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고 사는사람 따로있다.

지금의 우리경제는 수출부진과 내수경기위축으로 올해 1분기가 전분기 대비
0.4%의 성장에 그쳤다.
여기에는 저유가와 함께 세계적인 경기침체가 가장 큰 원인이 되어 우리경제를
압박하는 측면이 크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가 매달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있으며 우리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의 GDP에 대한 기여도가 계속하락,
2010년의 55,4%에서 2015년에는 11.5%로 줄어들었다.
중화학공업으로 분류되는 제조업은 시설투자가 큰 장치산업이다.
거대한 생산라인이 제대로 가동,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물량을 항시적
으로 생산할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천문학적인 적자가 발생하게 된다.
한편 세계적인 경기침체는 물동량 자체가 줄어들기 때문에 해운과 조선사업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가해 우리의 해운과 조선이 구조조정을 피할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다.
모두가 세계수준의 ‘경제적 악재’ 인 것이다.

서울공대 이정동교수(산업공학)의 진단을 들어보자.
-한국산업은 지난 10여년간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착시에 빠져있었다.
나머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있는데 몇몇 주력품목만 집중선전, 한국도 이제
선진국반열에 올랐다는 착각을 한 것이다.
-한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빌려와 제조업을 키운탓에 조립, 조합은 잘 하지만
그만큼 원천기술을 만들어 키우지 못했다.
원천기술이 있으면 불황기도 버틸수 있지만 우리는 원천기술을 빌려다 응용만
해 왔기 때문에 위기에 쉽게 흔들리는 것이다.
-지금의 수직적 계열화의 한국형 산업구조도 대대적인 혁신을 해야한다.
대기업아래 계열사, 중소하청업체가 줄줄이 엮인 구조로서는 세계시장에 통할
만한 경쟁력을 확보할수 없다.
한국의 중소기업이 소재, 부품등을 선진국 기업에 납품할수있는 개방형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경제적인 착시현상, 원천기술의 부족, 중소기업의 종속적관계가 지금 한국경제가
안고있는 근본문제임을 전문가답게 명쾌히 지적하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조사에 따르면 제조분야의 대,중소기업 CTO-최고기술
책임자 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88%인 50명이 ‘한국의 산업경쟁력이 심각하거나 그 이상의 위기’ 라고 대답
했다.
14%인 8명은 이대로가면 망할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않든 이제 경제적 위기는 현실이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경제적 위기는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조만간 회복되기도 어렵다.
IMF의 분류에 따르면 37개 경제선진국중 지난해 3%이상 성장한 국가가 7개국,
절반가까운 18개국이 1%대 이하로 지리멸멸했다.
정부수입의 70%, GDP의 45%를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람코의
주식 5%를 매각, 2조5천억 달러(약2900조원)의 기금을 조성하는 비상사태에 까지
이르렀다.
저유가시대의 그늘은 전통적인 석유부국까지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매장량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러시아도, 베네주엘라도 저유가의 경제위기
앞에선 속수무책인게 지금의 세계경제 사정이다.

이제 우리모두는 피할수 없는 저성장시대를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의 생활패턴으로는 견디지 못한다.
결국 생활이라는 것은 수입과 지출의 균형에서 그 모습을 들어내기 때문이다.
허리띠를 졸라맨다는 것은 수분-守分를 지킨다는 의미도 있다.
버는만큼만 쓰고 살아야하며 사치와 낭비를 몰아내야 쓰러지지 않는다.
나와같은 80대의 구 세대는 가난과 부요를 모두겪은 특이한 세대다.
먹을게 없어 굶어도 봤고,
옷이없어 미군들의 군복을 염색해 입고 다녔으며,
겨울이면 방안에 떠 놓은 자리끼가 어는 추위속에서 살았다.
제한송전으로 촛불과 석유등을 써야 했으며 대중교통이 없어 그게 어디든 걸어서
다녀야 했다.
간식이 없기 때문에 더 빨리 배고 고팠고, 단백질이 부족해 병약하기도 했다.
그렇게 지독한 가난속에서 성장했지만 압축성장의 한복판에서 미친 듯이 일해
부요한 나라가 되는 놀라운 체험도 했다.

지금 현역에 있는 세대는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방법에서 노하우가 없거나 크게
부족하다.
그래서 온갖 고통을 겪었던 구세대에게서 그것을 전수받아야 어려움을 지혜롭게
헤쳐나갈수 있다.
무조건 가난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제분수에 맞게, 슬기롭게 어려움을 헤쳐나가면
또 그대로의 길이있다는, 노파심의 얘기가 그것이다.
80평생을 살다보니 ‘빚지고 사는 사람은 따로있다’ 는 사실을 알게됐다.
성정이 그런사람이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아무리 어려워도 상당한 노력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도 많다.
구세대의 방법자체는 지금과 맞지않는 부분이 있을수 있지만 그 근본정신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일상생활-삶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는 결국 그 근본에서 같기 때문이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이 있는 것은 환경적인 요인보다는 ‘사람됨’ 이 더 큰
이유가 될수있다는 것을 깨닫기도 했다.

우리속담에,
‘외상이면 소도 잡아먹는다’ 는게 있다.
당장 돈을 내는게 아니라면 무슨짓이든 할수있다는 경고다.
외상은 값은 나중에 치르기로하고 먼저 물건을 사고파는 상행위다.
옛날에는 지불수단이 화폐였지만,
지금은 신용카드등도 같은 범주에 들어갈수 있다.
통장에 일시불이 가능할 정도의 잔고가 있다면 직불이지만,
두세달 이상의 할부는 이미 외상이며 거기에는 높은 이자가 붙는다.
외상은 버릇이고 중독성이 있다.
저성장시대를 슬기롭게 살려면 무엇보다 먼저 외상을 하지 말아야 한다.
충동구매의 함정을 파는게 광고다.
‘광고에 저항하라’ 는 얘기는 이미 법정께서 하셨다.
외상을 피하는 길중 하나가 구매하려는 물건이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인가를
점검하는 일이다.
시다놓고 쓰지않는 상품은 모두가 생활을 좀먹고있는 낭비의 상징이다.
외상은 수지균형을 허무는 적임을 알아야 한다.
그게 누적되면 못사는 사람이 되고 빚쟁이가 된다.

다음이 ‘돈없으면 안산다’ 이다.
나는 평생 이 원칙을 지키며 살아왔다.
외상도 없었지만 그게 아무리 필요한 물건이라 해도 살 돈이 없으면 안샀다.
돈이 없는데 필요한 물건이라해서 산다면 외상이거나 빚을 지는 것이다.
돈 없으면 눈딱감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건 보통사람이면 모두 가능하다.
처음 한두번은 힘들지만 곧 익숙해 진다.
그만큼 생활이 건전하고 건강해 지는 것이다.
충동구매는 대개의 경우 후회하게 된다.
그래서 앞뒤생각없이 덜컥 물건부터 사면 안된다.
‘돈이 없으면 안산다’.
부자가 되는 첫걸음이 그것이다.
굳은땅에 물이고인다는 속담은 틀림이 없는 진실이다.
이렇게 깊은 심지를 가질수 있는 사람이라면 거의 틀림없이 성공하고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자기의 분수-수입의 한계를 알고있기 때문이다.
수분-守分은 그렇게 중요한 경제적 마인드다.
우리 모두가 경제를 떠나서는 살수 없기 때문에 수분하는 마음은 더 중요해 진다.
사람이 제 분수를 모르면 고생은 따라오게 돼 있다.

외상 안하고,
돈 없으면 안사는 다음에 꼭 지켜야 할것이 ‘빚보증 안서기’ 다.
빚보증 잘못섰다 쫄닥망한 케이스는 주변에 널려있다.
금융권의 ‘연대보증’ 이 그 주범인바 한사람이 아니라 여러사람 망하게 하는 제도다.
아들의 사업자금 빚보증섰다 늙마에 살던 집에서 쫓겨나 길가에 나 앉은, 무지한
노인들이 생각보다 많다.
시가 수억원자리 아파트가 빚보증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 친구의 창고에서 살고있는
노인들도 있다.
젊은이들 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빚보증의 결과는 나이와는 상관없는 재앙이다.
이 문제만은 굳게마음을 정하고 가족이라 해도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그렇게 해야 옳다.
이상한 것은 빚보증섰다 망한 사람들은 거의가 재기를 못한다.
그만큼 치명적 이라는 얘기다.
심리적으로 먼저 무너졌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하나가 ‘꿔주지 않기’ 다.
돈을 꿔주면 돈도 사람도 다 잃는다.
사람이 거짓말 하는게 아니라 돈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돈을 떼이면 마음고생이 심하고 그게 병이된다.
이 문제만은 칼로 무 자르듯 분명히 해야한다.
몇푼의 이자 때문에 신세망친 사람들도 많다.
돈은, 일단 꿔주면 채권자가 아니라 채무자가 돈의 주인이 된다.
돈을 받아내기 위해 비굴해 질수도 있다.
오죽하면 성경에 이런 말씀이 있겠는가.
‘돈을 사랑함이 일만악의 뿌리다.’
꿔준돈을 받아 내려는 집착과 채무를 요리조리 피하는 관계는 결국 악의 포로가
되는 길이다.
그래서 아예 원인 차단을 하는게 백번옳다.
야박하다는 말을 듣는게 꿔준돈을 못받아 안달하는 신세보다는 더 낫다.
제돈도 남의 주머니에 들어가면 남의 돈이 되는 것이다.

나는 편모슬하에서 자랐기 때문에 대학 마지막 등록금은 운수업을 하시는
이웃 어르신이 내 주셨다.
등록금 낼 돈이 없을만큼 가난했었다.
그러나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취업한 이후 지금까지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은일이 없다.
은퇴후 노년생활을 하는 지금도 돈에 대해서는 큰 어려움 없이 하고싶은 것 하면서
살고 있다.
(그래봐야 노인이 쓰는돈은 그렇게 많지않다)
나는 외상을 하지 않는다.
신용카드도 언제나 일시불이며 어떤 물건도 할부로 구입하지 않는다.
누구에게 큰돈을 꿔준일도 없고 꾼적도 없다.
그게 가족이라해도 빚보증은 서지않았다.
돈이 없으면 아무리 필요한 물건이라 해도 사지않았다.
이 원칙들이 지금까지 나를 경제적으로 지탱해줬다고 굳게 믿고 있다.
인간이 사는 모든 시대에는 ‘시대정신’ 이 있다.
지금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저성장시대 다.
때문에 살림살이도 거기에 맞춰 살아야 한다.
나같은 구세대의 원칙도 그 기본정신 에서는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그게 저성장시대를 살아가는 지혜가 아니겠는가.
경제에도 왕도는 없다.

가난은 도둑처럼 찾아온다.- 한국격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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