모두의구심점이며정치를능가하는근본적,생존의근거이며
상징이라고할수있다.
2014년말현재,
우리나라전체의사교육비는23조5천억원,
서울시의일년예산과맞먹는큰금액이다.
사교육시장이공교육의기초를파먹고,
결국은집이무너진다는사실을알면서도이기심을극복하지못하는가장큰
원인은근본을생각하는주인의식이없기때문이다.
그정신에서모두가셋집을살고있는뜨네기들인것이다.
지난7월15일,
방위산업비리정부합동수사단의김기동단장은
중간수사결과를발표했다.
사법처리는,총63명기소,41명이수사중이며,
기소자의신분은,
장성급10명,영관급27명,방위산업청2명,공무원4명,일반인19명.
비리규모는,
육군45억원,해군8.462억원,공군1.344억원,방위산업청18억원.
똥별25개가떨어지고
우리의혈세는1조원이날아간,참담한비리와부패의모습이다.
방위산업비리는다른부정과는그성격이다르다.
그건우리의국방력을훼손한반국가적이적행위인것이다.
왜군인이이런비리를저질렀는가.
주인의식이없었기때문이다.
나라와국민에대한책임과권한에대해‘내것’이라는정신이없었던것이다.
우리가더큰충격을받는원인이그것이다.
군대의비리가어제오늘의일은아니지만그규모를집계해보고놀랜것은
그게군대이기때문이다.
사관학교부터가썪었다고할수있다.
장교들의쓰레기같은자질이그증거다.
오직돈을벌기위해수단과방법을가리지않다보니
간접살인인불량식품을제조,판매하는것은예사이며,
극단의이기심으로온갖질서를파괴하는새치기들,
온갖잔꾀로군대안가고,
다운계약서로부동산축재하는것은물론,뻔뻔한위장전입은이제사회지도층의
전유물이된지오래다.
엄청난돈을벌면서도세금한푼안내는탈세범들,
그들과세금깎아주기흥정을하는세무공무원들,
습관성음주운전으로무고한사람들에게상해를입히는구제불능의무리들,
온갖속임수로부정하게보험금을타내는사기꾼들,
안전검사도안한방화복을소방관들에게지급한비리,
밤에는잘보이지도않는차선의도색을준공해준부패공무원들,
층간소음때문에살인까지일어나는각박한세태,
그리고세월호사건이터졌을때드러난총체적인국가무능과이를정치적으로
악용하고있는사악한무리들,
실로적어내려가자면정말끝이없을정도다.
지금우리가살고있는세상은,
이렇게각박하고,천박하고,무질서하고,유치하고,야만적이다.
그리고무엇보다도매사에너무상스럽다.
‘주인의식없음’이이시대의시대정신이기때문이다.
제식구라면,자기것이라면그렇게하겠는가.
겉으로는멀쩡해보여도그속은흡사‘지옥도’그대로다.
아수라가따로있겠는가.
드높은상위문화인‘선비정신’이천박한하위문화에침식된비참한결과다.
이제마지막으로점검해볼일이남아있다.
왜,그고상하고놀라운‘선비정신’은온데간데없어지고‘주인의식없음’만
남았을가.
이건어디까지나하나의가정이고가설이며전혀사실이아닐수도있다.
그래도오늘의시대정신을바로세우기위해서는한번시도해볼만한가설이기도
하다.
‘주인’의반대는‘노예’다.
조선시대에는남녀종을‘노비’라고불렀다.
학자에따라차이는있지만,
가장적은경우조선시대에는백성의삼분의일이노비였다고한다.
심한경우절반으로주장하는학자들도많다.
한양의경우사대부계층보다는그들을위한노비가압도적으로많았다.
선비정신의반대쪽이천박한‘노비문화’다.
조선말기-일제식민지-광복과대한민국의과정을거치면서제대로정화되지못한
하위개념인노비문화가일상에파고들어지금우리사회에만연해있는것은아닐까.
유별나게신분상승(대학진학율)에집착,사교육시장이커진것도하나의증거가아닐까.
가설은가설일뿐이다.
그러나그안에는진실도있을수있다는게역사의교훈이기도하다.
우리모두가우리스스로를위해깊이생각해볼일이다.
천박한노비문화의극복없이앞으로나아갈수있을까.
오늘날이보다더큰사회적숙제도달리없을것이다.
같은물이라도
독사가마시면독이되고젖소가마시면우유가된다.-서양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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