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 병동은,
더 이상의 치료가 의미없는,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들을 수용하는 의료시설이다.
호스피스는 죽음이란 삶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인식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이 완화되도록 도와주는곳 이기도 하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에게 고통스러운 연명의술대신 평안한 임종을 맞도록 위안과
안락을 베푸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호스피스병동에 근무하는 의료진은 특수, 전문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며
이 일에 사명감을 가진분들이다.
그들은 수많은 말기환자들을 겪으며 보통사람이 할 수 없는 체험을 하기도한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의 여러 가지 행동을 관찰해야하며 그들의 진솔한 얘기도
들어줘야 한다.
인생의 마지막길을 함께가는 반려자들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임종을 맞게되는 환자들은 거의 비슷한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가장 먼저는 분노다.
자기의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며
지금의 자지처지에 대해 분노한다는 것이다.
다음이 좌절과 깊은 절망감이다.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어서 우울증 증세를 보이고,
이 단계가 지나면 체념이 온다고 한다.
비로서 자기의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때부터는 자기들을 돌보고 있는 의료진들과 진솔한 대화도 나눈다.
오래동안 호스피스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는 나이많은 간호사 한분이 글을
쓴 것을 읽어봤다.
수많은 말기환자들이 자기의 인생을 되돌아 보며 후회를 얘기했고,
그중 공통되는 다섯가지를 골라 쓴 글이었다.
말하자면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있는 대표적인 인생의 다섯가지 후회가 정리된
것이다.
그래서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첫째가 자기자신에 대해 솔직한 인생을 살지 못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자기의 인생인데 자기가 주인으로, 주체적으로 살지 못했다는 후회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평가에 민감했으며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살았다는 얘기다.
가족이라는 기본단위에서부터 학교, 군대, 직장이라는 조직에 속한 것이 인간
이다.
조직은 그속성상 집단적이다.
아주 개성적인 인간이 아니라면 그 조직들에서 쉽게 이탈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내가 내 인생을 산 것이 아니라 남들이 요구하는 방법에 따라,
남들을 위해 살았다는 얘기다.
그게 누구든 인간은 ‘자기실현’을 희구한다.
그 목표를 이룬사람도 있지만 그 숫자는 많지않다.
거개가 자기인생을 자기가 주체가 되어 살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말기환자들의 이 후회는 우리들에게 큰 거울이 되는것이며 반면교사
이기도 하다.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있는가.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두 번째로,
일생을 통해 그렇게 힘들게 일할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후회다.
일을 안하는 사람은 없다.
있다면 실직자이거나 실업자다.
그러나 같은일을 하면서 살아도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있다.
일 중독자-워커홀릭이 그들이다.
말기환자들의 후회는,
다른방법의 삶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일이 전부가 아니라 삶의 일부여야 옳다는 얘기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긴 근로시간을 일 하지만 생산성은 높지않다.
제시간에 퇴근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회식에 참석해야 하고 이차, 삼차 노래방까지 가야한다.
가족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술문화다.
임종을 앞에두고 이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은 일의 중독성이 무섭다는 방증
이다.
우리모두 깊이 반성해봐야 할 대목이다.
세 번째는 자기감정의 억제였다.
우리는 상당부문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고있는데 그중 하나가 희,노,애,락을
얼굴에 나타내면 안된다는 가르침이다.
특히 집단의 평화를 위해 개인의 자기감정이 억압되는 풍토가 그것이다.
말기환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이 후회는 우리모두의 것 이기도 하다.
어떤 경우엔 자기의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부족한 경우도 있다.
한가지 희망적인 현상은,
지금의 젊은이들은 이 문제에서 상당히 자유스럽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해가되고 폐가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자기의 감정을
억제할 이유가 없다.
자기생각이나 감정을 지나치게 억제하면 마음의 병이 될수도있다.
한가지 유의할점은,
감정은 자유롭게 표현하되 그 방법은 상당히 세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유머감각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때문에 감정표현도 훈련이 필요하다.
네 번째 후회는,
친구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과 친밀하게 지내지 못한 것이다.
여기에는 일에 쫓겨 시간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자신의 성격이 내성적 이어서
사람들을 기피한 경두도 있었을 것이다.
긴 인생에서 친구는 또 하나의 반려다.
평생을 통해 자기의 속내를 진솔하게 말할수 있는 친구 두세명만 가질수
있어도 성공적이다.
동창회, 동호인모임, 종교생활을 통해 폭넓게 사람들을 사귀고 행동을 같이
하는 것은 그만큼 풍부하고 풍요로운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지금은 접속은 있으나 접촉이 없는 위험한 사회다.
메시지 보다는 육성이 소중한 이유가 그것이다.
사람을 사귀는것도 내가 먼저 손을 내 밀어야 한다.
이 세상에 혼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런면에서 접속만 늘어나고 접촉이 줄어든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일이다.
마지막 후회는,
자기자신을 좀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한점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집이 제일 편하다.
그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익숙한것들에 빠지면 새것을 덜 찾게된다.
행복은 익숙한것들 속에도 있지만 새롭게 찾아지는 것 이기도하다.
스스로를 더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은 익숙한것들에 갇혀있었기 때문이다.
익숙한것과 다른, 새것을 찾는데는 용기가 필요하고 호기심이 강해야 한다.
내일만 생각하는 사람에겐 오늘이 없다.
그러나 가장 작은행복들은 바로 오늘안에 있다.
작은 행복을 찾을수 있어야 큰 행복도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도가 값진게 그 이유다.
다른 하나는 행복에 대한 정의가 개인적으로 분명해야 된다.
사람은 그 가치관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내가 행복으로 느끼면 그게 바로 나의 행복이다.
호스피스병동에서 수집된 이 다섯가지 후회는 절대로 그들만의 것은 아니다.
그들이 남긴 이 진솔한 고백들은 우리가 우리의 일상에서도 겪고있는 일들이다.
삶의 질이 향상되고 개선되는데도 롤모델이 필요하다.
그들이 남기 다섯가지 후회는 그래서 우리들이 크게 참고해야할 삶의 지혜인
것이다.
생활은 양면이 있다.
빛과그늘이 있는것처럼 서로다른 측면이 있는법이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후회가 남을것이고 균형있는 삶을살면 행복할수 있다.
지금처럼 모두가 돈만을 향해 뛴다면 마음의 자리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후회만 남을수 있다.
값은 끝까지 값이고, 가치는 끝까지 가치이기 때문이다.
접속만 있고 접촉이 없다면,
값만 있고 가치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황폐해 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크게 요구되는게 균형감각이다.
균형은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다.
좋은열매를 얻으려면 뿌리를 바꿔야 한다.-서양격언.
최외석
2016년 2월 3일 at 11:57 오전
조블에 이어 이곳에서도 어르신의 늘 교훈적이고 논리적인 좋은 글을 읽게되어 감사히 생각합니다.
많이 배우고 느끼겠습니다.
yorowon
2016년 2월 7일 at 10:29 오후
감사합니다.
자주 들러주시고 좋은글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